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사람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면?
제목 : 거꾸로 먹는 나이
난 10살이다. 이 때 까지 40년을 살아왔다. 나는 뿌까 뿌까 나라에 살고 있는 소미이다. 우리나라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나는 50살에 태어났다. 40년을 살고 지금은 10살이다. 우리 반 친구들은 모두 10살이다. 그런데 살아온 기간은 다 다르다. 나는 40년, 미나는 60년, 수지는 10년, 철호는 90년. 그러니까 나는 50살에 태어났고 미나는 70살에, 수지는 20살에, 철호는 100살에 태어났다는 말이다. 각자 살아온 기간이 다른 만큼 경험담도 다르다.
먼저, 가장 오래 산 철호부터. 철호는 흰 색이었던 머리가 점점 검은색으로 변하고 있고, 몇 년 전만 해도 끼던 돋보기도 이제 벗었고, 구부정하던 허리도 점점 펴져서 이제는 거의 곧다. 50년 전만 해도 버스를 타면 양보 받았는데 지금은 양보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변성기였던 목소리도 점점 맑아지고 있다. 철호의 집은 조금 가난하다. 그래서 철호는 자신이 5살 때 태어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한다. 괜히 100살이나 살아 봤자 부자도 아니고 가난한데 오래 사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호의 누나는 생각이 달랐다. 그런 누나는 철호에게 큰 힘이 되었고 철호는 누나의 가르침을 받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해서 지금은 아주 큰 부자이다. 이렇게 철호는 어려운 시절을 겪어서 그런지 철호의 별명은 고민호이다. 우리 반 선생님은 80살에 태어나셨는데 지금 20세시다. 따지고 보면 철호가 더 오래 산 격이다. 그래서 훈화를 할 시간이면 철호의 말이 더욱 깊이 있고 가치 있는 말 같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이 있을 때면 철호를 찾아간다. 누구보다 인생에 관한 고민은 잘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철호는 한 마디로 우리 반의 고민 해결사이다.
다음은, 두 번 째로 오래 산 미나. 미나는 70살에 태어났다. 미나 역시 철호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고민을 들어 준 다기 보다는 아이돌 그룹, 그러니까 가수에게 관심이 많다. 실제로 미나는 JYP 기획사에 최종 면접까지 갔던 친구다. 그런데 안타깝게 떨어지고, 다른 기획사의 오디션도 많이 봤지만 결국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미나는 60년 산 친구 같지 않다. 우리 반에서 누구보다 유행을 잘 따르고 가수에 관심이 많은 친구이다. 그래서 미나는 우리 반의 유행 이끔이다. 미나가 파마머리를 하고 온 그 날부터 갑자기 온 나라에서 파마머리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희한하게 유행을 알아 와서 먼저 시작하는 귀엽고 발랄한 친구이다. 미나는 우리 반에서 오래 산 편에 속하지만 스타일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니까, 이 때가지 말했던 것처럼 유행 이끔이! 이다.
다음은, 나! 나는 50살에 태어났다. 나는 오래 산 편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속이 깊다. 친구들을 더 잘 이해한다. 그래서 친구들은 자기가 억울한 일이 있으면 나에게 와서 털어놓는다. 그럼 난 그 친구가 큰 죄를 짓지 않은 이상은 그 친구 편을 들어주면서 이해해준다. 얼마 전에는 1년에 한 번 뽑는 특별 반장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내 역할은 진짜 반장처럼 떠드는 친구 이름 적고, 인사하고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고민이 있을 때마다 들어주고 이해해주며 해결해주는 반장이다. 나는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누구보다 친구들을 이해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따뜻한 사람이 되기까지는 파란만장한 시절이 있었다. 나는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 당하고 땅거지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는 악착 같이 일을 하고 돈을 모아서 겨우 지금처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나는 진정한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사람을 이해하고 힘든 과정을 풀어 나가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 반의 이해 해결사!
마지막으로, 제일 어린 수지! 수지는 20살에 태어났다. 원래 수지는 200살에 태어나고 싶었다고 한다. 수지는 어려서 그런지 우리 반의 분위기 메이커다. 장난도 많이 치고 유머는 짱이다. 그리고 시험을 치면 항상 일등이다. 수지는 너무 아까운 친구다. 진짜 200살에 태어났으면 훌륭한 수지의 능력을 맘껏 오랫동안 펼치다 죽을 수 있었을 텐데……. 20년 동안 수지의 능력을 보여주긴 턱 없이 부족하다. 너무 아까운 친구가 아닐 수 없다. 산 날이 얼마 안 되니 특별한 경험담은 없지만 수지는 정말 똑똑한 친구이다.
우리 반은 이렇게 모두 10살이지만 살아온 날은 수십 년이 차이가 난다. 살아온 세월이 다른 만큼 사람마다 가지각색 색다르다. 이렇듯 우리 뿌까 뿌까 나라에서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 자기가 죽을 날을 알고 죽는 것이다. 나는 40년 전 4월 8일에 태어났으니 아마도 10년 후 4월 8일에 죽을 것이다. 그래서 자기가 죽을 날까지 열심히 사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자기가 죽을 날을 아니까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사는 사람도 있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첫댓글 우아~~ 멋지다.
히히~ 고마워^^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영이가 사람을 바라보며 관찰한 내용들을 담담하게 썼다. 그래서 어쩌면 밋밋할 수 도 있었는데, 읽다보면 너의 세밀함이 발견되는 부분들에서는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주관적인 눈을 가졌다'고 칭찬하고 싶다. 생각도 많이 하는 서영이다라는 말씀!
나이를 거꾸는 먹는다는 발상이 기발하고, 그 것을 꾸며서 써 내려가는 재주도 좋다. 다음에는 인물들 간의 대립 구도로 이야기에 재미와 긴박감을 넣어서 써 보면 어떨까한다. 수고 했어요!
왠지 모르게 이야기에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들어~~ 너무 잘 썻어~
너두야!ㅎㅎ
와~정말 서영이는 참 대단해!
고마워~~
한번 봤더니 눈을 땔 수가 없어. 대단해
눈 떼야해~~ 시력 나빠져~~ㅋ
뭔가 중독성이 있는 동화야!!
하하하
히히조금만볼려고했는데...다봐버렸네
다보면 좋은거지~뭐..
대단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ㅋ
너도 잘 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