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이 외출했다가 돌아오고 있는데 그 사이 왠 사내와 몸종이 방안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왼쪽 나무잎이 무성한걸 보니 계절은 더운 여름~
날이 더우니 기생도 전모를 썼을 것입니다.
그런데 남자는 한여름에 왜 누비이불을 덮고 있을까?
방안의 두 남녀는 사랑을 나누다가 갑자기 주인기생이 나타나자 누비이불을 덮은 것은 아닐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기방무사(妓房無事) : 기방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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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살 코흘리개가 장가를 갔다.
신부는 열여덟살, 다 큰 처녀다.
신부집에서 며칠 밤을 지낸 후 신랑집으로 오는 신행 행차에 신부 아버지 이진사도 집안의 어른들과 함께 동행을 했다.
신랑집에서는 별로 넉넉지 못한 살림이지만 닭을 잡고 쇠고기국을 끓이고 떡을 하고 정성스럽게 상을 차려 사돈과 친척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신랑 아버지 심초시는 동구 밖까지 나가 사돈네를 영접했다.
잔칫상을 가운데 두고 신부측 사돈네가 신랑측 어른들과 마주 앉았다.
신부가 신랑집에 들어와 시집살이를 할 판이라 보통은 신부 쪽 사돈네가 고개를 숙이는 법인데, 신부 아버지 이진사는 심초시를 깔보고 양반가문 자랑, 딸 자랑을 늘어놓으며 은근히 ‘우리 딸 시집살이 시키지 말라’는 협박조로 나왔다.
“칠대조께서는 평양감사 발령을 받고도 조정이 하는 꼴이 못마땅해 그 자리를 거절하시고 초야에 묻혀 글만 읽었지요.
한양에서 대감들이 내려와 삼고초려를 했지만 끝내 물리치시고….”
마주 앉은 심초시와 친척들은 속으로 혀를 찼다.
사돈댁이 강 건너 이웃 동네라 혼례를 올리기 전부터 이진사 집안 내력을 잘 알고 있은 터에 거짓말을 늘어놓으니 기가 막혔다.
진사 자리도 돈을 주고 샀다는 걸 고을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시도 때도 없이 양반 행세를 튀게 해 뭇사람들의 비웃음을 샀다.
“우리 딸애는 손에 물 한방을 묻히지 않았지요.
어려서부터 선친께서 손녀에게 천자문·사자소학에 사서삼경까지 가르쳐, 남자였다면 장원급제를 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에헴~”
이진사는 거푸 술잔을 비워 불그레 개기름이 흐르는 얼굴로 계속 딸 자랑에 여념이 없다.
“딸애 사군자 치는 솜씨는 한양까지 알려져 한점 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지요.
에헴~”
사돈 이진사는 더욱 기고만장이다.
“우리 딸애가 18년 동안 얼굴을 본 남자라고는 조부와 아비뿐이었지.
에헴~ 에헴~”
그때 어린 신랑이 들어와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 떡을 먹고 있는데 장인인 이진사가,
“심서방~
처갓집에서 며칠 묵느라 배를 곯았나 보네.
제집에 오자마자 게걸스럽게 떡 접시를 차고앉은 걸 보니...
껄껄껄~~”
“나 죽을 뻔했어요.”
열두살 새신랑의 한마디에 좌중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저기 저기 저 여자 땜에 나 진짜 숨 막혀 죽을 뻔했다고요.”
앞치마를 두르고 소반에 반찬을 들고 들어오는 새색시를 가리키며 새신랑이 소리쳤다.
“나는 졸려 죽겠는데 저 여자는 발가벗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바지를 벗기고 고추를 쥐었다가 내 배 위에 올라탔다가 엎드렸다가, 헐헐거리며 내 손을 끌어다가 자기 사타구니에 밀어 넣는데 미끈미끈한 물이 질척거리더라고요.
나를 짓눌러 젖무덤에 내 머리를 박아 껴안는데 나 진짜로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구요.”
새색시는 소반을 떨어트리고 얼굴을 감싸며 부엌으로 도망치고, 이진사는 홍당무가 되어 소피보러 나가는 척 밖으로 나가더니 그 길로 줄행랑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