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규환
우리는 이말을 극도로 혼란스럽고 처참한 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씁니다.
전쟁터나 재난 현장처럼 비명과 혼란이 뒤섞인 장면을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익숙한 표현의 뿌리는 불교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본래의 의미는 우리가 가볍게 쓰기에는 너무도 무겁습니다.
불교 경전인 법화경 제3권에는 이런 구절이 전해집니다.
이 경을 비방하는 자는 아비 지옥에 떨어지리라.
여기서 말하는 아비 지옥은 산스크리트어 아비치 나라카를 옮긴 표현입니다.
아비는 무간 곧 끊임없음을 뜻합니다. 그리고 규환은 고통 속에서 터져 나오는 외침과 절규의 소리를 말합니다.
두 말이 합쳐진 아비규환은 끊임없이 비명이 울려 퍼지는 지옥을 가리키는 표현입니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지옥은 여러 층으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가장 깊고 어두운 곳이 바로 아비 지옥입니다.
경전에서는 이곳을 단 한 순간의 쉼도 없는 고통의 세계로 묘사합니다.
죽음조차 끝이 아닙니다.
몸이 불타 재가 되어도 바람불면 다시 살아나고 찢기고 부서져도 다시 고통을 겪습니다.
경전에서는 또 이렇게 묘사합니다.
몸이 불타 재가 되어도 바람이 불면 다시 살아나고
쇠로 된 새가 눈을 쪼아 먹어도 다시 눈이 돋아납니다.
죽음과 부활이 끝없이 반복되는 곳
그 고통 속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이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곳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 말을 단순히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나 그 한마디 속에는 1000년이 넘는 불교의 세계관이 담겨 있습니다.
인과와 업보 윤회와 해탈이라는
깊은 사유가 언어 속에 스며 있는 것입니다.
아비규한 그것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악행이 쌓여 도달하는 존재의 나락 그 밑바닥에서 울려 퍼지는 끝없는 절규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불교는 늘 우리에게 묻습니다.
지옥은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그것은 먼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말과 행동이 만들어가는 마음의 세계일지도 모릅니다.
법구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고 마음이 그것을 만든다.
오늘 우리가 내딛는 한 생각과 한 행동이 고통의 세계를 만들 수도 있고
자비의 세계를 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잠시 멈추어 마음을 돌아보십시오.
고통을 낳는 말 대신 세상을 밝히는 한마디를 선택하십시오.
그 작은 선택 하나가 아비 규한의 세계를 멈추는 첫 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아비규환
우리는 이 말을 극도로 혼란스럽고 처참한 상황을 표현할 때 자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