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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생각이 천사되어
전 날 많은 비와 천둥까지 친다는 일기예보였다. 금병산 나들이가 마치 무슨 선물을 받을 거 같이 설렌다. 수락산과 뒤에 도봉산 저 멀리 남산까지 가랑비가 내리듯 박무인지 비안개인지 뿌였다. 경춘선 상봉역에 도착한 시간은 9시 10분.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지만, 기대만 가득. 마음의 천사 주인께 도착을 알렸다. 한 분 두 분 닉네임을 기억하는 친구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며, 소개하며 일행들은 춘천행 전동차에 올랐다. 봄 일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서 그런지 전동차에 좌석은 빈자리가 꽤 있다. 망우 갈마 신내 구리를 지나 춘천 행 전철은 북한강을 향해 달리고 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이른 봄날의 아침은 상쾌하다. 여행이나 나드리는 기대를 해서 그런지 사람들을 들뜨고 설레이게 한다.
전동차 안은 언제부터인지 들에 피는 꽃보다 추월하여 이야기꽃이 반발했다. 역시 필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카페친구들의 모습은 그저 자신감의 띠로 이어져 있는 모습이다. 처음 인사하며 인기 연예인이 되어있는 짱아제 님과 토요산행 팀장인 푸른솔 님. 상봉역 플랫폼에서 소개받은 음악소리 님. 저 마다의 개성을 가진 닉네임. 기억하기 쉬운 아름다운 벗님들이다. 하우스 님이 준비한 보리차라고 소개하는 구수한 색깔의 플라스틱 병에서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주 앉은 친구들의 밝은 모습이 보기 싫지 않았다. 웬 보리차? 옆에 다른 승객들도 있는데 하우스 친구의 무례한 행동이 아닌지 의심은 이내 사라졌다. 빨강 우체통 총무가 준비한 부침개는 진정한 맛의 가치가 서서히 발휘되고 있었다. 남산에서의 아름다운 첫 인상은 나뿐 만이 아닌 거 같다. 보리차로 위장한 금주와 함께 부침개의 그 맛은 또 다른 별미와 좋은 그림이었다. 남을 위해 위장한 하우스 친구의 보리차. 짱아재 친구의 밉지 않은 이야기는 내 입 조차도 부담없이 쪼개졌다.
터널로 들어가고 나가고 또 들어가고 나가고 경춘선 전동차 안은 우리들의 공간이었다. 전세버스 같다. 이름을 바꿔야 하겠다. “좋은 글 좋은 음악이 있는 곳”에 좋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해야 하겠다. 가평역을 지나자마자 옹기종기한 자라섬이 눈길을 준다. 그 아래 많은 추억을 주며 우리들, 아니 연인들에게 낭만과 추억과 아름다운 결실을 주는 남이섬 일대가 보인다. 열차는 멀어져 가지만 비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인다. 백양역에서 내려다 본 북한강은 아무 말 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북부 주민들의 젖줄이며 생명수다. 강촌역을 지나면 이내 김유정 역에 도착한다. 강원도 춘천에 유명 관광지가 된 김유정 역. 그 옛날 남춘천역이라는 추억을 남긴 채 수 년 전 김유정 역으로 개명했다. 흔적 하나하나가 유명해 졌다. 서른도 안 된 나이에 요절한 김유정 소설가. 봄 봄. 실래마을을 비롯해 오늘 산책하는 금병산은 소설의 이름만큼이나 내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다. 다시 한 번 김유정을 그리고 생각하며 그 때의 풍경은 보이지 않고 음성으로 들리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은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말이다.
