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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경북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구미 백민선
새로 나온 책
어린이도서연구회는 달마다 새로 나온 책을 소개합니다.
평가는 목록위원회가 갈래별로 나누어 맡아서 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책을 읽은 경험에 비추어 보면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만한 작품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소개하는 책은 크게 문학과 지식책으로 나눕니다. 문학은 그림책, 시·글모음, 옛날이야기, 동화, 소설, 만화로, 지식책은 사회문화, 과학, 예술, 역사, 교사·학부모로 구분하였습니다. 동화는 우리나라 창작 동화의 발전을 중요하게 여겨 ‘우리 동화’와 ‘외국 동화’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의 독자는 크게 유아(1~3세/4~5세/6~7세), 초등(8~9세/10~11세/12~13세), 청소년(13세/16세)으로 나누었습니다. 달 수에 따라 발달에 차이가 큰 유아는 나이를 적었고, 청소년은 발달상에서 보이는 연속성과 변화를 고려하여 초등 6학년부터 중등 2학년까지와 그 이후로 나누어 13세와 16세로 적었습니다. 이 나이는 모두 ‘시작 나이’를 뜻합니다.
소개할 책은 목록위원회 갈래별 목록팀에서 토론하고 합의해서 정합니다. 소개할 때는 서지 정보와 함께 소개글을 붙이는데, 소개글은 책의 정보와 함께 글쓴이의 생각이 주로 담김으로 글쓴이의 이름을 밝힙니다.
여기에 소개한 책은 다른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과 ‘도서관용 목록’으로 정리하여 소개합니다.
이달에 〈새로 나온 책〉으로 소개하는 책은 그림책 6종, 동화 1종, 소설 3종, 시 1종, 과학 2종, 교사·학부모 3종 모두 16종입니다.
열쇠
줄리아 와니에 글, 그림|성미경 옮김
분홍고래|2021.3.22.|48쪽|12,000원|그림책|6~7세
들쥐, 산토끼, 여우원숭이가 길을 나선다. 종일 걸어가다가 숲속 어느 집 근처에 도착한다. 집주변을 돌아봤지만 문이 모두 잠겨 있다. 세 친구는 배도 고프고 심심하다. 그때 들쥐가 땅에 묻혀 있는 물건을 발견한다. 모두 힘을 합쳐 잡아 당겨보니 커다란 열쇠다. 세 친구는 잠겨 있는 문에 열쇠를 넣고 돌린다. ‘찰카닥’ 문이 열리고 울창한 정원에 들어서니 또 다른 문들이 보인다. ‘찰카닥찰카닥’ 차례로 문을 연다. 수많은 새가 하늘로 날아오르고 얼룩말, 거북이 등 여러 동물이 떼지어 나온다. 정원은 동물 세상이 된다. 동물들은 자유롭게 나무 열매를 따 먹는다. 그사이 세 친구는 작은 나무 문을 발견한다. 조심스럽게 열어보는 순간 한 동물이 펄쩍 뛰쳐나온다. 세 친구는 깜짝 놀란다. 다른 동물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일제히 쳐다본다. 잠시 적막이 흐른 후 다시 평화가 찾아온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그 동물은 누구였을까?
우연히 발견한 물건으로 모험을 하는 이야기다. 커다란 열쇠를 보물처럼 들고 다니는 세 친구의 모습이 재미있다.(황정연)
그레이엄의 빵 심부름
장 바티스트 드루오 글, 그림|이화연 옮김
옐로스톤|2021.02.22.|56쪽|14,000원|그림책|8〜9세
농장에서 엄마와 호박을 키우며 사는 그레이엄은 빵 심부름을 간다. 딱하나 알고 있는 마을의 빵집이 문을 닫았다.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레이엄은 바다 건너 빵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배는 난파되고 무인도에 도착한다. 배가 고파 코코넛을 주워 먹다 배탈이 나고 돼지들의 도움으로 기운을 차린다. 영문도 모르고 악어족과 싸우다 포로가 되어 감옥에 갇히기도 한다. 빵 심부름을 해야 하는 그레이엄은 어렵게 감옥을 탈출한다. 추위를 피해 동굴에 피신했다가 깜박 잠이 든다. 꿈에 호박이 ‘너 뭐 잊은 거 없니?’ 묻는다. 다시 길을 나선 그레이엄은 바위산의 커다란 용과 왕문어도 힘겹게 피한다. 머피의 법칙처럼 이번에는 커다란 새에게 잡히고 만다. 상상처럼 엉뚱한 일들이 연이어 일어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다. 난파된 바다에서, 악어족의 감옥에서, 추위를 피한 동굴에서도 오로지 빵 심부름에 몰두한다. 그레이엄은 과연 빵 심부름을 해낼 수 있을까?(정영화)
어느 좋은 날
다니엘 네스켄스 글|미렌 아시아인 로라 그림|김정하 옮김
봄볕|2021.3.5.|36쪽|13,000원|그림책|8~9세
호랑이와 고양이는 좋은 친구다.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고양이는 동물원에 갇혀 있는 호랑이와 우리 안에서 또는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때로는 같이 밤을 지새우기도 한다. 호랑이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고양이는 그런 호랑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국경을 넘고 사막을 지나 바다를 건너서라도 꼭 고향으로 가겠다는 호랑이. 고양이는 관리인의 열쇠를 훔쳐 호랑이 우리 문을 열어 준다. 호랑이는 고향으로 향하고 고양이는 열쇠 훔친 것을 눈감아 준 관리인과 새 친구가 된다. 하지만 고양이는 호랑이가 여전히 그립다.
