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첫눈
김형식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답답하고
지저분한 이세상
부끄럽습니다
그냥 하얗게 덮어 주세요
~~~~~
2).사제지간
<부제:장무상망長毋相忘>
인묵 김형식
황량한 설원 가운데에
갈필로 그린 소나무 두 그루
비스듬히 앉쳐놓은 토담집
왼쪽에 잣나무 두 그루
오른쪽 상단에
세한도歲寒圖라 쓰고
그 옆으로 우선시상藕船是賞, '상적이 이것 보시게'라 적고
그밑에 늙은 소나무 가지 길게 꺼내 받혀 들고
오른쪽 하단에는
오래오래 우리 서로 잊지 말자며
장무상망長毋相忘이라 새긴 인장을 찍는다
연경에 다녀올 때마다 위리안치圍籬安置 된 유배지를 찾아준 제자 이상적,
그가 나의 오래된 스승과 벗으로부터 구해 온 책과 반가운 소식 전해줄때 이 빠진 늙은 호랑이 끄억끄억 눈물로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라 새긴 낙관
꾹 눌러 찍는다
우선이 이 그림을 들고
청나라 연경에 가서 보이니 열여섯 문사들이 강남제비 반기듯 앞다투어 제화시題畵詩 더하고 더하니 그 길이가 14미터에 이르네
세한도에는 바람이 없다
설한풍 이미 지나간 후였다
세한연후歲寒然後에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른 절개를 볼 수 있다는 옛 성인 태사공太史公과 공자孔子의
진언을 빌려 사제지간의 우정을 오롯이 담아낸 추사의 세한도
오늘은 스승의 날이다
* 李尙迪(1803~1865): 호는
우선藕船,시인, 역관
*長毋相忘:우리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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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픈 이별
인묵 김형식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더
여보, 당신 정문골 화전밭에 세워 놓은 인걸기
지금도 숨어서 보고 있습니껴
놀란 가슴 너럭바위로 눌러 놓고 두근두근 그 끝을 따라가면
어두운 밤 너머굴(屈)이 비어 있던 것을
그 동굴 깊숙히 얼어붙은 전란의 공포
하앟게 웃으시며 살아서 오던 것을
더러는 나무지게 짊어지고 오던것을
참꽃 한묶음 꺾어 건내 주던 것을
여보, 당신 지금도 살아서 망을 보고 계십니껴
용둔재 넘어 끌려가는 당신 보았다는
그 뒷모습 쑥꾹새 절 골에 부리고 가는 것을
어둠 내리면 아랫목에 조밥 한그릇 묻어 놓고
가끔은 화전밭에 살아서 뛰는 고라니 같이 그렇게 꿈속에서 만나는 것을
여보 당신는 모르심니껴
정금산 화전밭에 남겨놓은 인걸기와 당신 지집
지금도 내 가슴을 갈고 있는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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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시인 평론가
시집 [그림자, 하늘을 품다] , [오계의 대화], [광화문 솟대], [글 그 씨앗의 노래] , [인두금의 소리], [성탄절에 108배.
], [질문 ]
한국청소년 문학대상,한국창작문학 대상,시서울 문학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