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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反월스트리트 시위 국내 확산 임박
미국 월스트리트의 과도한 이익 추구와 소득 불평등에 항의하는 반(反) 월가 시위가 미국 전역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에까지 이같은 움직임이 확산될 전망이다.
11일 시민단체 금융소비자협회에 따르면 협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주축이 돼 금융자본 규탄 움직임에 동참하기로 하고 현재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와 노동계, 금융 피해자 단체 등과 접촉,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성진 협회 사무국장은 "참여 가능성이 있는 단위들이 지난 10일 개별적으로 실행회의를 시작했다"며 "늦어도 오는 1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계획을 밝히고 15일을 행동의 날로 정해 집회나 선전전을 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집회가 열리면 장소는 여의도 증권거래소나 금융감독원 앞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 반대 시위처럼 '점령하라'(occupy)는 구호를 내걸지는 논의를 더 거쳐봐야 알 수 있다고 백 사무국장은 전했다.
국내에서 진행될 운동은 `금융 공공성 회복'과 `금융 독립' 등 2가지 포괄적 주제 아래 금융 피해자와 금융권 노동조합원, 대학생 등이 직면한 개별 피해를 드러내면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 단체들은 최근 부실 대출로 논란이 된 저축은행 사태를 비롯해 파생상품 키코(KIKO), 대학 학자금 대출이자 문제 등 금융과 민생 간 접점이 발생하는 여러 현안을 두루 망라할 계획이다.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서는 예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금융당국에 대해 부실 감독 책임을 물어 고소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검찰이 은행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키코의 경우 "은행 직원들이 상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실적 때문에 판매했다는 증언이 많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은 판매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대학생 문제에 관해서는 학자금 대출 이자를 복리로 적용하는 것을 `대학생을 상대로 한 돈놀이'로 규정하고 이자 부담 완화를 적극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거시적으로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파생 금융상품의 폐해와 관련, `글로벌 금융'의 허구성을 역설하면서 은행 지분의 최소 51%를 정부가 소유하거나 국민주 등 형태로 국민이 소유하게 하는 등 금융 독립성 확보 방안을 제시한다.
백 사무국장은 "총체적으로 비정상인 현 금융시스템 아래에선 지금까지 피해가 없었던 이들에게도 `언젠가 당신 차례가 온다'는 여론을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며 "구체적인 각론 제시를 통해 전 세계적인 금융자본 반대 운동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ㆍ빈민단체들의 연대체인 빈곤사회연대도 `1%에 맞선 99%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를 내걸고 오는 15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금융자본 규탄 집회를 연 뒤 명동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빈곤사회연대는 집회를 통해 "등록금과 청년실업, 노인 빈곤, 노후 불안정, 높은 집값과 물가, 저임금 등 문제는 모두 신자유주의의 폐해"라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착취당하던 이들이 함께 모여 세계를 바꾸자"고 촉구할 예정이다.
전 세계에서 `점령' 시위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웹사이트 `함께 점령하자'(Occupy Together)에는 오는 15일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 모이자는 제안이 올라와 현재 17명이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관련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젊은이들 분노’… 10월 15일 세계 25개국 400곳서 ‘Occupy’ 시위
전 세계 젊은이들이 뿔났다.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가 진원지 유럽까지 확산됐다. 유럽연합(EU)의 수도 벨기에 브뤼셀에는 8일(현지시간) 각국에서 온 청년 200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오는 15일에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전 세계 25개국 400여개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라고 CNN이 9일 보도했다. 이들은 무능한 기성 정치와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시위대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자발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브뤼셀 엘리자베스 공원에 커다란 배낭을 멘 청년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이들은 비가 내리는 공원 바닥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 청년들의 수는 200여명으로 늘었다. 이들은 한데 모여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유럽 시민들이여 분노하자." "탐욕과 부패에 물든 정치인과 금융가들은 물러나라." "EU는 분노의 소리를 들어라."
이들은 지난 5월 스페인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민운동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의 동조자들이다. 대부분 마드리드에서 브뤼셀까지 몇 달 동안 무려 1700㎞를 걸어 왔다. 일부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등에서 합류했다. 시위대의 목표는 이곳에서 개최되는 EU 정상회의에 반(反) 긴축재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들은 15일까지 매일 '야간 의회'를 연다. 무능한 각국 정치인과 EU 관료들이 아닌 시민의 의회가 시민을 위한 진정한 정책을 논의하자는 뜻에서다.
4주째로 접어든 월가 시위도 확산일로다. 당초 주도층인 청년뿐 아니라 중년층까지 가세했다. 뉴욕 주코티 공원에서 벌어진 시위는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가 촉발됐던 워싱턴스퀘어 광장으로 확대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왜 분노하는가. 외신들은 국가는 달라도 동시대를 관통하는 삶의 무게는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채무 위기는 유럽 서민들의 삶을 짓눌렀다. 국가부도 직전인 그리스뿐만 아니라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각국은 초긴축 조치를 취했다. 대량 해고, 임금 삭감, 복지 축소 등이 이어졌다.
스페인의 경우 25세 이하 청년실업률은 45%가 넘었다. 분노한 시민들은 곳곳에서 항의시위에 나섰다. 미국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자본주의의 모순과 소득 불평등, 월가의 탐욕과 부패에 저항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점령하라” … 대서양 건넌 1 : 99 ‘월가 시위’ 유럽 확산
국제금융자본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가 미국을 휩쓴 데 이어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옮아붙고 있다. 캐나다·호주·아르헨티나 등 전 세계 25개국도 오는 15일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를 본떠 국제 금융체제에 내재한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시위대들은 '자본주의 3.0'이라 불리는 신자유주의가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키는 등 경제 실패를 야기했다며 이를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에서는 1000여 명의 시위대가 8일(현지시간) 시위 진원지인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그리니치 빌리지 중심에 있는 워싱턴스퀘어 파크까지 거리 행진을 했다. 시위에는 젊은이뿐 아니라 고령층과 중장년층도 참여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9일 전했다.