페이지마다 호랑이 우리 왼쪽 오른쪽으로 우리 속에 있는 기린, 코끼리 등 다른 동물들이 보인다. 동물원 풍경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멀리서 바라보듯 그려졌다. 그래서일까? 탈출과 모험이라는 긴박한 이야기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잔잔하고 서정적이다. 글을 읽다 보면 고양이와 호랑이가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가슴 찡하게 전해진다.(노은정)
슛!
나혜 글, 그림
창비|2021.4.12.|40쪽|13,000원|그림책|10~11세
테이블 축구 게임기 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인형 선수들이 아이들의 조작대로 공을 주고받는다. 그런데 한 선수가 봉에서 빠져나와 자기 의지대로 슛을 날린다.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다시 봉에 끼워진다. 봉에 끼워지자마자 다시 탈출을 시도하지만 거대한 손에 의해 제지당한다. 게임을 하던 아이들이 자리를 뜨자 봉에서 빠져나온다.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봉에서 빠져나올 것을 제안한다. 봉에서 빠져나온 선수들은 신이 나서 축구공을 몰고 뛴다. 그러다 슛을 날린 공이 게임기 밖으로 넘어가 버린다. 선수들은 서로의 어깨를 타고 넘어 게임기 밖으로 나간다.
글 없이 그림만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박진감 넘친다. 봉에 매달린 선수들은 사람처럼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대개의 테이블 축구 게임기 선수들과 달리 남자 선수들이 아닌 여자 선수들이다. 자유롭게 공을 차는 여자 선수들의 표정이 생동감 넘친다.(김미경)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해
윌바 칼손 글|사라 룬드베리 그림|이유진 옮김
위고|2021.3.20.|32쪽|13,000원|그림책|10~11세
올리비아는 엄마 오토바이에 앉아 달린다. 반 친구들에게 보여줄 원숭이 인형을 들고 목장에 온 아이들을 바라본다. 손에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얼굴색은 서로 다르다. 무세는 소 등에 엎드려 잠들고 싶다. 소를 기르고 싶고, 트랙터도 갖고 싶다. 트랙터를 운전하면 어떤 기분일까? 욘은 사라 무릎에 앉아 트랙터를 모는 중이다. 오후엔 사라와 함께 음악을 듣고, 교회에서 열리는 연주회에 갈 예정이다. 그곳엔 누가 있을까? 식스텐은 묘지 앞에서 가족들과 할머니를 추모한다. 기차 소리가 들리고 기차에 탄 누군가의 할머니는 살아있을까 궁금해한다. 열 명의 아이들은 바통을 이어받듯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다른 사람을 궁금해한다. 멀리서 바라본 풍경은 서로를 모르고 멀게만 느껴졌던 아이들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색채로 그려진 아이들의 세상에는 다양한 따뜻함이 있다. 시선이 머문 곳엔 또 어떤 아이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 보는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세상에는 내가 있어 좋고, 네가 있어 좋다.(강윤미)
모두 가 버리고
에바 린드스트룀 글, 그림|이유진 옮김
단추|2021.5.10.|32쪽|13,000원|그림책|13세부터
여느 때와 다름없는 날이다. 프랑크가 혼자 되었다는 것만 빼면 말이다. 어쩌면 그것마저도 여느 때와 같을지 모른다. 티티, 레오, 밀란은 재미있게 놀고 있을까? 프랑크는 친구들에게 눈을 떼지 못한다. 친구들도 프랑크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프랑크는 집에 돌아와 자신만의 방법으로 마멀레이드를 만들기로 한다. 먼저 눈물을 모은다. 냄비에 눈물이 적당히 모이면 설탕을 붓는다. 프랑크는 설탕이 잘 녹을 수 있도록 꼼꼼히 저으며, 끓이고 싶은 만큼 충분히 시간을 들인다. 눈물이 끓을 만큼 끓으면 이번에는 차갑게 식히는 일이 남았다. 바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 틈을 만든다. 프랑크는 마멀레이드 샌드위치를 접시에 담고 차를 우린다. 그리고 창문 밖 친구들을 초대한다.
