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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以兵强則不勝(시이병강즉불승) : 이런 연유로 병사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木强則兵(목강즉병) : 나무가 강하면 꺾이는 법이다.
强大處下(강대처하) : 강하고 큰 것(强大)이 아래(下)고,
柔弱處上(유약처상) : 부드럽고 약한 것(柔弱)이 위(上)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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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약하나,
죽으면 단단하고 강하다.
만물 초목이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나,
죽으면 말라 뻣뻣하다.
고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다.
이런 연유로
병사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이는 법이다.
강하고 큰 것(强大)이 아래(下)고,
부드럽고 약한 것(柔弱)이 위(上)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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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강남 역>
人之生也柔弱(인지생야유약) :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其死也堅强(기사야견강) :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진다.
萬物草木之生也柔脆(만물초목지생야유취) : 풀과 나무 같은 만물도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지만
其死也枯槁(기사야고고) : 죽으면 말라 뻣뻣해진다.
故堅强者死之徒(고견강자사지도) : 그러므로 단단하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柔弱者生之徒(유약자생지도) :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是以兵强則不勝(시이병강즉불승) : 그래서 군대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木强則兵(목강즉병) :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
强大處下(강대처하) : 강하고 큰 것은 밑에 놓이고
柔弱處上(유약처상) : 부드럽고 약한 것은 위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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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한데
죽고 나면 뻣뻣하고 딱딱해진다
만물 초목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한데
죽고 나면 마른다.
그러므로 딱딱한 것은 죽음의 무리고
유약하고 미세한 것은 삶의 무리라고 한다
병사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게 된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거하고
유약하고 미세한 것은 위에 거한다.
人之生也柔弱, 其死也硬肕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曰堅强者死之徒也, 柔弱微細生之徒也. 兵强則不勝, 木强則共. 强大居下, 柔弱微細居上
[人之生也柔弱, 其死也硬肕堅强] (노자(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2003. 6. 30., 김홍경)
<노바당 역>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윗사람이 세금을 너무 많이 받아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굶주리는 것이다.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이 뭔가를 한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윗사람이 지나치게 삶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삶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삶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보다 더 현명하다.
<임채우 역>
75 백성이 굶주림은 세를 많이 거두기 때문이요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위에서 세를 많이 거두기 때문이요,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위에서 일을 벌이기 때문이며,
백성이 함부로 죽게 되는 것은
위에서 너무 잘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삶 때문에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삶을 귀히 여긴다고 하는 것보다 낫다.
<James Legge 역>
1. The people suffer from famine because of the multitude of taxes consumed by their superiors. It is through this that they suffer famine.
2. The people are difficult to govern because of the (excessive) agency of their superiors (in governing them). It is through this that they are difficult to govern.
3. The people make light of dying because of the greatness of their labours in seeking for the means of living. It is this which makes them think light of dying. Thus it is that to leave the subject of living altogether out of view is better than to set a high value on it.
<Lin Derek 역>
The people’s hunger
Is due to the excess of their ruler’s taxation
So they starve
The people’s difficulty in being governed
Is due to the meddling of their ruler
So they are difficult to govern
The people’s disregard for death
Is due to the glut in their ruler’s pursuit of life
So they disregard death
Therefore those who do not strive for living
Are better than those who value living4
<장 도연 역>
제75장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통치자들이 세금을 많이 거두는 까닭이다
백성들이 굶주리는 것은
윗사람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거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굶주리는 것이다.
백성들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윗사람들이 간섭을 일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스리기 어려운 것이다.
백성들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윗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지나치게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대저 삶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삶에 집착하는 사람보다 훨씬 현명하다.
<왕필 노자주 / 임채우 역>
백성이 굶주리는 것은 그 위에서 세를 많이 받기 때문이요, 백성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 위에서 일을 벌이기 때문이며, 백성이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그 위에서 너무 잘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 삶 때문에 일을 벌이지(혹은 호화롭게 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삶을 귀히 여기는 것보다 현명하다.
