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64)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4장. 비밀 작전후 요시다 대위의 새로운 변신
8절. 학생들의 연판장 사건
요시다 대위는 군복을 입으면 땀이 나서 견디지 못했기에 운동복을 입고 소년원생과 함께 힘찬 구보를 하였다.
새벽 안개가 끼어 있는 벌판을 힘차게 구보하는 소년원생들의 모습은 싱싱하였다.
그들이 내뿜는 목소리가 요시다의 가슴에 전해올 때면 젊음이 되살아났다.
그의 나이 아직 29세로 젊었지만 십여년 아래인 소년들을 보면 늙은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소년들과 함께 뛰면 다시 젊어지는 기분이었다.
아침 소년교육부에 들른 교육부장 소노다(園田) 대좌와 함께 동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는 배가 부르고 나이가 들어 구보로 동참하지 않고 말을 타고 따랐다.
구보를 마친 후 세수를 하는 시간이 왔다.
소년대사에는 소년들의 교육에 지장이 있다고 해서 수세식 변소와 급수시설을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
사실은 전에 교육부장을 맡았던 니시다(西田) 중좌의 부정으로 인한 결과였지만,
부대에서는 그러한 이유를 대고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그래서 물은 취사장과 목욕탕이 있는 위생병 교육대사 옆으로 가야 했다.
3백명이 한꺼번에 세수를 할 수 없는 일이었고, 줄을 서서 하더라도 시간이 걸려서 상당히 혼잡했다.
어려움을 모르고 훈련을 받으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내무반장과 사감의 세수물은 각반의 소년 당번이 떠나 받쳐야 했다.
물론 교육대장으로 있는 요시다 대위의 세숫물도 떠나 놓아야 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한 시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다.
교육은 9시부터 시작했다.
소년 교육대 1기생들은 실습반이 되어 부대의 각 반에 실지 배속되어 일했다.
마루타를 관리하는 특별반과 식물연구반의 야츠기사와(八木澤)반을 제외하고 모든 반에 골고루 배치되었다.
후미코의 동생 미나루(三成)는 제3부 진료반에 들어갔는데, 부르기를 남동반(南棟班)이라고 했다.
미나루(三成)는 요시다에게 의과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어 택했다고 대답했다.
소년대원은 밤 10시면 취침을 해야 했다.
취침 나팔이 교육대 본부에서 들리면 소등이 되고 잠을 청해야 했다.
그러나 소년들은 그 날 각 반에서 목격했던 끔찍한 일을 주고받으며 잠을 못 이루었다.
요시다 대위가 야간 순찰을 돌며 어느 방앞에 걸음을 멈추었다.
방 안에서 들리는 소리가 '마루타, 마루타--'하며 격앙된 목소리로 되풀이되었기 때문이었다.
"임마, 난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을 봤어. 냉동실에 마루타가 발가벗고 들어가 있는데 온몸의 피부가 검푸르게 동상이 걸리면서 고통스럽게 기절하더라 그것을 사진반 아저씨들이 8미리 활동사진으로 찍고 있었어"
"그건 별거 아니야. 마루타가 진공실험실에 들어갔는데, 펌프로 실내의 공기를 빼니까 마루타가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어떻게 됐는데?"
"눈알이 튀어 나오고, 입하고 항문으로 내장이 꾸역꾸역 나오면서 온몸의 혈관이 지렁이처럼 부풀어 일어났어.
마침내는 내장이 마치 하나의 생명이나 되는 것처럼 꿈틀거리면서 밖으로 나왔어."
"징그러웠겠구나?"
"그래서 난 나중에 돌아서서 안 봤어."
"난 오늘 일하는 마루타를 봤는데?"
"마루타가 왜 일하니? 실험대에만 올라갈 텐데?"
"모르는 소리마라. 내가 배치된 혈청반에 옥상에 올라가 봤는데 말야.
옥상에는 비둘기 똥이 많이 깔려 있고 아주 냄새가 지독했어. 그래서 얼른 내려갈려고 했지. 그런데 철그렁철그렁 하는 소리가 들려 내려다 봤더니 안쪽 뜰에서 마루타가 족쇄를 차고 삽질을 하며 흙을 파고 있었어.
그 뜰에 나무를 심으려고 했나봐.
그런데 말야, 그 반대편 뜰에는 갓난아기를 안고 젖을 먹이는 여자 마루타가 있었어. 너희들 여자 마루타 봤니?"
"못 봤어."
"난 수술하는 걸 봤어."
"그 여자 마루타는 아주 젊고 살결이 희고 몸집이 조그만했어.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중국 여자였던 것 같아. 그 여자가 가슴을 풀어헤치고 젖을 주고 있었어.
불쌍한 생각이 생겨서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는 알사탕을 그 아이에게 던져 주고 싶었다.
그래서 뜰로 던질까 하는 생각으로 내려다보며 살폈지.
그런데 그 여자 마루타로부터 조금 떨어진 벽에 감시하는 특별반원이 있잖아 그래서 알사탕을 못 던졌어."