그림 배경의 색상과 채도, 등장인물의 크기와 위치로, 프랑크와 친구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절제된 글과 그림이 독자에게 생각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정은영)
초원의 연꽃
린다 수 박 글|김경미 옮김
다산기획|2021.4.15|272쪽|14,800원|외국 동화|13세부터
이 이이야기의 배경은 1880년대 미국이다. 주인공 한나는 백인 아빠와 중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한나의 엄마는 백인들이 중국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으로 불길 속에서 겨우 목숨을 건지나 폐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 한나는 엄마에게 바느질과 요리,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예의를 배운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자 아빠와 둘이 마차를 타고 떠돌다 한 마을에 정착한다. 그렇게 가고 싶던 학교에 다니지만 학생들의 극심한 인종차별과 폭력을 견뎌야 한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한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없다며 등교 거부를 한다. 그러나 한나는 선생님의 도움과 배려로 졸업을 한다. 뜻하지 않은 친구도 생긴다. 한나가 친구와 함께 드레스를 만드는 순간은 행복으로 가득하다. 또한 자신에게 호의를 베푼 인디언을 생각하며 인종차별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는다. 한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신중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며 분노를 절제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을 설득한다. 한나의 강인하고 부드러우며 섬세하고 부지런한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신민경)
남매의 탄생
안세화 글
비룡소|2021.1.25|340쪽|13,000원|소설|13세부터
지금까지 외동딸로 살아 온 유진 앞에 ‘친오빠’가 나타났다. 어릴 때 잠깐 동안 나에게도 오빠가 있었으면 하고 바란 때도 있었지만 유진은 몹시 당황스럽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오빠를 인정하는데 유진은 자신의 기억 속에만 없는 오빠라는 존재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오빠는 시간 여행자인가, 외계인인가 추측하지만 그 예상은 늘 빗나간다. 갑자기 나타난 오빠와 절대 남매가 될 수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 검사도 했지만 현실은 유진의 편이 아니다. 혼자서 고군분투하는 유진 앞에 중학교 동창 강일에게도 누나가 생겼다고 한다. 든든한 아군이 생긴 유진은 강일과 함께 그들의 정체를 밝히려 한다.
다소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설정들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를 통해 끝까지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현실과 판타지가 잘 어우러져 있고 오빠의 정체를 추리해 가며 작품을 읽는 재미도 있다.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속에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사회 문제를 아이들이 함께 막아내는 장면에서는 따뜻함이 느껴진다.(배현영)
슬픈 돈을 찾아라
배리언 존슨 글|이은숙 옮김
씨드북|2021.2.5|352쪽|13,000원|소설|16세부터
캔디스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함께 여름 동안만 지내기로 하고 할머니가 살았던 램버트로 이사한다. 다락에서 우연히 할머니의 편지를 발견한 캔디스는 ‘길을 찾아, 퍼즐을 풀어.’라는 내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확실한 건 퍼즐을 풀면 많은 돈이 생긴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램버트 최초의 여성 시 행정 담당관이었다. 도시 어딘가에 보물이 묻혀 있다는 편지를 받고 오래된 테니스 코트를 파헤치다 결국 해고당했다. 엄마는 캔디스에게 할머니는 이미 평판이 나쁘기 때문에 보물에 대해 관심을 두지 말라고 한다. 캔디스는 옆집에 살고 있는 브랜던에게 편지를 보여주고 함께 퍼즐을 풀기 시작한다. 궁금증은 한없이 커지고 추측과 예상이 빗나가지만 퍼즐이 조금씩 맞춰지면서 램버트의 슬픈 이야기가 드러난다.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가 교차 서술되어 오랫동안 쌓여온 인종차별에 대한 민낯을 보여준다. 성소수자, 또래 집단의 괴롭힘 등에 관한 가볍지 않은 주제를 촘촘히 잘 풀어내고 있다.(배현영)
순례 주택
유은실 글
비룡소|2021.3.11|256쪽|13,000원|소설|16세부터
중학교 3학년 오수림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빌라촌 사람들과는 섞이고 싶지 않다는 가족과 달리 수림이 마음은 늘 ‘순례 주택’에 있다. 순례 주택은 75세 김순례 씨가 때를 밀어 번 돈으로 지은 4층짜리 상가 주택이다. 순례 주택은 입주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순례 씨는 할아버지의 여자친구다. 산후 우울증에 걸린 엄마를 대신해 할아버지가 수림이를 맡게 되자 순례 씨는 수림이를 키웠다. 수림이와 순례 씨가 서로의 최측근이 된 이유다. 할아버지의 죽음과 사업 실패로 수림네 가족들이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게 되자 순례 씨는 가족들을 순례 주택 201호에 살게 해 준다.