民之饑, 以其上食稅之多, 是以饑. 民之難治, 以其上之有爲, 是以難治.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백성이 비뚤어지고 정치가 어지러워지는 까닭은 모두 위로부터 말미암는 것이지 아래에서 연유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백성은 위를 따르기 때문이다.
言民之所以僻, 治之所以亂, 皆由上, 不由其下也. 民從上也.
<Stefan Stenudd 역>
People starve.
The rulers consume too much with their taxes.
That is why people starve.
People are hard to govern.
The rulers interfere with too much.
That is why people are hard to govern.
People take death lightly.
They expect too much of life.
That is why people take death lightly.
Truly, only acting without thought of one’s life
Is superior to valuing one’s life.
People versus Rulers
There are people and there are rulers. Their relation is a complicated one, to say the least. People often have great difficulties suffering the demands of the rulers, and the rulers can have great problems making people obey their commands. Lao Tzu gives some hints to why this is so.
He blames the rulers, because they have the responsibility and the power to make changes. Common people usually don’t.
High taxes were a problem then, as they are now. Governments are insatiable. Taxes are their means, without which they would not be able to do anything.
Power is money and money is power. Those who have the one get the other, and the more they have, the more they can get.
Suddenly, they get too much, and people starve. In the case of ancient China, some taxes could very well be in rice, so over-consumption at one end led directly to starvation at the other end. But the effect is the same when the tax is paid in the form of money.
Sadly, governments are tempted to take all but exactly what people need to survive, and sometimes they do it so narrowly that this crucial limit is exceeded. The excuses vary through time, but the greed is the same.
Of course, people who are pushed to starvation will be difficult to govern, but this can happen for many other reasons. The common denominator is exaggerated interference, which can be said about excess taxation, too.
When governments interfere too much with the lives of the people, there are bound to be reactions, protests, and a general unwillingness to comply. People can cause problems for their leaders in so many ways, only some of them obvious enough to counteract. When pressured, they will swiftly find all these possibilities.
Insufficient Fear
In the former chapter, Lao Tzu talked about threatening people with the death penalty, to make them obedient, and how complicated that can be. He returns to the subject here, explaining why people are not so afraid of dying.
They expect too much of life, which means that they hurry to experience this or that sensation, not bothering to consider risks that may be involved. Their appetite for life is so big that they become forgetful of hazards, and have no time for reflection.
It’s like children playing wildly, forgetting to consider their own safety. When we are drunk on life, we feel invulnerable, and like the young we believe death to be as far off as if we were immortal.
If we don’t get as much out of life as we wished, then it loses its charm. That way, too, we cease to fear death, even if we don’t exactly want it at the very next moment. Expecting too much of life must lead to disappointment. Death loses its horror to the extent that life loses its charm.
To the same extent, the rulers lose their power over us, since they no longer have the ultimate threat at their disposal. Any other threat would also lose its bite, when we don’t shudder at the thought of being killed. It brings a kind of freedom to the people, but in a risky fashion.
Lao Tzu recommends that we take life seriously and hold on to it. That’s in accordance with our nature. We should do our best to survive as long as possible. But he doesn’t regard it as the most ideal relation to life.
One attitude surpasses it. That’s to act without being concerned about one’s own survival, which is utter unselfishness. For the greatest good, we should be able to sacrifice ourselves without hesitation. Also, we should willingly risk our lives to help avoid the greatest evil.
So, we should strive to stay alive as long as that can be done without deviating from Tao, the Way. But we should follow the Way without worrying about how we personally might suffer along it. Lao Tzu assures us that no harm comes to us if we follow Tao, but to do so we must dare risking even our lives.
