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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대연합과 반MB선거연합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2010연대 운영위원)
1. 지난 선거들의 교훈
1-1. 재작년 광우병촛불이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을 때 치러진 서울교육감선거에서, 결과는 아쉬운 패배로 나타났다. 이후 촛불이 잦아들면서 MB 정부의 가혹한 촛불보복이 입체적으로 진행되었다. ‘만일’이란 단어는 바둑 복기에는 의미있겠지만, 역사에 있어서는 부질없는 일이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서울 교육감 선거에서 민주․진보 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과연 극성스러운 촛불보복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나, 적어도 교육시장화 정책이나 차별교육이 그토록 극성스럽게 몰아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겨울을 지나서 어김없이 봄은 다가왔고, 봄바람과 함께 작년 4월8일에 진행된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특권교육 심판”을 주된 슬로건으로 내세운 김상곤후보가 현직 교육감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그러나 바로 직후인 4.29.에 재보선과 함께 진행된 충남교육감 선거에서는 민주․진보 교육감 후보가 3위로 밀리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추천 없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광역 지자체장 선거와 다소 다른 성격을 지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 직선으로 선거가 진행된다는 점 등에서 광역 지자체장 선거와 비슷한 점이 꽤 있다고 본다. 경기교육감 선거 승리와 관련해서 다양한 분석이 가능할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의 특징은 “범진보진영은 물론이고 범민주당 세력까지 모두 참가하는” 이른바 ‘연합군의 승리’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반 사항을 사상(捨象)하고 매우 거칠게 분석하는 우(愚)를 범하자면, 서울교육감 선거는 선거운동 방법상 좌편향이 있어서(범 민주당 세력내의 민주개혁 세력과도 연대연합할 수 없었던 탓에) 실패하였고, 충남교육감 선거는 우편향이 있어서(시민사회 세력과 기성정당 세력간의 분리 운영 등) 3위로 밀린 반면에, 경기교육감 선거에서는 이런 좌편향과 우편향을 극복하여 중심있는 연합군 대오를 잘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당선된 중요 요인 중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경기교육감 선거의 또 하나의 특징은 MB교육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무상급식 실시’, ‘1학급당 25명씩 5학급 이내의 혁신학교 추진’, ‘고교평준화 실시’ 등의 선명한 대안을 공약하였던 것이, MB교육 반대 이외의 대안을 제대로 제시할 수 없었던 서울교육감 선거사례와 달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요인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
1-2. 한나라당이 6:0으로 참패당한 작년 4․29. 재보선의 경우, '차선 또는 차악의 승리'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도권 지역 선거였던 인천 부평을 선거와 시흥시장 선거의 경우는 더욱 극명하게 문제점이 표출되기도 하였다. 부평을의 경우, 민주당이 한미FTA 국내대책단장 출신이어서 진보정당들이나 시민사회에서 반대할 것이 틀림없는 후보를 공천강행하였고, 시흥시장 선거의 경우는 민주당이 비리후보로 비판받던 사람을 공천하는 바람에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시민후보를 옹립하여 무소속으로 출마시키게 되었는데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져 오자 민주당이 후보등록 3-4일전에 기존 공천후보를 사퇴시키고 대신 다른 사람을 공천강행하는 어이없는 행보를 하였다. 이런저런 요인이 작동하여 수도권에서 한나라당 후보를 낙선시키는 다행스런 선거결과가 나올 수 있었기 망정이지, 실로 위험천만한 구태가 마구 노정되었다.
또 울산 북구의 경우도 선거일 며칠전까지도 단일화가 무산되다가 막판에 어거지 방식으로나마 겨우 진보후보가 단일화되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구실로 단일화가 성사되지 못하거나 지연되는 사이에 진보정치에 대한 냉소주의가 마치 독버섯처럼 번져 나갔던 실로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대표적으로 ‘투기적 선거전략’, ‘모험주의적인 접근법’이었다고 아니할 수 없다.
4․29.재보선의 결과는, MB정권과 한나라당을 선거로 심판하였다는 나름의 의미가 있는 반면, 야당들에게 "여러개의 진보․민주적 야당이 분산되어 각개약진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면성이 있다.
