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은퇴이민 2기 49. 그린힐
꽤 여러 해 이 나라에 살아서 여기저기 지리를 잘 아는 친구가 있다.
버스를 타고 그린힐에 갈 수 있다기에 호기심이 생겨 함께 가자고 내가 막 졸랐다.
몇 년 전에도 누군가를 따라 그곳에 가서 진주목걸이를 샀던 기억이 있는데 마치 우리 나라의 남대문 시장을 연상케 한다.
물건도 많고 싸고 활기가 넘친다.
남편의 차를 타고 다스마리냐스의 로빈손 앞에 내리니 이미 친구가 그곳에서 기다린다.
올티가스 행 버스를 탔다. 출발지가 가까워서인지 버스가 거의 텅 비었다. 소풍가는 어린애처럼 즐거워하며 앞자리에 앉아 창밖을 본다.
버스가 머물 적마다 사람들이 타더니 금세 만원이다. 사람들이 내리고 타고 두 시간이 더 걸려 마침내 버스가 다시 텅 비어 가니 종착지에 가깝다. 올티가스 로빈손에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딱 한 정류장만 더 가면 그린힐이다.
이렇게 쉬운 코스인데 그래도 나 혼자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아직 없다.
친정 조카의 특별 선물이라며 진주코너에 들려 그 친구는 꽤 비싼 남양진주를 산다.
번호를 단 진주 가게들이 눈부시다. 아주 비싼 고급부터 여러 종류의 양식진주들. 가격도 품질도 천차만별이다.
민다나오 등지의 먼 바다에서까지 양식 및 채취된 진주는 일단 그린힐이 집산지라고 한다.
다행히 그녀의 단골이 있어서 나는 양식 진주 목걸이와 브로찌 등을 꽤 여러 개 샀다. 여기까지 찾아오기도 힘들거니와 여기 다시 온다 해도 혼자서는 맘 놓고 이렇게 깎기도 고르기도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그녀의 도움을 받는 김에 욕심껏 너무 많이 구입해 버린다.
진주 구입이 끝나고 이번엔 다른 코너들로 옮긴다. 가방가게, 옷가게 천가게, 구두가게, 악세서리, 음식점 등등 같은 종류의 가게들이 닥지닥지 붙어서 상가를 이루고 있다. 손님을 부르고 흥정하느라 시끄럽고 북적거린다.
작은 지갑처럼 보이지만 지퍼를 열면 큰 가방이 되는 것, 골프 칠 때 머리와 목을 감싸 주는 것, 남편의 장지갑, 벨트, 죽어라고 깎아가며 몇 가지를 더 샀다. 점심도 먹고, 아이스 티도 사 마시고...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르겠다.
다시 똑같은 반대 코스의 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두 남편들이 웃으며 기다린다. 우리가 마치 장한 일이라도 한 것 같다.
이 곳에서 새로 사귄 멋지고 똑똑한 친구 덕에 참 즐거운 체험 하나가 늘었다.
새로 사 온 진주 목걸이와 상품들을 방바닥에 주욱 펴놓고 들여다보니 보물상자를 가진 어린아이처럼 너무너무 행복하고 뿌듯하다.
진주가게 골목
진주가게
가방가게
가방, 지갑
아이스 티도 사 먹고
첫댓글 외국에 나가면 쇼핑들 하는게
재일 즐거운 가봐요.
그룹투어 가면 관광보다
쇼핑 시간이 더 많지요.?
재미 있었겠어요
그런점에서는 멋찐 나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