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꽃 어린입니다.
1cm 뿌리조각만 땅에 묻혀도 언제고 지상을 기어올라오는 아이.
희고 부드럽고 연약한 뿌리줄기를 깊고 질기고 씩씩하게 뻗어
쑥쟁이들보다 깊고 청미래덩굴보다 질기며 나팔꽃보다 억센
조선 메꽃의 지독한 잡초여!
요새 일삼아 배우고 있지요. 하나 하나 삽으로 떠서 뽑으며,,,
위에서 초록으로 끌어올리지 못하면 하초가 약해져 슬슬 자취를 감출거라며...
한 움큼씩 씻어서 그늘에 말립니다. 탕약에 넣으면 깜하야
맛도 효능도 꽤 만족스러워요.^^
두 손에 받아 마시면서 땅속 깊은 하심(下心)을 배우고, 비밀스런 저장력을 배우고,
작둣날에 넣어도 더 많이 되살아나는 화려한 분신술에 취합니다.
하여곰
이도 배웁니다. 돌봐주지 않으면 시나브로 죽어가는
저 소나무 말이죠. 소나무에 붙는 갖가지 병충에 대해 방제가 늦었어요.
양순님께 미안하고 나무님께 미안합니다.
내 무지와 게으름과 턱없는 기도와 엉터리 돌봄이 낳은 '수작'이죠.
세 그루가 죽어서야 깨닫습니다. 제가 세상의 풀약을 안다 떠벌이면서도,
소나무를 가장 사랑한다 자랑하면서도, 그림이 저와 같으니 어쩝니까?
소나무 한나 못 살렸으니 '소나무 사랑'의 유별난 자랑도 이제 끊어버려야겠지요.
재조가 모자라기로 아마추어 수준인 농약사 사장님도 그렇지
내가 그 '입제'를 기대하였는데 자꾸 물약을 주더니 이제사 입제를 쓰라네요글쎄.
아직 잎에 생명이 붙어 있어 위로 빨아올리면 뿌리로 약을 멕여
충을 죽이는 방식 말입니다. 바보 농약사... 바부 정원사...
와중에 능주골 영벽정에서 날아온 기왓장에 언제 바위솔이 피어났어요.
저 몸집의 크기만큼 위로가 되는군요.
정원등과 똑 닮은 친구가 또 있었군요. 개양귀비.
정원등이 양귀비의 씨주머니 디자인을 훔쳤어요...
지난 여름에 애쓰고 갖다놓은 멀구슬나무가
다 말라비틀어져 또 한나 갖다놔야겠지 싶었죠.
새들이 심어놓은 이것을 다시 셋만 파왔어요.
교정 어디 구석이고 잘 두리번거리면 쑥쑥 솟아나 있어요.
남녘의 따스한 지역이면 어디든 잘 자라는 속성수죠.
이 친구가 작년에 심어두었던 멀구슬나뭅니다.
겨울에 얼어죽었나 바짝 말라 뚝뚝 꺾이는 것을 뽑아다 버리려는데
저 나무의 밑둥에서 새파란 새 줄기가 쓰윽~ 돋아나는 겁니다. 으윽.,,
언능 쥐도 새도 지도 내도 모르게 흙을 덮어주었답니다...
그러면 그렇지 쉽게 죽을 놈이 아니지 하며 또 배웁니다.
재준 아우가 집터의 잡초를 태우느라 홀랑 휩쓸고 지나간 불길 속에서도
잔뿌리가 많은 철쭉은 고독한 발 밑에서 희망의 초록을 쏘아올립니다...
이는 필시 멀구슬나무를 배낀 거구요.^^
독활. 땅두릅, 땃두릅이라도도 하는 이 친구를 사랑해주기로 하였습니다.
두릅나무의 새싹만 좋아라 볼떼기찜질하던 것을 이참에 포기를 갈라 옮기면서 데쳐보았더니
두릅나무와 비교해 조금도 손색 없는 쌉쌀하고 향긋한 맛에 그만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채찍처럼 낭창낭창하고 통통하며 기다란 뿌리는 말려두었다 감기 때 쓰면 다른 약재 속에서도 제 몫인
욱신거리는 근육통이나 관절통을 말끔히 사라지게 하지요.