In other words, to live life properly, we can’t be obsessed by the fear of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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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걸어도 - 최백호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얼굴
보고 싶은 얼굴
거리마다 물결이
사람들이 발길이
머물다 사라져간
허황한 거리에
눈을 감고 걸어도
눈을 뜨고 걸어도
보이는 것은 초라한 얼굴
보고 싶은 얼굴
生之厚 비교
50章夫何故(부하고) : 어째서 그러한가?以其生生之厚(이기생생지후) : 두터운 삶을 살고자 하는 때문이라
75章民之輕死(민지경사) : 백성이 죽음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以其上求生之厚(이기상구생지후) : 위에서 두터운 삶을 구하기 때문이라
生 도덕경 비교
(2장) 故有無相生, 難易相成, 長短相較, 高下相傾, 音聲相和, 前後相隨 / 生而不有, 爲而不恃, 功成而弗居, 夫唯弗居, 是以不去
(7장) 以其不自生, 故能長生
(10장) 生之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
(15장) 孰能濁以靜之徐淸, 孰能安以久動之徐生
(25장) 有物混成, 先天地生, 寂兮료兮, 獨立不改, 周行而不殆
(30장) 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師之所處, 荊棘生焉, 大軍之後, 必有凶年
(34장)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爲主,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 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39장) 昔之得一者, 天得一以淸, 地得一以寧, 神得一以靈, 谷得一以盈, 萬物得一以生, 侯王得一以爲天下貞 / 萬物無以生, 將恐滅
(40장)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
(46장) 天下有道, 卻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
(47장) 出生入死 生之徒十有三, 死之徒十有三, 人之生, 動之死地, 亦十有三, 夫何故, 以其生生之厚
(50장) 蓋聞善攝生者, 陸行不遇시虎, 入軍不被甲兵, 시無所投其角, 虎無所措其爪, 兵無所容其刃, 夫何故, 以其無死地.
(51장) 道生之, 德畜之 /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元德
(55장) 益生曰祥, 心使氣曰强, 物壯則老, 謂之不道, 不道早已
(59장) 是謂深根固柢, 長生久視之道
(64장) 合抱之木, 生於毫末
(72장) 民不畏威, 則大威至, 無押其所居, 無厭其所生
(75장) 民之輕死, 以其上求生之厚, 是以輕死, 夫唯無以生爲者, 是賢於貴生
(76장)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兵, 强大處下, 柔弱處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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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한데 죽고 나면 뻣뻣하고 딱딱해진다. 만물 초목이 태어날 때는 부드럽고 약한데 죽고 나면 마른다
人之生也柔弱, 其死也硬肕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두 번째 구절은 모든 통행본에 "죽고 나면 딱딱해진다"로 되어 있고, 뻣뻣하다〔硬肕〕는 말이 없다. 백서는 중복된 표현이므로 문장을 손봐야 한다면 이 말은 빼고 싶다. 하지만 백서에는 갑·을본 모두에 이런 표현이 있으므로(글자는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그대로 싣는다. '인(肕)'은 근육이 딱딱한 것을 가리킨다. 곧 죽어서 몸이 경직되는 것이다. '고(枯)'는 살이 없는 것이고, '고(槁)'는 물기가 없는 것이다.
이 문장은 훌륭한 비유를 담고 있다. 강한 것만을 숭상하는 세상의 가치를 도전적으로 뒤집으면서도 이렇게 알기 쉬운 사례를 갖다댄다는 것은 뛰어난 안목이다. 『노자』의 총명이 흠뻑 느껴지는 대목이다.
『회남자』 「원도훈」은 부드러움이 얼마나 좋은가에 대한 이 뛰어난 관찰에 두 가지를 덧붙인다. "가죽은 굳으면 찢어지고, 이는 혀보다 딱딱해서 혀보다 먼저 망가진다." 이것 역시 뛰어난 관찰이지만 아류에 지나지 않는다. 『설원』 「경신」은 『회남자』의 이 보충 설명에 의지하여 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미 한번 언급한 바 있는 한 평자와 숙향이다.
