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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정맥 3 구간 산행기
일자 : 2013. 3. 17 (일)
산행구간 : 3 구간 (용인농업기술센터 – 문수봉 – 바래기산 – 염치고개 – 무너미 고개 – 함박산 – 하고개 – 용인대)
산행시간 : 09:15 – 17:45 (8시간 30분 : 점심시간 40분 포함)
산행거리 : 약 20 km
참가자 : 15조남직, 27김호중, 송기훈, 29오창환, 유한준, 윤대일 (이상 6 명)
출발 및 귀경
1) 남부터미널 – 양지 : 버스 08:10
2) 양지 – 들머리(농촌기술센터) : 택시로 이동 (택시비 12,000원)
3) 귀경 : 용인대 – 강남터미널 (5000-1 버스)
아침 9시 15분, 문수봉 들머리의 나무 계단길이 꽤나 가파르다. 오늘 갈 길이 무척이나 길 터인데 처음부터 힘을 쏟아야 하니 중도에 탈진되어 퍼져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아직 오르막길이 익숙하지 않은 동기 호중과 말동무를 하며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며 오르기로 한다.
그렇게 30분을 숨가쁘게 오르니 물맛 좋기로 근동에 소문이 자자한 문수약수에 닿는다. 잠시 숨도 고를 겸 약수 한 바가지를 벌컥 들이켜 본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던가? 생각보다는 물맛이 특별하지는 않다. 약수터 전망대에서는 원삼면 일대가 한 눈에 들어 오고 멀리로 그간 우리가 지나온 정맥길이 보이니 새삼스럽게 뿌듯한 기분이다. 허허, 저 뱀처럼 구불구불 기나긴 마루금을 잘도 걸었구나.
처음부터 된비알길을 치고 올라간다
그리고는 완만한 능선길 - 한준이 선두를 맡았다.
약수터 가는 계단길에서
마시고 보충하고, 그러나 실망스러운 물맛
10시 조금 못미처 닿은 곳은 문수봉 정상. 문수봉은 오늘 정맥길에서 제일 높은 봉이다. 정상에는 제법 큰 팔각정이 있어 쉬어 가기로 한다. 약수터에서 겨우 10여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또 쉬어감은 길을 재촉하느라 주변의 경치를 놓치기에는 아까웠기 때문이다.
문수봉 정상의 정자
용인에서 십 년 넘게 살아 온 29윤대일. 그러나 문수봉은 처음 밟아본다 했다.
* 여기를 배경으로 단체사진 찍었는데 - 없다...ㅠㅠ 다른 산객에게 부탁했는데 셔터를 잘못 누른 건지 물 멕인건지 쩝~
날씨가 제법 훈훈하다. 완연한 봄날씨다. 모두는 그동안 입었던 두터운 우모복 대신 가볍게 봄산행 채비를 차렸으나 산은 미처 옷을 갈아 입지 못했나 보다. 숲은 아직은 온통 잿빛, 도대체 진분홍빛 진달래는 어디쯤 피어 있을까? 이제 겨우 오분지 일도 걷지 않았으니 그 어드메인가 활짝 웃으며 반길지도 몰라 길을 재촉하기로 했다. 오른쪽으로 석유비축기지를 두고 길은 크게 휘돌아 이어 나간다. 십 수개의 거대한 원통형 저장탱크가 가지런히 자리한 것이 계속 보인다.
호중이 묻는다.
“ 저게 뭐지?”
내가 즉각 답했다.
“ 석유비축기지~!”
“ 하하, 형님, 산행대장하니까 공부하게 되죠? ㅋㅋㅋ”
우리 산악회 최고의 패셔니스트 창환이 크게 웃으며 말거리를 거든다.
오른쪽으로 석유비축기지를 두고
길은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크게 휘돌아 나간다.
따사한 봄 날씨 + 비알길 = 비지땀
11시 10분, 망덕고개. 김대건 신부가 25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를 하여 한강변 새남터 백사장에 묻혔고 젊은 신자 하나가 몰래 빼내어 그 시신을 등에 지고 수 백리 길을 닷새 동안 밤에만 걸어 미리내 성지에 안장을 했는데 그 때에 넘었던 고개 중의 하나가 이곳 망덕고개라고 한다. 바쁜 걸음에 힐끗 우측을 보니 사진에서 보았던 망덕고개 비석이 보인다. 미리 길공부를 하니 그냥 무심코 넘어갈 고갯길이 옛날의 그 광경이 떠 오르며 의미도 새롭게 다가선다. 깜깜한 밤중에 시신을 짊어지고 이 고개를 넘었다니 무섭지도 않았나? 신심의 놀라운 위력에 다시 경탄을 금할 수 없다.
