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제복(물론, 남자제복)을 입고 서빙을 하고 있던 세이지는, 갑자기 우르르 밀려들어오는 마이토와 지현, 그리고 백호, 청룡, 현무, 주작, 그리고 비영의 가이아 워리어즈를 놀란 눈으로 보았다. 모두 왠지 헉헉하는 것이, 미친듯이 달렸던 듯 했으나, 그것보다는 뭔가 올란 느낌이 확 들어왔다.
"주인장!!! 여기 찬걸로 한잔!!!(주: 옛날 일본에선 찬술과 더운술을 주문할때 '찬걸로 한잔'이라고 하면 다 알아들었다고 함)"
....그러나, 마이토가 이런 소리를 지른것으로 보아, 그들에게 아직 여유는 남아있었다.
"여기는 술집이 아니야, 센푸지군!! 근데 왜 그렇게 뛰어오냐?"
"아...조금 놀란것을 봐버려서..."
테이블 두개를 차지하고 털썩 앉은 그들은, 우선 앞에 놓인 냉수부터 급히 들이키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현무까지 그러는 것으로 보아, 뭔가 심각한듯 했다.
"왜그래?"
"하아.....그래, 세이지씨도 알아놓는게 좋겠죠."
한숨을 쉬며, 일단 주스를 시키고(세이지는 이 행위에 대해 굉장히 궁시렁 거렸다.), 마이토는 세이지에게 그들이 지금 막 겪고 온 일을 얘기해 줬다. 이유도 없이 습격한 스무명의 괴한. 그들의 힘조차 밀렸던 재생능력에, 간신히 가인이 달려와 구해지고, 그 가인이 파괴한 파편들이 꿈틀거리며 일어난것까지도.
"그리고 무작정 달렸지. 각자 개성있게 비명을 짧게나마 지르고 말이야."
"가인이 알아서 처리했을거야. 우리는, 만약 사람들이라도 오면 곤란해 지니까 그곳에서 발을 뺄수 밖에 없었고."
정말 질렸다는 투의 백호와 청룡이 그렇게 말하자, 주작은 조금 실망했다는 투로 말했다.
"적어도 남자의 겉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말이야....도망이나 치고."
"도망가자고 소리친건 주작, 너잖아!"
"전략적 후퇴야! 마이토씨도 그렇게 말하잖아!!!"
".....이봐, 날 끌고 가지 말라고...;;;"
마이토는 한켠에 내버려둔채 커져만 가는 백호와 주작의 말싸움에, 세이지는 자신을 전혀 생각하지 않은 한마디를 던졌다.
"너도 고생했겠군, 센푸지군. 이런 제멋대로의 녀석들을 끌고 다니려니 말이야."
"......대체, 누가 누굴보고 제멋대로라는 거죠?"
이말을 한 사람은 뜻밖에도 이곳의 아르바이트 생의 한명이라, 세이지는 '아, 그런가? 하하하'라고 태평하게 웃을수는 없었다.
".....하즈키....점장한테 말이 조금 심한데? --++"
"어머, 심하지 않았어요, 점장님.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인걸요."
붉은 머리에 대조되는 푸른빛의 트로피컬 제복(아직 여름)을 입은채로, 전혀 반대인 굳은 얼굴로 그렇게 말해오는 데야 세이지도 굴복하는수 밖에 없었다. 그저 자신의 굳어진 세간의 평판이나 원망하는 수 밖에.
"여기, 주문 나왔습니다."
"고마워요. 빠른데?"
"주스니까요."
당연하다는 듯, 일곱잔의 가지각색의 주스를 재빠르게 내려놓은 하즈키는, 잠시 망설이다가 소리를 조금 낮추어 마이토에게 말했다.
그런말을 생각없이 중얼거리다가, 마이토는 문득, 그의 눈앞에 있는 이 붉은 머리 소녀, 아카가미 하즈키의 프로필을 떠올리고는 정색을 하고 말았다. 잊고 있었지만, 그녀는 유전상, 이제서야 사망처리된 '강진호'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그녀조차 그런 인식이 흐린것 같지만, 어쨌던간 진호는 그녀의 오빠가 틀림없었고, 그것때문에 그 진호와 모습이 닮은 썬더리온에게 그녀가 신경쓰는것도 당연은 했다.
