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구주택총조사 D-49, 센서스(census)의 경제학|자유시간 국민경제 키우는 ‘통계 중의 통계’ …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 |
국민경제 키우는 ‘통계 중의 통계’ …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
인구주택총조사 D-49, 센서스의 경제학
2011년 개봉한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Moneyball)’은 미국 프로야구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메이저리그 만년 꼴찌 구단의 단장을 맡게 된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재구성해 아메리카 리그 최초 20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이 영화는 많은 야구팬을 열광케 한 스포츠 영화지만 빅데이터의 힘을 보여주는 통계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원작인 같은 제목의 책은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 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오클랜드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 선발 방식을 새롭게 구축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빌리 빈 단장은 홈런을 많이 치거나 타율이 높은 타자보다 출루율이 높은 타자의 득점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존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던 선수들을 싼값에 확보할 수 있었다. 르포 작가 마이클 루이스가 2003년 출간한 이 책은 그 해 아마존닷컴 경제 · 경영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삼한시대부터 호구조사
통계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의외의 분야가 또 있다. 크림전쟁 당시 야전병원에서 활약하며 ‘백의의 천사’ 로 불렸던 나이팅게일은 영국 왕립통계학회의 첫 번째 여성회원으로 기록된 유능한 통계학자였다. 그는 전투에서 전사한 병사보다 병원의 불결한 시설 때문에 전염병 등에 걸려 사망한 군인이 더 많다는 사실을 통계로 확인했다. 나이팅게일은 이 결과를 인포그래픽으로 만들어 정치권을 설득하는 등 영국 병원의 위생 상태 개선에 앞장섰다.
통계는 이렇게 중요하다. 통계를 잘 활용하는 나라가 부강한 나라다. 국가의 인구 · 가구 · 주택 같은 기본 통계가 잘 확보돼 있어야 이에 맞는 경제 · 사회 정책을 펼 수 있다. 이런 기본 통계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시행하는 게 인구주택총조사다. 올해 인구주택총조사가 49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인구주택총조사는 0자 또는 5자로 끝나는 연도에 시행된다. 5년에 한 번씩, 1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대한민국 영토 내에 3개월 이상 거주하는 모든 내 · 외국민과 모든 거처를 대상으로 조사를 한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확보한 통계는 경제활성화계획, 도시계획 등 각종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주택 정책을 수립할 때는 인구와 가구 구조의 변화상을 기초 자료로 이용한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독거 노인 종합지원대책, 전력수급을 위한 기본 계획, 지방자치단체의 발전 전략도 인구주택총조사가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가가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통계가 생산되는 것이다.
수집된 내용은 학술 · 연구 자료와 민간부문의 경영계획 수립을 위해서도 쓰인다.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한 신사업, 1인 가구를 겨냥한 서비스업 등 새로운 사업모델이 탄생한 데에는 인구주택총조사와 같은 통계자료가 바탕이 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구주택총조사의 결과는 여러 경제지표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자료” 라며 “이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앞으로의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인구조사의 역사는 길다. 인구조사는 기원전 3600년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의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세 징수와 징병을 위해 시행됐다. 기원전 435년 로마에서는 시민 등록을 위해 인구조사를 전담하는 ‘켄소르(censor, 고대 Roma의 호구ㆍ재산조사등을 임무로 한 감찰관)’ 라는 관리가 있을 정도였다. 오늘날 인구조사를 뜻하는 ‘센서스(census,人口總調査)’ 라는 단어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근대적 의미의 인구조사는 1790년 미국에서 처음 실시돼 1795년 네덜란드, 1800년 프랑스, 1801년 영국 등으로 확산됐다. UN통계처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214개국에서 인구총조사를 실시해 전세계 인구의 93%에 관한 정보가 집계됐다.
삼한시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인구조사는 삼국시대,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호구조사라는 명칭으로 불렸다. 근대적인 개념의 인구총조사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시행된 간이국세조사가 처음이다. 1960년부터는 주택에 대한 조사가 함께 실시됐으며 90년엔 명칭이 인구주택총조사로 변경됐다.
1925년 실시된 인구총조사의 조사 항목은 성씨, 성별, 생년월일, 배우자 관계, 본적, 국적 등 여섯 개에 불과했다. 인구와 주택에 대한 조사가 함께 진행된 1960년에는 총 조사 항목이 36개로 늘어났다. 1960년 조사 항목에는 문맹 여부가 포함돼 있었고 직업에 대해서는 ‘주로 한 일’ 과 ‘조금이라도 한 일’ 을 구분했다. 집에 대해서는 ‘변소의 형태’ ‘대청마루 유무와 평수’ ‘지붕의 주요 자재’ 등으로 나눠 자세하게 물었다. 2000년부터는 바뀐 시대상을 반영해 인터넷이나 컴퓨터 활용 여부 등 정보기술(IT) 관련 조사 항목이 대거 포함됐다.
