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절(主顯節)이란 무엇인가?
주현절이란 ‘Epiphany’라는 말인데,
희랍어의 ‘epiphaneia’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나타내는 것" 이라는 뜻이다.
즉 주현절은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출현한 것을 기념하는 교회의 절기이다.
이 절기에 대한 명칭이 다소 다른데 기독교에서는 주현절
또는 현현절, 천주교회에서는 예수 공현 대주일, 성공회에서는
공현절(公現節), 동방정교회에서는 에피파니(Epiphany)라고 한다.
절기의 시기는 12월 25일로부터 12일이 지난 1월 6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되는 수요일까지(2월 17일)이다.
주현절은 무엇인가요?
성탄절의 기원에 앞서 먼저 주현절(Epiphany, 1월 6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현절은 성탄절보다 시기적으로 앞서 있으며 초대교회에서는 부활절, 오순절과 함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주현절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2세기 말부터 이집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에피파니(epiphany, 현현)’란 단어는 ‘명백히 나타남(manifestation)’을 의미하는데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나타나심을 언급할 때 사용한다. 그래서 동방교회에서는 ‘테오파니(Theophany, 신의 현현)’라고 일컫는다.
주현절은 그리스도의 탄생과 세례를 축하하고 요한복음 2장의 갈릴리 가나 혼인잔치에서 예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시어 기적을 행한 것을 기념하면서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밝히 드러나셨다는 것을 보여주는 절기였다. 이러한 주현절은 4세기에 들어와 변화를 겪고 분화하기 시작했는데, 새롭게 축하하는 날로서 성탄절이 나타났으며 점차로 성탄절이 주현절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탄절이 정확하게 언제부터 지켜지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프리카에서는 312년경, 로마에서는 336년경부터 지켜 온 것으로 보인다. 그 후로 주현절은 동방교회에서는 예수의 세례를 축하하는 것으로 남았고 서방교회에서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타나신 하나님을 이방인들에게 전한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축하하는 것으로 지켜지고 있다.
성탄절의 날짜를 정하는 데 있어서도 문제가 있었다. 성경에는 예수께서 태어나신 날과 세례를 받으신 날, 그리고 동방박사들의 방문을 받은 날이 언제인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구절이 없다.
보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가운데, 초대교회의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초기의 기독교인들은 모든 종류의 생각과 추론을 동원하여 예수께서 태어난 날을 계산해 내려고 노력하였다.
236년경에 로마의 히폴리투스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실 때 태양을 만든 한 주간의 넷째 날에 예수께서 태어났음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기독교인들은 말라기 4:2의 말씀에 의해 메시야는 “의로운 해(태양)”로 여겼기 때문이다. 히폴리투스는 생각하기를 세상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날부터 창조되기 시작했으며 당시 로마 달력으로 춘분이 3월 25일이었으므로 예수의 생일이 3월 28일임이 틀림없다고 하였다. 카르타고의 감독이었던 시프리안의 작품으로 간주되는 『De pascha computus(부활절의 계산에 대하여)』(243년에 기록)에서도 춘분 이후 태양이 창조된 3월 28일이 예수의 탄생일이라고 적혀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탄생한 날이 12월 25일이라 하고 그 날을 준수한 것을 보여주는 가장 이른 문헌은 로마에서 354년에 작성된 것이다. 그 문헌에 순교자들의 매장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그 기록 가운데 예수가 12월 25일에 탄생했다는 언급이 있으며 명단에 있는 순교자들은 336년부터 매년 기념되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로마에서는 늦어도 336년부터 12월 25일이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인정되며 교회력의 시작으로 표시됐음을 알 수 있다.
과연 어떻게 하여 로마에서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게 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어진다. 이에 대한 답으로 두 가지 주요 주장이 있는데, 하나는 로마에 있었던 태양 숭배 의식과 관련하여 성탄절이 설정됐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초로 하여 성탄절의 날짜를 계산해 냈다는 것이다.
기원전 1세기에 로마에서는 태양숭배 의식이 있었으나 동지와 관련되어 있지는 않았다. 274년 아우렐리안(Aurelian) 황제는 로마 제국의 신성한 수호자인 태양신을 경배하는 주요 의식을 당시 로마 달력에 의한 동지인 12월 25일에 행하게 하였다. 로마의 동지 축제는 ‘정복당하지 않는 태양의 탄생의 날(Dies Natalis Solis Invicti)’인 동지를 기념하는 것이었는데, 동지는 낮의 길이가 가장 짧은 날로서 이 날부터 낮의 길이가 점점 길어지므로 태양이 죽지 않고 왕성해짐을 상징하는 날이었다.
