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9일. 시민구단 대구FC는 축구전용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종전에 사용하던 6만6천석의 거대한 종합운동장 대구스타디움은 국내 어떤 프로스포츠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였고, 관전환경과 인프라에서 대구가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기존 경기장 규모의 1/5 수준인 1만2415석의 새 전용구장은 선수들이 좋은 축구를 펼치고, 팬들이 그것을 즐기는데 모든 것이 집중된 곳이다. 개장 전부터 화제를 모은 DGB대구은행파크, 일명 ‘대팍’은 개막전에 1만2,172명 만석(안전을 위한 경호 공간 제외)으로 출발했다.
그로부터 5개월이 훌쩍 지난 동안 대팍은 개장효과를 넘어, 대구시의 문화와 K리그의 흥행을 선도하는 새로운 명소로 발돋움했다. 대구는 8월 24일 열린 강원과의 리그 27라운드를 1만534명의 관중과 함께 했다. 시즌 일곱 번째 홈 경기 1만 관중 돌파 기록이다. 14경기 중 절반이 1만 넘게 왔고, 나머지 7경기 중 6경기도 9천명 이상이다. 오직 1경기만 9천명 이하(8247명)를 기록했다.
총 14만5441?명, 경기당 평균 1만389명의 관중은 지난 시즌 대구 관중 기록의 3배에 달하는 폭발적인 상승 수치다. 더 놀라운 것은 경기장 분위기다. 대구를 상징하는 하늘색 유니폼과 티셔츠를 입은 관중들이 쏟아내는 함성은 경기에 대한 높은 몰입도가 더해져 상대팀 기를 죽이고 대구 선수들이 힘을 나게 하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대구 구단 관계자는 “현재 리그에서 전북이 그런 분위기를 확실히 내는데 올 시즌 우리도 그런 모습이 나오고 있다”라며 전용구장 이전 효과에 기쁜 표정이었다.
대구광역시는 점잖고 보수적인 이미지의 도시다. 그런데 대팍의 등장은 도시에 젊고 활력 넘치는 이미지를 안겼다. 주 소비층인 10대부터 30대는 여가 시간의 확실한 계획을 찾았고, 가족 단위로 찾는 40대, 50대 팬들도 대팍에 들어오면 특유의 분위기와 흥에 빠져 경기 시간 내내 화려한 콘서트 분위기를 만든다. 대팍은 건설 단계에서 준비한 첨단 LED 시설로 경기 전과 하프타임에 그런 분위기를 촉진한다. “축구장이 아닌 축구를 즐기는 극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던 조광래 사장의 목표는 이미 이뤄진 모습이다.
뛰어난 시내 접근성만큼 교통 혼잡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다. 대중교통과 주변 대형마트의 주차 시설을 적극 이용해 달라는 구단의 홍보로 인해 1만명 이상이 몰리는 데도 불구하고 교통난은 찾아볼 수 없다. 주변 상권도 대환영 분위기다. 인근 대형 마트들은 경기 전에는 식음료 구매를, 경기 후에는 쇼핑을 위해 찾는 축구 팬들과 연계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구단에 현물 지원을 시작하며 경기 수를 더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할 정도다.
대팍으로 인해 새로운 상권도 구축됐다. 5개월 사이 경기장 내 상업 시설에 대부분이 입점했다. 사실 경기장 내 상업 시설은 양면성을 지녔다. 경기장 당일에는 폭발적 수요가 있지만, 경기가 없는 대부분의 영업일이 문제다. 하지만 대팍은 평상시에도 일반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상업 시설을 대거 유치하며 인근 아파트 거주민들과 연계되고 있다. 도심재생 사업 과정에서 들어 온 주변의 새로운 상업 시설도 홈 경기 때면 북적거리는 손님에 반가운 표정이다. 도심지에 경기 외에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는 점 때문에 경기 2시간 전부터 팬들로 북적이는 것이 대팍이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다.
이렇게 시민들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하면서 시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계속된다. 지속적으로 시설 보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남측과 동측 스탠드 사이에 위치한 대형 모니터가 북측과 서측 스탠드 사이에도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구단은 이런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과 관심을 구단 수익 증대로 연결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시의 지원과 별개로 구단 자립도를 높여야 세징야, 조현우, 에드가, 김대원 등 팀의 스타들과 함께 할 수 있고, 꾸준히 팬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 된다. 더 이상 선수 장사로 연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대팍에는 무료티켓이 없다. 구단 직원들도 경기를 보고 싶다는 지인들에게 표를 사서 줘야 한다. 조광래 사장은 “4월까지는 티켓 많이 사드렸다. 이제는 알아서 티켓을 사서 들어온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서포터즈와 함께 응원을 펼치는 남측 스탠드는 경기 2시간 전부터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한 핫플레이스다.
매 경기 입장 수입만 1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스폰서와 멤버십클럽을 결합한 엔젤클럽과 경기장 내 상업시설 이용으로 인한 수입이 시즌 후 최종 집계되면 객단가 1만원 돌파는 확실시된다. 지역 내 기업들의 관심도 커졌다. 예전에는 구단이 사정해도 후원을 할까말까 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먼저 관심을 보이고 연락을 줄 정도다.
대구는 올 여름에도 선수들을 지켜냈다. 7월에 흔들리던 경기력은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전역 후 복귀한 선수들의 가세로 바로잡았다. 그 결과 24일 열린 강원전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리그 4위로 복귀했다. 1만명이 넘는 관중들은 ‘쿵쿵골’ 응원에 매료됐고, 전반에만 3골이 터지자 파도타기 응원으로 분위기를 끌어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새 마스코트 리카, 경기 전 화려한 LED 쇼 등 볼거리를 꾸준히 생산해 내며 시도민구단을 넘어 K리그의 새로운 롤모델로 자리 잡은 대구는 축구를 넘어 도시의 이미지까지 바꾸는 도전을 성공적으로 진행 중이다.
출처 - 서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