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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양산 백학장원 원문보기 글쓴이: hwd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우리 사회를 침식해 들어오는 산업화학물질에 관한 최신 지식들은 더 큰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다. 1986년에 의회에서 연방정부의 알 권리 법률이 통과된 후, 산업 시설에서 650종의 독성물질을 일상적으로 방출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베이스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대중들은 집 주변에 있는 공해 유발 기업을 확인할 수 있고, 연구자들은 오염물질을 추적해 암 발생 패턴과의 대조가 가능해졌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상에 독성물질 배출목록이 게시됐다. 하지만 2001년에서 2008년 사시 목록은 줄어들었고, 수천 개의 시설들에게는 더 이상 보고할 의무가 없어졌다. 2009년에는 본래 보고해야 하는 요구조건들 중 일부가 사라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보고 요건의 변화 때문에 몇 년 전에 비해 현재 우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자료는 더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환경이 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는 여섯 가지의 명확한 추세가 나타난다. 첫째로, 암의 발생 원인은 복잡하다는 인식이 자라고 있다.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보면 암 위험요인은 유전자, 생활방식, 환경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깔끔하게 구분되는 독립요인으로 떠오른다. 이 세 가지 중 유전자와 생활방식이 가장 지배적인 역할을 하며, 환경은 암의 원인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간주하는 건 몹시 순진한 처사다. 이제 암은 하나의 변수가 또 다른 변수를 수정하는 등 수많은 변수가 뒤섞여 있는 그물망에서 나온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어, 모유수유는 유방암의 좋은 예방책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전통적인 육아방법으로 볼 수 있다. 아기를 모유로 키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선택한다면 이후에 유방암에 걸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특정 유기염소계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여성의 모유수유 능력이 손상된다는 증거도 있다. 따라서 환경오염물질은 유방암 발생 위험에 영향을 주는 생활방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암 위험요인은 서로 상호작용해 직접 혹은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둘째로 후성유전학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다. 구시대적 사고에서는 우리 유전자를 이루는 구조물인 DNA를 마스터분자로 여겼다. 사람들은 나쁜 유전자가 유전되거나 좋은 유전잘에 손상이 가서 암이 생기는 줄 알았다. 혹은 유전자의 행동을 바꾸는 제3의 경로를 통해 암이 생긴다고 추측하였다. 물질들이 어떻게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지 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후성유전학의 영역이다.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되면 세포 성장이 불규칙해지거나 암에 취약해지는 방향으로 유전자 스위치를 껐다 켜게 되는데,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 유전자는 우리 세포에 명령하고 조절하는 마스터라기보다는 환경이라는 피아니스트가 치는 피아노 건반에 가깝다.
셋째로 암 이야기 속에서 내분비계 교란이라는 등장요소를 인정하는 견해가 늘고 있다. 가장 속이기 쉬운 생물체계를 가리는 대회가 있다면 나는 우리 신체의 발달과 대사작용을 관리하며, 우리를 번식가능하게 도와주는 호르몬 전달 서비스인 내분비계를 후보로 지명하겠다. 사라질 정도로 희미한 농도를 가진 수많은 화학물질들은 호르몬 신호에 개입할 수 있으며 때로는 비수하게 호르몬 신호를 모방해서 방해하기도 한다. 내분비계는 ‘진짜 호르몬’과 ‘호르몬처럼 작용하는 환경화학물질’을 놀라울 정도로 구분하지 못한 채 이런 방해 작용에 아주 잘 속는다. 성호르몬을 단순히 모방하는 일은 ‘내분비계 교란’이라는 한 가지 사항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호르몬을 활성화시키는 화학물질은 몸 안 곳곳을 순환하는 신호에 침입하기도 하는데, 심지어 ‘오비소겐’이라는 새로운 부류의 내분비 교란물질이 확인되고 했다. 오비소겐은 지방축적을 감독하는 일련의 호르몬 메시지들을 동요시키는 화학물질이다.
