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이야기 31
조오현
어느 날 아침 게으른 세수를 하고 대야의 물을 버리기 위해 담장가로 갔더니 때마침 풀섶에 앉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오르더니 거기 담쟁이넝쿨에 살푼 앉는가 했더니 어느 사이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는 것을 보고 그 놈 참 신기하다 참 신기하다 감탄을 연거푸 했지만 그 놈 청개구리를 제題하여 시조 한 수를 지어 볼려고 며칠을 끙끙거렸지만 끝내 짓지 못 하였습니다 그 놈 청개구리 한 마리의 삶을 이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몇 겁劫을 두고 찬미할지라도 다 찬미할 수 없음을 어렴풋이나마 느꼈습니다.
어느 날 풀섶에 앉아 아침 기도를 하던 참이었습니다. 어느 스님이 대야의 물을 끼얹으려는 바람에 화들짝 놀라 담장 높이만큼이나 폴짝 뛰어올라 담쟁이넝쿨에 살푼 앉는 척하다가 미끄러지듯 잎 뒤에 바짝 엎드려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지요. 평생 배포 있게 숨 길게 쉬자던 각오를 오늘도 못 지켰습니다. 그런데 그 스님 물 대야 비우는 것도 잊고 신기하다 신기하다 중얼거리는 것이었습니다. 천둥 벼락에도 눈썹 하나 까딱 않는 대웅전 목불 석불 놓아두고 이렇게 숨 할딱거리는 축축한 즘생이 뭐가 신기하다고 시조를 짓느라 며칠씩 끙끙거리다니요. 저도 고마운 마음에 답가를 지으려 했지만 그 어떤 청개구리 언어로도 쉬 지을 수 없어 그저 우리네 전통시가인 ‘개골가’를 여름내 부르고 있을 뿐입니다.
--반칠환 시 해설집 {당신의 짐이 당신의 날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