내가 꽤 사랑하는 독초 '큰천남성'이 난리통에 모두 죽고
겨우 하나 살아났어요. 돌처럼 단단한 흙뚜껑을 열고 어찌나 애쓰는지
보드라운 땅에 옮겨주었죠.
구할 때는 개똥도 어렵 듯 버리려니 죽어도 아니 죽는
돼지감자 뚱딴집니다. 몇 주먹 안 되는 갯수를 땅에 묻고 잊었더니 2년 사이에 저라서 밭을 만들었어요.
그러고도 모자라 너른 뜰 여기저기에서 고개를 내밉니다. 작약의 새 터를 비집고 어찌나 뻔뻔한지...^^
들어가는 깊이로나 덩이뿌리의 힘으로나 메꽃에 이어
역시 퇴치하기 어려운 강적입니다. 뚱딴지 밭을 삽질로 한 개 한 개 옮기는데 사흘도 모자랐습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옵니다. 천태와 개천이가 기운생동하야
구름을 몰고 와 내 앞에서 실컷 놀다 갑니다.
아들 같고 손주같고 어버이 같고 친구 같은 저 봉우리를 지워버렸습니다.
구름이, 두 봉우리를 단칼에 자른 풍경은 또 처음 봅니다.
안개가 연출하는 작품성은 여백에 있고 칼 같은 단순미에도 있습니다.
비움과 내림과 침묵의 경지를 또한 우윳빛으로 부드럽게 가르쳐줍니다.
더도 덜도 없는 밀밀한 우주의 존재성을 우려냅니다.
지상의 봉우리란 봉우리는 모두 안개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합니다.
첫댓글 따듯하고 연한 녹차가 생각납니다.
예쁜 정원에 생사화복이 자리하고 있네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즘 행복하시겠습니다.
맞아... 잡초 대군이 일제히 몰려오는 오뉴월이니 제초제를 쓰지 않은 땅에 내 손이 얼마나 닳아서 작아질지. 아침 출근 전 두어 시간은 어찌나 빠르고, 퇴근하여 허기를 지우는 짧은 시간은 얼마나 아까운지. 행복하다는 마음을 내기도 전에 앞지르는 저 풋것들의 달음박질을 또 어뗳게 따라잡아야 하나... '근심어린 행복'이라 하면 그렇긴 해...
와하하하...
이러시다 회장님 신선되시는 거임?
구름삿갓에 구름 숄을 걸친 산할아버지들이 동생, 아우 하자고 하겠는데요?
시시로 때때로 이렇게 멋지고 변화무쌍한 정경이 펼쳐지는군요.
고놈 소나무가 떠나 온 고향생각에 향수병인지, 상사병인지...
쫌 짠하긴 하네요.
풀이고 나무고 꽃이고 사람이고...
더러는 죽기도 하고, 더러는 기사회생하기도 하고
암튼 그런게 도담세상에서 고스란히 펼쳐지고 있군요.
아, 그렁께요.
막걸리 두어되 받아 갖고 언제 가면 되냐고요~~~
아침에 일어나 안개가 걷히기 전까지는 정말이지 신선의 허연 수염을 느껴요.^^ 형님 같기도 하고 동생 같기도 하며 좌의정우의정 같기도 한 두 봉우리 앞에서만은 다른 생각에 방해를 받지 않은 걸로 보아 내가 도담에 와서 마침내 생애의 알짜배기 참 벗을 만났구나 싶답니다. 벗들이 요새 삼삼오오 식으로 들르는 편이에요. 내가 별반 초대를 안 하니 '건강상담'을 핑게로 달려와 손목을 내밀기도 해요. 내일은 박피디와 최작가 외, 6월 6일은 차오름 일행이 오시기로 하였죠. 혼자가 어색하면 서방님과 함께든 조르바와 함께든 날아오시고, 김국장님~ 오월의 여왕처럼, 장미꽃처럼 붉고 향기롭게 생일 축하드려요. 와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