독성물질이 제기하는 위험은 우리가 그 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좌우된다. 그에 대한 노출이 내분비계 교란과 연관이 있다면 특히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넷째로는 시기(타이밍)가 독이 된다는 인식의 확대이다. 특히 유방암과 환경의 연관성 탐색과정에서 유방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어린 시절의 오염물질 노출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유방 발달에 변화가 생기면 나이가 들어 유방암에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 대부분의 유방암은 젖 생산구조인 유선의 일부인 말단 돌기에서 생성된다. 새로운 견해에 따르면 말단돌기의 세포수를 늘리거나 그 숙성 시기는 늦추는 화학물질은 모두 유방암 발생위험을 증가시킨다.
다섯째로 혼합된 화학물질 가운데 하나의 물질만을 분석하는 것으로는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는 혼합 화학물질에 대한 관심을 반드시 가져야하는데, 여기서 유의할 점은 실생활에서 단 하나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는 사실이다. 화학물질이 암을 유발할 잠재성을 가졌는지 확인할 때나, 발암물질로 의심되는 물질의 노출 허용범위를 결정할 때, 우리의 규제 체계는 이런 화학물질들을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일부 화학물질은 서로 유사한 세포 경로를 따라 작용하고, 그 효과는 다른 물질의 작용에 가산되기도 한다. 또 어떤 화학물질들은 더 복잡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킨다. 말하자면 하나의 농약에 노출되면 이는 체내의 효소활동을 바꾸어 그 다음에 노출된 두 번째 농약을 더 강력한 독성물질로 만드는 대사 작용을 야기한다. 비만이거나 가난처럼 다른 스트레스 요인들과 더불어, 다양한 화학물질에 동시에 노출되면 이들 각각의 변수만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암 발생 위험성이 생기는 것이다.
여섯째 경향은 사전 예방원칙을 환경적 판단을 위한 안내 규범으로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다. 이 견해는 1970년대에 독일의 숲들이 계속해서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과학자들이 연구하다가 깨달은 것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공기오염이 숲의 죽음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지를 세세하게 산출해내어 더 이상의 산림 파괴를 멈춰야 한다는 요지였다. 현재 유럽연합 조약으로 소중히 기록된 사전 예방원칙은 실질적 근거가 없고, 근거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인 손상을 야기할 상황에서는 그러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해 행동을 취할 것을 우리에게 권고한다.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물질들을 허가하기보다는, 미리 의심하는 데서 생기는 사전예방원칙의 이점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암과 관련된 합성화학물질들 대부분이 기후변화의 원인인 석유와 석탄이라는 두 자원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 두 자원을 대신할 물질을 개발하는 일은 이미 우리의 공통 과제이다. 매년 북미에 방출되는 독성 오염물질의 1/4이 미국 석유산업에서 방출된다. 여기에는 석유업체의 생산물을 태워야만 움직이는 자동차나 트럭이 야기하는 공기 오염물질은 들어 있지 않다. 석탄을 태워 작동하는 전기시설도 채광작업 못지않은 미국 내 최대량의 독성화학물질을 생성한다.
-흔적
일리노이 주의 흙에는 어두운 비밀이 담겨 있다. 일리노이 주의 농지는 주 전체 면적의 87%에 달하며, 매년 약 24,494톤의 합성농약을 사용한다. 이 화학 독성물질들은 제2차 세계대전 말에 일리노이 주에 도입되어 그 풍경 속에 조용히 녹아들었다. 1950년에 화학물질을 사용한 옥수수밭은 10%미만 이었다. 55년이 지나자 98%의 땅에 농약이 살포됐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아트라진이라는 제초제로, 2005년에는 일리노이 주 옥수수밭의 81%에 뿌려졌다. 이는 거의 1,000만 헥타르에 달하는 토지다. 지금은 그 넓은 면적에 사료용 옥수수를 재배하다보니 옥수수 그루터기에 번식하는 균류가 심각한 해충으로 떠올랐다. 당연스레 곰팡이 방지제의 사용 또한 급증했고, 시골 주민들은 과거의 아이콘과 다시 친숙해졌다. 농약 살포 비행기가 한여름 경작지 위를 낮게 날아다닌다.
