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3. 공감5시
제목: 춘천물레자전거길6
1. 벌써 물레자전거길 여섯 번째가 되었네요. 먼저 시간에는 장절공 신숭겸에 관한 얘기를 나눴는데요. 오늘은 어디까지 갈까요?
지난 시간에 신숭겸 이야기를 하다가 시간이 모자라서 끝이 났는데요. 바로 장절공 동상의 받침대 이야기를 하였지요. 그곳에는 기러기 이야기가 전합니다. 이 이야기는 신중동국여지승람에 전하는데,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숭겸이 일찍이 태조를 따라 사냥하다가 황해도 평산의 삼탄(三灘)에 와서 점심을 먹었다. 그때 기러기 세 마리가 공중에 떠돌았는데 태조가, “누가 쏘겠는가?”하니, 숭겸이, “신이 쏘겠습니다.”하였다. 태조가 활과 화살, 안장 갖춘 말을 주었는데, 숭겸이 말하기를, “몇 번째 기러기를 쏘리이까?”하니, 태조가 웃으며, “세 번째 기러기의 왼쪽 날개를 쏘아라.”하였다. 숭겸이 명령에 따라 쏘았는데 과연 그대로 맞히니 태조가 장하게 여겨 감탄하면서 명하여 평주로 본관을 삼게 하고, 기러기를 쏜 근처의 밭 3백 결도 함께 하사하여, 대대로 그 조세를 받아먹게 하였으며 인하여 그 땅을 궁위(弓位)라 이름 하였다.(신증동국여지승람 황해도 평산도호부조.)
참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원래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남들과 다른 재능을 타고나야겠지요. 바로 신숭겸을 영웅으로 만들고자 한 이야기입니다.
이 밖에도 신숭겸 무덤의 봉분이 세 개인 사연을 비롯해서, 여태껏 도굴이 안 된 내역 등이 이야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의 결과물 중 하나가 외바퀴수레싸움놀이로 만들어져서 춘천에서 사람들이 마을마다 수레를 만들어 나와서 민속놀이를 했던 겁니다.
나중에 시간을 내서 꼭 가보십시오. 우리나라 마지막 향가 <도이장가>와도 관련이 있으니까요.
2. 우리 고장 가까운 곳에 이런 역사적 인물이 숨 쉬고 있었다는 자체가 흥미롭네요. 날씨 맑은 날 묘소 옆에 올라앉으면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니 꼭 한 번 해 봐야겠어요. 이곳에서 또 자전거를 타면 어떻게 되나요?
정말 춘천의 풍광은 뛰어납니다. 우리가 이런 좋은 곳에 살면서 좋은 곳이라 느껴야 하는 대요. 사실은 다들 일에 파묻혀 살아가느라 아름다움 풍광을 아름답게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어디 그런 곳이 있었나?”하는 되물음을 줄 때가 많습니다. 자연은 감상자의 몫이라 하잖아요. 느끼는 자가 임자입니다.
어제도 저 혼자 자전거를 타고 돌았습니다. 두 시간여를 탔는데요. 엄청 예뻤습니다. 주변에는 자귀나무가 활짝 피어 달리는 내내 가슴 두근거리게 만들었습니다. 자귀나무꽃의 꽃말이 ‘가슴 두근거림, 또는 환희’라 합니다. 꽃말처럼 보는 내내 그렇게 기분 좋게 만들었고요, 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본홍색의 꽃술과 흰색의 꽃술줄기 그리고 연록색의 꽃받침이 화사하게 피어서 사람들을 유혹합니다. 자귀나무꽃을 보면서 “여기에도 이런 나무가 있었구나.”라는 새삼스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렇게 자전거길을 달리다보니, 비가 며칠 동안 내려 깨끗해진 길도 매력이 있었습니다.
3. 꽃길이 봄여름 내내 이어지나 봐요?
그렇지요? 자연은 정말 신기합니다. 신숭겸 묘소에서 나와 다시 조금 지나면 각종 운동시설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게이트볼도 할 수 있고요.
