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모둠 별로 열심히 준비했던 행사 당일입니다. 새해맞이 행사를 위해 하나 둘 철암도서관으로 모입니다. 만두 빚고 떡 써는 시간이 다가오자 도서관이 북적거립니다. 한 공간에 이렇게 사람들과 많이 모이는 게 오랜만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이 공간이 참 좋습니다. 후끈거리는 열기가 느껴집니다.
일 층에 앉아 있는데 승민이가 슬며시 다가옵니다. "선생님. 이따 저녁에 꼬치 만드는 모둠 하실래요?" 방금 막 만들어진 어묵꼬치 모둠에 섭외 제안이었습니다. 승민이가 먼저 다가와 함께 하자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떡과 고명 모둠이 마무리된 일곱 시 이후에 모인다고 하여 좋다고 했습니다. 지금 누가 모였는지 물으니 아직 네 명만 모았다고 합니다. 네 번째 모둠원이 저라니 영광입니다.
일곱 시가 되어 요리 할 준비했습니다. 다섯 모둠으로 나눠서 모둠별로 만두 빚기, 떡 썰기, 어묵꼬치 만들기 합니다. 쿡쿡방에 두 모둠, 열람실에 세 모둠 나눠서 만들었습니다. 인원이 많은 꾸미기 모둠과 만두소 모둠이 쿡쿡방에서, 행사진행 모둠, 어묵꼬치 모둠, 떡과 고명 모둠은 열람실에서 만들었습니다. 저희 모둠인 떡과 고명 모둠에는 태헌이도 함께 했습니다.
만들기 전, 쿡쿡 방에서 임미라 선생님께 만두 만드는 법 들었습니다. 만두피에 물을 바르고, 만두소가 넘치지 않게 적당히 한 숟가락 정도 넣고, 잘 붙도록 꼼꼼히 누르며 만듭니다. 아이들 모두 집중해서 듣습니다. 현아가 떡 써는 방법 설명했습니다. "마음가는 대로~ 얇게 어슷썰기 하면 됩니다!" 현아의 설명을 듣고 모두 웃습니다.
모둠 별로 모여서 음식 만들었습니다. 현아 다은 태헌이 만두를 빚고 저는 떡을 썰었습니다. 태헌이는 어제 본 동화책에 나오는 강아지 만두, 너구리 만두를 만듭니다. 작은 손으로 만두를 조물거리며 만두가 터지지 않게 애씁니다. 모양이 범상치 않은 태헌이 만두 꼭 먹어보고 싶습니다.
음식을 다 만들고 책상과 바닥을 정리했습니다. 현아는 태헌이에게 이것저것 부탁합니다. "태헌아. 책상 닦아줄 수 있어?" "응!" 행주를 가져와 책상을 열심히 닦습니다. 만두소가 가득한 책상이 조금씩 깨끗해집니다. "엄마가 이렇게 하는 거 봤어." 임미라 선생님이 평소 청소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청소합니다. "와! 이렇게 청소 잘하는 다섯 살이 어딨어. 누나는 여덟 살인줄 알았잖아!." 옆에서 현아가 태헌이를 칭찬합니다. 함께 꺄르르 웃습니다. 즐겁습니다.
행사진행 모둠에서 곧 새해맞이 행사를 시작한다고 해서 일 층으로 내려갔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았습니다. 사회자인 지헌이와 MC철암(선우)가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장기자랑이었습니다. 하음이와 예헌이가 줄넘기를 가지고 와 장기자랑 합니다. 오후에 도서관 앞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었던 게 오늘 장기자랑을 위한 일이었나 봅니다. 하음이 예헌이가 줄넘기 잘하는 모습을 함께 응원하며 지켜봤습니다. 아이들의 줄넘기 실력 자랑으로 분위기가 살아났습니다.