'그렇지만 말이야....그렇다면, 소꿉친구쪽은 어떻게 되는거지?'
그 소꿉친구쪽은 지금 꽤나 즐거운 모습으로 서빙하기에 여념이 없다. 전에 강진호의 소꿉친구였던 한유나의 이야기다.
'저쪽도 썬더리온을 신경쓰기는 마찬가지일텐데.....뭐, 참견하는 것은 무의미 할까.'
아무튼 그런생각은 제쳐놓고, 마이토는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골몰해야 하는수 밖에 없었다. 그런 녀석들이 자신들, 아니, 자신을 습격한 것에 대해서 골몰하는 수 밖에는.
'...뭐, 이녀석들하고 몰려다녀야 할지도. 적어도 사람들눈에 띄고 싶어하지는 않는 녀석들 같으니, 사람 많은 곳도 골라다니고. 지금은 그 수밖에 없나....'
어딘가에 틀어박힌다, 라는 것도 고려해 볼만 했지만, 적어도 계속 움직이는 편이 나을듯 했다. 지금도 분명 감시 당할것은 뻔하니까.
"그래, 분명히 하마다가 오늘 판매회...인지, 뭔지 나간다고 했지. 거기나 가볼까?"
원래가 자신에 대해 담대한 센푸지 마이토다. 이미 자신에 대한 위협따위는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고 있었다.
12시 40분.
세이지에게 마이토들이 겪은 일과, 지금은 동인지판매전으로 갔다는 말에, 카온은 입을 쩍 벌렸다.
"뭐? 벌써 갔다고?"
"그래....근데, 너는 나 언제봤다고 반말이냐?"
"뭐. 괜찮잖아 세이지씨."
"괜찮다니!!"
세이지가 소리를 지르고 말고가 카온에게 무슨상관이 있으랴. 유우타와 레지나가 멍하니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편안한 자세로 앉아 물을 들이키며, 메뉴판을 들여다 봤다.
"만만한게 없구만. 왜 이리 비싼거야?"
".......어이...!! --++"
"나 찬걸로 한잔~~!!"
"그러니까 여긴 술집이 아니라니까!!!!"
"화내지마. 하하하.."
킥킥 대며 웃는 카온의 모습에 화를 내던 세이지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고는 헛기침소리를 냈다.
"뭐, 조금 놀림당했다고 화낼 거리가 아니군, 이건."
"....역시 다른데? 마구 화낼거라고 생각했지만, 금방 풀어지는데?"
"악의를 담고 놀린거면 나도 화냈어. 뭘로 줄까?"
".....음~ 난 이런건 잘모르는데. 레지나, 뭐먹을래?"
"응? 아, 난 파르페..."
"좋아, 나도 파르페. 유우타는?"
"나는 오렌지 주스나 마시지. 파르페 두개면 주머니 감당이 힘드니까."
"훗, 파르페 세게지? 점장이 서비스 해주지."
기분좋은 미소를 띄며 그렇게 말하는 세이지를 향해 환호를 보낸 카온은, 그가 떠나자 의자 뒤로 턱 하니 앉았다.
"마이토들이 판매전인지 전시횐지 뭔지에 갔다면, 우리도 가야겠지?"
"그정도에서 합류하는 것도 괜찮겠지만.....사람이 많은곳이잖아. 소란이 일어나지 않겠어?"
"글쎄. 세이지씨 말대로라면, 그녀석들, 먼저 사람통제부터 했잖아. 너도 깨끗하게 암살로 하려고 했고. 소동을 싫어하는게 아닐까?"
"하아, 그럴지도 모르지만..."
"괜찮아. 뭐, 철골의 운명을 타고난 보디가드도 있잖냐?"
그 철골의 보디가드를 아직도 믿을수 없는 유우타와 레지나여서, 불안은 더 가중되는 듯 했다.
