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네거리역 앞의 상가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다세대·다가구주택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줄을 지어 빼곡이 들어서 있다. 어떤 곳은 똑같은 집들이 판박이처럼 늘어서 있어 재미있는 광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신월·신정뉴타운에는 다른 뉴타운지역과 달리 무질서하게 얽혀있는 미로 같은 골목길은 거의 없다. 반듯하게 정리된 골목 양쪽으로 집들이 늘어서 있긴 하지만 역시나 골목은 주차하기엔 여유가 없을 정도로 좁고, 주택들도 매우 낡아 있다.
신남초등학교 인근의 1구역 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주택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비 새는 지붕에 덮어놓은 천막, 부서지기 직전의 녹슨 철제 대문, 외풍을 막는다고 겹겹이 붙여놓은 창문의 비닐들이 삶의 고단함을 말해주는 듯 하다.
그래도 초등학교 하교시간인지 재잘거리며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 다른 뉴타운의 무거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도 보여준다.
∥신월·신정뉴타운은
서울시 2차 뉴타운의 하나로 지정된 신월·신정뉴타운 사업은 양천구 신월2동과 6동, 신정3동 일대 70만700㎡(21만여평)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뉴타운 일대는 1960년대 서울시의 도심재개발로 인한 철거이주민들이 집단으로 정착했던 단지 중 하나로 매우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이는 곳이다.
이 곳은 남부순환로, 강서로, 신월로 등의 간선도로에 인접해 있고 2호선 지선인 신정네거리역이 있어 교통여건은 뛰어난 편이지만 주거환경이 극도로 열악해 뉴타운으로 지정되었다.
뉴타운 남쪽에는 계남 근린공원(신정산)이 자리잡고 있어 친환경 뉴타운으로도 손색이 없다.
지난해 발표된 뉴타운 개발 기본계획에 따르면 뉴타운지구 내의 정비사업 구역은 신월동 쪽의 재개발 1구역과 신정동 쪽의 재개발 2구역으로 나뉘며 1구역은 1-1, 1-2, 1-3, 1-4구역이 사업을 추진중이고 2구역은 2-1, 2-2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밖에 신정네거리 인근의 도시환경정비사업1, 2, 3구역과 재개발1구역과 2구역의 사이에 위치한 계획관리1, 2, 3구역, 뉴타운 북쪽을 휘감고 있는 신월로와 인접한 자율정비1∼6구역 등으로 나뉘어 있다.
재개발 2구역 인근의 황금공인중개사에서는 “현재 뉴타운지역은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토지거래 허가제로 인해 거래자체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개발 기대감으로 10평 전후의 소형물건은 평당 3천만원까지 오른 상태로 매물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재정비촉진지구 추가지정
신월·신정뉴타운은 뉴타운 기본계획이 나온 상태에서 지난해 말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재정비 촉진지구로 추가 지정됐다.
재정비 촉진지구 신청을 한 양천구청에서는 촉진지구 지정에 따른 여러 인센티브 중 정비구역 지정 요건 완화가 가장 큰 고려대상이었다고 밝혔다.
현재 계획관리1∼3구역과 자율정비6구역은 기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는 정비구역 지정 요건에 충족되지 않아 당분간 정비사업이 어려운 실정이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완화된 요건을 적용해 구역경계를 조정하면 상당부분 정비사업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신월·신정뉴타운은 이미 뉴타운 기본계획이 서울시의 승인을 얻은 바 있어 지난해 말 촉진지구 지정 당시 촉진계획도 함께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 중 도촉법에 따른 정비계획 부분을 손질할 필요가 있어 양천구에서는 이 부분을 검토해 최종 재정비 촉진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올해 초 용역발주에 들어가 정확한 날짜를 예상할 수는 없지만 연내에는 재정비 촉진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구역지정을 받은 재개발 1구역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구역지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재개발 2구역과 계획관리구역, 자율정비6구역 등은 구역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재개발구역에서는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으로 인해 촉진계획 수립시까지 사업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촉진지구 지정으로 인한 인센티브가 사업지연으로 인한 부담보다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어떻게 개발되나
신월·신정뉴타운은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되면서 촉진계획을 변경하고 있지만 지난해 발표된 뉴타운 기본계획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신월·신정뉴타운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남권의 대표적 낙후지역으로 손꼽혔던 신월·신정동 일대는 뉴타운 사업을 통해 해누리 영상문화타운으로 변모하게 된다.