그 후로 마피아 게임, 리즈 퀴즈, 노래 맞추기, 얼굴 맞추기 했습니다. 행사진행 모둠이 얼마나 세심하게 살피고 꼼꼼하게 준비했는지 PPT 자료에서 느껴졌습니다. 왜 야근을 했는지, 아이들의 열정이 보입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준비한 만큼 저희도 즐겁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모두가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문제를 맞추기 위해 집중합니다. 노래 맞추기 시간에는 노래를 잘 들으려고 조용해집니다. 새해맞이 행사 중 유일하게 조용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 편지도 적었습니다. 친구, 가족, 선생님 둘레 사람에게 한 해동안 고마웠던 일을 편지에 적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여 마음 담아 적었습니다. 가족에게 우편으로 편지를 보내는 일은 처음입니다. 뜻깊습니다.
가연이네 아버님이 보내주신 치킨 먹었습니다. 민아 현아 다은이 모둠 별로 둘러 앉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태헌이는 이를 닦아 먹지 않겠다고 합니다. 셋이서 닭다리를 먹기 위해 가위바위보 합니다. 닭다리를 먹지 않는 저는 웃으며 구경했습니다. 열심히 놀아 조금 배고플 시간에 알맞게 음식 준비해주어 고맙습니다.
태희가 특별 공연했습니다. 기타치며 노래 불렀습니다. 태희 목소리에는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노래도 마음 담아 부르니 모두의 마음을 울립니다. 송지우 선생님과 함께 부르기도 했습니다. 호암산에서 송지우 선생님이 부르는 노래를 들은 적 있습니다. 그때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낭독회 했습니다. 행사진행 모둠에서 시 한 편씩 정해 낭독했습니다. "광활 선생님이 생각나서 가져왔어요." 슬찬이의 시가 마음을 울립니다. "모르는 바람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이 바람은 나를 지나쳐 또 다른 곳으로 향하겠지. 너를 다시 또 만날 수 있을까." 함께하는 시간이 참 즐겁지만 언젠가 헤어져야 합니다. 그런 광활의 마지막이 생각나는 시입니다. 광활이 끝난 후 여름에도 겨울에도 철암도서관에 찾아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 만나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장소가 되길 소망합니다.
새해를 기다리며 타종식 준비했습니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도서관 천장에 타이어를 길게 메달고 아이들이 준비한 방망이로 종을 치는 것처럼 쳤습니다. '댕~'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함께 새해를 축하합니다. 서로 안아주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원하는 소망 꼭 이루라고 인사합니다. 저는 태헌이가 무릎 위에 자고 있어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인사해줍니다. 저도 마음 담아 축하하고 응원했습니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이불을 정리하고 도서관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각자 조에 맞는 차량에 탔습니다. 가연이 려원이 저는 려원이 아버님 차에 함께 탔습니다. 안연빈 선생님은 일이 생겨 새벽에 돌아갔다고 합니다. 아쉽습니다.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구포해변으로 갔습니다. 새벽에 운전하는 게 쉽지 않은데 려원이 아버님께서 운전 해주셨습니다. 옆에서 려원이가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졸리지 않게 도와줍니다. 조용하지만 설렘이 가득한 차 안입니다.
구포해변에 도착하니 승민이 아버님께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전망대를 위해 큰 차도 준비하셨습니다. 위에 올라가니 수평선이 펼쳐집니다. 수평선 위에 놓여진 얇은 햇빛이 아름답습니다.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좋은 장소에 귀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 보낼 수 있어 감사합니다.
해변으로 내려가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 찍었습니다. 함께 온 사람들과 이 순간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붉은 해를 바라보며 올해 소원도 빌었습니다. 학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면 좋겠다고,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면 좋겠다고 빌었습니다. 반드시 이뤄지리라 믿습니다.
송구영신 처음 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처음입니다. 제 처음을 좋은 기억으로 채울 수 있어 좋습니다. 학교사회복지사 수련과 광활을 하며 제 처음이 따스하게 물들어가니 고맙습니다. 항상 곁에서 좋은 추억 만들어주는 아이들, 선생님들, 동료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오래 함께하길 소망합니다.
첫댓글 와! 얼마나 좋았을까요.
기록을 읽는데도 이렇게 좋은데, 상상만으로도 이렇게 따뜻하고 풍성한데...
지윤의 소망이 꼭 이루어질 거에요.
복이 될 지윤의 사회사업인생을 응원합니다.
멋지게 물들어 갈 2023년 한 해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