1-3. 10월 재보선의 결과는 수도권 3군데에서 민주당 후보가, 양산과 강릉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표면상으로는 민주당의 승리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민주당은 '전투에는 이기고 전쟁에서는 패배한' 형국이라고 생각된다. 만일 “안산상록을에서 기합의된 룰에 의한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양산 등에서 민주노동당이 사퇴하는” 협상중재안이 수용되었더라면, 양산에서 선거결과는 뒤집히고 한나라당이 심각한 수준의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컸다고 본다. 아마도 정국의 흐름에도 일정한 변화의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재보선 결과 심각한 점은 민주당의 단독 플레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었다는 측면이다. 후보의 개혁성이 어찌되던지간에 또 민주당 단독으로 뛰어도 당선가능한데, 왜 복잡하게 선거연합을 해야 하고 또 왜 일부라도 양보해야 하냐는 내부흐름이 더욱 강해졌다고 보여진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치 세력내에서 반MB 민주대연합이나 선거연합 논의에 대해 강력한 역풍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2010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의 지향성 등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치세력이나 시민정치세력의 체력을 튼튼히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의가 무성해 지고 있다. 반MB 민주대연합론이나 후보단일화론 일변도로 가게 되면 유권자들 사이에 사표방지심리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뿐 아니라, 담론 구조상 진보정치세력이나 시민정치세력이 민주당에 구조적으로 밀리게 된다는 주장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의 논의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각개약진에 따른 ‘야권 후보 난립과 한나라당 후보의 득세’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
또 한편으로는 선거연합을 하려면 후보공천 전에 추진해야 가능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에 디제이(DJ)나 와이에스(YS)같은 강력한 구심력이나 지도력이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일단 후보공천하고 나면, 통제력이 미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고, 10월 재보선 당시 안산상록을에서의 상황을 빗대어서 하고 있는 말인데, 참고할 만하다.
2. 2010 지방선거
2-1. 100만 촛불이 타올라도 이명박 정부가 계속 민의수용을 거부하고 버티면, 달리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방안이나 정치적 계기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언론법 개악안 날치기, 야당의원 권한침해 확인되어도 언론법 재논의 묵살, 4대강 녹슨 삽질 강행, 노동법 개악 날치기 등 실로 쉴새없이 온갖 악행을 연속시켜도 국민들은 달리 응징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파괴와 민생파탄의 고통은 1차적으로 노동자, 민중에게로 그 파도가 가중되어 밀어닥치고 있다. 시국선언한 교사들이나 공무원들에 대해 파면 등 대규모 징계를 강행한다던가, 철도노조의 완벽한 준법파업에 대해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헌법상 권리인 단체행동권을 부정하여도, 또 공무원노조 사무실을 강제 폐쇄시키고 통합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를 말도 안되는 억지구실을 붙여 “하여튼 반려”시키는 위헌불법적인 조치가 연속되더라도, 당장은 효과적인 대응을 못하고 있다. 급기야는 복수노조 시행을 빙자하여 교섭창구단일화를 강제하면서 산별교섭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권을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위헌적 입법이 날치기되어도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한 채 마냥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서, 국민들 특히 노동자 등 서민들은 개탄과 분노를 거듭하고 있지만, MB정부의 폭주를 멈출 수 있는 당장의 방안이 가시화되지 않아서, 현재 무력감과 갑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심판을 벼르고 있지만, 막상 각 정당들과 진보진영은 준비안된 상태에 있는 것이다.
2-2. 작년 연말부터 2010년 지방선거를 통해 이명박정부를 심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여러 가지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어떤 분은 이명박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과 독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개혁․진보 정치세력이 폭넓게 힘을 합쳐 선거연합 등의 방법으로 공동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또 어떤 분은 ‘묻지마 반MB연대’는 안되고 진보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진보대연합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노동자 등 민중의 입장에서는, 진보대연합과 반MB 선거연합 중에서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라, 두가지 방안 모두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대응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투트랙(2-track) 전략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본다. 진보대연합은 진보정당들이 우리사회에서 나름대로 의미있는 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해 반드시 이룩해야 할 기본적 과제이다. 이와 함께 진보 정치세력이 민주개혁 정치세력과 반MB 선거연합을 실현하는 일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역주행을 저지시키기 위한 현시기 주요 과제라 하겠다. 이 두가지 과제의 통합적이고 변증법적 수행을 통해, 진보진영은 비로소 진보의 재구성, 진보정치의 새로운 미래, 노동자 등 민중, 그리고 국민의 희망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3. 진보대연합의 모색
3-1. 민주노총이 입체적으로 마구 탄압당하고 있다.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들이 대책없이 울고 있다. 또 많은 국민들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은 이들 고통받고 있는 민중들과 함께 눈물 흘리고 있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고통극복을 현실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인 상황이다.
