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기 칼럼]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 독립기념관은 다시 독립운동가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
[정병기 칼럼] 묵은 체증이 내려갔다
- 독립기념관은 다시 독립운동가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 -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해임안 의결 소식을 접한 순간, 솔직히 말해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독립기념관 앞에서 직접 목이 터져라 김 관장의 퇴진을 요구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 결정은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었다고 생각한다.
독립기념관은 충청권, 특히 천안이 대한민국에 자랑할 수 있는 역사적 자산이다. 단순한 지역 시설이 아니라, 대한민국 독립운동사의 상징이자 민족 정체성의 최전선이다. 그런 공간이 지난 1년 반 동안 사유화 논란과 왜곡된 역사관으로 몸살을 앓았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참담했다.
김형석 관장 재임 기간 동안 독립기념관은 더 이상 ‘기억의 성지’가 아니었다. 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은 흐려졌고, 독립운동가들의 희생은 해석과 재단의 대상이 됐다. 역사에는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상징 기관에서만큼은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그 선은 헌법 정신이고, 독립운동의 정통성이며, 순국선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필자는 그 선이 무너지고 있다고 느꼈기에 매섭게 추운 날씨에도 독립기념관 앞에 섰다. “독립기념관을 정치와 개인의 역사관에서 지켜야 한다”고 외쳤다. 그것은 특정 인물을 반대하기 위한 집회가 아니라, 독립운동가들에게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이번 이사회 해임 의결은 김형석 개인에 대한 평가를 넘어선다. 이는 독립기념관이 누구의 것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다. 독립기념관은 관장의 것도, 정권의 것도 아니다. 오직 독립운동가와 국민의 것이다.
특히 충청권은 이번 사태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천안 독립기념관은 지역의 자부심이자 대한민국 역사 교육의 중심이다. 그 위상이 훼손될 때 침묵한다면, 우리는 스스로 그 가치를 내려놓는 꼴이 된다.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이번 사안을 끝까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해임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임명 과정의 철저한 검증, 운영의 투명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은 반드시 제도화돼야 한다. 독립기념관이 다시는 특정 역사관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독립운동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싸운 것이 아니다. 나라의 내일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았다. 그들이 목숨으로 지켜낸 역사를 우리가 함부로 재단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배신이다.
이번 결정이 독립기념관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독립기념관은 다시, 오롯이 독립운동가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