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무녀교 중간에서 바라본 낙조가 아름답다. |
|
| 가을 내내 단풍과 낙엽에게만 여행객들이 시선이 몰아주자 섬들은 자신들도 봐달라며 아우성친다.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어서 아주 호젓하다며, 한적하게 늦가을 여행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며 연신 파도 소리를 날려보낸다. 그래, 이 늦가을날 나 좋다고 온몸으로 소리치는 섬들을 만나보자.
■군산 선유도
선유도로 향하는 배의 출발시각은 물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필히 여객선사에 문의하고 예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후 1시20분에 출항할 경우 2시40분 선유도에 도착한다. 군장산업단지도 지나고 비응도 풍력발전단지도 지난 배는 새만금방조제를 옆구리에 끼고 줄곧 남진한다. 먼바다가 아니라서 물결은 잔잔한 편이라 배멀미로 고생하진 않는다. 선유도에 도착하면 민박집 주인들과 전동카트를 운영하는 마을 사람들의 호객 행위가 잠시 벌어진다. 섬 여행을 자주 해본 여행객들이라면 미리 민박집을 예약했을 터이니 그들이 갖고 나온 승합차에 몸을 실으면 된다.
선유도라, 신선들이 놀고 갔을 만큼 아름다운 섬 아닌가? 그러나 도보로만 여행하기에는 제법 섬이 크다. 선유도를 중심으로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가 모두 교량으로 연결돼 있으니 선유도에서 첫날 밤을 맞기 전 이 섬들을 골고루 돌아보려면 자전거를 빌리든 전동 카트를 빌리든 선택해야 한다. 이곳의 교량들은 승합차가 넘어다니지 못할 정도로 폭이 좁고 무엇보다도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 기왕 설치하는 다리,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보험이 되는 것도 아니고 불법 영업인 줄 뻔히 알지만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전동 카트를 빌린다.
다소 위험할지도 모르는 전동 카트를 타고 가장 먼저 가볼 곳은 대장도의 대장봉이다. 이 봉우리에 서면 그림엽서나 관광 홍보물에서 숱하게 보아왔던 풍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대장도의 섬마을풍경이라는 민박집 뒤로 등산로가 나있다. 비록 올라가는 것이 힘들지만 대장봉 봉우리에 서서 선유도 일대 전경을 감상해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대장도와 하나로 연결된 장자도, 선유도, 무녀도는 물론이고 남쪽으로 멀리 변산반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
|
|
|
▲ 선유도 포구의 한 아낙이 말린 박대를 거둬들이고 있다. |
|
| 대장봉 등산이 내키지 않는다면 조그만 포구들을 기웃거려본다. 고깃배와 빨랫줄에 매달린 생선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초분 공원도 한번쯤 눈여겨 볼 일이다. 원추형 초분, 삼각형 초분, 나무에 얹은 초분 등 형태가 다양하다. 실제 초분은 아니고 옛날의 전통을 살리고자 일부러 만들어 놓았다. 다시 보건소 등이 있는 주거지역으로 돌아오면 망주봉과 선유도해수욕장 등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선유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는 일몰 감상 포인트이다. 늦은 밤, 달빛을 받아 환하게 빛나는 망주봉의 바위는 과연 신선들이 놀고 갔음직한 풍경을 드러낸다. 물빠진 갯벌로 내려가 밤바다의 정취를 맛보고자 신발 푹푹 빠져가며 잠시 산책하는 것도 선유도에서 경험해보는 즐거움이다.
이튿날 아침 9시40분에 출항하려는 배를 타려고 선착장으로 가니 주민들이 일찍부터 낚시를 즐기고 있다. 어느새 문어가 걸려든다. 아직 선유도 바다가 살아 있구나.
●여행정보(지역번호 063)=군산시청 관광진흥과 450-4554, 계림해운 467-6000, 한림해운 461-8000,
●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 군산나들목→금강철새조망대→채만식문학관→군산내항→연안여객터미널→선유도
●맛집=선유도 내 바다횟집 겸 펜션(011-678-3459), 그리운 그집 이모네 포장마차(010-9696-8714), 평사낙안횟집(465-2620) 등.
●숙박=섬마을풍경(011-9446-1149), 우리민박(465-0657), 망주봉산장(465-8017), 중앙민박(465-3450), 안정모텔(466-4886), 한세월파크(466-7477) 등.
|
|
|
|
▲ 신천목장에서 감귤껍데기를 건조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
|
| ■제주도
제주도는 여행 명소도 많고 여행 주제와 일정도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늦가을에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감귤체험의 명소인 남부농업기술센터의 농업생태원(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을 찾아가보도록 한다. 다양한 감귤 수종이 자라는 유리온실, 친환경 감귤체험장, 미로원, 녹차원, 농업인정보화?여성문화회관, 감귤판매전시관 등이 주요 시설이다. 먼저 온실에 들어 감귤의 여러 종류를 공부하고 체험장으로 나가 감귤 따먹어보기를 즐긴다. 잘 익은 감귤을 한 손에 잡고 한 방향으로 다섯 번 돌리면 가지가 상하는 법 없이 잘 떨어진다. 새콤달콤한 맛과 향이 온몸에 제주의 기운을 실어넣어준다.
