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시대가 보여준 운명의 장난

케이블에서 보는 야인시대가 종반을 치닿고 있다. 드라마로 보기 전까지는 신익희와 조병옥의 급서에 대해서 별로 큰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면서 자유당 독재정권이 무너질만 하니 다시 신익희가 죽고 다시 무너질만 하니 조병옥이 죽은 것을 보면서 인생은 참으로 희한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승만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독재정치를 하면서도 강력한 라이벌이 스스로 두번이나 나가 떨어졌으니 말이다.    오늘 드라마에 이강석의 죽음 즉 이기붕 일가의 죽음이 나올 것 같다. 당시 이기붕에 대해서 온 국민이 분노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죽음에 대해서 잘죽었다라고 생각을 하고 그 혼란상에 이기붕이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그냥 자살을 했다고 언론에 발표가 되었지만 그것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 것이다. 이강석이 어린 동생까지 죽일 이유가 없었고 또한 이강석이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이기붕이 자살을 할 이유도 없었고 박마리아가 자살을 할 이유가 더욱 없었던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를 하고 나니 화가 난 곽영주 경무관이 자신이 하늘처럼 떠받들던 이승만의 하야를 하게 한 장본인이 이기붕에 대해서 총살을 한 것이고 그것을 옆에서 본 가족들을 모조리 몰살을 시킨 것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이강석이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이 죽는 대목이 나온다. 그러나 이강석이 배에 총을 2발이나 쏘았다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자살을 하는 사람은 총알을 한발 쏘지 2발을 쏘지 않는다.    이미 한발에 쇼크로 대부분 정신을 잃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강석의 머리에도 총탄을 맞았다는 소문이 있었고 그런 것을 보더라도 당시 누구나 원한의 대상이었던 이기붕일가의 죽음에 박수를 치고 있었지 정작 그 사람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는 관심이 없었던 시기였다.   배에 총을 맞고 머리에 총을 맞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 것이다. 누군가 총을 쏘고 자살로 위장을 했다는 이야기가 사실 맞는 말이다.   당시 국민감정에서는 그들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을만큼 분노가 팽배했던 것이다. 차라리 그들이 자신들의 죄를 다 가지고 가는 일가족 자살을 택했기에 그나마 국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았던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은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만일 진짜로 자살을 했더라면 이기붕과 박마리아만 죽었을 것이다. 왜 새파란 아이들까지 죽일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곽영주는 이승만을 따라갔더라면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그는 국내에 있었고 그것으로 사형을 당한 것이다. 인간의 운명과 원초적인 주먹들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야인시대...   주먹이 아니면 행세를 하지 못했던 자유당 정권하에서 군대는 왜 일찍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았던가.   결국 군인들이 참다가 참다가 일어선 것이다. 그것으로 야인시대는 막을 내리는 것 같다.   박정희의 등장은 깡패소탕의 명분이 강했던 것도 바로 그 시대가 깡패의 시대였기 때문이었다.   이화룡이나 정팔 그리고 신상사와 맨발 등이 미리 구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더큰 사법처리를 피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다.   독사나 고바우 그리고 권상사나 낙화유수등이 다 가벼운 징역형을 받은 것도 그들에게는 위안이었을 것이다.   눈물은 어떻게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눈물이 야인시대를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