너희가 라면을 아느냐?
모두가 몸에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라면 이름 열 개쯤은 욀 수 있다.
시험기간 골목 분식집에서, 혹한기훈련의 A형 텐트 안에서,
배낭여행 중 유럽의 고성에서…. 라면은 언제나
주린 배와 영혼을 채워주는 안식이었다.
지금도 모니터 앞에서 저글링을 감행 중인 아해들의 전투식량 라면.
하지만 우리는 라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 꼬불꼬불 라면에 관한 가장 원초적인 의문.
면발이 꼬불꼬불한 이유는 좁은 공간에 많은 양을 담기 위해서다.
면발을 곡선으로 만들 경우, 제조공정에서 기름 흡수와
수분 증발에 드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조리시간도 줄여주고 유통시 파손도 방지할 수 있다.
라면 한 가닥의 길이는 보통 65cm, 한 봉지의 총 길이는 49m다.
▦ 칼로리 라면 한 그릇의 열량은 평균 520kcal.
탄수화물이 80g, 단백질 10g, 지방이 17g 정도 포함돼 있다.
영양에 비해 칼로리가 높은 편이다.
얼굴을 붓게 만드는 주범인 소금 함량은 3~3.5g.
▦ 스프 쇠고기, 간장, 핵산조미료, 포도당, 마늘, 양파, 고추 등
수십 가지의 재료를 배합해 만든다.
주원료를 고압에서 처리한 뒤 진공농축, 건조, 분쇄 과정을 거쳐
베이스를 만들고 조미료와 향신료를 섞는다.
▦ 영양 라면이 노란 빛을 띠는 것은
주원료인 소맥분이 가지고 있는 후라보이드 색소와 함께,
영양을 위해 첨가된 비타민 B2 때문이다.
스프의 원료인 돼지뼈와 닭뼈에는 변비 해소, 피로회복,
콜레스테롤 저하 등에 효과가 있는 콘드로이틴 황산이
비교적 많이 들어있다.
▦ 컵라면 끓지 않는 물에도 컵라면이 잘 익는 것은 감자 전분 덕분이다.
컵라면은 밀가루보다 빨리 익는 성분을 가진 전분의 비율이 높다.
감자 전분은 봉지라면에도 섞여있는데 면발을 쫄깃하게 만든다.
▦ 위생 유탕 과정을 거치지만 라면을 튀기는 기름은 비교적 깨끗하다.
분당 300개 가량의 라면이 튀겨지는데, 이때마다 5kg 정도의
신선한 기름이 새로 보충된다. 수분 함량이 낮으므로
방부제를 사용할 필요도 없고, 먹기 전에 끓이므로
다시 한 번 살균과정을 거치게 된다.
■ 너는 어디서 왔니
그런데 라면이라는 음식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라면의 유래와 관련한 여러 설이 있지만,
믿을 만한 이야기는 중국 기원설이다.
밀가루로 국수를 만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반죽을 얇게 편 다음 칼로 자르는 방법과,
반죽을 양손으로 잡아 늘인 후 절반으로 접고
다시 늘이기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후자의 방법으로 만든 면을 납면(拉麵)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라면이라는 이름의 어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 면은 일본에 에도(江戶)시대 중기인 18세기에 전래돼
중국국수라는 뜻의 ‘지나(支那) 소바’로 팔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된장으로 맛을 낸 미소라멘,
돼지뼛국물로 만든 돈코츠(豚骨)라멘 등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1958년, 마침내 면을 쪄서 양념을 입힌 다음 다시 건조시켜
포장한 라면이 등장했다. 쌀밥의 발견에 견줄 만한,
‘인스턴트 라면’의 탄생이다.
한국에 라면을 들여온 것은 삼양식품의 창립자인 전중윤 회장이다.
시장 귀퉁이에서 팔던 ‘꿀꿀이죽’이 가장 인스턴트한 식품이던
1963년, 라면이 생산되기 시작한다.
처음엔 생소함 탓에 눈길을 끌지 못했지만,
간편한 조리법과 맵싸하게 입에 달라붙는 맛이 곧 대중을 사로잡았다.
1970년대 초의 이른바 ‘혼분식 장려’ 정책은,
라면이 국민음식이 되는 데 날개를 달아줬다.
현재 인스턴트 라면의 최대 소비국은 중국.
2006년 기준으로 442억 6,000만개가 팔려 전 세계 소비량의 35%를 차지했다.
다음이 인도네시아(124억개), 일본(54억 3,000만개), 미국(39억개), 한국(34억개) 순이다.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독일, 영국 등에서도
라면이 팔리고 있으며 1990년대 식량원조 프로그램 이후
북한에도 라면이 유입됐다.
출처 : 염화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