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 : 수영 장대 순교성지
주택가의 외로운 순교터
부산시 수영구 광안 4동 546-4
※ 우리나라 최대 항구 도시인 부산에는 병인박해(1866년) 당시 광안동에 경상좌수영이 있어서 붙잡혀 온 천주교인들을 이곳에서 처형하곤 했습니다. 오늘날 동네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수영 장대골에서는 병인박해 당시 동래의 전교회장이던 이정식 요한을 비롯한 8명의 천주교인들이 군문효수형으로 처형되었습니다. 이정식은 부산 동래 출신으로 젊어서 무과에 급제하여 여러 무임을 거치던 중 59세의 나이에 천주교에 입교한 후 무관직을 사임하고 가족과 이웃들을 권면하여 입교시키는 등 누구보다 수계와 전교에 열심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동래의 전교회장이 되어 자신의 본분을 다하던 중 병인박해가 일어났습니다.
병인박해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그는 가족들과 함께 기장으로 몸을 피했다가 1868년 봄 울산으로 다시 피신했습니다. 그러나 박해가 점점 심해지고 동래 포졸들 역시 갑자기 사라진 사람들에게 의심을 품고 그들의 종적을 찾았습니다. 결국 이정식의 가족은 울산에서 다른 교우들과 함께 체포되어 동래로 이송되었고, 여기서 이정식은 앞서 동래에서 체포된 대자 양재현 마르티노를 만나 서로 위로하며 신앙을 굳게 지키자고 다짐했습니다. 동래 부사는 그들을 47일간 가두어 두고 여러 번 심문하며 형벌을 가했으나 전혀 흔들림이 없자 경상 좌수사에게 넘겨 사형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1868년 9월 이정식과 그의 아들 부부 등 8명은 수영장대에서 순교했습니다.
이들이 순교한 후 이정식 회장의 가족 4명의 시신은 친척들에 의해 거두어져 부산 가르멜 수녀원 뒷산에 묻혔다가 1977년 9월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내로 옮겨 안장되었습니다. 이때 나머지 4명의 순교자들은 시신을 찾을 수 없어 기념비만 건립했습니다. 광안 성당은 1987년 6월 신자들의 헌금으로 이곳의 땅을 확보하고 이듬해 7월 부산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가 성역화에 착수하여 공사를 완공하고 그 해 9월 순교 기념비 제막식 및 현양미사를 봉헌했습니다. 이어서 광안 성당은 2004년 7월 성지에 대형 십자가와 십자가의 길 14처, 이정식 등 8위의 위패를 설치한 후 새 성물 축복식을 가졌습니다. 이정식과 양재현은 2014년 8월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시복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