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행어를 알려면 손주들과 대화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런데 아이들과 문자를 주고받을 때는 거의 통역이 필요할 정도이다.
카카오톡으로 초등학교 5학년인 손녀를
칭찬하는 문자를 보냈더니 회답이 <ㄱㅅ ㄱㅅ> 이다.
풀이할 길이 없다.
암호 풀이에 골몰하다가 혼자는 도저히 알 수 없어서
6학년 손자에게 물었다.
‘감사 감사’의 약자라는 것이다.
엊저녁에 뭘 했느냐고 했더니 친구 <생파>에 갔었단다.
‘생일파티’의 준말이란다.
깜짝 놀란 것을 ‘깜놀’이라고 한다.
아이들만의 어이없는 언어세계를 절감한다.
하긴 우리도 어릴 적엔 어른들이 모르는 우리만의 은어가 있었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외침은
당연하면서도 비장한 각오였다.
나라의 문을 닫아걸고 외국과 외국인을 배척한 쇄국정책으로 인하여
산업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국권을 침탈당한데 따른 반성이자
제3의 물결이 넘실대는 정보화의 대세에 따른 올바른 선택이었다.
수십 년간 국력을 기울인 결과
대한민국은 정보화에 성공한 정도를 넘어
이제는 IT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최강국으로 우뚝 올라섰다.
따라잡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일본을 멀찌감치 따돌려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단숨에 치유해버린 쾌거라 하겠다.
지금까지는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데 급급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세계를 향하여 K-Pop과 스마트폰을 앞세워
문화와 문명의 발신자(發信者)라는 자부심을 누리게 된 것이다.
IT로 세계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는 IT 시대의 그늘이 있다.
어렵사리 컴맹을 면하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스마트폰이다.
휴대폰으로 문자 보내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도
상당한 공력을 들였건만 휴대폰의 문자에서
스마트폰의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카카오톡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한다.
눈이 핑핑 돌 지경이다.
그 무궁무진한 속을 총기가 젊은 시절 같지 않은 지금
속속들이 알려고 하는 것이 무리일 수밖에 없다.
아무튼 내가 필요한 만큼만 알고 사용하면서
시대에 뒤지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철벽같던 중동의 독재자들을 몰아내고
그토록 견고한 미국과 유럽의 자본주의체제를 위협하는 SNS,
페이스북과 트위터와 카카오톡으로 SNS를 체험하지 않고는
스마트폰의 진면목을 알 수 없을 터이다.
그중 트위터는 1회에 140자 내로 제한하다 보니
자연 문장의 호흡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 영향인지 우리 사회는 진지함은 사라진 반면
경박(輕薄)해지고 경량화(輕量化)되지나 않았는지 염려스럽다.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정문일침(頂門一鍼)에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날카로움이 없지 않겠으나 그런 경우가 어디 그리 흔한가.
언어는 생물이라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인데
특히 말보다는 문자로 소통하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변화의 속도는 엄청나게 빨라졌다.
SNS로 인하여 우리말은 언어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에 싸였다.
초등학생들의 다분히 장난기와 애교 섞인 말은 그렇다 치고
지식인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조차 흔히 쓰는
<멘붕>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저 놀랄 뿐이다.
멘탈(Mental) 붕괴(崩壞)의 약자란다.
멘탈이 붕괴됐다면 미쳤다는 말인가?
아니 오히려 크게 감동받았다는 뜻도 포함됐다고 하니
통역 없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유행어이다.
아무리 언어는 생물이라지만 약어(略語)가 지나쳐
우리말이 멍들고 있다는 걱정을 지울 수 없다.
괴기한 시류언어요 축약된 변종언어이다.
진지하고 지적인 사람의 설 곳이 점점 좁아진다.
우리 사회에 범람하는 피폐하고 천박한 언어의 흙탕물이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빈약한 언어와 비속한 언어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
진지하고 세련된 언어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언어의 돌연변이가 심각한 언어의 왜곡을 초래한다.
앞으로 지속될 리 없는 일시적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겠으나 걱정하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하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구꼴통인 꼰대의 푸념만은 아닌 성 싶다.
특히 정치인들의 핏발선 적대적 언어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오염시킨다.
‘나 꼼수’라는 저질 인터넷방송이 보여주듯
우리 사회의 언어적 병리현상에도 불구하고
KBS의 우리말 겨루기라는 TV프로가 있다.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반에 방영하는 이 프로는
모든 TV프로 중 단연 으뜸이라고 단정한다.
낱말 맞춤법 띄어쓰기 등의 문제를 고루 출제하여
예심을 통과한 출연자들이 겨룬다.
우승하면 우리말 달인의 칭호와 함께
3천만 원이 넘는 상금까지 받는다.
전 국민으로 하여금 재미있게 우리말 공부를 하게 하는
몇 안 되는 훌륭한 프로라서 볼 때마다 흐뭇하다.
표준어규정이라는 것이 있다.
대다수 일반인은 거의 모르는 규정일 것이다.
우리 고교시절에 한글맞춤법통일안이라는 것을
정리하고 다듬어 우리말의 표준을 정해 놓은 규범이다.
한글사전과 함께 가까이 두고 늘 참고하면서
이제는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될 만큼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의 또 다른 그늘을 경계한다.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리차드 클레이더맨
첫댓글 언어는 대체로 그 사람을 표현한다고 들었어~ 요즘의 경박한 사회는 경박하고 천한 언어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사회 지도층 특히 정치한다는 사람들의 언어는 도저히 못들어 주겠지~~~건듯하면 사생결단한다고 해도 활복하는 놈은 못보았으니~~~아이들도 어른들 따라하니 말조심합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사용해본지 아직 3개월도 안되지만
스마트폰의 기능이 하도 많아서 그걸 모두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 노털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따라오기가 어렵게 돼있는거 같습데다.
아직은 내용 파악도 안되고 사용법을 몰라 불편한게 많지만
편리한 것은 틀림없는거 같습니다.
자꾸 자꾸 익히면 익힐수록 편리하다는 생각이 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치매예방에 효과가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신제품이 생산되고 특히 I/T분야는 어제가 옛날인데,
우리나라 3,000만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지랄(?)을 하지만 나는 아직 나의 필요성 여부보다
이것이 주는 부정적 영향이 못 마땅해 갖고싶지 않다. 역사적 흐름(?)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세월이 갈 수록 옛날이 그리워지는 건 내가 수구꼴통인지 지나친 향수병인지 모르겠수다.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뒤지지는 않아야겠다 싶지만 너무나 빠른 속도로 변하니 정말 어지러울 지경이다.
스마트폰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여 지는 요즘입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생각날 때 질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