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이 해임되거나 유고 등으로 더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조합장을 대신하여 조합을 대표할 사람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재개발조합 정관에는 일반적으로 직무대행자 선정 방법에 대한 내용도 규정되어 있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재개발정비사업조합 표준정관도 "조합장이 유고등으로 인하여 그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상근)이사 중에서 연장자순에 의하여 그 직무를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많은 조합들이 위 내용을 해당 정관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직무대행자가 어떠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조합장과 동일한 의무가 있는지 등에 대하여 도시정비법에도 아무런 규정이 없고 또 정관에 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합도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에 대한 문의가 자주 있다. 이에 직무대행자의 권한과 의무 등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직무대행자의 권한 범위, 통상사무에 한정되는지 여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직무대행자의 업무 범위에 관한 내용이다. 직무대행자가 할 수 있는 업무가 통상사무에 한정되는지 아니면 조합장이 할 수 있는 업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서는 직무대행자가 조합 정관에 근거하여 선임된 자인지, 아니면 법원이 선임한 자인지 여부에 따라서 그 권한 범위를 달리 볼 수 있다.
먼저 도시정비법에는 조합 정관에 따라 선임된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를 제한하고 있지 않은 바, 위와 같이 선임된 직무대행자는 기존 조합장이 수행하던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서울고등법원도 "조합정관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 관계 규정에서 정관에 의한 직무대행자의 권한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정관에 의한 조합장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원칙적으로 조합장의 권한과 같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20나2022856 판결).
이와 같이 정관에 의한 직무대행자의 권한이 통상 사무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와의 계약체결이나 임시총회 개최 등 기존 조합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정관에 의한 직무대행자가 아닌 법원이 선임한 직무대행자의 권한은 좀 한정적이다. 대법원은 "법원의 가처분결정에 의하여 정비사업조합의 조합장 직무를 대행하는 자를 선임한 경우에 그 직무대행자는 단지 피대행자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임시의 지위에 놓여 있음에 불과하므로, 그 정비사업조합을 종전과 같이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리하는 한도 내의 통상업무에 속하는 사무(상무)만을 행할 수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고, 그 가처분결정에 다른 정함이 있는 경우 외에는 정비사업조합의 통상업무에 속하지 아니한 행위를 하는 것은 이러한 가처분의 본질에 반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다62362 판결).
직무대행자도 정비구역 내에 거주의무가 있을까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에 따라 '조합장'은 선임일부터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 정비구역에서 거주해야 하고, 이에 더하여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이거나, 정비구역에 위치한 건축물 또는 토지를 5년 이상 소유하고 있어야 한다. 조합장 직무대행자도 위와 같은 의무가 있을까.
이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또는 재개발표준정관에서는 직무대행자의 자격 요건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직무대행자는 조합장이 유고 등으로 그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하게 임시적으로 조합을 대표하는 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정관 등으로 명시적으로 거주의무를 정한 바가 없다면, 직무대행자에게 거주의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직무대행자에게도 정보공개의무가 있을까
도시정비법 제124조는 조합임원의 정보공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정관에 의한 직무대행자의 경우 조합의 (상근)이사 중에서 연장자 순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경우 직무대행자에게도 조합임원으로서 정보공개의무가 인정된다.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직무대행자의 경우 조합임원이 아닌 경우도 있는데, 이런 직무대행자에게도 도시정비법 제124조에 따른 정보공개의무가 인정될까. 정보공개의무를 규정한 위 조항의 취지와 정비사업의 투명성 등을 고려할 때 직무대행자에게도 정보공개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 대법원도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조합임원 직무대행자도 조합의 통상사무를 처리하는 범위 내에서는 원칙적으로 조합 총회의 의결을 거쳐 선임된 조합임원과 동일한 권한을 가진다. 이러한 점과 더불어 정비사업의 투명성ㆍ공공성을 확보하고 조합원 등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정비사업시행과 관련한 서류 및 자료를 공개하지 아니한 조합임원 등을 처벌하는 규정을 둔 구 도시정비법의 취지 등을 종합하면, 법원에 의하여 선임된 조합임원 직무대행자도 구 도시정비법 제86조 제6호, 제81조 제1항 위반죄의 범행주체인 조합임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7도2532 판결). /글 법무법인 센트로 대표 변호사 김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