기독교가 이러한 상황 가운데서 그리스도가 ‘의로운 해’로 묘사되는 것을 로마의 이방 의식과 연결시켰을 가능성이 많다. 특히 콘스탄틴 황제 이후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부터 기독교인들은 이런 상황을 복음을 전하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은 이 날을 이방인들의 제의에 대항하여 그 위에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의식을 형성하는 기회로 삼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 교회는 의도적으로 이방인들의 제의에는 반대를 하여 어거스틴도 “그러므로 현제들이여, 이 날을 엄숙하게 지킵시다. 그러나 믿음이 없는 사람들과 같이 태양으로 인해서가 아니라 태양을 만든 그 분 때문에 지킵시다”라고 성탄절에 태양을 경배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설교하였다.
성탄절의 기원에 대한 현대의 신뢰할 만한 예배학자들에 의해 제기되는 주장은 탄생이 그리스도의 죽음과 연관되어 계산되어졌다는 것이다. 즉 초기 기독교인들은 한 인간의 생이 일년씩의 단위로 형성되어 이 땅에서의 생명이 시작되는 날과 죽는 날이 같은 날이며 생명의 시작은 탄생부터가 아니라 수태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터툴리안과 히폴리투스의 문헌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죽음이 3월 25일에 있었고 따라서 성육신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3월 25일에 일어났으며 성육신은 마리아가 임신하는 순간부터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탄생은 임신하고 9개월 후인 12월 25일에 있었음에 틀림없으며 이 날을 지켜왔다는 설명이다.
성탄절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셨다고 하는 것을 기념하는 것이며, 사람들의 마음이 거룩한 신비를 찬양하도록 하여 큰 기쁨으로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축하할 수 있는 구원의 신비가 깃들여 있는 것이다. 이 신비는 부활의 신비와도 견줄 수 있다.
성탄절의 신비는 동정녀 탄생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동정녀 탄생은 신비 그 자체라기보다는 신비를 보여주는 한 방법인 것이다. 성탄절의 신비는 그 무엇으로부터 창조될 수도 없고 쇠할 수도 없는 영원하신 창조주 하나님께서 기꺼이 탄생과 죽음의 주체가 되셨다는 사실이다. 스투키(Stookey)는 이 신비를 ‘위대한 교환(great exchange)’이라고 표현한다. 신성과 인성의 교환, 영원과 순간의 교환, 그리고 생명과 죽음의 교환(카드와 선물의 교환이 아닌)이다. 성탄절은 창조시 하나님께서 주신 그러나 죄로 인해 더럽혀진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해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을 입으신 것이다.
성탄절은 교회 절기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즐거움이 깃들여 있는 때이기도 하다. 성탄절의 기쁨을 표현하는 가장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캐롤(carol)이다.
캐롤은 원래 원형으로 춤추는 것에서 비롯된 어떤 형식의 음악을 일컫는 기술적인 용어로(캐롤의 중세 영어인 carole의 의미는 반지나 원을 뜻하는 것이었다) 곡조가 성탄절에 한정되거나 종교적인 내용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내용이라도 담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성탄절에 적합한 음악으로 인식되어져 왔다. 영국에서는 성탄절에 행하는 가장 사랑받는 전통 중 하나로 ‘말씀과 캐롤의 잔치(festival of lessons and carols)’의 예배가 있는데, 성탄절 전야에 아홉 군데의 말씀을 읽으며 성탄찬송을 불렀다. 이 예배는 1880년 성공회 대주교가 옛 자료를 근거로 구성한 것을 1918년 캠브리지에 있는 킹스칼리지의 학장이 채택하여 사용하였다. 이것은 방학 때문에 성탄절 예배를 드릴 수 없었던 학교나 대학 채플에서 드렸던 예배에서 비롯된 것으로 약간씩 다른 수많은 형태가 나타났다. 이 예배는 성탄에 관한 말씀을 근거로 음악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강한 감동을 준다.
출처......남 호 목사(새부천교회, 예배학 박사)기독교타임즈 인용
주현절의 의미
1. 교수님께서 지난 주에 교회력과 예전색깔에 대하여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교회력의 어느 절기에 해당하는 것입니까?
주현절기입니다.