1993년에는 일리노이에 있는 강과 시내의 91%가 농약으로 오염됐다. 10년 후, 어린 시절을 보낸 하천 유역의 시내와 강 속에는 31종의 농약이 섞여 있었고, 그 모든 강물 샘플에는 아트라진이 들어 있었다. 이 화학물질들은 파동을 따라 이동하는데, 봄 파종시기인 4월에서 6월 동안 수표면의 농약 함유량은 겨울에 비해 7배에 이르며 아트라진 함유량은 종종 식수의 법적 허용량을 초과한다.
일리노이 주 풍경에 각인된 일부 농약들은 당연스레 암 발병과도 연관된다. 그 중 하나가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으로서 유기염소계 농약)이다. 수십 년 전에 사용이 금지된 DDT는 화학적인 분해가 극도로 어려운 물질로, 북미에 위치한 강과 시내에 사는 생선들 속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농약이다. 2009년 미국 가가 내 농약 잔류물을 조사한 전국조사에 따르면, 부엌 바닥의 42%에서 DDT의 흔적이 발견됐다. DDT는 인간 대상 연구에서도 정자량 저하, 조기출산, 당뇨, 뇌손상, 췌장암, 모유수유 기능저하, 유방암과도 다양한 연관성을 보였다.
농약과 마찬가지로 산업 화학물질도 지하수와 시내 및 강들의 수표면으로 침투해왔다. 금속유지 제거제와 드라이클리닝 액은 빙하 대수층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오염물질로서,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암 발생과 연관이 있다. 최근 집계를 보면 일리노이 주에서도 415개의 드라이클리닝 업체들이 토양을 오염시키며, 그중 적어도 30개는 지하수를 위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DDT, 린데인, 올드린, 디엘드린, 클로르데인, 헵타클로르, 이 이름들은 지금 우리에겐 낯설지만, 레이첼 카슨이 <침묵의 봄>에서 크게 다뤘던 농약들의 출석부에 적혀 있다. 이 모든 물질과 암의 연관성이 입증된 연구가 적어도 몇 가지 존재하는데, 현재 이 물질들의 일반 사용은 모두 금지됐거나 엄격히 제한되어 있다. 이(머릿니) 구제와 옴 치료에 린데인의 지속적 사용을 허용한다는 면제 항목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이는 1983년에 대부분 금지되었고 2006년에 완전히 금지되었다.
알드린과 디엘드린은 1975년에 사용이 금지됐지만, 알드린은 1987년까지 흰개미 살충제로 사용이 허용됐다. 알드린은 흙과 우리 신체 조직 내에서 디엘드린으로 변한다. 디엘드린은 포유류의 면역체계를 억제하고 비정상적 뇌파를 생성한다. 디엘드린을 뿌린 지 10년도 더 된 목초지에 오염물질이 남아 있어 1986년 말까지도 우유에서 여전히 디엘드린이 검출됐다. 미국 내의 농업용 클로르데인 사용은 대부분 1980년에 끝났고, 헵타클로르는 1983년에 끝났다. 두 물질 모두 백혈병과 특정 소아암과 연관돼 왔다.
이들 농약의 광범위한 확산과 그에 뒤따른 금지령은 1940~1960년대에 태어난 우리들의 태아기,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시절을 대변한다. 우리는 분명 삶아서 으깬 야채 속에 든 합성농약을 먹은 최초의 세대이다. 1950년에 이런 잔여물이 없는 제품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비치넛 팩킹 사의 유아용 음식에서도 드디어 합성농약 잔여물이 검출되기 시작했다.
드라이클리닝 용액에서부터 농약에 이르기까지 위험물질들은 이곳 풍경에 무단으로 침입했고, 우리 몸의 섬유질 속에 미량이지만 쌓여가기 시작했다. 우리가 확신하는 건 이 정도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쌓여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우리는 이해해야 마땅하다.
