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별마저 떨어졌다. 이창호가 치우쥔에게 무너졌다. 기념비적인 세계대회 100번째 왕관도 중국 차지가 됐다.
개인적으로는 대회 최다인 4번째, 한국바둑으로는 대회 통산 10번째로 겨냥했던 전통과 권위의 삼성화재배는 끝내 한국을 버리고 중국을 택했다. 4일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속행된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3번기 제3국에서 한국의 이창호 9단이 중국의 치우쥔 8단에게 패하고 말았다. 종합전적 1승 2패를 기록한 이창호는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한국의 유일한 생존자였던 이창호의 이름이 대진표에서 지워짐에 따라 이번 대회의 패권은 중국기사 간의 결승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다른 한편에선 콩지에가 하루 먼저 구리를 2-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지난 삼성화재배 13년 역사상 한국이 빠졌던 결승전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중국 간의 결승전이 벌어지는 '사태'도 처음이다. 3번기의 결승전은 다음달 15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불세출의 이창호가 치우쥔에 졌다. 세계대회 첫 결승에 오른 27세이 치우쥔은 중국랭킹 7위에 올라있다. 2004년 21세 5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중국명인에 등극했으며 지난해엔 최강자 구리를 꺾고 이광배를 제패하며 존재를 더욱 부각시켰다. 24시간을 바둑과 함께한다는 얘기가 나돌 만큼 성실한 기사로 소문나 있다. 이창호와 치우쥔은 다음주 월요일 LG배 8강에서 재격돌한다.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의 결승전은 12월 15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려 한국이 중국에 밀린 것은 비단 오늘만의 충격이 아니다. 최근 들어 흔한 일이 되고 있다. 양적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그러하다. 지난해부터 벌어진 세계대회에서 한국이 3번 우승한 반면 중국은 6번을 우승했다.
현재 보유 중인 세계타이틀도 한국 3(삼성화재배ㆍ응씨배ㆍ후지쯔배), 중국 5개(비씨카드배ㆍLG배ㆍ도요타덴소배ㆍ춘란배ㆍTV바둑아시아). 그중 삼성화재배가 곧 중국으로 넘어가게 됐으니 한국 열세의 골은 더 깊어진다.
한국바둑은 한때 세계대회 23연속 우승 퍼레이드를 펼치는 등 1990년 중반부터 세계최강의 위상을 날렸다. 그 원동력은 조훈현ㆍ이창호ㆍ유창혁ㆍ이세돌이라는 당대 최고의 스타기사를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1인자는 한국기사가 아닌 세계 3관왕인 중국의 구리다.
이창호는 2006년 이후 총 9회 세계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마이너기전인 중환배 1번을 제외하고는 8번을 준우승에 머물렀다. 또 전년도 우승자 이세돌은 장기 휴직으로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 현실이다. 허리진도 중국보다 낫다고 하기 어렵다.
이창호와 함께 싸울 지원군은 미약했다. 전통의 강자 최철한이 16강, 박영훈이 8강에서 자취를 감췄고 신흥강호 강동윤은 32강에서 조기 탈락했다. 또 자신의 최고성적을 작성했던 허영호는 8강 이상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들을 가로막은 장벽은 전부 중국기사였다.
올해 들어 한-중 기사 간의 본선 대결 성적은 45승 67패로 한국측 승률은 40% 남짓. 여기에 예선 성적을 보탤 경우엔 30%대 초반으로 더 떨어진다. 한국바둑은 분명 유망주의 발굴ㆍ육성과 기성 세력의 분발이 더욱 절실한 위기의 계절이다.
삼성화재 사이트에서 화상생중계한 김승준 9단은 방법은 하나라며 이창호ㆍ이세돌ㆍ최철한ㆍ박영훈이 버텨주면서 강동윤ㆍ김지석ㆍ박정환 등의 젊은 기사들이 성장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별들의 제전 제14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는 중앙일보와 한국방송공사(KBS)가 공동주최하고 삼성화재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초읽기 60초 5회). 우승 상금은 2억5000만원(준우승 7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