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다이어리-전어]
9~10월이 제철, 11월부터 가격 뚝 떨어져
씹을때마다 고소한 맛… 뼈회가 최고!
꼬리 지느러미 매끄러운 게 자연산
"서두르소~ 11월엔 이 맛 안난다 아입니꺼"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소금구이한 전어. 촬영을 위해 조명을 치자 금빛으로 번쩍거린다. 전어도 자기 이름에 '돈 전(錢)'자가 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걸까?
너무 맛있어서 '돈을 아끼지 않고 먹는 맛있는 생선'이라는 전어. 하지만 올해 전어가 풍어라 시세가 뚝 떨어졌다. 대신 '때'가 중요하다. 9월부터 10월, 그러니까 지금이 딱 제철이다. 서울 논현동 일식당 '나리스시(成壽司)' 이병락(50) 사장은 "9월 3일쯤부터 손님상에 전어를 내기 시작했는데, 8월 말까지는 이 맛이 안 나온다"고 했다. 오죽하면 '8월 전어는 개도 먹지 않는다'는 말도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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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구이한 전어. 조명을 받자 금빛으로 번쩍거린다. 촬영협조=일식당‘나리스시’/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전어는 4월부터 6월에 걸쳐 난류를 타고 북상해 강 하구에 알을 낳는다. 봄 전어는 그래서 맛이 가장 떨어진다. 6~9월 플랑크톤과 바닥 유기물을 개흙과 함께 먹으면서 서서히 체력을 되찾는다. 9월에서 10월이면 겨울을 나기 위해 몸에 기름을 잔뜩 비축한다.
11월부터는 전어 가격이 떨어진다. 전어는 '뼈회(세코시·背越し)'로 즐길 때 풍미가 최고이므로, 뼈회가 불가능한 11월부터 가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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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어를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 뼈회(세코시). 촬영협조=일식당‘나리스시’/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이병락 사장도 "전어는 뼈회가 최고"라고 말한다. "우리는 정통 일식당이라 일본식으로 전어를 '3장 포뜨기' 한 다음 소금에 절여 촛물에 담갔다가 회와 초밥으로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어를 그렇게 드시는 한국 손님은 거의 없어요. 뼈회, 아니면 무침회로 드시죠."
시중 횟집에서는 뼈회를 뜰 때 뼈를 직각으로 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이 집은 비스듬히 썬다. 무침회에 초고추장보다 된장을 많이 쓴다. 비스듬히 잘라야 뼈가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된장은 기름기를 잡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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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금과 촛물에 절인 전어를 사용하는 전어초밥. 촬영협조=일식당‘나리스시’/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전어는 10㎝부터 30㎝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15㎝가 뼈회로 먹기에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2년쯤 자라면 15㎝가 된다. 20㎝ 이상은 '떡전어'라고 하는데, 소금구이로 먹기 알맞다.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20㎝ 정도 크기 전어를 '고노시로'라고 합니다. 가장 쳐줍니다. 15㎝ 전후의 중간 크기는 '고하다', 10㎝ 정도면 '신고'라고 부른다"고 했다.
등쪽은 청색, 배쪽은 은백색이 선명하면서 둥그스름한 몸매에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 싱싱한 전어라고 봐도 좋다. 살을 썰었을 때 단단하면서 발그스레 핑크빛이 돈다.
가을 전어에 풍부한 DHA와 EPA, 타우린은 열을 가하면 손상된다. 따라서 영양만 따진다면 회나 무침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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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싱한 전어. 몸집이 둥그렇고 등쪽 청색과 배쪽 은색이 선명하다. 촬영협조=일식당‘나리스시’/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기기에는 소금구이가 최고다. 집 나간 며느리 마음을 돌려놓는다는 전어 특유의 고소한 냄새는 전어를 구울 때 몸에 밴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는 것이다.