사실 현시기 진보진영은 여러 측면에서 무력화되어 있다. 우선 도덕적 신뢰의 측면에서 여타 진영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또 조직력도 현저하게 이완되어 있다. 나아가 투쟁력의 측면에서도 변화된 상황에 걸맞는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계속 밀리고 있다. 사회적 의제 설정력이나 여론 주도성 측면도 여전히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례없는 총체적 위기국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상황인식일 것이다.
위기국면에서는 역시 진보정치세력끼리 힘을 합치는 방식이 보편적인 대응방향이다. 이와 관련하여 조직노동자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의 호소와 결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1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진보정당 통합권고’ 결의를 하였고, 작년 9월1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이 취지를 보다 구체화시켜 ‘진보정당세력 단결과 통합을 위한 민주노총 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하였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진보정당 세력들 간의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진심으로, 진보정당세력들이 노동자 민중을 위해 하나로 단결하고 통합해서 노동자 민중을 위한 집권대안 정당으로 우뚝서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 간부들의 선언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이 주체가 되는 10만 조합원 선언. 서명운동 등으로 이어갈 것입니다. 민주노총은 ....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 대선에서 집권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조합원 30% 이상을 노동자 당원으로 재조직하는 등 인적. 물적 토대 마련을 위한 전조직적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민주노총은......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제2의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을 전면적으로 전개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지역순회 토론회 석상에서 어떤 노동자는 “그런데 현재 우리 모습은 정치세력화 활동조차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활동하면 조합원은 어느 세력인지 의심하고 있다. 세액공제 등 돈 모으자면 어디로 줄거냐고 부터 묻는다.”고 말하고 있고, 또 다른 노동자는 “조합원들에게는 단결하라고 하면서, 단결해야 살 수 있다고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제 조합원은 콧방귀 뀐다. ‘당신들이 단결하지 못하면서 우리에게 강요하냐’고 한다.”며 절실하게 단결과 통합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3-2. 노동자들의 대중적 정서와 요구를 압축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이러한 호소와 결의에 대해, 이제는 진보정당들과 진보진영에서 진지하게 응답의 신호를 보내야 할 차례다.
어떤 분들은 아직 시기가 아니다라면서 지방선거의 성과를 바탕으로 진보정당의 단결과 통합 논의를 시작하자고 한다. 얼마나 더 추락해야 제정신을 차릴 것인지, 엄중한 현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만약 진보정당들끼리 통합이니 선거연합이니 논란하면서 잔머리굴리기 차원의 샅바잡기만을 하다가 지방선거에서 각개약진하게 된다면, 아마도 선거결과는 더 살펴볼 것도 없이 잘해봤자 ‘주변 정치세력’ 수준의 성과밖에 못 거둘 것이다. 어쩌면 전례없이 처절한 심판을 받는 결과로 나타날 위험조차 있다. 자칫 이런 상황이 된다면 지방선거 이후에 진보정치의 단결과 통합 추진을 하더라도 제대로 힘을 받기가 훨씬 더 어려워지거나 자칫 “버스 떠난 후에 손흔들기”식이 될 위험도 있다.
지난번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진보진영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아마도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며?” 라는 지적일 것이다. 이렇게 한마디로 대중들에게 심판당하는 상황에서는, 온갖 현실적 어려움속에서도 긍지와 자부심 하나로 진보정치를 일구고 있는 진보정당 당원들이나 활동가들이 진보정치의 전도사 역할 등 제 역할을 다하기가 원천적으로 난감하다.
한편 필자는 현시기 진보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현실정치의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도약하는데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진보정당들이 마이너리그 1-2위를 다투는 방식으로는 현실정치에서 주류정치세력으로의 등장은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마이너리그에도 나오는 서푼어치도 안되는 연봉”에 탐닉하고 있다던가, 아니면 몇군데 되지 않는 밀집지역에서 진보정당끼리 주도권을 다투는 방식으로 계속하다가는, 현존 진보정당들이 우리사회의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자는 애초의 진보정치의 길은 물 건너 가버리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유권자들은 각 정치세력의 구호나 주장을 근거로도 판단하지만, 실제로는 과연 그 세력이 실현가능한 대안정치세력인가를 따져보고 투표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존 진보정당들이 유권자들로부터 과연 미래의 대안정치세력으로라도 인정받고 있는 것일까?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진보정치가 미래의 대안정치세력이나 당장의 대안정치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는 진보정치세력 대단결과 통합을 통한 대중적 신뢰의 회복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의 하나가 됨이 분명하다.
