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는 운송 수단에 필수적일 뿐 아니라 의약품, 합성섬유, 플라스틱, 세제, 화장품, 접착제, 윤활유, 페인트, 지붕재, 아스팔트 등을 만드는 화학 물질의 원천이다. 석유가 없으면 현대 문명은 멈춰 설 것이다. 석유petroleum와 오일oil은 종종 같은 의미로 쓰이지만 사실은 다르다.
수백만 년 전, 조류, 동물성 플랑크톤, 박테리아(공룡이 아니다)가 죽어 해저에 쌓였고, 이후 모래와 진흙에 묻혔다. 무산소 환경에서 압력과 열을 받으며 이들은 탄화수소 혼합물로 변했다. 물보다 가벼워 위로 이동해 다공성 퇴적암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 위를 덮은 불투과성 암석층에 의해 갇히면서 ‘석유 층’을 형성했다. 이 층이 깨지면 석유가 밖으로 나오게 되는데, 'petroleum'이라는 말은 라틴어 petra(돌)와 oleum(기름)에서 유래했다. 말그대로 '石油'다.
'오일'은 석유의 일부다. 석유에는 타르처럼 무겁고 끈적한 탄화수소와 가벼운 천연가스도 들어 있다. 따라서 오일은 석유 중 액체 상태인 '원유'를 의미한다.
불투과성 암석에 균열이 생기면 석유가 자연스럽게 지표로 스며 나오는 것을 약 5,000년 전 메소포타미아인들이 처음 발견했다. 가벼운 성분이 증발하고 나면 끈적한 검은 물질, 피치pitch가 남는데, 오늘날에는 비투멘bitumen(역청, 아스팔트)라고 한다. 이 물질은 방수성이 뛰어나 바빌로니아인들이 건물과 배를 밀봉하는 데 사용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보존하는 데 이를 사용했고, 성경의 창세기 6장 14절에는 '노아의 방주를 안팎으로 역청으로 칠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또 출애굽기 2장 3절에서는 모세의 어머니가 갈대상자를 역청과 타르로 칠해 나일강에 띄웠다는 기록이 있다. 고고학자들은 고대 바그다드의 도로가 자연적으로 솟아오른 타르로 포장되어 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기원전 1000년경, 중국인들은 대나무 관에 금속 비트를 달아 땅을 뚫고 석유와 천연가스를 끌어올렸으며, 이를 불태워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었다. 10세기에는 가스전과 염전을 연결하는 대나무 파이프라인도 존재했다.
페르시아의 화학자들은 석유를 증류해 가연성 높은 성분을 분리해 전쟁에 사용했고, 일부 증류물은 약으로 쓰였다. 18세기 러시아 엘리자베타 여제 시대에는 최초의 정유 공장이 세워져 '암유'를 증류해 등유를 얻었고, 교회와 수도원을 밝히는 데 사용했다.
북미에서 석유 산업은 1840년대 의사이자 지질학자인 에이브러햄 게스너가 발견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고래기름 램프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는데, 냄새가 나고 시간이 지나면 상하는 문제가 있었다. 게스너는 비투멘 가열 실험을 하던 중, 150~275℃에서 끓는 성분이 램프 연료로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료는 밝게 타고 냄새가 적으며, 고래기름처럼 상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 물질을 처음에 케로셀레인keroselain이라 불렀는데, 나중에 케로신kerosene(등유)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859년,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 타이터스빌에서 유정을 시추해 실용적인 등유 생산이 개시되었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없었기 때문에 등유만 관심 대상이었고 다른 성분들은 별로 쓰임이 없었다.
1885년 독일의 칼 벤츠가 최초의 실용적인 가솔린 자동차를 만들면서 이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고, 가솔린은 핵심 자원이 되었다. 정유 공장에는 천연가스, 가솔린, 디젤, 연료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을 끓는점에 따라 분리하는 대형 분별 증류탑이 설치되었다. 또한 촉매와 열을 이용해 무거운 성분을 가솔린으로 분해하는 '크래킹' 기술도 개발되었다.
19세기에는 석유나 석탄 타르에서 얻은 물질이 화학 반응을 통해 '염료와 의약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906년 최초의 합성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 1930년대 나일론이 발명되면서 석유 기반 물질의 수요는 급증했다.
석유가 없으면 자동차, 선박, 비행기뿐 아니라 플라스틱, 의약품, 비료, 난방 연료 등 우리가 의존하는 수많은 제품도 사라지게 된다. 가요계에 BTS가 있다면, 석유화학에는 석유에서 유래한 원료물질 BTX가 있다. BTS가 음악 산업을 이끄는 핵심이라면, BTX(벤젠·톨루엔·자일렌)는 플라스틱, 섬유, 합성수지, 그리고 의약품까지 현대 산업을 떠받치는 핵심 원료이다. 한쪽은 전 세계 팬을 움직이고, 다른 한쪽은 전 세계 산업을 움직인다. 석유가 왜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지, 그리고 이란 전쟁이 왜 큰 혼란을 일으키는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