"전에는 볼수없던 그 자신감이 더 믿을수 없는거야...."
"믿지마. 이건 만용이니까. 그냥 하는 소리란거야."
"......그렇게 확신시켜주니 고맙긴 한데, 카온.."
"뭐,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능력껏 지켜줄께. 이거면 되냐?"
".......고마워."
결국, 유우타와 레지나는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말을 끝으로 잠시의 침묵이 흘렀지만, 그것은 카페의 아르바이트 생이 파르페를 가져오는 것으로 끝나고 말았다.
"파르페 나왔습니다..."
".....뭐야 이게?"
"파르페, 처음봐?"
그러고보니, 당돌한것은 오히려 이 두사람이 닮은것 같다. 이 카페의 아르바이트생으로 현재 근무중인 한유나는, 지금 스푼으로 파르페를 툭툭 건드리는 카온과는 분명 초대면(물론 전에도 만났지만, 카온이 귀환한 이후로는 처음이다)이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반말을 쓰는 것이었다.
"처음보는데, 유나."
"정성들여 만들었는데 그런말을 하면 벌받아, 카온."
"헷. 누가 벌준다는 거야. 썬더리온 녀석과는 얘기 해봤어?"
대뜸 들어오는 공격에 주춤한 유나. 카온은 빙긋이 웃음을 띄며 말했다.
"녀석은 진호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까, 언젠가라도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게 좋을걸?"
".........늦기전에 말이지...하아...."
갑자기 어두워지는 유나의 얼굴을, 카온은 놓치지 않았다.
"..........느낌이 옅은데......."
"어느쪽이?"
"둘다. 어째, 서로를 동화시켜 가는것 같다?"
"그래도 다행이야. 늦기전에 네가 돌아왔으니까."
"응? 무슨소리지?"
"잠깐, 단둘이서만 할얘기가 있는데..."
"웃, 온지 사흘만에 사랑고백이라니, 이 몸이 쓸만하긴 한데?"
"시시한 농담 그만하고, 빨리 쫓아와."
"....예예."
갈색의 머리를 찰랑이는 것에까지 어두운 기미가 뭍어나오는 유나와, 밝게 걸어가는 카온의 뒷모습은 대조적인 면이 있었다. 유우타와 레지나는 멍하니 보다가, 곧 서로를 보고, 포기의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궁금했지만, 쫓아가서 옅볼정도로 그들은 양식없지 않았다.
먼저 탈의실에 들어간 유나를 쫓아 들어간 카온은, 그곳에서 금빛의 여섯장의 날개를 펼친 붉은 머리의 여자를 발견했다. 유나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유나의 태평한 기색보다는 근엄의 느낌이 훨씬 더 많이 떠오르고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스파클 브레이브.
"편하게 말해도 돼, 스파클 메신져."
- 그럴까. 유나에게 담겨있는 너에 대한 느낌을 지고 이렇게 정중하게 얘기하는것도 힘들군.
"뭐, 조금 열이 뻗치지만 넘어가고. 초면이군. 이름은?"
- 아티.
"조금 곤경에 처한것 같은데. 문제가 뭐지?"
카온의 태평한 투의 말에, 아티는 조금 힘든다는듯 말했다.
- 내 힘이 약해져가고 있어.
"흐음? 메신져가?"
- 그래......나는 용기의 여신님의 의지를 관철하는 메신저. 그렇기에 엘님과 나의 힘은 이어져 있지. 내 몸에 담을수 있는 힘은 한계가 있지만 내가 발출할수 있는 힘은 무한에 가까워.
"그런데?"
- .....엘님의 존재가 희미해져 간다. 그것이, 나와 엘님의 교류를 차단하고 있어...
"그래?"
- 그래, 그래서.....원래대로라면 나와 연결되어있는 가이아 워리어즈와 엘 카이져가, 전에 갈티에 의해 움직이고 말았어...
"갈티, 라면.....엘릭서 메신저인가?"
- 응.