이 이야기 속에서 숙향은 강함과 부드러움 중에 어느 것이 더 좋은가 하는 한 평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신의 나이가 여든이 되어 이빨은 두 번이나 빠졌지만 혀는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노자』의 두 문장(43·76)을 인용한다. 이의 강함과 혀의 부드러움을 비교하는 수법은 『회남자』에서 왔을 것이다. 「경신」에 대해서는 여러 번 언급했다.
그러므로 딱딱한 것은 죽음의 무리고 유약하고 미세한 것은 삶의 무리라고 말한다
故曰堅强者死之徒也, 柔弱微細生之徒也
갑본이 이렇게 되어 있다. 을본에는 뒷구절의 '미세(微細)'라는 말이 빠져 있다. 아마도 을본은 갑본에 중복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이 문장을 윤문했을 것이다.
『여씨춘추』 「심분람·불이」에 따르면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긴 것은 노담이다. "노담(老耽)은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겼고, 공자는 인을 중하게 여겼으며, 묵적은 강직함〔廉〕을 귀하게 여겼고……." 「불이」가 증언하는 것처럼 노담은 확실히 부드러움을 중시했던 것 같다. 『장자』 「천하」에도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근본을 귀하게 여기고 외물을 하찮게 여기며, 많이 쌓아놓은 것을 오히려 부족하게 여기고 담담하게 홀로 신명과 함께 거한다. 옛날의 도술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관윤과 노담이 그 이야기를 듣고 기뻐하여 언제나 소유함이 없다는 학설을 세우고 태일 사상을 주로 하여, '유약하고 겸양하는 것을 내세우고', 집착하지도 소유하지도 않음으로써 만물을 해치지 않는 것을 실질로 삼았다.2)
『노자』의 부드러움은 어떤 역사적·정치적·물리적 한정도 없이 대입 가능한 수많은 요소를 포괄한다. 맹자의 인정이나 묵자의 겸애나 모두 '부드러운' 계열이지만 맹자의 인정이 묵자의 수비를 연상시키지 않고, 묵자의 수비가 맹자의 인정을 연상시키지 않는 것은 그것이 정치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역사적으로든 한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노자』의 부드러움에는 그런 한정이 없다.
이것은 『노자』의 사상이 뛰어난 진리로 느껴지는 주요한 이유다. 공자에게도 도가 있고, 묵자에게도 도가 있지만 『노자』의 도가 좀더 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어떤 한정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정이 없기 때문에 『노자』의 도는 이미 존재했던 것이든 앞으로 존재할 것이든 모든 삶의 길과 우주의 원리를 포괄한다. 모든 영역에서 진행되는 이러한 일반화 또는 추상화는 『노자』의 생명이다.
그렇다고 해서 『노자』의 도나 부드러움의 찬양을 추상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랬다면 『노자』는 이미 잊혀졌을 것이다. 그것은 추상적인 것 같으면서도 구체적이고, 이상적인 것 같지만 지극히 현실적이고, 초속적인 듯해도 실제로는 세속적이고, 이념적인 듯하지만 사실은 공리적이다. 『노자』가 만약 부드러움과 강함을 이론적으로 비교하는 데만 그쳤다면 『노자』는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비교하면서 각각에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죽기 싫어하고 살고자 하는 것은 구체적·현실적·세속적·공리적인 욕망이기 때문에 부드러움이라는 속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도)과 연결되는 순간 부드러움에 대한 『노자』의 찬양은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생동하는 처세의 방법이 된다. 『노자』의 뛰어남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삶(국가)의 길을 살아 있는 현실적 효과와 결합시킨 데 있다.
