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일반분양 예정물량 중 최대어로 손꼽히는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혼란에 빠졌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지나친 분양가 통제로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HUG 승인 예정 분양가가 관리처분 시 책정한 분양가를 훨씬 밑돈다”며 “HUG 분양가 승인에 따라 관리처분총회 재개최는 물론, 조합원 분담금 등이 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HUG가 둔촌주공조합에 제시한 분양가는 둔촌주공 관리처분인가(올해 1월 17일) 때 받은 3550만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했지만 HUG는 이를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경우 인근에 비슷한 규모의 분양 단지가 있으면 가장 최근 분양한 단지의 분양가를 적용하고, 1년 내 인근에서 비슷한 수준의 분양이 없었다면 이전 분양 단지 분양가격의 105% 이내에서 가격을 책정했다.
하지만 같은 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입지 조건과 단지 규모 등을 반영하지 않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HUG는 지난해말 분양 예정 단지의 입지조건과 가구 수, 시공사 도급 순위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심사 기준을 마련했다.
철거를 끝내고 터파기 공사를 앞두고 있는 둔촌주공 전경.
하지만 둔촌주공아파트 분양가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은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로, 건립 가구 수가 1만2032가구(일반분양 4786가구)에 달한다. 최근 1년간 강동구에 이처럼 대단지 분양이 없었고, 서울 지역으로 확대해도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다.
2017년 1월 입주한 강동구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3658가구) 전용면적 84㎡ 가격이 13억~14억원을 호가하고, 그라시움(2019년 12월 입주, 4932가구)이 15억~17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HUG가 제시한 분양가는 둔촌주공아파트 조합원들의 생각과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아파트단지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9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헬리오시티(2018년 11월 입주)와 파크리오(2008년 8월 입주, 6864가구)의 전용면적 84㎡ 호가가 17억~20억원에 이르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한 조합원은 “송파구와 강동구 대단지 아파트 평당 가격이 4000만원을 웃도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HUG가 지나치게 낮은 분양가를 책정한 것은 조합원들에게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일반 분양자들에게 로또를 안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후분양 시 공급 절벽으로 아파트값 상승 우려" 제기
다른 조합원은 “HUG는 분양가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명확하게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새로운 분양가 기준을 마련했다고 하지만 분양가를 무조건 낮춰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분양가를 자의적으로 정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길 건너편 있는 송파구 선수촌아파트의 경우 3.3㎡당 5000만원 이상에 가격이 형성돼 있고, 둔촌주공이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을 끼고 있는 초역세권 단지여서 둔촌주공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는 최소 3.3㎡당 3500만~4000만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HUG와 조합간 분양가 이견으로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조합에서는 후분양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후분양 카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선분양 물량이 줄어들어 인근 아파트값이 상승하는 등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