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 나는 이런 얘기를 하곤 한다.
내 '몽상 시절'은 두 향기를 알게 된(배운) 게 전부라고 말할 수도 있어......
그렇다.
나는 1 년간의 몽상 시절에 그 전에는 몰랐던 이 세상의 두 가지 꽃 향기를 내 감각에 각인시켜 놓았고, 그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또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봄에는 '매화', 그리고 가을의 '산국'.
물론 '몽상' 시절에야 자연을 내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 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이 세상의 꽃들에게도 내 스스로 사랑을 가지고 다가간 것이지만, 그래서 웬만한 꽃은 다 좋아하게도 되었지만(수많은 꽃들 중에서 내 그림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꽃으로는, 매화류(매화, 살구꽃, 벚꽃, 복숭아꽃, 목련, 수선화, 나팔꽃, 도라지꽃, 해바라기, 코스모스, 가을의 국화 종류(집에서 가꾸는 국화류, 들국화 중 '구절초' '쑥부쟁이' 등)),
그 중에서도 봄의 '매화'와 가을의 '산국'은, 그 향기를 맡지 못하면 한 해를 헛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그 뒤론 빼먹은 적이 없다.) 향기에까지 예민해져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몽상'에서의 매화(위), 몽상에서의 '산국'에 대한 자료(아래)



설사 내가 시골에 갈 상황(형편)이 아니라 해도,
요즘엔 서울의 아파트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매화 향'을 맡을 수는 있어서, 그저 무심코 지나가다가도,
어? 이거, 매화향 아냐? 하고 매화를 찾아갈 정도로 난 매화 향기와 친해졌고,
가을의 '산국 향기'는,
아무래도 도심에서는 그 향기를 맡기가 쉽지 않으므로, 내가 해마다 하는 '가을 여행'을 하다 보면 전국 곳곳 어디를 가드라도 흔하게 피어있는 조그만 노란 꽃을 발견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일부러 그 꽃을 코에 갖다 대고 향기를 몸 속으로 집어넣곤 하니까.
그러니까, 내가 그렇게 된 게 바로 '몽상'에서 그 꽃들을 몸으로 느껴보았다는 것이고,
그 뒤로는 정말 해마다 '몽상'에서 그랬듯 그 향기를 찾곤 한다는 것이다. 봄에는 매화, 가을에는 '산국'.
그러다 보니, 당연히 그림에도 그런 꽃들이 자연스럽게(이제는 정말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밖에......

'섬진강과 매화' A4. 수채. 2006 (위) 60호 유화, 2006 (아래)



'살구꽃' A3. 수채. 2006 (위) '매화' A3. 수채, 2007 (아래)

참고로, 위 두 꽃그림(수채)은 팔려 나가 그 당시의 내 어려운 생활에 커다란 보탬이 돼 주었다.
(그래서 감사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꽃그림'을 '정식 내 그림'에 포함시키길 꺼려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꽃 자체를 그리는 것 보다는,
뭔가 나 자신과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매화 그리는 사람' A3. 수채. 2007 (위) 50호 유화, 2007 (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