또한 진보정당들이 과연 자기 계급대중들로부터는 제대로 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인가? 민주노동당 분당 과정에서 적지않은 당원들이 탈당하였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진보신당에 입당하지 않고 현재 “증발”되거나 “실종”된 상태에 있다. 이당도 저당도 모두 싫다는 것이다. 그동안 진보정당 운동의 대의에 동참하였던 수많은 진보대중들과 활동가들이 손 놓고 있는 상황은 상당부분 분당과정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실종된 “집토끼”들을 챙기고, 나아가 수많은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 청년학생들의 본류를 파고들고 지지자로 묶어 세우기 위해서도 진보정치의 대단결과 통합은 그 결정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또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 진보정치의 희망을 만들고 신명을 다시 불러 일으키기 위해서라도 진보정치의 대단결과 통합은 그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될 것이다.
3-3. 한편, 현재 여러 진보정당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그 역사적 유래가 있고,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어서 그리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당장 통합을 선언한다고 쉽게 되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 허리 매어서는 바느질이 안된다는 옛말도 있다. 그렇다고 너무나 뻔한 길목을 보고서도 손놓고 바느질하지 않으면서 지낼 수는 없다. 결국 서둘러서 바늘귀에 실을 꿰고 바느질을 시작하는 방식이 옳은 접근방식이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등 기존의 진보정당들과 그 외 뜻을 같이하는 다른 정당 세력을 규합하고 그외에도 민주노총과 진보사회단체 및 진보적 지식인 그룹 등 제3지대가 함께 모여, ‘제2의 진보정당 건설 운동’을 즉각 시작하여야 한다. 만약 지방선거가 목전에 닥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여러 가지로 현실적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함께 제2의 진보정당 건설운동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을 통해 대단결과 통합의 지향을 분명히 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공동선거대책본부라도 꾸려서 함께 협력해 나가는 방법도 가능하다.
어느모로 보나 진보대연합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 진보진영이 모두 나서 즉각 추진해야 할 기본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4. 반MB 선거연합
4-1. 이번 지방선거에서 MB정부의 민주주의 파괴와 민생파탄을 심판하는데는 당연히 민주․개혁․진보 정치세력의 선거연합 추진이 핵심 화두가 되고 있다.
원래 선거연합이란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이 공동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시기에 일시적으로 연대․연합하는 것이고, 그 기본 동력은 다수세력(민주당)의 ‘집권전략’과 소수파 세력(진보정당 등)의 ‘교두보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추진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몇 분들이 “반MB 선거연합을 하면 진보정당 등이 민주당의 들러리를 서주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측면은, 선거연합의 구조적 설계 과정에서 당연히 해소되어야 하고, 또 해소됨을 전제로 한다. 선거연합을 통해 다수파인 민주당은 MB정권을 심판하고 집권을 위한 굳건한 발판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고, 선거연합의 결과는 아마도 지방정부의 상당수 석권이라는 민주당의 획기적 진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울러 진보정당 등 소수파 세력은 선거연합을 통해 최소한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의외의 성과를 더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두보의 확보란 소수파 정당의 지지율+알파 정도의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의석 수를 확보하게 됨을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만일 민주개혁진보 정당들이 각개 약진 방식으로 지방선거에 출진하게 되면, 소선거구제라는 선거제도의 특성상 한나라당이나 지방 토호 세력의 어부지리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게 된다. 그 결과 민주당의 경우는 호남과 수도권 일부에서 당선되는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게 되고 또한 다른 소수파 정당들은 극소수 지역에서 당선되는 수준에 그치게 될 것이다. 그 반면 선거연합이 성사되게 되면 다수세력이던지 소수파 세력이던지 간에 모두 정치적 약진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른바 “윈-윈 전략”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현시기의 선거연합 논의는 소수파 세력의 교두보가 확보되는 것을 주요 작동원리로 한다는 점에서, 지난 시기의 이른바 “비판적 지지론”이나 “정책연합” 방안과는 확연하게 구별된다고 하겠다. 도리어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른바 DJP 연합과 어떤 측면에서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라면, 이번에는 DJP연합과 달리 다자간 연합을 추진한다는 점과, 또한 DJP연합은 보수정당끼리의 이른바 “묻지마 선거연합”의 성격을 지니는 반면, 이번의 반MB 선거연합은 민주개혁 정치세력과 진보 정치세력간의 선거연합을 상정하고 있는 관계로 일정 수준의 ‘정책과 가치’ 중심의 연대연합이 필연적으로 수반됨을 상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각 정치세력간의 지지율이나 역관계에 따라 그 ‘정책과 가치’의 수준이 달라지게 됨은 물론이다.
한편 현시기 반MB 선거연합은 이 방안을 통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민생을 파탄시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가능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의에 합치되는 방안이다.