"그런가.....신의 힘이 약해지고 있나. 뭐, 좋은것 아닐까."
아티의 눈이 조금 흔들렸다.
- 좋다고?
"신이 이 세계에 간섭할수 없다면 그걸로 좋지. 우리는 살아갈수 있어. 그녀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 ............하지만, 엘님의 힘이 약해지면 약해질만큼 투지의 신의 힘은 강해진다. 상극의 힘을 띄고 있는 갈티가 스파클 파워즈를 조종한만큼, 뭔가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나보고, 신의 힘을 이땅에 다시 불러오는 일을 맡으란 말인가?"
- ............그분의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너희의 존재 자체가 위험하다. 알고있겠지? 스파클 파워즈란....
아티의 말은, 갑자기 정수리에 겨누어진 총구에 막혀버리고 말았다.
"총으로 너를 쓰러트릴수 없지만, 이건 경고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더 말했다간 메신저고 뭐고 끝장내 주겠어."
- ............
"난 스파클 브레이브다. 도구로서 우리를 이용하던 신과는 결별한지 오래다. 그녀에게 물어봐라. 그녀가 내 존재를 자신의 피조물로 생각하고 있는지."
- ...........
무언은 긍정을 뜻한다.
"모두 마찬가지다. 카이도, 가이아 워리어즈도, 비영도, 썬더리온이나 블레이드도, 모두 자신의 의지로 용기를 가진 스파클 브레이브, 용자란 말이다. 다시 신의 도구로 전락할듯 싶으냐!!!"
- .................그렇게 말한다면, 난 엘의 의지를 따르는 자로서 널 칠수밖에 없다.
"................"
하지만, 그 말이 진심이 아닌것은 카온이 먼저 깨달을수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담긴 떨림을 들었기 때문에. 그녀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이 카온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엘의 힘을 불러오지 못하면.....넌 사라지겠지?"
- ................
"..................후우.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하지 그러나. 그런다고 엘이 잘 봐줄리 없지만."
- ................
"어쨌든, 신의 힘을 불러오긴 싫지만, 그렇다고 유나나 너를 잃기는 싫은데."
아티의 눈이 약간 커졌지만, 그녀의 입은 작게 달싹할뿐이었다.
- .........내가 사라지는 것은 신의 의지다. 어쩔수 없지.
"아니, 나는....내가 살아남으로서 다른이를 지킬수 있다는 집념으로 살아난 입장이다. 이제와서 적 이외의 다른이를 희생시킨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않아."
- ..........
카온은 빙긋 웃으며, 그의 권총을 다시 호주머니안에 집어넣었다.
"내가 그란로드 성단에서 만났던 스파클 메신저는 단순한 꼭두각시였지만, 내 앞에 있는 메신저는 어쨌든 공허로 가득하지만은 않군. 유나가 너에겐 행운이다, 아티."
- ...............
"둘이 힘을 합하면 신도 이길수 있을거야. 살고싶으면 어쨌든 힘을 내보라고."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나가는 카온은, 아마 이번 작 처음으로 멋있는 말을 할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어질뻔했다. 그가 문을 열자, 앞에서 도끼눈을 하고있는 한 여성의 위협적인 기세가 없었더라면.
"헉!!!!!!! 히, 히카루씨잖아!!!!! 왜그래!!!!!!!!?"
"너 그걸 말이라고 햇!!!!!! 네가 지금 어디에 들어와 있는 지 알앗!!!!!!!!!?"
"탈의실이잖아!!!!!"
"'여자'탈의실이얏!!!!!!!"
그는 안드로이드니, 지금으로선 안드로이드가 보일수 있는 한도내에서 최대한의 굳음을 연출해내 보이고 있었다. 그 굳은 목을 가까스로 돌려 뒤의 아티, 아니 이제는 갈색머리의 유나로 돌아와 있는 그녀를 본 카온에게, 유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남자 탈의실로 들어올수는 없었잖아?"
"나갓!!!!!!!! 이 치한!!"
"치한이라니!!!! 난 아무짓도!!!!!!"
"시끄러웟!!!!!!!"