2. 주현절기란 어떤 절기입니까? 사실 오늘 한국교회에서는 부활절, 성탄절, 그리고 오순절(성령강림주일) 이외에는 잘 모르고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지난 주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교회력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죽음, 부활, 그리고 재림 안에서 완성되어진 우리의 구원역사를 매년 재현하는 것으로, 우리가 받은 바 은혜를 계속해서 기억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금 말씀하신대로 주현절은 한국교회에서 잘 알지도 못하고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주현절이 매년 1월 6일이어서, 현실적으로 다소 들뜬 년말연시의 분위기에 묻혀서 생각없이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 세상에 분명히 보이신 하나님의 영광을 인식하는 주현절기는 초대교회때부터 지켜온 부활절, 오순절과 더불어 기독교 3대 절기 중의 하나로 일찍부터 지켜왔습니다.
3. 그러면 주현절이라는 단어의 뜻은 무엇입니까?
주현절이란 Epiphany라는 말인데, 이는 희랍어 epiphaneia라는 말에서 온 것으로 "나타내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고대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말은 신의 가시적인 타나남이나. 신처럼 존경을 받는 통치자가 방문할 때에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이 우리 기독교의 절기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될 때, 이는 하나님께서 예수님안에서 자신을 온 세상에 계시하시고, 하나님의 영광이 예수님을 통해서 나타나셨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므로 주현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탄생하심을 축하하고, 동방박사들의 경배,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의 공생애를 시작하기 위하여 당신을 온 세계에 드러내신 세례받으신 사건, 그리고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의 첫 번째 기적을 통하여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신 사건 등을 기억하고 재현하는 절기입니다. 우리가 위의 사건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한결같이 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시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주현절은 온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축하하고 선포하는 절기인 것입니다.
4. 그러면 이 주현절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지키는 절기입니까?
주현절은 1월 6일로 확정되어 있으며, 주현절기는 1월 6일부터 시작하여 사순절 전까지 매해 4-9주간의 기간을 지키게 됩니다. 그 이유는 해마다 달라지는 부활절의 일자에 따라서 주현절의 기간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즉 부활절이 늦게 오면 주현절기 기간이 길어지고, 부활절이 일찍오면 주현절기가 길어 집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개신교회는 이 주현절기 동안 두 개의 특별한 주일들을 지키고 있는데, 먼저 주현절 후 첫째 주일(올해는 1월 9일)은 "예수님의 수세주일"로 지키고, 그 다음에 주현절 후 마지막 주일, 즉 사순절 바로 전 주일은 주님의 "산상변모주일"(올해는 3월 5일)로 지킵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서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것은 이 주현절기는 예수님의 공생애에서의 복음의 사역을 집중적으로 다루어 복음의 선교에 집중하는 절기라는 사실입니다. 특별히 빛으로 오신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영광의 빛을 그의 사역을 통해서 드러내시는 귀한 절기입니다.
5. 그렇다면 이 절기의 예전의 색깔은 무엇입니까?
이미 지난 주에 간략하게 소개해 드렸지만, 이 절기의 예전색깔은 녹색입니다. 그리고 녹색은 성장을 의미합니다. 주현절 동안 우리는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그리스도의 본성을 점점 더 확실히 깨달아 갑니다. 왜냐하면 한 주일 한 주일이 더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영광을 점점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예외적으로 주현일(1월 6일)과, 주님의 세례받으심을 축하하는 주일(올해는 1월 9일)과 주님의 산상변모주일(올해는 3월 5일)에는 흰색을 사용합니다. 그 날들에 흰색을 사용하는 것은 이 날들이 축하의 때이기 때문인데, 흰색은 빛, 영광, 승리 및 축하를 나타내는 색깔이기 때문입니다.
6. 마지막으로 주현절에 대하여 추가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네, 있습니다. 그것은 주현절이 갖는 신학적인 의미입니다. 주현절이 갖는 신학적인 의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는 이 기간이 예배의 절기라는 사실입니다. 이 절기는 동방박사가 갓 태어난 왕을 경배하러 오는 것에서 시작하여 변화산에서의 예배경험으로 끝이 납니다. 그러므로 주현절은 예수님안에서 나타나신 하나님의 영광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예배의 절기입니다.
두 번째는 이 절기는 증거의 절기입니다. 주현절은 빛의 절기인데, 빛은 보이고 드러나게 됩니다. 그 빛은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께 가는 길과 진리를 볼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그러므로 이 절기 동안 교회는 복음을 전하고, 어두운 세상에 그리스도의 빛을 퍼뜨리는 것을 강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주현절기의 한복판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주승중(장신대 실천신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