시간을 정하지 않은 우리들의 일정. 부담이 없다. 즐길 줄 알며 행복이 무엇인지를 아는 친구들은 사진촬영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일 년 동안에도 김유정 문학촌은 많이 변해 있었다. 한옥을 비롯해 야외 무대. 그리고 많이 생겨난 음식점과 저마다의 옷을 입은 카페들. 큰 콘크리트 건물이 신축되고 있었다. 왠지 유쾌하지 않은 마음이다. 조금만 이름이 나니 인간 본연의 마음도 달라지나 보다. 상술과 옛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변화는 해야 하지만......, 하늘의 비구름과 함께 씁쓸하다. 어쨌든 순간을 잊자. 원두막에서의 먹는 즐거움의 시작이다. 짱아제 친구의 족발과 막걸리는 궁합이 천생연분인가 보다. 새우젓과 김장김치가 맛을 더해 주었다. 비닐장갑 까지 준비한 것은 완전무결이라고 할까! 평소 잘 찾지 않았던 먹거리지만, 역시 좋은 친구들과 함께 즐겁게 먹으니 그저 행복하고 가보지 못한 이곳이 천국이 아니겠는가!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리한 산행보다도 조금만 오르다가 하산하기로 했다. 어쨌든 일단 출발했다. 조금 오르니 빗방울이 더 굵어지기 시작한다. 쭉쭉 뻗은 전나무 낙엽송들은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듯 모습을 드러냈다. 세 그루의 낙엽송이 마치 장대 키 자랑을 하며 높은 하늘을 치솟듯 힘차게 하늘을 향해 뻣고 있었다. 등산로에 누런 솔잎들이 양탄자를 깔듯 쌓여 있어 더는 길을 편한하게 해준다. 비닐로 천막을 대신했다. 총대장인 천사의 순발력으로 금세 움막처럼 건물 한 채가 완성되었다. 어린 아이들이 있었다면 무척 좋아할 것 같다. 아니다. 어른들도 동심의 마음은 모두 가지고 있다. 빗방울은 뚝뚝 더 굵어지고 있다.
봄비 내리는 야산이지만 비닐하우스 안에 일행들은 모습이 마치 동화의 나라에 와 있는 느낌이다. 금세 버너로 끓인 하우스님의 수제비 솜씨는 제1탄이다. 천사님이 준비한 매생이와 생굴을 넣은 떡국은 또 다른 시원한 별미다. 처음 먹어보는 매생이 떡국. 돌고 도는 막걸리 잔에 이야기꽃을 활짝 피우며 동화나라에 온 친구들은 이미 마음이 생각을 지나 모두 아홉 천사가 되어 있었다. 언젠가 아내를 귀찮게 하자는 생각이 든다. “여보! 나 지난 번 춘천에 등산 갔을 때 누가 매생이 떡국을 준비해 와서 끓여 먹으니 정말 시원하더라고 “우리 한 번 끓여 먹자고 하면 어떤 답이 나올까!......,
동화의 나라를 떠날 때가 되었다. 출발과 동시에 비는 더 많이 내리고 있다. 편한 등산로는 마음까지 포근하게 하여 부드러웠다. 춘천시에서 잘 관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매년 한 두 번은 찾아오는 김유정 문학관이지만 등산을 겸해서는 처음이다. 다른 일행의 목적은 아니기에 말이다. 오르고 싶었던 금병산을 오르는 지금 이 순간이 마치 내가 옛 작가의 모습을 그리며 닮아가고 싶다는 순수한 감정이다. 이름표를 나무에 묶어 걸어 놓지 않고 나무 그루 밑에 놓아 둔 모습이 괜찮아 보였다. 일목요연하게 정렬한 것이 아닌 정적이고 개성의 모습이라. 그래 이곳에서 너희들 마음대로 숨 쉬며 자라는 너희들은 행복하다. 숨 막히는 도시로 인간들에 의해 이주 한 너희 친구들은 만들어 놓은 작은 공간에서 주는 물만 먹으며 겨우 숨만 쉬고 있단다. 내 호흡기를 청소해 준 너희들이 진정 고맙다. 잘 들 있어라. 봄의 산책을 마치고 내려오는 길. 일찍이 아름다운 공간을 예비하신 “마음의 천사“님께 무한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여정의 끝이 아쉬운지 봄 비 답지 않게 주룩주룩 쏟아진다. 호세 펠리시아노가 부른 ”비“가 들려 오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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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만 그런가요
봄이 더디 오는 것 같아요.
따뜻한 남쪽나라로
봄을 실으러 갈께요^^^
겨울이 자리를 비껴주지를 않나봅니다 아직도 추워요.
그래도 안수집사님 늘 부럽군요, 훌훌 다니신 것 같아서요.
갔다 오셔서 이렇게 글도 쓰시구요.
@조정자 비가 내리다는 예보는 있었지만,
처음 카페친구들이라
호기심이 발동하였죠.
정말 좋은 산책이었습니다.
우리도 날 퓰리면 함께 또 갔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권사님.
기분좋은 봄 나들이 하셨네요.
비닐하우스 안에서 의 즐거운대화가 하하 호호 들려오는듯 합니다.
건강하게 즐겁게 여유롭게 사시는 모습이 많이 부럽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정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즐겁더군요
글의 내용처럼 마치 동화의 나라에
온것처럼 솔솔한 재미더라구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