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석(太湖石)
임병식 rbs1144@hanmail.net
태호석(太湖石)
이웃 순천에서 세계정원박람회가 열린다기에 개막일에 맞춰 찾아갔다. 나무와 숲, 꽃과 돌로 정원을 멋지게 꾸며 놓았다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고, 각국의 정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을 끌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다채로울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막상 둘러본 행사장은 기대에 다소 못 미쳤다. 정원이 아직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곳도 있었고, 특별히 눈길을 끄는 정원석도 드물었다. 대부분 어디서나 볼 법한 자연석들로 채워져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군데군데 구획만 정해 둔 채 화초를 조금 심어 놓은 곳도 눈에 띄었다.
그나마 격식을 갖춘 곳은 한국 정원과 중국 정원이었다. 한국 정원의 돌은 친근한 느낌을 주었고, 중국 정원에는 이름난 태호석이 놓여 있어 위안이 되었다.
태호석은 중국을 대표하는 명석으로, 소주 지방 태호 일대에서 산출된다. 예로부터 기묘한 형상으로 이름이 높았고, 주로 상류층 정원에 놓이던 돌이라 한다. 구멍이 뚫리고 주름진 독특한 형태가 특징인데, 현장에 전시된 돌 역시 그러한 모습을 잘 보여 주고 있었다.
돌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형상 자체도 뛰어났지만, 역사적 이야기와 연결된 점이 더욱 흥미로웠다. 정조가 지은 기록 속에는 태호석을 솥과 함께 놓고 감상했다는 대목이 있는데, 그 묘사가 매우 사실적이다. 험준한 봉우리 같기도 하고, 웅크린 동물 같기도 하다는 표현은 지금 보아도 생생하다.
실제로 돌 앞에 서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크기도 웅장하고 형상 또한 빼어났다. 북송의 황제가 궁궐에 두고 즐겼다는 이야기도 떠올랐다. 훗날 청나라 시기 개인 정원으로 조성된 유원에 놓인 ‘관운봉’이라는 거대한 태호석은 특히 유명해 지금까지 명석으로 전해진다.
또한 시인 백거이는 집에 가산을 만들어 돌을 즐겼고, 항주에서의 관직 생활 대가로 돌 두 점을 얻었다고 기록했다. 소식 역시 기묘한 돌에 향로를 올려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즐겼다고 한다. 변화무쌍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그들을 매료시켰던 듯하다.
이처럼 역사를 품은 돌을 실제로 마주하니 묘한 감동이 밀려왔다. 옛사람들이 태호석을 사랑한 이유는 단순한 기형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돌이 상징하는 절개와 지조, 변치 않는 믿음 같은 가치도 함께 보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괴석을 실내로 들여와 감상한 인물로는 북송의 미불이 유명하다. 그는 수석의 조건으로 ‘투·준·수’를 들었는데, 곧 구멍이 통하고, 준수하며, 마른 느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투’, 즉 관통된 구멍의 의미가 늘 궁금했는데, 태호석을 보니 비로소 이해가 갔다.
실제로 눈앞의 돌은 여러 곳이 관통되어 있었고, 그 구조가 전체 형상과 조화를 이루며 묘한 깊이를 만들어 냈다. 자연이 빚어 낸 솜씨라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분재가 인간의 손길로 형태를 완성한다면, 태호석은 물과 바람, 햇볕이 오랜 세월 다듬어 만든 순수한 자연의 작품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관통석 하나를 소장하고 싶어 강가와 바닷가를 수없이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돌을 얻지 못했다. 그만큼 귀하고 만나기 어려운 대상이다.
주위를 보니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튤립의 색채에 매료된 이도 있고, 노거수의 위엄이나 실내 정원의 꽃들에 눈을 빼앗긴 이도 많았다. 그러나 내 시선은 오직 태호석에 머물러 있었다.
그것이 웅장해서도, 값이 비싸서도 아니다.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온 수석의 기원을 직접 마주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발걸음을 돌리면서 마지막으로 커다란 관통 구멍 너머를 바라보았다. 애석인들은 흔히 관통석을 통해 저편의 세상을 상상한다. 그 너머에 무릉도원이 펼쳐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 역시 잠시 속세의 번잡함을 내려놓고 그 너머를 그려 보았다. 아마 애석인이 아니고서는 쉽게 느끼기 어려운 순간일 것이다. (2013)
첫댓글 太湖石은 水石의 名品이었군요!
수석이 원래 물과 돌로 이루어진 경치이니
관통이 되고 자연적으로 잘 마모가 되면 名石인가 봅니다.
수석은 인공이 가해지지 않는 자연석 그대로인 점이 의미가 있지요. 그러다보니 자연이 만들어 놓은 각기지 형상과 물씻김과 오랜 세월의 유현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 볼만한 포인트지요. 태호석은 변화가 많고 관통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 중국이 아닌 순천 박람회장에서 불수 있었던 것이 꿈만 같았습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중국에는 태호석이 많이 있네요. 보면 볼수록 오묘한 매력에 빠지는 듯합니다.
태호석은 기기묘묘한데 박람회 개막식때 가보았더니 중국 정원에 그 태호석이 있어서 무척 반가웠습니다. 그날은 그것 하나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관운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