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정말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비 온 뒤 상쾌한 날씨 속에 오후 내내 와부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처럼 막 뛰고 힘껏 달리고 까르르 웃고 실컷 먹고 따뜻하게 마시고 다정스럽게 대화를 나눔으로 둘이 하나보다 낫다를 온몸으로 누리는 진짜 신나는 운동회였습니다. 안수집사회 주관으로 개회 예배와 운동회 진행이 이루어졌는데 첫 게임부터 배꼽을 잡았습니다. 구역별로 커다란 양푼에다 각종 야채를 넣어 밥을 비벼 실컷 먹고 나서 향기로운 맥심 모카 골드 커피를 마시고 300여 명 도곡의 식구들이 운동장 스탠드에 모여 앉아 오프닝 게임을 지켜 보았습니다.
정상적인 게임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첫 게임은 교회 등록 1년 미만 남자 성도들과 담임 목사님 그리고 시무 장로님들을 모시고 서로 둘씩 짝을 이루어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진 사람의 머리를 노란 고무줄로 묶는 게임이었습니다. 너무 너무 웃기고 배꼽을 잡았습니다. 백종용 목사님은 고무줄 두 개 묶으셨는데 귀엽고 깜찍하셨고 가장 웃기는 커플은 오경석 목사님과 그냥 나가신 안형준 안수집사님이셨습니다. 안 집사님이 계속 지셔서 여러 개 머리에 고무줄을 묶으셨는데 커다란 덩치에 그렇게 귀엽고 웃길 수가 없었습니다. 유길준 집사님도 많이 져서 여러 개 묶고 들어와서 내가 풀러 주었습니다.
다음 게임은 다섯 명씩 달려가서 풍선을 불어 터트리면 그 안에 '미션'이 있습니다. 나는 60세 이상 분과 뛰라여서 얼른 관중석 앞에 앉은 할머니 권사님과 뛰어서 1등했습니다. 담임 목사님과 뛰기, 흰 운동화 들고 뛰기, 전도사님과 뛰기, 그냥 뛰기, 사회자와 뛰기, 김씨 성을 가진 사람과 뛰기, 오늘 생일인 사람과 뛰기, 안경 낀 사람과 뛰기 등등 아주 다양했습니다. 홍삼 비누 하나씩 선물로 받았습니다. 다음은 단체 줄넘기였습니다. 신나고 재미있었습니다. 전도회별로 했는데 6여전도회는 나와 최숙현 집사님이 줄을 돌리고 다섯 명이 들어가 뛰었습니다. 27개인가 했는데 새가족부는 80개를 해서 경이롭게 1등을 했습니다. 호흡이 잘 맞기로는 안형준 집사님이 회장이신 3남전도회가 최고였습니다.
남녀 혼합 축구도 참 치열하고 흥미진지했습니다. 남자는 패스만 가능하고 여자가 호각 불면 안고 달릴 수도 있고 골도 넣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이 발에 오지를 않습니다. 발에 와도 헛발질만 합니다. 제대로 우리팀에게 패스를 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자의 호각 소리가 나면 손으로 안고 뛸 수가 있는데 난리가 납니다. 여자들이 달려 붙어서 공을 잡은 사람이 꼼짝을 못 합니다. 나도 한번 잡아 봤는데 안경이 땅에 떨어질 뻔 했습니다. 1:0으로 청팀이 이겼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기관별 이어달리기였습니다. 유치부 병아리들부터 장년부와 교역자팀에 이르기까지 다 뛰었습니다. 반 바퀴씩 커다란 바톤을 들고 뜁니다. 우리팀은 한번 넘어지는 바람에 지다가 막판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1시부터 시작된 전교인 야외예배 운동회는 행운권 추첨까지 마치고 나니까 6시가 다 되었습니다. 사회자 황병철 집사님의 돋보이는 진행으로 게임마다 재미가 더했습니다. 담임 목사님께서 폐회 선언을 하고 다 가고 안수집사님들이 남아서 뒷정리를 하셨습니다. 쓰레기 하나 없이 치우고 나니까 언제 체육대회를 했나 싶을 정도로 다시 깨끗해지고 조용해졌습니다. 나는 교회 광고에 금정형외과 입원으로 나왔는지라 사람들마다 이렇게 뛰어도 괜찮냐고 안부를 묻습니다. 입원환자가 하루 외출 나와서 너무 열심히 뛰니까 '나이롱 환자'아닌가 할 정도였습니다. 나이롱은 아니고 진짜 환자이긴 한데 약기운인지 아니면 마음이 즐거워서 다 나아버렸는지 하나도 아프지 않고 신나고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지난 주일 내내 답답한 병실에서 단조롭고 지루하게 생활하다 상쾌한 공기 마시며 철쭉꽃도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뛰고 달리니까 둘이 하나보다 낫다는 설교 말씀처럼 어찌나 즐겁고 유쾌하고 행복한지 목디스크 병이 다 나아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구원' 다음이 '만남'의 복인데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온몸으로 체험하는 하루였습니다. '대한 예수교 장로회 도곡교회 2009년 4월 26일 전교인 야외예배 기념'이라고 적힌 연두색 수건을 볼 때마다 그리울 것입니다.
첫댓글 역시 피곤하시지도 않으셨나보네요. 아님 너무 즐거워서 늦은시간에도 이런 글을...
자다 깨서 쓴 글입니다. 이 시간에는 깨어 있어 본 적이 거의 없는데 아마도 글을 쓰라고 깨워주신 것 같아요. 야외 운동회가 너무 좋아서 아직도 생생합니다. 샬롬.
병원에 계셔야될 집사님이 어~ 운동장에 있는걸 보고 내가 주보를 잘못 봤나 했는데 그랬군요 쾌유를 빕니다... 그리고 열심히 하시는 모습들이 넘 보기 좋았습니다... 수고 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주보와 광고에 입원 환자가 너무 열렬히 뛰어서 저도 제가 환자인가 했습니다. 오늘은 다시 병원으로 가서 10시간 링거 주사 맞고 왔습니다. 마음의 즐거움은 양약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어제 하루였습니다. 샬롬
뜻밖에 유집사님의 밝고 건강한 모습 볼수있어서 좋았습니다. 빠른쾌유 기원합니다
오리가 누구신지 궁금해요. 혹시 곽중호 집사님 아니신지요? 맞을 것 같아요.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