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기행 연형시조
석전(石田) 이병주(李丙疇 1921~2010)/전 동국대 교수
산 맑고 물 맑단 말 왼(외운) 말이 전혀 않의(않으이)
이라도 후련 한 걸 미련도 한저이고(없어지고)
눈 먼저 소스라치니 하염없이 감아라
옥파에 하느끼는(하늘대는) 명사십리 저 해당화
한창은 아니로되 웃는 얼굴 장히(매우) 좋다
한두 확 붓방아로선 그릴 재주 없어라
파란 물 저 바달(바다)로 하늘마저 한빛인제
디(치)닫는 본홍돛에 네들조차 나니나냐(나다니냐)
백구야 반길 재(자) 없다 헌사 작작하여라(칭찬을 심하게 하지 마라)
물결져 부서져도 고대(그대) 속이 들이뵈네
내 마음 휑궈지고 잠아(잠겨)보고 삼켜보다
속들이 어설킨 시름 적이나마 가셔라
이 물을 길어내어 온누리 일깨고자
골고루 헤어나니 가멸찮아(넉넉치 않아) 한이로다
구타나(구태어) 해타(咳唾, 뱉어내지 말고)라 말고 자로자로 외압세(재보세)
검푸른 태백 위엔 흰구름이 머흘고야(험하고야)
바다 밖 저 하늘선 한숨따나(한참이나) 없돗다지(없다 하지)
탐탁히 오라진 않되 돛 기우며(기울이며) 가고파
* 정격(正格) 6연형 시조이다. 작가는 두보 시 연구의 권위자였다. 실은 소설가 나림 이병주(李炳注, 1921~1992)가 더 유명하다. 필자가 시조를 본격적으로 공부할 때 애창했다. 서정이 물씬 풍기는 가작이다. 괄호 안은 필자가 쉽게 풀이하다.
* 이 시조는 하마트면 영영 사라질뻔 했다. 필자가 2020년 7월 옛 자료를 정리하다 마침 복사본이 있어, 다음블로그 '죽전 문향' 에 저장함과 동시에, 이 카페에도 게재한다.
* 동해일출 수묵담채화 선학균 1994년 작. 필자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