신월·신정뉴타운은 주거기능만의 베드타운이 아닌 상업, 생산시설이 복합된 ‘도시 속의 작은 도시’로 개발된다.
뉴타운 남쪽의 계남 근린공원(신정산)과 연계한 순환형 녹지축(Eco-Ring)을 조성하고 건축 유형 다양화와 주거 밀도 조절을 통해 충분한 일조권과 조망권을 확보한 ‘해누리 타운’으로 변모된다.
신정네거리 주변지역을 영상문화산업의 중심지로 집중 육성해 패션, 화장 및 분장, 미용, 소품, 음반·영화제작, 연예학원 등 각종 영상 관련 산업과 상설전시장, 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유치해 목동 방송가와 부천, 여의도를 연계한 영상문화의 중심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또한 영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 관련 콘텐츠를 개발·제작할 수 있는 영상문화센터와 방송 및 영상 관련제품을 생산하는 대규모 아파트형 공장(영상테크노센터) 등도 함께 건설하기로 했다.
뉴타운을 가로지르는 ‘해누리 문화의 거리’를 조성해 중심생활가로로 활용한다. 문화의 거리는 폭 20m의 거리를 차도는 2차선으로 좁히고 자전거도로와 보행녹도를 확보해 전시·관람공간, 청소년 문화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노천카페ㆍ전시장ㆍ거리공연장ㆍ생태연못 등 다양한 문화·복지시설을 배치해 지역 주민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신월·신정뉴타운에는 전체 1만4천여 세대 중 세입자가 60%를 넘어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전체 공급세대의 35%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건설해 원하는 세입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세입자의 절반이상이 1인 가구로 구성되어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을 위한 스튜디오형 주상복합 임대아파트도 공급할 계획이다.
∥강남에 버금가는 신흥주거지
목동 신시가지로 대표되는 양천구는 최근 강남에 버금가는 일등 주거지를 위해 다양한 개발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신월·신정뉴타운사업뿐 아니라 벌써 지은지 20여년이 된 목동아파트들의 리모델링과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양천구는 아파트 단지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 86년부터 서울시내의 신도시로 개발된 목동ㆍ신정동 일대 132만여평에는 14개 단지 2만6000여가구가 입주해있으며 2000년에 입주한 신정동 신트리지구가 5개 단지에도 3400여가구가 있다. 여기에 현재 추진중인 신월ㆍ신정뉴타운 21만평이 완공되면 아파트 1만2000여 가구가 추가된다.
이는 면적으로 따져도 양천구 전체 면적 526만평의 약 3분의 1, 주거지역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165만평 규모로 양천구 거주자의 대부분이 아파트단지에 거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양천구는 UN평화대학의 아시아ㆍ태평양지역센터 유치와 목동운동장에 국내 최초 돔구장 건설, 오목근린공원에 700여평의 조각분수 설치 등 굵직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또한 지난 2003년 말 용도 폐기된 신월정수장 부지에 선유도공원과 같은 생태공원을 조성해 시립콘서트홀과 신월정보도서관, 인공호수 등을 만들어 테마공원 및 복합여가공간으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이런 개발사업들이 완료되면 양천구 일대는 대단위 아파트 타운의 이점과 목동의 교육특구 성격에 다양한 복합 문화 시설까지 접목돼 명실상부한 서울의 일등 주거지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신월 · 신정뉴타운 구역별 추진상황
∥신월·신정1-1지구 - 사업시행인가 신청 준비 중
신월·신정 뉴타운 지역이 작년 도시재정비 촉진지구로 변경되면서 사업의 기본틀은 관할구청인 양천구청의 주도로 진행하게 된다. 이에 따라 당초 사업을 추진 중이던 단지들은 사업추진을 위한 재정비 촉진계획을 기다리고 있다.
사업대지를 약 15만9730㎡로 하는 신월·신정뉴타운 제1구역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연제복)은 현재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준비중이다. 조합은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됨에 따라 층수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며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재 구청(안)에 따른 사업시행계획은 대지면적 15만9730㎡에 용적률 235%를 적용해 19∼24층 아파트 31개동 16평형, 17평형, 24평형, 33평형, 45평형 총 2331세대(임대주택 포함)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조합관계자는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고심중이다”면서 “현재 사업시행인가 신청에 대한 서류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진 않았으나 조합은 오는 31일 정기총회를 계획하고 있다. 1-1구역은 1995년 9월 현대산업개발과 두산산업개발을 시공회사로 선정한 바 있으며 작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월·신정 1-2지구 - 분양신청 한창
아파트와 연립, 단독주택이 혼재돼 사업을 추진 중인 신월·신정뉴타운 제1구역2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편근배)은 현재 분양신청서류 접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작년 조합원 분양신청을 접수받은 바 있으나 신축평형에 대해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평형을 증가시켜 작년 사업계획 변경인가를 거쳐 다시 접수받고 있다.
