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이고 매이다, 그 어느 하루는 들뜨고 외 1편
김정아
꽃단장을 마친 그녀 발을 들였다, 엘리베이터에
밀집되었던 공기 사이로 순간, 피어나는 생기
일찍 출근하시네요. 방긋 인사하는 그녀
“나는 친구들과 나들이 가요”
“어디로 가시나요?”
“모르겠어요... 저거들 가자는 대로 어디든 갈 거예요”
해사한 웃음의 육십 대 중반 그녀,
일층에서 총총 그녀 사라지고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향한다
오늘의 운세에 따라 뿔뿔이 흩어지는 시야
미세먼지가 많으니, 외출을 자제하라고
스마트폰 첫 창이 경고를 하지만
그 무엇에도 조종당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
당신 주관대로 행동하는 게 정답이라고 일러준다
지상은 반짝이는 연두 이파리들
갓 세상에 나온 게 저리도 행복한지
마구 흔드는 손바닥들
저러다 금세 얼얼하지는 않을지
연두가 나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나는 매이고
그녀는 방방 연두에 들뜨러 가고
산책, 평범한 날의
햇살에 뭉개진 조팝나무 꽃잎이
다시 하늘로 피어나고 있어
바람에 여린 몸을 맡기고 있는 전깃줄 위의 새들과
얼굴 맞대고 속삭이는 풀들
고개 들어도, 고개 숙여도
이건 정말 완벽한 시간이야
그들만의 파티는 온 힘을 다해
밤에서 낮으로 이어지는 중인 거지
절대 깰 수 없는 약속을 하기 좋은 때야
서로의 비밀을 속속들이 알아버린 분수는
머리 위로 날아오르며 추는 춤
깜짝 놀란 강아지들 거리로 뛰쳐나온 지금
어쩔 줄 몰라 해도 좋을 지금
나, 문득
피었다 지는 이 우주의 신비를
슬쩍 풀어보고 싶어진 거지
--------2023년 7월 문학 秀 발표작
형상시학회, 대구시인협회, 문장작가회 회원
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겨울판화(박윤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