-침묵
레이첼 카슨은 세 가지 형태의 침묵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관리국에서 승진을 거듭한 정부소속 과학자였던 카슨은 연방 정부소속 관리국에서 나오는 생태 문제에 관한 주요 논쟁의 잡음들이 좀처럼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우려했다. 그녀는 농약이 무해하다는 주장을 두고 벌어진 오랜 논쟁을 가장 면밀하게 지켜봤다. 지위 덕분에 카슨은 해충 박멸을 위한 대규모 화학물질 살포 프로그램이 사람과 야생동물에게 의도치 않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명시된 현장 보고서들을 손에 넣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큰 소리로 부정했지만 카슨의 동료들도 이 견해를 공유했다. 그러나 이 논쟁이 시민들의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문제는 해충 박멸 프로그램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한밤중에 행방불명되는 게 아니라, 그 자료가 내부서류와 전문학술지라는 일방적인 형태로 남아 있고, 후속 연구들은 심한 자금난을 겪으며, 정부 관계자들은 이들이 가져오는 나쁜 소식을 아예 귀를 막아버린다는 데 있었다.
<침묵의 봄>에서의 침묵은 괴이한 종류의 침묵을 말한다. 새의 노랫소리가 없는 화학물질로 오염된 세상이다. 실제로 카슨은 무자비한 묵살이 계속되는 가운데 생명체들이 합창하는 목소리, 즉 새, 벌, 개구리, 귀뚜라미, 코요테,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들의 목소리를 위협하는 농약과의 전쟁을 주장했다. 그리고 하나의 침묵이 또 다른 침묵을 낳고, 정부가 숨긴 비밀들이 기괴할 정도로 조용하고 생명 없는 세상을 가져오는지도 탐구하였다.
이런 침묵의 과정을 거쳐 모든 생명체의 상호 연관성이 드러났다. 카슨은 일리노이 주 이로쿼이 카운티를 침범하는 왜콩풍뎅이를 막으려다 실패한 사례를 연구했다. 1950년대 중반에 맹렬한 농약 공중살포가 반복된 이후, 많은 곤충 종들이 병들어 식충 조류와 포유류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 그 덕에 동물들은 오염물질에 오염되었고, 그 동물의 살을 먹은 이들은 또다시 병들고 죽어가며 죽음의 고리는 끝없이 넓어져갔다. 꿩부터 농장 고양이까지 그 고리 속에는 숨이 붙은 동물 하나 없는 풍경만 남았다.
한편 표적이었던 왜콩풍뎅이는 서쪽으로 계속 전진했다. 계속되는 적군과의 전쟁은 아무런 성과도 없었고, 후퇴하는 군사들이 남기는 지뢰들처럼 디엘드린의 잔여물이 물과 토양 속에 남아 향후 수십 년간의 피해를 보장할 뿐이었다. 이 모든 게 풍뎅이 없는 세상을 꿈꾼 대가였다.
카슨이 매혹된 세 번째 침묵은 직접 기록하지 않았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화학물질의 공격으로 자연계가 위험에 빠졌다는 걸 알면서도 숨죽인 과학자들 개개인이 공모한 침묵이었다. 과학자들은 대부분 의무적으로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공개 발언을 꺼렸고, 어떤 이들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라는 카슨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했다. 카슨은 <침묵의 봄>을 집필하면서 많은 정부소속 과학자들이 재정지원 중단의 두려움 때문에 입을 다문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한편 개인 서신에서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하지 않는 비겁한 과학자들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명확히 했다.
카슨은 <침묵의 봄> 출간 후, 과학계 동료들의 두려움 서린 침묵 뒤에 있는 정치적, 경제적 원인에 주의를 돌렸다. 전국여성언론클럽에서 연설할 때, 그녀는 과학학회와 화학회사 같은 영리기업 사이의 은밀한 관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카슨은 과학학회가 무역기구를 ‘제휴자’로 인정한다면 그 학회가 말할 때 우리가 듣는 건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물었다.