아파트에 사는 게 자부심이었던 엄마, 만나는 사람마다 습관처럼 학번을 물어보는 아빠, 매일 드라이클리닝 된 옷을 입는 게 꿈인 언니는 과연 순례 주택에서 잘 살 수 있을까? 누가 누가 더 어린가 내기하는 것 같은 가족들의 철없는 모습을 오수림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렸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순례 씨와 스스로를 2군이라 칭하는 오수림의 나이 차를 뛰어넘는 우정과 인생의 통찰이 담긴 대화가 매력적이다.(최아영)
불불 뿔
이장근 시
창비교육|2021.3.3|112쪽|8,500원|시|13세부터
중학교 교사인 시인이 아이들과 소통하며 받은 에너지로 완성한 시집이다. 여러 동물의 특징을 내세워 사춘기 아이들의 고민과 일상을 유쾌하게 묘사하고 있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꼬리를 떼어 버리고 개구리로 크고 싶은 ‘열다섯 올챙이’, 관심이나 잔소리에 발톱을 세우지만 독립하기는 아직 두려운 ‘이팔청춘 개냥이’, 간절한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해서 목이 길어진 ‘기린’에게서 사춘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육식동물인 ‘호랑이’가 마늘과 쑥만 먹으며 인간이 되지 않았던 건 포기가 아니라 호랑이답게 살고 싶은 선택이었고, ‘코끼리’는 발가락이 으스러지게 하늘로 점프해서 스카이 대학을 가기보다는 자기 방식대로 땅에서 마음껏 살기로 결정하였다며 진로에 관한 질문에 격려를 담아 긍정의 답을 전하고 있다.
시인은 ‘세상에 못할 일은 없어 / 못한다는 말을 들이받아 뿔 / 성난 황소처럼 들이받아 뿔 / 아니불 아니불 불불 뿔’이라고 희망을 부르는 주문을 외치고 있다.(김상현)
딸기
아라이 마키 지음|엄혜숙 옮김|이정모 감수
웃는돌고래|2021.3.25|40쪽|12,000원|자연의 세계|6~7세
하얀 접시 위에 빨간 딸기가 소복소복 담겨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예쁜 딸기를 함께 키우자고 손짓하는 세밀화 그림책이다. 초록 잎을 틔운 후 꽃잎을 하얗게 피우고, 300개가 넘는 씨앗이 알알이 박힌 열매를 맺는 과정이 잘 그려졌다. 꽃이 지고 열매가 자라는 장면은 파노라마처럼 한 번에 보여줘서 직접 관찰하는 듯 생동감이 있다. 모든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다. 딸기의 단면을 보면 잎에서 만든 양분을 받기 위해 씨앗마다 가는 흰 선들이 꼭지 쪽으로 향하고 있다. 딸기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다. 곳곳에 기어 다니는 개미와 호시탐탐 딸기를 탐내는 새, 팔랑팔랑 나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간결하지만 자세한 설명글이 친절하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은 오래 들여다보게 한다. 자주 봐서 새로울 것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깬다. 마지막 장에는 엄마랑 만들고 싶어지는 예쁜 간식들이 가득하다. 오감으로 느끼는 딸기의 한살이다.(강미영)
우리는 우주 어디쯤 있을까?