「불이」는 "노담은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겼고, 공자는 인을 중하게 여겼으며, 묵적은 강직함〔廉〕을 귀하게 여겼고……"라고 하면서 공자나 묵자보다 노담을 앞세웠다. 「불이」는 모두 열 사람을 '천하의 호사(豪士)'로 소개하면서 각 사상의 핵심을 전해주는데, 그 열 사람은 위의 세 사람과 관윤·열자·전병·양주·손빈·왕료·아량이다. 이 열 사람 중에서 생년이 확실한 사람은 공자뿐이고,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는 인물은 묵자와 전병·양주·손빈이며, 나머지 인물은 실존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순서가 역사적 시간대를 반영하는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적어도 인물의 비중을 고려해서 나열했을 것이므로 노담을 공자 앞에 놓았다는 것은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미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여씨춘추』는 공자가 노담에게 배웠다는 기록을 전하는 가장 이른 문건이다. "공자는 노담과 맹손기(孟蘇夔), 정숙(靖叔)에게 배웠다(「중춘기·당염」)." 더 이상의 자세한 이야기는 없으므로 공자가 무엇을 어떻게 배웠다는 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만약 노담과 공자의 전설을 싣고 있는 『장자』의 의심스러운 기사를 한대의 것으로 판단한다면 이보다 일찍 공자를 노담의 제자로 만들어버린 기록은 없다. 곧 『여씨춘추』는 노담이라는 신비스러운 인물을 공자라는 역사적 인물의 선배로 만들어놓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자에 대한 좀더 신빙성 있는 자료인 『논어』에는 자신의 스승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나오지 않고,3) 줄곧 옛것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했다는 따위의 독학을 암시하는 말만 나온다. 『여씨춘추』는 말을 꾸며내기보다는 있는 말을 기록하는 편이다. 그러나 비록 이미 있던 이야기를 단순히 옮겨 적은 것에 불과하더라도 『여씨춘추』는 노담을 적극적으로 선전한 셈이다. 노담이 공자의 스승이라는 이야기는 누구나 의심할 만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대로 옮겨 적었기 때문이다.
본문에는 '고왈(故曰)'이라는 말이 있다. 돈황 경본을 제외한 모든 통행본에는 '왈(曰)'이 없다. '고왈'은 『노자』에서 옛말을 인용할 때 흔히 앞에 내세우는 말이므로 이 문장 전체는 『노자』의 말이 아니라 옛말일 수 있다. 「불이」와 연관시켜 보면 이 옛말의 주인은 노담일지도 모른다.
병사가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가 강하면 부러지게 된다
兵强則不勝, 木强則共
'공(共)'은 갑본에는 '항(恒)', 을본에는 '긍(兢)'으로 되어 있다. 대부분의 통행본에는 '공(共)' 또는 '공(拱)'으로 되어 있고, 왕필본에는 '병(兵)'으로 되어 있다. '항'과 '긍'은 '공'과 소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통한다고 볼 수 있고, '병'과 '공(共)'도 글자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잘못 옮겨 적은 것으로 보든 그렇지 않든 또 서로 통한다.
그런데 '공(共·拱)'의 뜻도 분명하지 않다. 이에 대한 주해는 가지각색이고, 어느 것이 옳다고 할 결정적 근거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해에 따르면 이 글자는 어떻게든 나무가 잘리는 것과 관련이 있다. 물론 이 범주에 들지 않는 주해도 있고(하상공·육희성·오징 등) 세부적으로는 서로 다르기도 하지만 크게 보아서 그렇다. 가령 범응원·동사정은 이것이 "같이 나무를 자른다〔共伐〕"는 의미라고 하였고, 소철·임희일은 "한줌〔拱〕 이상이 되면 나무가 잘린다(마른다)"는 의미라고 하였으며, 여혜경은 "벌목할 때 함께 나무를 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열자』에는 이 말이 노담의 말로 인용되어 있다. "노담이 말하기를 병사가 강하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이니〔折〕 유약한 것은 삶의 무리고, 딱딱한 것은 죽음의 무리라고 하였다(「황제」)." 위에서 보는 것처럼 『열자』는 '절'이라는 글자를 썼고, 글의 순서도 『노자』와 다르다. 『회남자』 「정신훈」에도 이 문장이 나오는데, 역시 '절'자를 썼다. 『문자』는 약간의 손질만을 거쳐 『회남자』를 거의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대목이 대부분이므로 『회남자』에 있으면 『문자』도 찾아봐야 하는데, 과연 『문자』도 「정신훈」의 글을 약간 변형시켜 옮겨놓고 있다(「도원」).