또한 다수파 정치세력인 민주당으로서도 자력으로는 호남을 제외하고는 지방선거 압승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연합을 통해 지방선거 압승과 차기집권을 위한 핵심적인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승리방안이다.
반면 소수파 정치세력인 진보정당 등의 경우는 몇몇 밀집지역을 제외하고는 자력으로는 교두보 확보가 사실상 쉽지않은 조건에서 수도권 등의 지역에서 진보정치의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의미있는 성과를 목표로 할 수 있고, 이는 현시기 진보정치의 ‘메이저리그 진입’을 위한 필수적인 코스라고 볼 수 있다. 진보정당의 또다른 승리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대의로 보나 선거전략적 측면으로 보나, 현시기 반MB 선거연합 추진은 민주개혁진보 정치세력에게 지방선거 대응방안으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2. 반MB 선거연합의 핵심은 정책연대를 추진하는데에 있다. 지역사회의 공공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 또 사회복지를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의 민주(진보)적 재편 방안 등 제반 영역에서 공동정책의제를 확인하고 나아가 이를 공동 공약화하는 방안까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형성된 공동의 정책과제는 차후 연합공천 과정에서나 선거국면에서의 연대연합의 중요한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차후 가능하다면 공동지방정부 구성과 운영시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것이다. 또한 특정 후보와 또 다른 특정후보에 대한 호불호 등을 놓고 논의하는 방식보다 훨씬 합리적이고 구체성있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치를 일정부분 공유하는 가치연대의 의미도 있고, 연합공천 과정에서 선택되지 못한 정당측의 아쉬움과 박탈감을 보완하고 실질적인 협력을 가능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추상적인 구호나 담론 수준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문제를 실사구시하는 방식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 반드시 민주개혁진보 세력이 지방행정을 맡으면 서민생활에 있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지 등을 구체화시켜 제시할 수 있도록 준비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당연히 전국적인 공통성을 갖는 정책과제도 있을 것이고, 각 지역별로 고유의 필요성이 있는 지역특성화 정책과제도 있을 것이므로 각각에 맞는 공동정책화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정당성을 갖춘 좋은 후보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권자인 지역주민, 특히 서민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후보, 국민적 정당성을 갖춘 좋은 후보를 발굴하고 또 형성해 가는 노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실상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경우 좋은 후보를 세울 수 있었던 것이 선거승리의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각 지역 차원에서도 실효성있는 논의틀이 구성,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초동 논의단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짜서 "논의를 선점하는" 방식의 추진방식을 확실하게 극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역 차원의 주요 의견단위들의 다양한 층위의 다양한 의견들을 대부분 망라하는 논의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고, 각 정당들과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의견 조정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4-4. 각 정당들이 참가하는 선거연합, 정책연합, 정치연합의 논의와 병행하여, 활발한 유권자운동이 입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민주개혁진보 정치세력들로 하여금 올바른 반MB 선거연합의 길로 가도록 추동하는 여론을 만들기 위한 적극적 노력, 즉 언론사나 인터넷 언론사 등과 공동으로 전국순회 토론회, 간담회, 강연회 등을 추진하면서 반MB 선거연합의 지역여론을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온라인-오프라인 모두 활성화되는 적극적인 유권자운동이 진행되어 압도적인 여론이 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좋은 후보 기준마련을 위한 주민(국민) 토론회’나 좋은 후보 지역별 추천이나 선정위 구성운영을 통한 진보개혁 통합후보나 검증된 풀뿌리후보 등을 선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행되는 ‘좋은 후보 추천-선정 운동’은 물론이고, 나아가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으로 좋은 후보 당선운동을 진행하는 방안도 적극 강구될 필요가 있다.
또한 거소투표 독려, 홍보조직화나 학교 등에 투표소 설치운동 등 투표참여운동도 조직화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당연히 풀뿌리 생활정치의 특성상 각 지역 차원의 풀뿌리 단위의 논의와 실천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5. 맺으며
시민사회 차원에서 우리 역사상 전례없는 선거연합이나 정치연합 논의가 나오고 진보대연합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실 자체가 어쩌면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다. 어찌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악행이 극성을 부리니까, 지방선거나 정치를 전문 정치인들에게만 맡겨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결국 주권자들인 유권자들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반MB 선거연합과 진보대연합을 위해 기득권을 버리고 대의에 복무하는 길이 결국 모두 윈-윈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는 대명제가, 한낱 도덕적 당위수준에 머물지 않으려면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힘이 결집되어야 하고, 특히 합의된 사항을 강제시킬 수 있는 국민적 정당성과 공론적 권위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적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