반(反)월가 시위는 지난달 17일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월가의 탐욕·부패에 저항하면서 시작됐지만 4주째로 접어들면서 보스턴·시카고·로스앤젤레스·워싱턴DC 등 미 전역 25개 도시로 확산됐다고 CBS방송이 9일 보도했다. 시위대들은 "상위 1% 부유층의 탐욕 때문에 99%의 사람들이 정당한 몫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의 탐욕과 실업, 경제적 불평등 시정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 민주당은 시위에 공감하고 있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비판적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월가 시위는 미국인들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시위대가 계급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럽에서는 스페인의 긴축정책에 반대하며 시작된 시민운동 '분노한 사람들(Los Indignados)'이 8일 유럽연합(EU) 수도인 벨기에 브뤼셀에서 집회를 시작했다. 이날 브뤼셀 서북부 엘리자베스 공원에 200여 명의 청년이 "탐욕과 부패에 물든 정치인과 금융가들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브뤼셀까지 몇 달 동안 1700여㎞를 걸어왔다. 프랑스와 벨기에·네덜란드·독일 등에서도 일부 청년이 합류했다. '분노한 사람들'은 9~15일 매일 이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브뤼셀 곳곳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트위터·페이스북 등을 통해 오는 15일 유럽 전역에서 일제히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특히 EU 본부가 있는 브뤼셀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모여 17~18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27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EU 정상회의를 압박할 방침이다.
호주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퍼스, 캐나다 토론토·밴쿠버·몬트리올·캘거리,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 세계 25개국 400여 도시에서도 15일로 예정된 '점령하라(Occupy)' 시위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CNN은 9일 전했다.
美, 카지노식 금융시장 올인·제조업 방치…'월가 시위' 자초
"나는 13만4000달러의 빚이 있습니다. 학자금대출을 받았고 주택담보대출로 집을 샀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일하다 지난 여름 해고됐습니다. 다행히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했지만 근무시간은 늘고 월급은 줄었습니다. 그나마 이 일자리마저 잃을까 걱정입니다. "
◆일자리가 없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워싱턴스퀘어 공원.수천명의 군중과 함께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Occupy Wall Street)"는 구호를 외치던 26세의 밥 레이즈는 "잘못한 것 없이 열심히 살았는데 변변한 직장도 없이 빚더미에 앉은 상황이 지긋지긋해 월가 점령 시위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은 힘들게 사는데 경제를 망친 월스트리트 사람들은 여전히 수십만달러를 보너스로 받아 가는 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 점령 시위는 특별한 주장이나 요구사항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월가를 점령하자'는 시위의 명칭부터 추상적이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것도,자유무역협정(FTA)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생계비조차 막막한 현실에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가족을 부양할 수 없고 미래를 알 수 없는 것만큼 당신을 화나게 하는 일은 없다"며 "그들이 화가 난 건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에 의존했던 경제성장
'재능과 열정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이 저성장의 늪에 빠져 악몽으로 변해가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율(전 분기 대비 증가율을 연간상승률로 환산해 계산한 수치) 기준으로 1.3%.1분기의 0.4%에 비해서는 다소 높아졌지만 9.1%에 달하는 실업률을 낮추기에는 턱없이 낮은 성장률이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부터 2009년 3분기까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던 미국은 정부의 경기부양으로 2009년 4분기부터 3~4%대로 성장률을 반짝 끌어올렸다. 하지만 올해 들어 성장률은 다시 곤두박질쳤다.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상태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말라붙은 사막에 물을 붓는 것과 같았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실업률이 높아진 건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7년 이후부터지만 사실 이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미국에는 이렇다 할 성장전략이 없었다.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 유일하게 경제를 지탱해온 건 부채였다. 빌린 돈으로 소비를 했고 부동산에 투자해 자산 가격을 밀어올렸다. 조만간 시카고대 강단으로 돌아가는 오스턴 굴즈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최근 "부채에 의존한 소비 지출과 부동산 버블이 이끌어온 지난 10년간의 국가 비즈니스 모델로는 절대 돌아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의 투자와 수출 증대,혁신을 통해서만 제대로 된 경기회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생산직 · 사무직 경시한 성장의 실패
굴즈비 위원장의 발언은 어느 업종보다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을 경시해온 지난 10년간의 정책 실패와 무관치 않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미국의 제조업 일자리는 320만개 줄었다. 기업들이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등 해외로 아웃소싱을 늘리고 투자를 집중하면서다.
미국의 산업구조가 금융업 중심으로 변하면서 생산직과 사무직 일자리가 급감했지만 미국은 실직자들을 재교육하고 첨단인력으로 키우는 데 게을렀다. 최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20만개의 일자리가 기업이 원하는 인력과 구직자들이 보유한 기술 사이의 '미스매치' 때문에 채워지지 않고 있다. 전체 실업 인구의 약 25%가 이 같은 고용 미스매치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제담당 논설위원인 데이비드 위셀은 "월가에서 받는 엄청난 연봉이 아니었다면 과학 소프트웨어 공학 등 의미 있는 직종에서 활약했을 고급 두뇌들이 미국 경제에 냉전시대 공산주의 국가들이 가했던 것보다 더 큰 해를 입혔다"고 말했다. 위셀 위원은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인재와 자본이 흘러들어가도록 성장전략을 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