제이슨 친 글, 그림|정창훈 옮김
봄의정원|2021.4.21|40쪽|15,000원|자연의 세계|10~11세
우주의 크기를 상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있는 들판에서 지구, 태양계, 은하, 관측 가능한 우주까지 점층적으로 공간을 확대해 간다. 8살 아이들의 키는 이 책을 5개 세운 높이와 비슷하다. 뒤이어 나타나는 타조는 아이들 키의 두 배쯤 된다. 이때부터 길이 단위가 센티미터에서 미터로 바뀐다. 기린, 나무, 빌딩, 에베레스트 산이 소개된 후 킬로미터가 나온다. 그림은 정확한 비율로 그려져 높이를 가늠하기 쉽다. 세로로 펼쳐진 그림은 지구에서 우주로 공간을 확대한다. 해수면에 붙은 듯한 에베레스트 산 위로 우주정거장이 있는 우주공간이 보인다. 이젠 공간이 지구에서 달, 태양계, 우리은하, 은하단으로 확대되며 광년이라는 거리 단위가 나온다. 관측 가능한 우주 끝, 점점 어두워지는 우주의 경계 너머를 어둡게 표현했고 이 모든 관측의 시작은 아이들이 있는 들판이라고 책을 맺는다.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거리와 공간은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게 하고 우주 너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홍숙경)
봄을 기다리는 날들
- 수학자 안재구 가족 서간집
안재구 글|안소영 엮음
창비|2021.5.14|320쪽|13,800원|에세이|교사학부모
수학자 안재구 선생이 ‘남민전’ 사건으로 1979년부터 10년 간 투옥생활을 하며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책이다. 안재구 선생의 아버지, 어머니, 아내 장수향, 사남매 소정, 세민, 소영, 영민과 주고받은 편지가 담겨있다. 갑작스럽게 집안의 모든 일을 아내에게 맡기게 되어 고맙고 미안해하는 남편 안재구 선생과 편지로 아이들의 진로 고민을 들어주고 자녀들을 믿어 주는 아버지 안재구 선생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4개의 장으로 나뉜다. 안재구 선생이 투옥되어 재판을 하던 과정과 교도소에서 가족과 편지를 주고받던 시절, 딸이 고등학교 때 주고받던 편지, 민주화 물결이 거세던 1987년에 희망을 모색하던 내용 등 민주주의에 헌신했던 안재구 선생과 가족이 함께 겪었던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한 가족의 성장과 고뇌, 사랑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오혜림)
아이가 눈을 뜨기 전에
- 엄마의 기쁨과 슬픔
리신룬 글|우디 옮김
원더박스|2021.1.25|328쪽|15,800원|사회문화|교사학부모
엄마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사람의 삶 속에서 내 모습을 보게 되는 책이다. 누구나 처음 겪는 이야기들, 결혼, 임신했을 때의 몸의 변화, 출산의 고통, 아이와 식당에 갔을 때, 잃어버렸을 때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자세히 써 내려갔다. 육아와 일, 두 가지를 함께 하며 갖게 되는 생각과 도무지 책과 같지 않은 일들, 되풀이되어 나오는 ‘도대체 왜 계속 우는지 모르겠는 아기’는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 알게 될까? 내 안에서 나온 나와 다른 한 존재, 아이를 키우며 엄마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엄마로서의 삶과 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를 키워주신 엄마를 떠올리며 이해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덤덤히 써 내려가는 여러 일들 속에서 위로받게 된다. 책을 덮은 뒤 나도 모르게 펜을 잡게 되는 책이다.(박윤희)
저학년을 위한 교육연극 수업이야기
이주진 글
정인|2021.3.10|264쪽|16,000원|교육|교사학부모
저학년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1학년 학생들과 여러 해 수업한 것을 종합해서 풀어 쓴 책이다. 1학년과 했던 구체적인 교육연극 활동이지만 저학년이라면 적용이 가능해서 ‘저학년을 위한 교육연극 수업이야기’라고 제목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1학년 아이들과 교과지도, 생활지도, 독서교육, 동아리 활동으로 만나 3월부터 학년 말 학예회까지 이루어진 과정이 생생하고 자세하다. 물론 이 책만으로 혼자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관심이 있는 교육자라면 이 책의 흐름을 따라 해 볼 수 있을 정도로 교육 내용 소개가 자세하다.
소개한 교육활동의 흐름과 체계가 교사의 1년 흐름에 맞추어져 있는 점이 좋다. 교육연극으로 만든 국어수업, 1학년도 만드는 작은 연극 이야기, 소품과 공간 구성에 대한 부분도 교사에게는 실제적인 정보가 된다. 교육활동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교육에 활용한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좋은 점이다.(박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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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린이도서연구회 대구경북지부 원문보기 글쓴이: 구미 백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