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izee (알리제)
프랑스 대중 음악의 두 거목 밀렌느 파머(Mylene Farmer)와 로랑 부토나(Laurent Boutonnat)가 자신 있게 선보인 프렌치 팝의 떠오르는 샛별 알리제(Alizee)는 데뷔 당시 나이가 불과 16세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이를 떠나 알리제의 등장은 2001년의 가장 흥미로운 화제였다.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 주연의 원조교제를 다룬 영화 <로리타(Lolita)>의 흥행은 프랑스 내에서 '로리타'가 원조교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유행처럼 번져 있었고, 이 때를 맞춰 알리제가 'Moi... lolita(나는 로리타예요)'라는 노래로 수면 위를 박차고 등장한 것이다. 온실의 화초처럼 품위 있고 귀하게 자랐을 것만 같은 그녀가 법적으로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세계를 또 한번 경악시켰다.
이 당돌한 16세 소녀 알리제의 데뷔작 <Gourmandises>는 대중음악의 보편적인 언어가 아닌 불어 앨범임에도 세계적으로 4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신인 가수 알리제의 이름을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만들었던 문제의 'Moi... lolita'가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싸늘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 위를 미끄러지는 그녀의 허스키한 음색은 10대의 음색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매력적이고 성숙하다. 프랑스 차트에서 'Moi... lolita'는 무려 46주간 머무르며 러시아, 벨기에, 스페인 등 유럽 전역에 알리제 열풍을 일으켰다. 이듬해 열린 NRJ 뮤직 어워드는 알리제를 최고의 신인으로 지목해 유럽 내에서 '로리타 신드롬'의 여파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2년만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Mes Courants Electriques>에서는 영어와 불어를 동시에 소화해 월드 스타로서의 도약을 꿈꾼다. 여전히 몽환적이고 전자적인 분위기가 맥을 잇고 있는 이 음반에서 첫 싱글 'I'm fed up'(J'en ai merre'의 영어 버전)이 전 유럽 차트를 석권하는 성공을 이었다.
다채로운 클래식 바이올린의 연주가 돋보이는 이 곡은 알리제의 어색한 발음이 정겹게 들릴 정도로 매력을 발휘한다. 공허한 사운드가 일품인 후속 싱글 'I'm not twenty'는 청자의 귀를 끊임없이 자극하는 강한 흡입력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네 살부터 연마(?)했다는 깜찍하고 요염한 댄스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인다.
미국과 영국이 가수 발굴 프로그램으로 떠들썩하더니 프랑스도 '스타 아카데미'와 '팝스타'등의 TV 프로그램으로 점차 고유의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듯하다. 알리제 역시 아직은 프로듀서에 의해 노래하는 아이돌 스타지만, 자국의 음악과 언어의 매력을 최대한 살릴 줄 안다면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에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는 비 영어권의 음악이지만 그의 노래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서늘한 사운드는 들을수록 심취하게 만드는 강한 중독성을 품고 있다. 또한 영미권의 음악을 주로 듣는 음악팬들에게 프랑스 대중음악의 현 주소를 소개했다는 점에서 일회용 가수로 버려지기에 알리제는 매우 특별하다.
21세기에 노래와 춤, 미모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까지 고루 겸비한 괜찮은 하이틴 스타가 탄생했다. 그녀의 이름은 로리타가 아닌, 알리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