요시다 대위는 가슴이 뛰었다.
소년들의 입에서 마루타 목격담이 흘러나오는 것을 듣자 그는 숙사로 들어가지 않고 돌아서 나갔다.
아주 착잡한 기분이 되었다.
요시다 대위는 사감실 옆에 있는 자신의 숙소로 들어갔다.
군복을 벗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소년원생들이 마루타를 실험하는 장면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은 밤이 되면 그 날 보았던 일을 같은 방에 원생들과 얘기 했을테고 대위가 들은 것은 그러한 일상적인 것을 우연히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착잡하게 생각하는 것은 소년들의 가슴에 남기게 될 자국이었다.
그것을 보고 하루종일 멍해져서 일을 하지 못하는 소년도 있었고, 잠을 못 자며 우는 소년도 있었다.
그러나 일손이 모자란 연구반들은 소년원생의 실습교육을 포기 할 수 없었다.
며칠 후에 요시다 대위는 숙소를 독신자 관사로 옮겼다.
그러나 아침 일찍 일어나 소년원생과 체조를 하고 구보하는 일은 계속하였다.
그는 아침식사를 소년원생과 함께 하였다.
그렇게 되자 소년원생들 사이에서 요시다의 인기가 대단히 올라가게 되었고, 그를 존경하는 눈치가 보였다.
요시다 대위가 소년원생 176명으로 부터 서명된 봉투를 받은 것은 28일이었다.
밖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는 저녁이었다.
판임관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마치고 그릴에서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제 1 기 소년원생 실장이 두툼한 봉투 하나를 주고 갔다.
요시다 대위는 커피를 마시며 빙긋 웃었다. 그러나 봉투를 열고 들여다보던 요시다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것은 사감 니시로(西口) 중사를 고발한 내용과 소년원생 176명의 서명이었다.
⎾존경하는 우리들의 교육대장님,
지금부터 우리는 말씀드리기 아주 곤란한 일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어 건의 드립니다.
우리는 사감 니시로 중사의 포악하고 이상한 기합과 이상한 짓 때문에 이렇게 건의를 드립니다.
대장님께서 소년대사 사감실 옆에 와 계시던 한 달 정도는 사감의 횡포가 줄어들었었는데
대장님이 소년대사를 떠나고부터는 전보다 더 포악한 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장님,
우리가 군율을 어겨서 목총과 주먹으로 맞는 것은 그래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감 니시로 중사는 교육적인 일이 아닌 사소한 것으로도 트집을 잡아 거의 몸을 제대로 쓸 수 없도록 구타를 합니다.
상관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해야 된다지만 잠이 안 온다고 자고있는 우리를 깨워서 때리고,
쳐다보는 눈매가 왜 그러느냐고 하면서 얼굴이 온통 시퍼렇도록 패고 있습니다.
겨울에 우리를 발가벗기고 나서 구보하라고 한 일은 지나간 일이지만 그 일로 여러 사람이 완쾌되지 못했습니다.
경례를 하는데 박력이 없다고 해서 발가벗겨 놓고 엉덩이가 피가 나도록 때렸고
쓰러진 원생의 머리를 목총 개머리로 쳐서 기절시키기도 했습니다.
사감 니시로의 폭력은 일찍이 없었던 악질적인 것으로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넘어지면 다가가서 쓰러진 원생의 허리를 걷어찹니다.
그래서 몸을 오그리고 헐떡이면 이번에는 목총으로 등를 내리치는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은 이대로 죽는구나 할 만큼 심하게 상처를 입힙니다.
만약 반항하는 눈초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이 새끼 눈초리가 왜 그래' 하고 더욱 호되게 구타합니다.
때리면서 그는 더욱 신이 나고, 그 가속도가 붙으면서 신들린 사람처럼 더 때리는데 그것은 심한 고통입니다.
대장님,
그 일뿐만이 아니라 사감 니시로 중사는 밤이 되면 소년대원 한 명씩을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이상한 짓을 합니다.
그의 이상한 짓에 잘 호응하면 맞을 것도 봐주지만 반항하거나 뿌리치고 나오면 두고두고 트집 잡으면서 구타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해서 우리는 그를 증오하게 되었고, 아주 해치우자는 의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당번 때에는 알미늄 식기에 우리가 머리의 비듬을 긁어 넣어 비듬밥을 만들어 바치기도 했고,
어떤 소년대원은 동물사에 들어가 시험관 가득히 벼룩을 넣어 와서 사감의 침대 베개 밑에 벼룩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장난과는 무관하게 사감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사감이 잠들었을 때 입 안에 페스트 균을 넣자는 의견도 나오고, 페스트는 당장 죽으니까 장티푸스 균을 넣자고도 했습니다.
소년대 1기생이 각 세균 연구반에 실습 나가니까 구하려고 들면 가능했습니다.
첫댓글 그 시절에도 그런놈이 하나씩 있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