망덕고개를 만나기 100m 전
길은 다시 완만하게 다음 마루금으로 느긋하게 이어지고 우리는 열심히 걷고 있다. 이제 겨우 두 시간 남짓 걸었을 뿐인데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오르막길만 아니면 자신 있다는 호중도 오늘따라 힘이 든다 했다. 선두를 맡은 한준과 남직 형님은 비파소리를 타고 춤추는 도인처럼 사뿐사뿐 날아가듯 가벼이 발걸음을 떼는데 나와 호중은 그저 어기적 어기적 힘들게도 걷는다.
“오늘따라 왜 그러지?”
“나이 탓인가?”
“여기선 그런 소리 말어, 봄날씨 때문일 거야…”
띠동갑 선배님때문에 나이 탓은 감히 꺼낼 수가 없지~
12시 30분을 넘겨 신원 CC에서 세워 놓은 십자가탑을 지나 푹신하게 낙엽이 깔린 양지 곁에서 점심을 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갖가지 메뉴의 풍성한 잔칫상이 차려진다. 다소 지친 탓에 입맛이 별로 없었는데 한준이 내놓은 상추와 쑥갓으로 쌈밥을 만들어 한 손 가득 입에 넣으니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며 온몸에 생기가 사르르 돈다. 이른봄 초록이 보약이라더니 정말 딱 들어 맞는 말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휴식까지 취하니 몸이 제법 가뿐해졌다. 다시 길을 나선다.
기다리던 점심시간 - (호중 : 밥 묵고 30분은 쉬어야 위에 탈이 없다던데..)
그렇게 십 여분을 걸으니 염티고개가 보인다. 소금장수의 전설을 간직한 염티고개는 오늘 일정의 반쯤 해당되는 고개다. 이상한 것은 바래기산부터이던가 정맥길을 따라 깊이 패인 고랑이 자주 보이더니 염티고개 부근에서는 더욱 자주 보인다. 분명 인위적으로 파 놓은 고랑이 분명한데 그 용도를 모르겠다. 물론 교통호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고 방화선도 아니라는 것도 알겠지만, 물길 같기도 하고 멧돼지가 파 놓은 것은 아닐 터이고 그저 궁금하기만 한데 그 궁금증을 한준이 단박에 해소해준다.
“산악 오토바이예요. 양아치 쉐이들….”
그 고랑은 산악 오토바이의 바퀴가 비탈길을 힘들게 오르며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이런, 아무리 스포츠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산을 마구 파헤쳐 놓다니. 흉물스럽기도 하지만 잘못 발을 딛다가 발목을 다치기라도 한다면 낭패이고 큰비에는 분명 물길로 변할 터인데 그렇게 십 수년 후에는 골이 더 깊고 넓게 마치 계곡처럼 변하여 산길이 없어질지도 모를 일 아닌가. 가뜩이나 정맥길 곳곳이 개발로 인하여 끊어지고 망가진 모습이 여기저기 보여 괜시레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스포츠라는 명분하에 이렇게 산을 마구 망쳐 놓다니 한심스럽기도 하고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두더지 교통호인가? 보기에도 흉하다.
염티고개에서 20분 정도를 오르면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는 작은 봉, 염리봉을 만나게 되고 이제부터 은화삼CC까지는 고도를 200미터나 낮추며 걷는 완만한 내리막길. 더구나 지난 가을의 낙엽까지 푹신하게 쌓여있으니 발걸음도 가볍다. 그렇게 편안하게 30분 정도를 걷다 보니 드디어 은화삼 골프장을 만나게 되었다. 골프 매니아 호중의 눈빛이 살짝 반짝인다. 그래, 올라가 보자. 호중을 부추겨 우회길을 벗어나 골프장으로 들어선다. 바로 9번 홀. 호중에게는 오래 전에 왔던 코스라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자신이 언제인가 왔었던 그 코스를 산행중에 다시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운 모양이다. 한남정맥길에서는 골프장을 자주 보게 되는데 호중은 그 때마다 말하고는 했다.
“그동안 골프 치면서 주위 산을 그저 보기만 했지 내가 이렇게 오를 줄은 정말 몰랐어.”
“그래, 다시 저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게 되면 바로 여기를 가리키며 ‘나, 저기 올라가봤소.’라고 말할 거지? ㅎㅎ”
은화삼CC 우회길 - 우측 둔덕넘어가 9번 홀이다.
