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로 보는 사회학
대부분의 사람은 법학, 경제학, 무역학 등 뒤에 ‘학(學)’이 들어가면 부담감을 느끼고 관련된 책은 모조리 ‘공부’를 위한 책이니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학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연구하는 것임에도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왠지 어렵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꼭 학문을 어려운 공부로만 생각해야 할까? 법학보다는 생활법률이 쉽고, 물리학보다는 영화 속 물리학이 쉽다. 이처럼 얼핏 어려워 보이는 학문도 그 학문을 이해한 사람이 예를 들어 설명해주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다.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줄까(동화로 만나는 사회학)’는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를 소재로 사회학을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저자가 사회학으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이어서 그런지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사회학도 동화와 연결해 학생들도 이해하기 쉬운 수준으로 풀어놓았다. 읽다 보면 과연 이게 내가 알던 ‘사회학’일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쉽다. 사실 동화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잘 녹아있는 것은 당연한데 그 동안 연결점을 찾지 못 하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인상적이었던 부분 중 하나는 심부름을 하다가 샛길에 빠졌던 빨간 모자 이야기였다. 모두가 정도(正道)를 걸을 필요는 없다. 생각해보면 아이폰을 만든 애플사도 정도를 걸은 기업은 아니다. 오히려 ‘Think Different’라는 그들의 광고와 같이, 독특하게 생각하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갔기 때문에 성공의 가도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행동하면 잘 지낼 수는 있지만 성공하기는 어렵다. 뭔가 독특함이 있어야 성공한다. 물론 너무 독특하고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다면 성공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보여줘야 자신이 그것을 원하고 있었던 것인지 안다고 하며, 실제로 ‘그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애플이 성공한 게 아닐까. 한 사람, 한 기업이 샛길을 걸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그 샛길의 매력에 빠져서 그 샛길이 정도(正道)가 될 수도 있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한글도 어쩌면 그런 '샛길'을 간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다들 한문만 사용하고 한문이 최고의 글자라고 생각하던 고루한 사대부들에게는 한글은 만들 필요도 없는 글자였을 것이다. 정말 샛길을 가준 세종대왕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우리나라 글자는 자음과 모음만 알면 거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도 있고 일단 써놓으면 그 뜻을 몰라도 읽을 수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도 하루, 아니 몇 시간만 주면 뜻을 몰라도 글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글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물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같은 경우에는 공부를 아무리 해도 어렵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읽고 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문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이전에는 ‘샛길’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하여 가끔은 샛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미 흔히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은 어렵다. 동화를 약간 비틀어보는 것도 사실 처음에는 어려운 작업이었을 것이다. 동화를 읽으면서도 깊게 생각하고 그 속의 다양한 사건에 대하여서도 의문을 가져야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별생각 없이 보면 동화는 그냥 동화일 뿐이다. 이 책은 저자가 나름대로 열심히 생각한 결과일 것이다. 읽고 나면 '이게 뭐야, 뻔하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과 다르게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실제로 뻔한 얘기도 있고 몇몇 부분은 너무 이상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듯해서 괜찮았던 책이다. 아이들도, 부모들도 한 번쯤 가볍게 읽기 좋을 듯하다.
동화 속 주인공을 통해 현대인들의 관계를 말하는 저자, 박현희
지식과 정보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진정으로 가르치고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은 공부만 잘하는 어린이보다는 깊은 생각과 건강한 마음을 가진 어린이들이 많아지길 소망합니다. 그러한 마음을 담아 그림책 [마음대로가 자유는 아니야], [출동! 초록반이 간다], [신통방통 인터넷 세상]을 비롯해, [백설공주는 왜 자꾸 문을 열어 줄까], [행복을 배우는 경제 수업], [토론의 달인을 키우는 토론 수업] 등 생각거리를 건네는 책들을 지었습니다. 또한 뜻이 통하는 분들과 함께 [땅콩 선생, 드디어 인권교육하다],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사회 선생님이 들려주는 경제 이야기], [손에 잡히는 사회 교과서 – 가족] 등을 지었습니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한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사회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2012년 현재 독산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당신이 대접받고 싶다면 상대방을 배려하라.
사과하면 다 해결되는가? 이것은 정말 화해일까? 마음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그것도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잘못으로 상처를 받았을 때 자신의 편에 서서 정의를 부르짖어 주지 않은 직장 동료들에 대한 실망.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좌절. 게다가 '알고 보니 독한 여자'라는 주변의 곱지 못한 시선……. 그는 이중으로 상처 받는다. 섣부른 화해가 가져오는 부작용이다. (20쪽)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니 한자를 쓰는 것이 인간의 정도(正道)를 걷는 일이라 누구나 믿을 때 한글이라는 샛길을 택한 이들 덕분에 오늘 우리는 모국어의 편리함을 누리며 산다. (80쪽)
관계 맺기가 힘겨운 아이들은 너나없이 말한다. "차라리 집에서 혼자 노는 게 편해요." 그래, 편하지. 하지만 편안함이 다는 아니거든. (140쪽)
현대 사회에서 관계가 결핍된 자리는 소비로 채워진다. 예전에는 관계가 해결해 주었던 많은 일들을 돈으로 해결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던 시절은 끝났다. 아이들은 돈을 내고 축구 교실에 등록한다. (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