90년 만에 바뀐 조사 방식
인구주택총조사의 내용은 크게 전수항목과 표본항목 으로 나뉜다. 전수항목은 성명, 성별, 나이, 가구구분, 거처의 종류 등 12가지다. 표본항목은 교육을 어디 까지 받았는지, 과거 거주지는 어디인지, 자녀는 몇 명인지 등 52가지를 골라 조사해 심층 자료로 활용한다.
올해 시행되는 ‘2015 인구주택총조사’ 에서는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우선 100% 현장 방문으로 조사했던 전수항목을 행정자료를 활용한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유럽 25개 국가들은 이미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전수항목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비용이 급증하고 응답을 거부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도 인구주택총조사 불응률이 매 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2005년만 해도 조사에 불참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조사 대상의 0.4%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0년의 경우 불응률이 1.7%로 3배 이상 늘었고 세종시를 대상으로 한 2013년 특별조사에서는 6.9%까지 치솟았다.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조사를 방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
맞벌이 가정, 1인 가구가 늘고 여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등 낮시간대에 집에 머무는 사람이 없다는 점도 현장조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통계청은 13개 주요 부처와 기관으로부터 총 24종의 행정 자료를 제출받아 현장 방문 없이 전수항목 조사를 마칠 계획이다. 100% 현장조사를 진행할 경우 2712억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등록센서스 방식을 도입하면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
대신 심층 자료를 수집하는 표본항목 조사의 경우 기존보다 조사 대상을 두 배 늘렸다. 과거에는 전체 인구의 10%에 대해서만 표본항목 조사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대상을 전체 인구의 20%로 늘렸다. 통계청은 지역별, 성별, 나이별 비중을 고려해 표본항목 조사 대상을 선정할 계획이다.
표본항목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 동안 인터넷을 통해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 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의 조사원이 11월 1일부터 15일까지 보름 동안 방문 조사를 하게 된다. 조사 결과는 2016년 말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는 국가통계포털(www.kosis.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중앙선데이 | 제 444 호 | 김경미 기자 | 201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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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준 통계청장 “독도 직접 방문해 조사할 예정”
유경준(54·사진) 통계청장은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경제 전문가다.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를 거쳐 한국노동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를 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통계청 통계를 가장 많이 이용하던 수혜자가 통계의 공급자가 된 셈” 이다.
취임 100여 일을 맞은 유 청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13일을 기준으로 49일 앞으로 다가온 (D-49) ‘2015 인구주택총조사’ 다. 이번 조사를 위해 그는 다음달 20일쯤 독도를 직접 방문할 계획도 세웠다. 유 청장은 9일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같은 빅데이터 시대엔 통계청이 구축하는 질 좋은 통계 정보가 국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다” 며 “표본항목 조사에 선발된 국민이 흔쾌히 응해주길 바란다” 고 말했다.
- 현장조사가 사라지면 인구조사의 의미가 퇴색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현장조사가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바뀌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비용 문제가 크다. 2011년 실시된 중국의 인구조사에서는 600만 명의 조사원이 투입돼 1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었다.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로 조사 응답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네덜란드의 경우 응답 거부율이 1971년 0.026%에서 1981년 26%로 급등했다. 요즘은 질 좋은 행정자료가 많이 발달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적은 비용으로 국민의 불편함과 걱정을 덜 수 있는 등록센서스 방식을 택하게 됐다.”
- 정확도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 2008년부터 등록센서스 도입에 대비하며 표본조사 결과의 오차를 바로 잡기 위한 작업들을 많이 준비했다. 예를 들어 기숙사에 살고 있는 학생들은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를 수 있다. 이 경우 교육부와 각 대학에서 제공받은 학적부, 기숙시설 이용자 명부 등을 통해 실거주지 현황에 대한 오차를 바로 잡을 예정이다.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 13개 공공기관의 협력을 기반으로 24종의 행정자료를 활용해 조사의 정확도를 높일 계획이다.”
- 표본항목 조사를 위해 독도를 직접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관계 당국과 협의중이다. 한ㆍ일 관계, 날씨 문제 등의 변수가 있지만 5년 만에 진행되는 통계청의 가장 중요한 행사이기 때문에 청장으로서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개인정보 보호는 정말 중요하다. 또 정보가 집중될 경우 빅브라더로 군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길 수 있다. 통계청은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정책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하는데 가장 앞서 있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 식별 정보를 임의의 가상 문자로 변환해 분류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술 개발을 꾸준히 하고 있다.”
- 앞으로 개발하려는 통계는.
“체감물가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물가지수 481개 가운데 실제 소비자가 쓰는 품목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물가상승률은 1% 이내로 나오지만 집세나 생활물가는 3% 이상 오른 것으로 느껴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수를 개발해 다음달부터 발표할 계획이다.”
- 중앙선데이 | 제 444 호 | 김경미 기자 | 2015.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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