전어는 서해와 남해에서 다 나지만, 남해 특히 삼천포와 남해산을 최고로 친다. 전문가들은 "남해가 서해보다 물살이 세고 수온이 낮아서인지 육질이 더 탄탄하고 단맛이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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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어 무침회. 촬영협조=일식당‘나리스시’/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지난해까지는 양식산이 많았지만, 올해는 자연산이 양도 늘고 값도 싸졌다는 게 일반적인 얘기. 그러나 업계관계자는 "그렇게 얘기하면서 양식을 쓰는 집도 적잖다"고 한다.
이병락 사장이 말하는 양식산 전어와 자연산 전어의 가장 큰 차이는 '꼬리 지느러미'. 양식산 전어는 꼬리가 깨져 있지만, 자연산은 온전하다. 양식산은 몸에 상처가 많지만, 자연산은 별로 없다는 차이도 있다. "양식 전어는 (좁은 양식장에 갇혀 사니까) 서로 부딪혀 지느러미가 깨져요. 자연산은 꼬랑지가 매끈해. 아무리 몰려다녀도, 그 넓은 바다에서 서로 부딪히겠어요?"
전어는 고급 일식당보다는 잡어 횟집에서 푸짐하게 먹어야 더 어울린다. 전어는 가을 한철 먹는 생선이라 전문 횟집은 별로 없다. 그때그때 제철 생선을 쓰는 믿을만한 횟집에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 구룡포 전어횟집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부근에 있는 '구룡포 전어횟집'은 허름하지만 전어를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이 정도 가격대 횟집에서 전어 뼈회를 주문하면 대개 직각으로 뼈를 자른다. 이 집은 비스듬히 칼집을 넣는다. 전어 뼈회, 구이 1접시(5~6마리) 2만원. 상호에서 짐작했겠지만 겨울이면 과메기로 더 사랑 받는 횟집이다. (02)927-5340
● 막내횟집
손 큰 주인이 미역국, 생선조림 등을 듬뿍듬뿍 담아내는 집. 인심과 맛이 뛰어난 본점(02-755-5125)에는 늘 줄이 길다. 본점 가까운 곳에 2호점(02-776-6445)이 있고, 종각점(02-723-0885), 서대문점(02-364-0977)도 있다. 요즘 이 집 모둠회에는 광어회, 숭어 등이 올라가지만, 전어도 따로 취급한다. 전어 1접시(3~4명)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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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조선일보사진DB
● 여수집
이 집의 전어무침(3만·4만·5만원)은 고추장이나 설탕의 비중이 적고, 대신 된장이 중심이 된 양념장에 무친다. 여기에 깻잎, 무, 깨, 양파를 넣고 버무린다. 맵거나 달지 않고 점잖다. 초고추장 양념보다 전어 자체의 맛이 더 산다. '병어회·조림(2만5000원·3만5000원·4만5000원)', '홍어(3만·4만원)'도 맛있다. 가격은 고덕동 본점(02-427-5551) 기준으로, 대치점(02-557-0039)과 목동점(02-2652-2237)은 약간 차이 난다.
● 영일식당
낙원상가 뒷골목 잡어회 전문점으로 전어를 포함 여러 생선을 섞어 1접시 2만5000원 받는다. 생선이 펄떡펄떡 뛰는 맛은 적지만 초장이 매력적. 탕도 좋은 평을 듣는다. (02)742-3213
● 목포자매집
매생이국·짱둥어탕 등 남도식 해물요리로 단골을 두루 확보한 집. 회·무침 1접시 3만원(중)·5만원(대). (02)543-0729.
● 장보고 수산
뼈회로 유명한 집이다. 1접시(2인) 1만5000원. (02)362-1500
● 나리스시(成壽司)
강남서 13년째를 맞고 있는 일식당. 남해·삼천포에서 자연산 전어만 받아 쓴다. 소금과 촛물에 절인 전어로 만든 초밥도 훌륭하다. 전어 뼈회·구이·초밥 코스 1인분 5만원 정도이나 시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논현동 본점 (02)518-7711, 역삼점 (02)565-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