기분 묘하네~ (난 오늘 투잡 뛰었다 산 그리고 골프~^^)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킬 무렵, 우리는 드디어 은하삼CC 정문을 지난다. 여기가 바로 무너미고개. 무너미란 물넘이가 변형된 말인데 이 고개에서 북면으로 흐르는 물은 경안천으로 합류하게 되고 남면으로 흐르면 평택을 거쳐 아산만으로 흐르는 진위천으로 합류하게 된단다. 지도를 보니 이미 15km 정도를 걸어 왔다. 기실 산행시작 할 때에 여차하면 이 곳에서 산행을 종료할 생각도 있었지만 해넘이 시각까지는 시간도 충분하고 이제 두 시간 정도만 더 간다면 애초 목적한 지점까지 마칠 수 있으니 내친김에 끝까지 가기로 한다. 그러나 저녁에 지인의 상가에 문상을 가야 하는 창환과는 여기서 아쉬운 작별을 한다.
은화삼 CC 정문에서
무너미고개를 가로 질러 10여 분 후에 함박산 들머리 도착하였다. 함박산은 349m의 그리 험하지 않은 아담한 봉우리. 전설에 따르면 아주 옛날, 천지개벽하여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이 산만이 함지박처럼 물 위로 솟아 있었다는 한국판 노아의 방주 아라랏 산이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1.7 km 거리. 목적지인 용인대 정문까지는 두 시간 거리이다. 이미 6시간 넘게 걸었으므로 주력의 한계를 보이는 호중이도 걱정이지만 나도 무척이나 힘이 부친다. 그래서 모두는 모처럼 충분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호중은 아예 시체놀이를 즐긴다. 아끼던 간식도 먹고 물도 마시고 그렇게 모두는 10여분을 넘게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니 다시 힘이 분수처럼 솟구친다.
(15분간이나 휴식?? 뒷 대원들 생각해서 봐준다.)
호중은 시체놀이중
함박산 들머리를 출발한지 40여분 만에 힘들지 않게 정상을 밟았다. 이제 오늘의 산행 끝이 보인다. 그리고는 매우 완만한 능선길을 따라 하고개를 향하여 경쾌한 발걸음을 떼어 본다. 명지대도 보이고 용인대도 보이고, 간간이 쉬며 보는 주위 경관이 새롭게 다가선다. 드디어 해냈다라는 성취감과 함께. 가파른 하고개 절개지를 내려서 하고개 위로 설치된 드넓게도 잡풀이 무성한 에코 브릿지를 걷자니 문득 수년 전 에베레스트 트레킹 때의 광경이 오어랩이 되는 까닭을 모르겠다. 그렇게 용인대 정문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40분. 장장 8시간 30분에 걸친 장행의 마침표를 찍은 것이었다. 힘든 산행을 마친 호중의 입가에 알듯 모를듯한 미소가 진분홍빛 진달래처럼 피어있다.
명지대가 아래로 보이고
드디어 하고개에
에코브릿지가 마치 드넓은 황야처럼 보인다. (오늘 처음으로 호중이 제일 앞서 걷는다.ㅋㅋ)
마침표~! 한달 후에 다시 이곳을 거꾸로~
후기
성재는 심한 치통으로 산행에 동참하지 못했다. 그냥 전화나 문자로 사정을 얘기하면 될 일을 집결장소까지 굳이 나올 일이 무언가 하니, 일단 산행을 하기로 약속을 하였으니 비록 동행은 하지 못하지만 얼굴이라도 비쳐야 마음이 편해서란다.
지독히도 엄격한 조직인 금융계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며 몸에 익은 습관이라기보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음을 무척이나 미안하게 생각하는 그의 진솔한 마음이 더욱 짙게 묻어 나오기에 나는 가벼운 감동을 느끼고 말았다.
늘 예의 바르고 희생정신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성재, 비록 후배이지만 나는 그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첫댓글 회계결산
전기이월 : - 12,000 (2구간 잔액 + 마니산 잔액 + 4,000)
택시 : - 24,000 (12,000 x 2)
회비 : 100,000 (2만 x 5) + 4,000 ( 오창환 택시분담금 )
식대 : - 110,000
잔액 : -12,000 - 24,000 + 100,000 + 4,000 - 110,000 = - 42,000 (차기산행에서 정산 예정)
고생하셨습니다. 지나온 길과 이어갈 길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수고 했어요. 내가 같이 해야 할 자리인데....요즘 무에 그리 일이 많은지....?
형님의 글솜씨 울림은 대단합니다. 마치 현장에 있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