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점심 때 서울 민사고등법원 판사들과 조정운영위원 들 간의 회식이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아래 이태리식당 “벨리니”에서 가졌다.
11시에 병원을 나와 잘 빠지는 도로로 예술의 전당에 도착하니 40분이 남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게이트를 통과하여 주차티켓을 뽑으려니 그냥 들어가란다.
늘 다니는 오페라극장 옆길로 걸어 올라간다.
지난 우면산 산사태때 폐허로 변한 연못은 아직도 흙탕물이 고여 있고
전에 물에서 놀던 잉어 한마리도 보이질 않는다.
연못가 그늘의 벤치에 앉아서 여러 생각에 빠진다.
우리같은 속물은 무념무상이란 말이 통하질 않지.
십여년전 한국탐험학교를 따라 알려지지 않는 동굴탐사를 간 적이 있었다.
안내자가 헤드 랜턴을 끄고 잠시만 생각을 멈추라 라는 말을 듣고
불을 끄니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갑자기 생각나는 병원의 중환들,
집안 걱정 등 온갖 잡념이 떠올랐던 기억.
정오 십분전 우리 개가 무서워하며 내려가던 바윗길은 계단으로 바뀌었고
그 길을 따라 내려 간다. 넓은 광장에는 국화분에 가을 햇살만 내리쪼이며
길 옆의 커피와 맥주를 파는 "모짜르트"는 시간이 되었는데도 손님이 아무도 없다.
미리 맥주나 한잔할까? 하다가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내가 알코올 중독자로 보이겠지.
벌써 식당 안은 온 사람들로 차 있다.
새로 만난 판사들에게 명함을 주고 받으며 내 동기들이 사법고시 13기라는 것을 강조.
그러니까 고등법원장까지 마치고 나온 기수라는 뜻.
와인은 하우스 와인으로 칠레의 마이포 밸리에서 나 온 카버네 쑈비뇽으로 병당 3만 8천원.
연어 카멜로리의 전채로 하여 토마토 소스의 해물 파스타는
가리비조개, scallop, 홍합, 새우, 깔라마리 등이 푸짐하게 들어었다.
디저트는 특별히 준비된 와인스튜 바닐라 아이스크림.
맛도 유별난 것은 주선한 예술의 전당 후원회장인 박변호사의 백인가.
전화는 02-580-1871이고 가격은 내가 돈을 내지 않아 알 수가 없다.
좋은 분위기에 점심은 끝나고 예술의 전당을 구경시켜주려고 Opera House의 house manager가 왔다.
일반인들은 볼 수 없는 무대 뒤는 마침 어제 끝난 가면무도회의 세트를 정리 철거하는 중이고
넓고 높고 화물차가 바로 접근할 수도 있게 해놓았다.
라보엠 공연 중 일어나 실화로 1년 만에 재개장하였다는데
오페라 홀에는 좌석 뒤에 기증자의 이름이 붙어 있다.
늘상 숨어있던 오케스트라 피트도 올라와 있네.
나는 이곳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세번째로 보았었지.
런던에서 처음으로, 크리스틴역의 후배 딸 김소현이 나왔던 LG 아트홀의 공연,
그리고 뉴욕 버전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나는 뮤지칼을 좋아 한다.
캣츠는 뉴욕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여러번 보았고,
최정원의 맘마미아, 에비타,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일본 시키 극단의 샤롯데극장에서 라이온 킹 등등.
애절한 에포닌의 노래가 나오는 레 미제라블의 런던 공연에서 후배가 사온 싸구려 티켓으로
맨 꼭대기 좌석에서 구경하면서 졸다가
떨어질 뻔 한 일도 있었다니 매니저가 여기도 저위를 보세요 하며 가르키는데
한번은 저 높은 곳에서 공연을 볼 예정.
오페라 하우스 실내구경을 마치고는 밖으로 나왔다.
바깥에는 감나무 몇그루에 감이 익어 가는 중이다.
내가 단풍으로 보기 좋은 나무 중 하나는 감나무,
두터운 잎의 하나 하나에 든 단풍 색깔이 다르고
더구나 감까지 달려 있으니 얼마나 보기가 좋은가.
박변호사가 마치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이 갓처럼 생겼다면 콘서트홀의 지붕은 중절모같다.
고 말하여 가만히 보니 과연 그렇다.
다음으로 안내된 곳은 넓은 콘서트 홀
공연무대 양옆의 싼 좌석, 그리고 뒤의 좌석은 합창단 자리,
경우에 따라서는 이 자리도 큰 공연일 때는 판단다. 제일 값이 싸겠지.
콘서트 홀에는 가격이 1억으 넘는 스타인웨이 두 대 등 6대가 있다.
무대 뒤쪽의 휴게실에는 연주자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음식을 먹으며 쉬고 있다.
분장실, 명패가 붙어있는 개인 분장실도 지나고
나는 좀 작은 리사이틀 홀에서 관람을 할 때 좋아하는 자리가 독주자가 보이는 앞자리.
우리 조정위원 중에는 음향공사 전문가가 있어
이런 좋은 음향시설에서는 음을 흡수하는 ?은 안된다고 한다.
세종문화회관의 공연은 음향도 별로이고 자리도 객석도 거의 평면이라 그곳에서 본 뮤지컬은 별로 이더라 하였더니
거기는 공연장이 아니고 행사장이라고 누가 말한다.
IBK의 250억을 들인 음악홀에는 피아노 두 대가 조율을 받고 있는 중.
와인 훼스티발이 10월 말까지 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어 누가 나랑 와인이나 마시러 갈까요?
종일 주차티켓을 한장 받아 왔더니 나갈 때 보니까 차 번호가 그대로 뜨고 주차비가 9천원이다.
티켓이 없다고 그냥 나왔더라면 바가지를 쓸 뻔 하였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90A233A4E9D26AB1D)
어제 바꾼 스마트 폰으로 처음찍어 본 무대 뒤 광경.
![](https://t1.daumcdn.net/cfile/blog/1935813B4E9D26B20D)
![](https://t1.daumcdn.net/cfile/blog/117AA03A4E9D26AD3C)
콘서트 홀의 바깥에는 감이 익어가고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blog/1915CE3A4E9D26B103)
종합 연습장이 뒤에 보이고 오른쪽이 "모짜르트"
가운데는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느티나무
첫댓글 드디어 스마트폰으로 바꾸셨네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의 질도 괜찮아 보입니다. 난 뮤지칼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기회도 없었지만, 끌리지도 않아서.....
새로 바뀐 번호는 010-3710-6761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