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欄梨花 (동란이화) 동쪽 난간의 배꽃
소식(蘇軾, 1036년 ~ 1101년) 중국 宋(송)의 文豪(문호). 자: 子瞻(자첨). 호: 東坡居士(동파거사), 東坡. 시호: 文忠(문충)
梨花淡白柳深靑 (이화담백유심청)
柳絮飛時花滿城 (유서비시화만성)
惆愴東欄一株雪 (추창동란일주설)
人生看得幾淸明 (인생간득기청명)
배꽃은 허연데, 버드나무는 짙푸르네.
버들개지 흩날릴 때 성에는 꽃이 가득.
동쪽 난간에 서글프게 눈 같은 한 그루 나무.
인생에 청명한 날 얼마나 볼 수 있을까?
淡白 (담백): 옅은 흰색
深靑 (심청): 짙은 푸른색
柳絮 (유서): 버들개지
惆愴 (추창): 슬프고 애달프다. 서글프다
기구의 시각적인 대비가 강렬하다. 순수하고 연약해 보이는 옅은 흰색의 배꽃과 강렬하고 생명력 넘치는 짙은 푸른색의 버드나무가 서로 어우러져 봄날의 화려하면서도 고요한 풍경을 그려낸다.
승구는 버들개지(柳絮)가 흩날리는 봄이 무르익어 가는 시기는 동시에 천지가 만개한 꽃들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분위기라 생명이 넘치는 봄의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게 한다.
전구는 시인의 시선이 동쪽 울타리의 한 그루 흰 배꽃나무(一株雪)에 꽂혀 갑작스럽게 애달픈 감정(惆愴)으로 전환된다. 눈처럼 흰(雪) 배꽃은 더욱 고독하고 순결한 느낌을 주며, 홀로 피어 있는 모습에서 쓸쓸함이 묻어난다. 천지에 꽃이 만발한 데도 유독 한 그루의 흰 나무에 시선을 두며 ‘슬프다’고 하는 것은, 시인의 내면에 자리한 어떤 고독감이나 무상감이 드러나는 부분일 것이다.
결구는 봄 풍경 속에서도 문득 인생의 짧음과 덧없음, 고난과 번뇌 속의 삶에서 진정으로 '맑고 평온한 시간'은 얼마나 될까 하는 깊은 성찰을 담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