퍼어어어억!!!!!
뭔가 굉장한 소리가 들려와 유우타와 레지나가 돌아보자, 그것을 만들어낸 바닥에는 달팽이눈을 양쪽에 박아넣은 카온이 굴러 있었다. 뺨에 거대한 손자국을 만들어 놓고는.
"감히 신성한 업소의 여자 탈의실에 들어가있다니!!! 풍기문란도 정도가 있어!!!!!"
"히, 히카루, 참앗!!!! 카온, 도망가!!!! 걸렸다간 죽어!!!!"
저 안에서 들려오는 세이지의 말과, 무엇보다 앞서 들린 히카루의 '마치 지옥의 가장 끝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소리'를 들은 유우타와 레지나의 몸이, 그들의 머리를 무시하고 재빨리 움직였다.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카온을 끌고 가게를 뛰쳐나온 것이었다.
"다시는 오지맛!!!!!!! 치한, 변태!!!!!!!"
가게에서 멀찍히 떨어져도 귀에 대듯 생생하게 들려오는 히카루의 목소리에, 한순간의 기절상태에 빠져있던 카온이 갑자기 눈을 뜨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그의 옷을 잡고 질질 끌며 달리는 유우타와 레지나때문에 끌려가며 난동을 부린 꼴이 되었지만.
".............크아아아악!!!!! 내 저 여자를-!!!!!!"
"카온, 가만히 있어!"
"유나아아앗!!!!! 변명 한마디도 안해준거지--!!!!!!! 기억하겠어--!!!!!!!!!"
1시 10분.
원래라면 동인지판매장은 피아캐럿에서 한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지만, 유우타와 레지나는 거의 카온을 끌다시피 하며 달렸기 때문에(무작정달렸다, 정말.), 그것을 거의 반으로 단축하며 동인지 판매장에 발을 옮겼다. 엄청나게 몰리는 인파를 가까스로 뚫으며, 그들은 몇번을 헤메며 간신히 하마다의 부스를 찾을수 있었다.
"그런일이 있었단 말입니까? 후후. 뭐 코우사카씨는 조금 고지식만 면이 있으니까, 그런모습을 보고 두번 생각은 못했을거에요."
"하여간 이 바보때문에 죽겠어요, 미쯔히코씨. 정말, 무슨생각으로 그 안까지 들어갔을지."
"그건....젠장, 유나가 들어가서 나도 모르게..."
"그럼 불러내고 통로에서 말하면 되잖아..."
안그래도 동인지와 팬시로 가득한 그 부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던 카온을 계속구박하는 유우타와 레지나. 카온은 반성을 하는건지 아무튼 기세를 푹 죽이고 힘없이 앉아있는 중이었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코우사카씨는 뒤끝이 없다고 들었으니까요. 치한이라면 다를지도 모르지만."
"글쎄....치한이란 말 하지 말라니까 그러네, 제길..."
카온의 한숨섞인 말을 이제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혼잡한 장내를 신기하다는 듯 둘러보는 유우타는,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며칠전에 그런 소동이 일어났는데도, 활기차군요, 여긴."
"예. 오타쿠들이란 그런거에 신경을 안쓰거든요."
"아, 그런가...."
"게다가, 오늘은 소문의 신예 작가가 나타났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더 몰렸는지도 몰라요."
"소문의 신예 작가?"
"외국인인데도 한달전 판매전에서 엄청난 판매고를 냈거든요. 게다가 미인이고. 저는 상대도 안될지 몰라요."
"미쯔히코씨가요? 프로잖아요?"
