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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사 명장면] 17. 중국불교의 위경찬술과 그 역할 ‘인도불교’ 중국 정착 위한 문화적 변용 종교, 혹은 사상적으로 중요성을 갖는 전적(典籍)에 있어서 ‘위경(僞經)’, ‘위서(僞書)’의 출현은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 등의 역사에서도 끊임없는 위경의 논란이 일었고, 중국에서도 도교, 유교의 각 경전과 핵심적인 저작들에 대한 위경, 위서가 끊임없이 출현하고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경전과 중요 전적들에 대한 위서들이 많이 나타나, 역대로 목록집을 만들고 또한 각 전적들에 대한 진위(眞僞)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불교의 교의(敎義) 발전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는 대승과 소승 등의 경전과 논서가 서로 모순되는 교설을 전개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부처님의 교설을 나름대로 부처님의 일생에 배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교판(敎判)’에는 기본적으로 인도로부터 전래되어 번역된 모든 경전이 ‘진경’이고, 또한 모두 부처님의 ‘친설’이라는 전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부터 유추하자면 바로 인도의 ‘범본(梵本)’이 존재하는 경전은 ‘진경(眞經)’이고, 그렇지 못한 경전이나 논서 등은 ‘위경(僞經)’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종리중경목록〉을 근거로 하여 작성된 승우(僧祐)의 〈출삼장기집(出三藏記集)〉에는 〈신집안공의경록(新集安公疑經錄)〉이 게재되어 있는데, 이것은 중국 최초의 ‘위경’에 대한 목록이다. 승우가 권두에 부가한 서문에는 당시 위경들이 유행하는 세태를 한탄하고 위경이라고 의심될 수 있는 것들을 후학들에게 알리려는 목적에서 목록을 작성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로부터 본다면 이미 도안(312~385)의 동진16국시대에 위경으로 의심되는 경전들이 출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안의 목록에는 모두 26부 30권의 의경이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의경(疑經)’의 판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지 않다.
동진16국 시대부터 출현 추정…수. 당대 이르러 극성
또한 그의 서문에는 ‘위경’을 구별하는 기준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나타나고 있다. 여러 경전과 동이(同異)를 비교하여 그 경전의 진위를 구별하고, 그 문체(文體)와 내용의 깊이로서 판별하며, 또한 서역(西域)과 중국의 다른 지역에서 역경한 목록과 대조하여 그에 누락된 제명의 경전 등을 ‘의경(疑經)’ 혹은 ‘위찬(僞撰)’으로 분류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출삼장기집〉에 게재된 도안과 승우의 위경목록으로부터 대체적으로 의심이 가는 경전을 ‘의경(疑經)’으로 부르고, 분명하게 중국에서 찬술되었음을 확인한 경전을 ‘위경(僞經)’으로 칭하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이후 중국불교에서는 끊임없이 위경과 의경에 대한 목록들이 나타나는데, 그것은 중국에서 끊이지 않고 위경의 찬술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또한 당(唐) 도선(道宣)의 〈대당내전록(大唐內典錄)〉 권10 〈역대소출의위경론록(歷代所出疑僞經論錄)〉에 총 170여부 320의 위의경을 들고 있고, 당(唐) 지승(智昇)의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권28 〈의혹재상록(疑惑再詳錄)〉과 〈위망란진록(僞妄亂眞錄)〉에서는 406부 1074권을 들고 있다.
경전으로는 지금까지도 널리 유통되고 있는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천지팔양신주경(天地八陽神呪經)〉 등이 있고, 논서로는 마명의 찬술로 되어있는 중국불교에서 당(唐)대 이래로 불교학개론처럼 사용된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과 용수의 찬술로 알려진 〈석마하연론(釋摩訶衍論)〉, 〈금강정보리심론(金鋼頂菩提心論)〉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송대에서는 다만 〈불설사십이장경〉과 명대에서는 〈모자이혹론〉만을 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두 경전은 이미 그 이전에 위경으로 출현하고 있는 것으로, 그 시대에 다시금 나타난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송대 이후로는 위경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위경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종파 완성 등 중국불교 발전으로 宋나라 이후 중단
둘째, 걸출한 중국불교의 거장들이 나타나 이미 자신의 이름과 목소리로 저작을 발표하여 더 이상 다른 이름 혹은 경전을 가탁할 필요가 없어졌음을 보이는 것이다. 당대의 불교를 종파불교라고 하는데, 이른바 삼론, 천태, 화엄, 법상, 정토, 선종 등 거의 대부분의 종파가 수.당대에 걸쳐 형성되어 완성되고 있다. 또한 각 종파에서는 활발하게 자신의 종의 교의 등에 대한 저작들을 찬술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셋째, 선종에 있어서 ‘어록(語錄)’의 작용이다. 주지하다시피 선종, 특히 중국 선종의 주류를 이루는 혜능의 남종(南宗)은 ‘명심견성(明心見性), 돈오성불(頓悟成佛)’을 제창하고, 스스로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강조하고 있음이다. 그러한 강조는 드디어 〈육조단경〉에서 육조 혜능의 어록을 이른바 ‘경(經)’의 지위로 격상시키고 있다. 이는 중국불교에 있어서 하나의 중대한 의미를 지니는 커다란 사건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에 대하여 상세히 논하지는 않겠지만, ‘위경’으로서의 경전이 아니라 선종의 조사의 어록을 경전으로 극대화시킨 이상 다시 ‘경전’을 가탁하여 자신의 사상, 혹은 중국불교를 위한 어떠한 경전의 찬술은 필요치 않은 것이다. 더구나 송대에 이르러서는 남종 일색의 선종이 중국불교의 주류로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경과 중국에서 논사들을 가탁한 논서들은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킨 측면도 없지 않았겠지만 그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의 작용이 더욱 강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문화와 사상에 있어서 이질적인 중국 땅에 불교를 보다 효율적으로 접목시키려고 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김진무 /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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