과거에 침묵을 강요당했던 카슨은 의학과 과학의 발전방향이 기업의 이익에 맞춰진 연계적 경제구조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름 야외조사 계획, 두 권의 책에 대한 구상과 입양한 아들을 뒤로 하고, 레이첼 카슨은 1964년 4월 14일,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1962년 카슨은 입수 가능한 모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다섯 가지 증거로 암과 환경요인의 연관성을 제시했다. 그녀는 각기 따로 놓고 보면 근거로서 불충분하지만, 다섯 가지를 함께 놓고 보면 우리가 목숨을 담보로 외면해온 경악할 만한 그림이 떠오른다고 주장했다. 첫째, 일부 자연발생적 발암물질은 생명 탄생의 순간부터 존재했지만, 20세기 산업 활동은 우리가 자연발생적으로 방어할 수 없는 무수한 발암물질을 만들어냈다.
둘째, 2차 세계대전에 이어 원자와 화학물질의 시대가 도래했고, 이제는 모체의 뱃속에서 수정되고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 산업 노동자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발암물질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다. 산업체는 발암물질을 다양한 방식으로써 대량생산한다. 이런 발암물질들은 더 이상 산업 현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반 환경까지 스며들어, 우리 일상속에서 밀접하게 접촉될 수밖에 없다.
셋째, 일반인들이 암의 공격을 받는 빈도가 증가했다. 카슨이 집필하던 시기는 전후 화학물질 시대가 열린 지 20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이다. 많은 암들이 모습을 드러내기엔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카슨은 예견했다. 화학물질 시대에 탄생한 치명적 신물질이라는 ‘이미 뿌려진 악성종양의 씨앗들’이 몇 년 내에 완전히 여물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녀의 눈에는 이미 재앙의 첫 징후가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불길한 징후는 의학적 희귀병이었던 소아암이 흔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는 인구 동태 통계와 의사들의 관찰결과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카슨의 넷째 근거는 동물에서 나왔다. 실험용 생쥐, 쥐, 개에게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농약 속 화학물질을 소량 주입한 결과 암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다가 오염된 환경에 서식하는 동물들 다수가 악성종양에 걸렸다.
마지막으로 카슨은 보이지 않는 세포 내부의 작용이 이 이야기를 확증한다고 주장했다. 카슨은 널리 흩어진 연구결과들 속에 숨겨진 몇 가닥의 빛을 모아 새로운 화학물질과 암의 연관성을 궁극적으로 해명해주는 세 가지 특성을 집중 조명했다. 신 화학물질은 염색체를 손상하고, 따라서 유전변이를 유발한다. 그리고 성호르몬을 모방해 그 활동을 방해하며 때로 대사작용을 통해 발암물질로 바뀌는 외부 화학물질 분자들을 분리해 효소가 조절하는 대사작용 과정을 대신하기도 했다.
-시간
암 사망률이 안정적이거나 감소 추세인데 발암률이 더불이 증가한다는 것은 예전에 비해 더 많은 암환자들이 더 오래 생존한다는 뜻이다. 현재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인 110만 명이 넘는 미국인들이 암을 몸에 지닌 채 걸어 다니고, 암 치료에 차도를 보이며, 심지어는 암이 완치되더 돌아다닌다. 이건 좋은 소식이다. 지난 몇십 년에 비해 지금은 암 진단을 받은 후에도 더 오래 생존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소식에는 나쁜 소식이 묻어나오기 마련인데, 우리는 암 유병률 증가로 인해 예전에 없던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 대가를 치르게 됐다.