황무재(송)는 『열자』에 주목하면서 문제가 되는 글자는 원래 '절'이라고 주장했다. 유월은 그 설을 보충하여 '절'이 '병'이 되고, '병'이 '공'이 되었다고 하였다. 백서 발견 이전까지는 이 설이 유력했는데, 백서의 글자는 '절'과는 통할 수 없으므로 그 설이 완전히 옳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의 뜻을 해석할 때는 『열자』 등에서 '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백서 연구 중에는 '공'을 휘다(장송여), 태워진다(고명) 등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위의 사실들을 종합하여 부러진다는 뜻으로 새긴다.
『열자』 「황제」는 이 말이 다음과 같은 고어와 관련이 있다고 전해준다.
그러므로 상고의 말에 이르기를 "강함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기는 것이고, 부드러움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이기는 것이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기던 사람이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위태롭지만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이기는 사람에게는 위태로움이 없다"고 하였다.
이런 고어가 실제로 있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황제」는 후대의 작품이므로 노담의 말도 옛말이 될 수 있고, 아니면 흔히 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말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근거없이 옛말이라고 했을 수도 있다. 잘 모르겠지만 앞에서 해설한 '고왈'과 관련이 되므로 기록해둔다.
강대한 것은 아래에 거하고, 유약하고 미세한 것은 위에 거한다
强大居下, 柔弱微細居上
두 번째 구절의 '미세(微細)' 역시 을본 및 모든 통행본에는 없다.
이 문장에서 『노자』는 위에 자리하려고 한다면 유약과 미세함이라는 덕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한다. "천지의 이치로 볼 때 작은 것은 큰 것을 실을 수 없고, 가벼운 것은 무거운 것을 실을 수 없기 때문에 강한 사람은 왕이 될 수 없고, 강한 나무는 위에 있을 수 없다(엄준)." 강한 사람은 기껏해야 몸이 수고로운 신하 노릇밖에 할 수 없고, 왕의 성격이 억세면 그를 감당할 신하가 없다.
『노자』는 이미 아래로 처하는 이로움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유약함을 견지하여 위에 처하는 이로움을 말하고 있으므로 서로 모순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노자』가 아래로 처하기를 권장하는 것은 수단이다. "반드시 높아지려면 낮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39)"는 말은 높아지기 위해서는 낮음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릇 모두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이니 큰 나라가 마땅히 아래로 처해야 한다(61)"는 말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큰 나라는 아래로 처해야 한다는 의미다. 비록 무작정 높아지고 무작정 얻고자만 하는 사람(제왕)들의 욕심을 어루만지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노자』에는 항상 『노자』의 격율에 따를 때 얻게 되는 '좋은 것'에 대한 언질이 있다.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좋은 것은 살아남는 것이지만 때로는 부귀영화도 그만큼 좋다. 『노자』는 부귀영화에 대한 노골적 추구가 삶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줄기차게 이야기하지만 좋은 삶의 결과로서 주어지는 부귀영화는 마다하지 않는다. 지극히 세속적인 중국을 떠받치고 있던 주요한 사상은 모두 마찬가지다. 이 세속적인 욕망을 철저히 부정하는 사상 또는 종교는 중국에 발붙일 수 없었다. 그러므로 유약함을 견지하여 얻게 되는 좋은 것에 대한 인상이 설령 『노자』적 삶의 격율과 어긋나는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따질 일이 아니다.
강함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기는 것이고
부드러움은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이기는 것이니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이기던 사람이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위태롭지만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이기는 사람에게는
위태로움이 없다고 하였다
―『열자』 「황제」
[人之生也柔弱, 其死也硬肕堅强] (노자(삶의 기술, 늙은이의 노래), 2003. 6. 30., 김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