역시 왼쪽에는 호수 건너 아담하게 만들어진 춘천의 풍광이 너무나 좋습니다. 강 건너에서 바라보는 나의 삶터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대끼며 살고 있는 곳을 새롭게 보는 또 하나의 이상향이지요. 자신의 삶을 멀리서 되돌아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렇게 복잡한 도시의 일상을 멀리서 관조하게 되는 겁니다. 따닥따닥 붙은 집들, 도로에 가득차서 달리는 자동차, 눈치 보며 바쁘게 살아가는 군상들, 싸움의 현장, 죽을 둥 말 둥 모든 게 세상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 등이 호수 위에 뜬 그림 같은 마을 풍광 속에 묻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주 우습게 보입니다. 그냥 ‘픽’하고 웃음이 나옵니다. 힘들게 내가 살아온 날들이 생각나서요. 아옹다옹 싸우며 살지 않아도 된다는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서로 위해 주며 즐겁게 살다보면 다 같이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하게 다가옵니다. 출렁이는 호수 위의 작은 섬들, 더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도시의 풍광은 그렇게 우리에게 말합니다. 서로 헐뜯지 말고 칭찬하고 보듬어 주며 살라고요.
4. 참 아름다운 마음이 피어나는 곳이군요. 그리고 깨달음까지도요?
예, 그런 속담이 있잖아요. 사람은 아는 만큼 보고, 본 만큼 안다고요. 춘천의 자전거길이 주는 또 다른 교훈이 이 속담 속에서도 있습니다. 그저 자신의 처지에 맞추어서 호숫가 자전거길을 따라 가다가 잠시 자전거를 멈추면 보이는 모습입니다.
살아가는 현실이 답답하고 힘들고 꼬일 때는 이 길을 찾아 주세요. 아주 큰 위치에서 자신의 삶을 내려다 볼 수 있으니까요. 높은 산 위에서 보는 풍광보다 더 가까이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아마도 호수의 또 다른 매력일 겁니다. 호수 너머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를 봤을 때 말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마음을 조금 아래로 내려놓을 수 있어요. 호수는 출렁이며 우리의 슬픔과 아픔과 힘든 모든 일을 씻어내려 주니까요.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페달을 밟아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잠시 멈추면 보이는 풍경입니다.
5.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 덧 호수 속에 풍덩 빠진 기분입니다. 호수가로 난 자전거 길은 또 어떻게 이어지나요?
길은 호숫가로 그렇게 계속 이어집니다. 가다가 보면 덕두원이란 곳에 이르게 됩니다. 덕두원은 옛날에 당림리에서 석파령이란 고개를 넘어 춘천으로 통하던 아주 중요한 교통로였습니다. 그래서 이곳에 잠시 쉬었다 말을 갈아타고 가라고 역원을 만들어놓았지요. 그게 인연이 되어서 덕두원이 되었습니다. 계곡이 아담하고 아름답습니다.
이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석파령이란 꽤나 긴 고개를 만나게 됩니다. 석파령은 자리 석(席)자에 깨칠 파(破)자 재 령(嶺)을 쓰는 곳입니다. 옛날 춘천의 신구부사가 이곳에서 만나 돗자리를 깔아놓고 서로 울었답니다. 신관 부사는 이런 첩첩 산중에 어떻게 살까 걱정이 되어서 울고요. 구관 부사는 살다가 정이 들어서 떠나기 싫어서 울고요. 그렇게 돗자리를 깔아놓고 서로 울다가 헤어져 갈 길을 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지명입니다.
우두산에 살던 우두사의 스님이 이 길을 뚫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가끔 춘천에서 이 길을 따라 걷기 행사도 열리고 있으니까요. 혼자 걷기 뭐하면 이때 같이 걸으면 좋겠지요.
6. 석파령이 춘천에서는 중요한 교통로였다니 세월의 흐름을 볼 수 있네요?
그 옛날 서울로 가던 최고의 길이었는데, 지금은 초목으로 뒤덮인 산길로 변했으니까요. 세월 따라 길도 변하고 우리 인간도 변하는 거지요.
참, 석파령도 그렇지만 덕두원이란 지명도 참 정겹잖아요. 덕두원을 따라 난 길은 덕두원의 물깨말을 따라 빙 둘러 길이 나 있습니다. 굽이 친 길이 또 다른 정감을 줍니다. 옛날에는 물깨말 앞으로 신연강이란 강이 흘렀습니다. 강 옆으로 난 백사장이 일품이었다고 의암댐이 생기기전에 그곳을 보았던 사람들은 말합니다. 지금은 모두 의암호 속에 갇혀 버렸지요. 그곳엔 또 신연강철교가 놓아져있기도 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수탈을 위해서 제일 먼저 한 것이 길을 놓는 것이었어요. 물자를 실어 날라야 했으니까요. 호수는 그 모든 역사를 물밑으로 가라앉히고, 호수 속에 품어버렸습니다.
7. 벌써 시간이 다 됐네요. 그럼 다음 시간에 더 재미있는 강원도 길 이야기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