이 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소아암이다. 소아암 발생률은 1973년에서 2000년 사이에 22% 증가했지만 사망률은 45% 감소했다. 오늘날 소아암 발생률을 측정하기 위해 소아암 사망률을 사용한다면 잘못된 장밋빛 그림을 그려낼 것이다. 치료법 향상 덕에 더 많은 아이들의 목숨을 죽음에서 구해냈을지 모르지만 매년 암 진단을 받는 아이들 수는 늘고 있다. 증가 추세는 백혈병(35%), 비호지킨 림프종(33%), 연부조직암(50%), 신장암(45%), 뇌암 및 신경계 종양(44%)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소아암은 일반 환경 속에 있는 오염물질의 노출 가능 경로를 알아내고, 그 오염물질이 성인 발암률 증가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긴밀한 시각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암에 걸리는 원인이 위험한 생활습관 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걸음마를 배우는 아이들의 생활습관은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어린 아이들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으며 스트레스를 주는 직장에 다니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보자 더 많이 숨 쉬고 먹고 마시기 때문에 공기, 음식, 물속에 있는 화학물질이면 무엇이든 엄청난 양을 고스란히 흡수한다. 아이들은 몸무게 대시 2.5배 더 많은 물을 마시고, 3~4배 더많은 음식을 먹고, 2배 더 많은 양의 공기를 들이쉰다. 또한 부모 몸속에서 수정되기 전 부모가 화학물질에 노출된 정도, 자궁 및 모유를 통해 노출되는 정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공간
산업화된 나라에서 농업 종사자와 다른 일반인들이 같은 종류의 암에 걸리더라도, 일반인보다 농업 종사자의 발병률이 더 높게 나타난다. 다시 말해 농부들은 나머지 인구인 우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종야에 걸리는 빈도가 높으며, 그 종양으로 인해 더 많이 사망한다. 그 예가 다발성골수증, 흑색종, 전립선암이다. 비록 그 차이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농부들이 비호지킨 림프종 및 뇌암을 겪는 비율도 일반인보다 높다.
농업 종사자들의 경우 총 사망률과 심장질환 발생률이 낮은 반면, 호지킨병, 백혈병, 구순암, 위암으로 사망하는 비율은 일반 인구에 비해 현저히 높다. 마찬가지로 이주민 농업 종사자들이 다발성골수증, 위암, 전립선암, 고환암으로 고생하는 비율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이런 결과는 암 지돌 밝혀낸 지리적 패턴과 일치한다. 다발성골수증의 사망률은 시골 농업지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미국 중부의 콘 벨트와 휘트(밀) 벨트 지대의 백혈병 및 림프종 비율도 높았다.
현재 진행 중인 농업건강연구는 농업용 화학물질과 암의 관련성에 대한 추가적 단서를 찾아내고 있다. 1993년 미국국립암연구소의 후원으로 시작된 이 조사는 아이오와 주와 노스캐롤라이나 주 소재의 57,000명을 추적조사 중이다. 이들의 배우자와 자녀도 연구에 등록돼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연구 대상인 농부들의 전반적 발암률은 농부 외 직군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좋은 소식을 전한다. 농부들은 다른 직업군 사람들에 비해 흡연량이 적고, 신체활동량이 많으며 당뇨병의 정도도 약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대중보다 농부와 그 가족들을 노리는 암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전립선암이다.
농업건강연구소는 다른 패턴도 보여준다. 농약인 퍼미트린은 다발성골수종과의 연관성을 보였다. 두 종류의 잡초제거제는 췌장암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부모들이 농약을 사용하면 자녀의 소아백혈병 발병에 영향이 있었다. 농약을 다룰 때 장갑을 끼지 않는 부친을 둔 아이들도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많다. 최근 부친이 아트라진을 사용한 농가 아이들은 아트라진을 쓰지 않은 곳에 사는 아이들에 비해 확실히 소변 내 제초제 농도가 높았다. 농약을 사용한 여성은 생리주기가 더 길고 폐경기가 더 늦게 온다. 하지만 농약을 사용한다고 해서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면 농약 사용지역 가까이에 위치한 집에 사는 여성들이 유방암에 걸리는 비율은 어느 정도 높게 나타난다.