현재 총 조합원 280세대 중 약 70%가 접수를 마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조합관계자는 “원활하게 분양신청 접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분양신청은 거의 끝날 무렵에 접수하는 세대가 많다”고 말했다.
대지면적 1만5555.40㎡를 사업구역으로 하는 1-2지구는 용적률 229.86%를 적용해 지하2층 지상 10∼20층 아파트 6개동으로 신축한다.
평형별 세대수는 12평형 61세대, 23평형 21세대, 30평형 80세대, 33평형 162세대, 42평형 33세대 등 모두 357세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 중 12평형 61세대는 임대주택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2005년 말 조합설립인가를 받은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사업시행인가 변경 작업도 마친 1-2지구는 2006년 5월 두산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신월·신정 1-3지구 - 조합 창립총회 마쳐
신월·신정뉴타운 제1구역3지구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김정순)는 대지면적 8068㎡로 인근 단지에 비해 사업부지가 가장 작다. 그러나 지난 달 8일 조합설립을 위한 창립 총회를 개최하고 이 달 초 양천구청에 조합설립 인가 접수를 마치는 등 순조롭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추후 기본계획에 따라 달라 질 수 있으나 현재 136세대를 재개발 사업을 통해 임대주택을 포함해 총 185세대로 신축할 계획이다.
∥신월·신정 1-4지구 - 임대 포함해 985세대 신축
신월·신정뉴타운 제1구역4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조합장=이광열)은 대지면적 4만726㎡를 구분소유자 757명이 소유하고 있으며 재개발 사업을 통해 임대주택을 포함해 985세대를 신축할 계획이다.
작년 9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 중이며 현재 사업시행인가를 받기 위한 건축심의 중에 있다. 계획대로 건축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7월경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건설과 우림건설이 컨소시엄으로 사업에 참여한다.
∥신정 2-1지구 - 7∼8월 구역지정
뉴타운 신정3동 2구역1지구 주택재개발 추진위원회(위원장=김병수)도 여타 지구와 마찬가지로 양천구의 촉진지구 기본계획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2-1구역은 뉴타운 재개발 사업을 통해 신축세대수가 감소할 것으로 판단하고 작년 3월 구역 내 학교신축을 제외시키는 것으로 서울시, 강서구청과 협의를 마치는 등 빠른 추진을 보였으나 지난해 말 도시재정비촉진지구로 변경되면서 사업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추진위는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현재 진행속도가 느리지만 관이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향후 일정을 빠르게 진행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정3동 2-1구역은 7∼8월 경 구역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으나 대지지분 약 8만7023.66㎡에 용적률 234.83%를 적용해 17평형, 18평형, 25평형, 33평형, 43평형, 53평형 등 총 1320세대를 신축할 계획이다. 평형은 추후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변경될 수 있다.
2005년 9월 주민총회에서 서면참석 없이 직접 투표를 통해 삼성물산을 시공회사로 선정한 바 있다.
∥신정2-2지구 - 8월 조합설립 창립 총회 계획
신정3동 재정비촉진지구 2구역2지구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위원장=이준범)는 7월 경 구역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조합설립을 위한 동의서 80%이상을 확보하는 등 후속 진행에 대한 준비 작업을 추진 중이다.
1종과 2종이 혼재돼 있는 신정 2-2지구는 총 대지면적 1만979㎡에 용적률 235%를 적용해 평균 15층 아파트 총 370세대를 신축할 계획이다.
재정비 촉진 기본계획이 나와야 구체적인 일정을 알 수 있으나 추진위원회는 7월 구역지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8월 조합 설립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10월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조합설립을 마치면 곧바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계획이다.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뉴타운에서 재정비 촉진지구로 변경되는 등 다소 혼란은 있으나 기본계획만 나오면 빠르게 사업을 진행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의서도 80%이상 확보해 큰 문제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정2-2지구는 2005년 5월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고 12월 동부건설을 시공회사로 선정한 바 있다.
권종원 · 우혜경 기자 2007-03-14 17:13: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