감귤밭의 향기를 뒤로 하고 여성문화회관 1층의 가공실로 들어선다. 다양한 감귤 가공 체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먼저 감귤잼 만들기에 나선다. 감귤 알갱이의 속껍데기를 잘 발라내고 후라이팬에 올린 다음 설탕을 넣고 센불에서 끓인다. 거품을 걷어내고 또 설탕을 넣고 하길 두세 차례. 드디어 내 손으로 감귤잼이 만들어진다. 잘 만들었는지 맛을 보자고요? 넵. 바로 옆에 식빵이 준비되어 있슴다. 모두들 식빵 조각에 잼을 듬뿍 발라 입을 즐겁게 해준다.
이번에는 감귤즙을 이용한 실크스카프 염색 순서. 면장갑을 끼고, 그 위에 고무장갑을 덧끼고 하얀 실크스카프를 감귤염색물에 담근 뒤 조물조물. 쉬지 말고 30분을 하시길. 그런 다음에는 선생님들이 알아서 매염제에 넣었다가 건조까지…. 체험거리가 또 남아있다. 감귤비누만들기. 비누베이스를 녹이고 틀에 부어 모양을 낸다. 하트 모양에, 공룡 모양에, 아이 러브 유 문양까지 마음대로 만들어본다.
이곳 농업생태원에서 감귤따기 체험은 매년 10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감귤 가공 체험은 매년 11월 초부터 12월말까지 운영되므로 미리 시기와 비용 등을 알아보고 신청하면 좋다.
|
|
|
|
▲ 농업생태원 체험여행 프로그램 중의 하나인 감귤잼 만들기. |
|
| 기왕 제주 감귤을 만나러 나선 길이니 서귀포감귤박물관(서귀포시 신효동)도 만나본다. 제주도의 상징이자 섬사람들의 삶을 지탱해주는데 큰 구실을 해냈던 감귤의 이모저모를 한 자리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내전시실을 도는 동안 관람객들은 때로 감귤꽃 향기에 취하고 때로 구슬땀을 흘리며 감귤을 재배한 제주 농민들의 숨결도 느껴보게 된다. 박물관 옆 온실은 세계감귤원, 아열대화목원, 아열대과수원으로 꾸며져 있다.
고문서 속에 등장한 제주감귤의 역사를 만날 수도 있다. ‘감귤’이라는 기록이 ‘고려사 세가 권7’에 있다.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 이형상이 화공 김남길에게 그리게 한 ‘탐라순력도’에도 감귤이 등장한다. 세계감귤원에는 일본,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지에서 자라는 80여종의 감귤이 자라나 사시사철 상큼한 귤내음을 풍긴다. 특히 우리나라 감귤원 코너에 가보면 과실 모양이 사자머리처럼 생긴 사두감을 비롯, 황금하귤, 지각, 병귤 등 제주도가 원산지인 감귤 품종도 만나볼 수 있다.
감귤껍데기가 제주의 들판을 가득 메운 진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은 신천목장. 표선면소재지에서 12번 국도를 따라 성산읍 방면으로 4km를 가면 오른편에 신천목장이 나온다. 말을 방목하는 이곳은 매년 11월부터 2월 초에 걸쳐 수십톤의 감귤껍데기를 널어 말린다. 이렇게 건조시킨 감귤껍데기는 한약재로 쓰인다. 오렌지빛으로 물든 목장 들판과 푸른 바다가 어울린 정경은 이곳 말고는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64)=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760-2655, 농업생태원 체험 문의 733-2801, 제주감귤농협 제2감귤유통센터 764-8600, 신천목장 787-3501, 서귀포감귤박물관 710-6611
●가는길=제주할인항공권 문의 / 아이러브투어 02-734-5677, 대장정여행사 02-744-8280, 보보스제주 064-742-7400
●맛집=갯바위횟집(활어회 763-3392), 대우정식당(오분작돌솥밥 733-0137), 진주식당(갈치국 762-5158) 등. 제주도에서 먹어봐야 할 향토음식으로는 다금바리나 참돔 같은 비싼 생선회 외에도 자리물회, 한치물회, 갈치국과 갈치회, 고등어조림, 해물뚝배기, 흑돼지, 옥돔구이와 옥돔미역국, 성게국, 몸(모자반)국, 전복죽, 꿩고기, 말고기, 빙떡 등이 있다.