다른 직업군 연구는 또 다른 연관성을 드러낸다. 도장공, 용접공, 석면작업자, 플라스틱 제조자, 염료 및 천 생산자, 광부, 인쇄업자, 방사선 작업종사자들의 발암률이 높았다.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된 일꾼은 백혈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소방관들은 고환암에 걸릴 확률이 2배이고, 그 밖에도 비호지킨 림프종, 전립선암, 골수암의 증가로 고통받는다.
이발사와 미용사들이 방광암에 걸릴 위험도 높다. 핀란드 여성들도 일터에서 제초제와 휘발유에 노출될 경우 방광암이나 위암에 걸릴 위험이 크다. 디젤 배기가스에 노출된 핀란드 여성 노동자는 난소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그 노출 정도가 커질수록 발병 위험성도 함께 상승한다. 오염된 공장에서 염화 처리된 용제에 노출된 대만 여성 전자기술공들의 유방암 발생률도 증가했다. 미용실이나 네일 살롱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유방암 위험성도 사라지지 않았다.
수많은 사무직 종사자들도 다양하고 높은 위험성에 처해 있다. 예를 들자면 화학자, 화학기술자, 치과의사, 치과의사 보조, 그리고 아마 가장 아이러니하게도 화학치료 담당 간호사들이다.(암 치료에 사용되는 많은 화학물질들은 그 자체로도 발암물질이며, 소아백혈병 생존자들이 성인이 됐을 때 암 발생률이 높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농부들처럼 특정직업 종사자들의 자녀들도 발암률이 높다. 부모가 페인트, 화학물품, 용제, 농약에 노출됐는지의 여부와 자녀의 소아뇌암과 소아백혈병 사이에는 지속적인 연관성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출생 이전에 화학물질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런 재료들이 부모의 옷이나 신발에 묻어 또는 모유나 심지어 부모의 숨결을 통해 집으로 운반되어 들어오면 아이들은 여기에 노출된다. 폐는 일부 용제를 다시 내보내기 때문에 부모는 숨을 쉬기만 해도 아이들을 발암물질에 노출시키는 꼴이 된다.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하는 가벼운 뽀뽀와 작업복을 입고 나누는 포옹이 자녀를 오염물질에 노출시킬 수도 있다는 예기다.
오랫동안 수도관들은 의심의 대상이었다. 1960년대 말, 시멘트 수도관에 대한 새로운 혁신 기술이 뉴잉글랜드 주에 도입됐다. 안쪽에 플라스틱을 댄 수도관이 물맛을 향상시킨 것이다. 어퍼케이프에는 이 플라스틱 수도관이 대규모로 설치됐고 급격한 발전을 이뤘다. 이 수도관을 제조하던 작업자들이 관 내부 표면에 테트라클로로에틸렌이라는 용제를 사용해 비닐 연고를 바른 것이다. 유기화학자들만 아는 이유로, 태트라클로로에틸렌은 흔히 퍼클로로에틸렌, PCE, 또는 쉽게 퍼크로 부른다. 사촌인 트리콜로로에틸렌처럼, 국제암연구기관은 퍼클로로에틸렌을 발암 가능물질로 분류한다.
이들 수도관 제조업체들은 처리 과정에서 모든 용제가 증발한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실제로는 상당량이 남아 있는 채 서서히 식수 속으로 스며들었다. 따라서 어퍼케이프의 유일한 수원인 대수층 속으로 지표면의 화학물질이 스며들 뿐 아니라, 이 물을 개개의 집으로 운반하는 일부 지역의 수도관 속에서 식수는 오염되어 갔다. 결국 1980년대에 와서야 사용이 금지됐다.
퍼클로로에틸렌과 방광암의 연관성도 새로운 발견은 아니었다. 퍼클로로에틸렌은 우리 모두에게 친숙한 물질로서, 1930년대 이래 드라이클리닝용 화학물질로 쓰였다. 드라이클리닝 업자들이 식도암 및 방광암 유병율은 일반 인구의 2배였으므로, 어퍼케이프 주민들이 방광암 다발집단인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노출량이 높은 사람의 경우 이런 수도관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방광암 발암 위험은 4배, 백혈병은 거의 2배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