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말의 유래
◇ 보리동지(同知)
'곡식을 바치고 벼슬을 산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다. 조선 시대 말기에는 곡식이나 돈을 바치고 벼슬 이름을 얻는 경우가 많았다. 봉건 체제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국가 기강이 흔들리고 매관매직이 성행하던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따라서 서민 계급 중에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벼슬자리를 사는 것이 유행이 되다시피 했던 것이다. 이들을 일러 흔히 보리를 주고 벼슬을 샀다 하여 보리동지라고 조롱하곤 했다. 때로는 어리숙하고 무던한 사람을 일컫는 말도로 쓰인다.
보리동지를 '납속동지'라고도 하는데, 이 말은 보리동지의 한자 숙어다.
# 동지 - 조선 시대 '지(知)'의 다음 가는 벼슬로 경연, 예문관, 춘추관, 의정부, 삼군부 등에 딸린 종2품에 해당하는 벼슬 이름이었으며, 나중에는 흔히 벼슬 없는 노인을 존칭하는 말로도 쓰였다.
◇ 복걸복
'복걸복'은 '복불복(福不福)'에서 온 말로, 발음상 와전된 말이다. 복불복(福不福) 은 말 그대로 유복(복있음)과 무복(복없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즉 이것은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로, 똑 같은 경우와 똑 같은 환경에서 여러 사람의 운이 각각 차이가 났을 때에 쓰는 말이다.
◇ 봉사
'장님'을 일컫는 말
봉사는 원래 조선조 때 관상감, 전옥서, 사역원 등에 딸린 종8품의 낮은 벼슬 이름이다. 그런데 이 봉사 직책에 장님들이 많이 기용되었기 때문에 그 후 벼슬 이름이 그냥 장님을 뜻하는 말로 되었다.
◇ 비지땀
'힘든 일을 할 때 쏟아지는 땀'을 이르는 말이다.
비지를 만들기 위해 콩을 갈아서 헝겊에 싸서 짤 때 나오는 콩물처럼 많이 흘리는 땀이라는 뜻으로 만든 말이다.
◇ 뺑줄치다
'사물을 중간에서 가로채다'의 뜻이다.
남이 날리는 연 줄을 긴 장대나 돌멩이를 맨 실로 걸어 당겨서 중간에서 빼앗는 짓을 '뺑줄'이라고 한 데서 생겨난 말이다
◇ 산통깨다
'일을 그르치게 하다'는 뜻이다.
길이 10cm 가량의 향목(香木)이나 금속 혹은 대나무를 에어 괘(卦)를 새긴 것을 산가지 또는 산대라고 한다. 그리고 이 산대를 넣는 통을 산통이라고 한다.
점을 칠 때 산통을 대여섯 번 흔든 다음 산통을 거꾸로 들면 그 구멍으로 산가지가 나온다. 이 산가지의 괘로 점을 치는 것을 산통점이라고 한다. 이 때 산가지를 집어 넣는 산통을 깨 버린다는 것이므로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하게 뒤틀어 버린다는 뜻으로 쓰게 되었다.
◇ 삼수갑산을 가다
'매우 힘들고 험난한 곳으로 가거나 어려운 지경에 이르다'라는 뜻이다.
삼수는 함경남도 북서쪽에 있는 고장으로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국내에서 가장 추운 지대에 속한다. 겨울에는 평균 영하 16~18도에 이르고 눈이 수척의 높이로 쌓인다고 한다. 또한 교통이 불펀하여 옛날에는 유배지로 유명했다.
갑산은 함경남도 북동쪽에 있는 고장으로 삼수와 마찬가지로 매우 춥고 교통이 불편한 지역이다. 두 지역 모두 지형이 험한 데다 유배지로 이름이 나서 사람들이 가기를 꺼려 하는 곳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삼수갑산을 가다'고 하면 아주 멀고 험한 곳으로 가거나 아니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른다는 뜻을 나타내게 되었다.
◇ 삼십육계
'달아나는 것이 상책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제서>의 「왕경즉전」에 나오는 '王敬則曰 檀公三十六策 走爲上計', 즉 '단공이 말한 36가지의 책략 중에 (상대방이 너무 강해서 대적하기 힘들 때에는) 달아나는 것이 가장 나은 계책이다'라는 말이 줄어서 '삼십육계'가 되었다.
비겁하게 달아난다는 뜻을 담아서 많이 쓰고 있으나 원래는 힘이 약할 때는 일단 피했다가 힘을 기른 다음에 다시 싸우는 것이 옳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병법의 하나로서 뒷날을 기약하며 일단 후퇴전술을 쓸 수도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삼십육계 줄행랑'이라고 할 때의 '줄행랑'은 '주행(走行)'이 변해서 된 말이다.
◇ 삼팔 따라지
'별 볼일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속된 말이다.
노름판에서 세 끗과 여덟 끗을 합하면 열한 끗이 되는데, 여기서 10단위를 떼면 한 끗이 된다. 한 끗을 따라지라고 부르며, 매우 낮은 끗수에 해당되어 별 볼 일 없는 패를 잡은 셈이 된다.
해방 직후 북쪽에서 토지개혁이나 종교 문제 등으로 남쪽으로 삼팔선을 넘어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은 빈털털이거나 의지할 데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삼팔선을 넘어온 이들의 신세를 노름판에서 말하는 가장 낮은 끗수인 따라지에 빗대어 '삼팔 따라지'라고 하게 되었다.
흔히 키와 몸이 작아 보잘 것 없는 사람이나 따분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가리켜서 따라지라고 하며, 남에게 매여 자유없이 사는 목숨을 '따라지 목숨'이라고도 한다.
◇ 삿대질
'말다툼을 할 때 주먹, 손가락, 막대기 따위로 상대방의 얼굴을 향해 내지르는 짓'을 말한다. 삿대는 상앗대의 준말이며 상앗대는 물가에서 배를 떼거나, 또는 물이 얕은 곳에서 밀어 갈 때에 쓰는 장대를 말한다. 따라서 삿대질은 원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었다.
말다툼을 할 때에 주먹이나 손가락 또는 막대 등을 상대편의 얼굴 쪽으로 내지르는 짓이 마치 상앗대로 배질을 하는 것과 같다 하여 생긴 말이다.
◇ 샅샅이
샅은 두 다리의 사이나 두 물건 사이의 틈을 가리킨다. "샅샅이"는 조금이라도 틈이 있는 모든 곳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석구석이라는 말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 샌님
'매우 얌전하며,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샌님은 원래 '생원(生員)님'이 줄어서 된 말이다. 생원은 조선 시대 과거 시험을 볼 때 소과 종장(終場)의 경의(經義)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며, 뒤에 흔히 나이 많은 선비를 대접하느라 그 성 밑에 붙여서 부르곤 했다.
따라서 생원이라고 하면 대개 공부도 많이 하고 행실도 점잖은 선비에 속했다. 이로부터 선비처럼 얌전한 사람을 일컬어 '생원님', 즉 '샌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은 여자처럼 숫기가 없고 활발하지 못한 성격의 남자를 비아냥대는 말로 쓰인다.
◇ 서각(西閣)
'뒷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개성이나 황해도 지방에서는 뒷간을 '서각'이라고 한다. 옛날 이성계가 무력으로 고려 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 왕조를 세웠을 때 고려의 수도인 개성에 살던 사람들이 이성계를 증오하여 뒷간을 서각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서각은 이성계의 왕좌가 있던 곳의 서쪽에 있던 누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