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매일신문12월 5일자. 12월에는 그래야지/윤민희

[미니나라윤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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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매일] <시가 흐르는 아침> 12월에는 그래야지

<시가 흐르는 아침> 12월에는 그래야지

12월에는 그래야지 
                     윤민희


엄마 보러 가야지


아침마다 산새들이 놀러 오는지
물어봐야지


해마다 먹던 생일 쑥 송편    
이제는 늙은 쑥대 관절이 뻣뻣하게 굳었다고   
수그린 냉이꽃과 함께 가야지


달빛 쏟아지는 멍석에 둘러앉아 
함지박 칼국수 떠먹고       
제멋대로 누워서 세던 끝없이 많던 
별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물어봐야지


은행잎 넣은 문짝 댓돌에 걸터앉고 
충혈된 홍시 하나 나무 끝에서 기다린다고   
그립고 외롭던 시간을 말해봐야지 


들판에 쌓인 하얀 감정들
누렁이와 뛰놀던 유년이 솟구치며 반짝이고
추위 지나면 다녀가라던 엄마 음성  
주머니 깊숙이 담고 가야지


아버지와 나란히 누워계시는 무덤가에 앉아서  
그래야지
활짝 웃으며 놀다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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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지"로 끝나는 대화체 서술형 어미가 시의 가독성을 높인다. 산새들이 놀러 오고, 해마다 생일 쑥 송편을 먹고, 쑥대와 냉이꽃, 멍석과 함지박, 끝없이 세던 별들, 홍시, 누렁이와 뛰어노는 유년 등 동화적 세계를 구성하는 어휘들이 빼곡한 문장이다. 이런 유년의 공간에 "엄마 음성"이 있었고, 엄마는 돌아가셔서 무덤에 묻혀있다. 12월 겨울에 엄마를 보러 묘소에 가고 싶다. 엄마는 아버지와 나란히 누워있는 무덤가에서 활짝 웃으며 놀고 오고 싶다.










윤민희


충남 보령 출생
시집 『그리움을 위하여 가슴 한 켠을 비워두기로 했습니다』, 『엇박자』, 『책들이 나를 보고 있다』
수상 동서문학상, 오산문학상, 풀잎문학상
2015년 대한민국 독도 문예대전 입상
2021년 전국여성문학대전 동시부문 최우수상 수상
경기도 문화예술진흥유공 표창     
한국방송통신대학교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문학석사) 졸업
오산문인협회 제11대 회장 역임
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