●숙박=펜션 티파니에서아침을(남원읍 의귀리, 764-9669), 제주목화휴양펜션(남원읍 남원리, 764-7942), 서귀포자연휴양림(대포동, 738-4554), 재즈마을(상예동, 738-9300) 등.
|
|
|
|
▲ 목포를 출발한 배가 흑산도 항구에 들어오고 있다. |
|
| ■흑산도
목포에서 뱃길로 약 93km, 망망대해 한가운데 불쑥 솟아 있는 흑산도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해서 ‘흑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목포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쾌속선은 홍도에 닿기 전 흑산도에 잠시 들른다. 흑산도에 내리면 먼저 섬 내륙 일주 관광을 하고 가리비찜, 홍어회 등의 별미도 맛본 다음 섬 일주 유람선 여행에 나서야 완전한 여행이 된다.
흑산도선착장에 당도하면 단체가 아닌 개별여행자들일 경우 택시기사들이 내륙 일주 여행을 권한다. 2시간~2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비용은 한 사람이 타건 네 사람이 타건 6만원. 4륜구동차인 갤로퍼가 영업용 택시로 이용된다.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어 택시로 흑산도 일주 관광에 나선다.
코스는 선착장-진리 처녀당-상라봉 정상 진입로인 흑산도아가씨 노래비 마당-비리-심리-사리-소사리-청촌리-죽항리-선착장. 흑산도의 해안선 총 길이는 약 42km. 그러나 섬을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의 총 연장은 27.6km에 불과하다. 옥녀봉이 솟아 있는 섬의 남부지역은 워낙 지형이 험해서 길을 낼 수 없는 탓이다.
|
|
|
|
▲ 상라봉에서 내려다본 구절양장 도로와 흑산항 전경. |
|
| 일주도로 구간 중에서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은 상라봉(226.7m)이다. 이곳에 서면 흑산도 전경과 함께 예리항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돌아서면 탁 트인 다도해를 배경으로 대장도와 소장도가 눈앞을 가로막는다. 장도 너머 수평선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홍도. 상라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해상왕 장보고 장군이 쌓았다는 반월성터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다. 상라봉 진입로 입구는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서있는 쉼터이기도 하다. 진리마을에서 상라봉 진입로 쉼터 마당으로 오르자면 구불구불 쉼없이, 뱀처럼 허리가 휘어지는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정약전 선생.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으로 천주교 포교활동을 하다 붙잡혀 1801년에 이곳으로 유배되었다. 그는 유배생활 중 남서해안에 서식하는 155종의 물고기와 해산물을 채집해서 일종의 어류학 총서라 할 수 있는 ‘현산어보(또는 자산어보)’를 집필하기도 했다. 사리의 사촌서당(복성재)은 그가 후학들을 가르치던 현장이다.
흑산도에 가면 홍어를 맛봐야 한다. 홍어는 항아리에 넣어 잘 삭힌 뒤 홍어회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맛있는 부위에도 순서가 있다. ‘일 코, 이 날개, 삼 꼬리’ 순서이다. 홍어를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면 홍탁이고 김치 위에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 샌드위치처럼 먹으면 삼합이니 삼합에 막걸리를 마시면 금상첨화이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61)=신안군청 문화관광과 240-8355, 흑산면사무소 240-8607
|
|
|
|
▲ 흑산도에서 꼭 맛봐야 할 홍어회. |
|
| ●가는길=선편 문의 /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동양고속(243-2111), 남해고속(244-9915)의 쾌속선이 하루 3회 운항된다. 쾌속선에는 차량을 싣지 못하므로 목포여객선터미널 주변에 주차. 흑산도 내 마을버스 문의 흑산교통 275-9744. 동양택시 246-5006, 011-9559-1429, 개인택시 246-4110, 011-644-9776. 관광버스 275-9744, 016-651-9744. 해상유람선 275-9115, 011-633-9115.
●맛집=예리의 바다횟집(275-5152)은 홍어회와 홍어찜을 잘 한다. 영생식당(275-9241, 275-7978)은 가리비찜과 가리비탕, 가리비죽이 대표 메뉴이다. 그밖에 성우정식당(회, 275-9003), 동신횟집(회, 275-9306), 광성회식당(회, 275-9755), 흑산홍어일번지(회, 275-8585) 등.
●숙박=흑산비치호텔(246-0090~3), 백제장(275-9010), 개천장(275-9154), 보영장(275-9131), 여로장(275-9226), 산호장(275-9393), 삼성장(275-9331), 신혼장(275-9163), 로얄장(275-9310), 광명장(275-9652), 관광장(275-9110), 남도장(275-9101)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