"프로의 만화라고 다 좋은건 아니에요. 그분의 작품은 굉장히 뛰어나서...뭐, 저도 반이상 팔았으니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약간 의기소침해 보이는 하마다의 모습에 뭔가 격려의 말이라도 하려던 유우타였지만, 곧 그 생각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수있었다. 동인지를 사려던 한 손님이 오자, 갑자기 돌변하는 그의 모습에선 의기소침따위 찾아볼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레지나의 안색이 파랗게 질려있어서, 유우타는 급하게 레지나가 보던 방향을 보았고, 곧 그도 굳어버리고 말았다. 그들의 시선 끝에 담겨져 있는, 카온의 뒷모습으로 분명한 검은 자켓의 사내는 어느 한 동인부스에 서있었고, 그 부스에 앉아있는 두명의 남녀의 얼굴은, 그다지 멀지는 않은(많아봤자 10m도 안되보였다.)곳에있는 유우타의 눈에도 보였다. 붉은 머리의 장신의 남자와, 금발머리의 이국적의 소녀의 모습을. 그것은, 몇주전 GGG를 침입한 엘릭서 스피릿들의 인상착의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
인파에 밀려 쓸려오다가 무서운 기세로 그들의 부스 앞에 넘어진 한명의 남자를, 카르카스와 다크엔젤은 멍한 눈으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남자에 신경을 쓸수도 없고 해서, 일단은 그들에게 몰려온 인파에게 동인지와 팬시를 파는데 전력을 쏟았다. 그래서 그 남자가 동인지를 노리고 온 오타쿠들에게 밟히는 것도, 그들은 일단 묵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인파가 빠져나가고, 계속 밟히던 그 남자가 일어나서야, 카르카스와 다크엔젤은 그 남자에게 간신히 신경을 쓸수 있었다.
남자에게서 스파클 파워가 은은하게 흘러나오는것을, 둘은 거의 직감적으로 느꼈다.
"............."
"............."
화난 얼굴로 뭐라고 중얼거리던 그 남자도, 그들의 기척을 느꼈는지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스파클 파워를 은은하게 풍기는 남자가 그들이 내뿜어 내고 있던 엘릭서 파워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긴 했지만.
아무리 장내가 시끄러워도, 이순간 그들의 사이에는 침묵만이 존재하는 듯 했다. 그만큼, 그들에게 한순간으로 생겨난 긴장은 무거웠다.
하지만, 엘릭서 스피릿 두명을 앞에 놓고, 먼저 움직인 쪽은 카온이었다. 자연스럽게 손을 들더니, 부스에 놓인 책자 한권을 집어드는 손길에는 주저함이라던가 악의따위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진지함이 가득차 있어서, 카르카스가 놀랄 정도였다.
"이거 얼마죠?"
".....500엔. 소책자 사면 팬시도 드려요."
다크엔젤의 음성은 꽤 딱딱해 져 있었다. 그만큼, 긴장하지 않던 그녀가 긴장하고 있는 증거였다.
다크엔젤의 말에, 카온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그로서는 긴장에 차있던 카르카스가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스파클 브레이브냐, 네가!"
"......댁들이 엘릭서 스피릿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만."
"싸우러 온것같진 않지만, 왜 우리 앞에 있으면서 반응도 하지 않는거지?"
"반응하고 있는데. 당신이 암암리에 보내는 엘릭서 파워를 흘려보내느라 지금 힘들다고."
그것이 카르카스를 초조하게 하고 있는 이유였다. 이 카온이라는 스파클 브레이브에게 암암리에 힘을 주고 있던 그들이었는데도, 그는 그 힘을 모조리 흘려 보내며 반격도 안하고 있던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싸울리도 없는 그들이었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았으니까.
".......하아, 정말 동인지 사러 온건가?"
"으음. 사실은 돈이 없지만, 보기라도 하면 안될까."
그렇게 다크엔젤에게 말하는 카온의 얼굴에는 긴장이나 초조따위는 찾아볼수 없었고, 그것은 어느샌가 안정을 찾기 시작하는 다크엔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엘릭서 파워를 완전히 지우고 있었다.
"보세요. 돈은 안드니까."
"고마워요."
카르카스가 아직도 경계의 눈빛을 띄고 있지만, 카온은 태연자약하게 동인지를 읽기시작했다. 그 인상은 평범했고 특징이 없는 모습이었지만, 그 태연하고 평범한 모습에서, 적어도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악의는 커녕, 의심을 느낄수 있는 행동도 없었다. 수많은 전장을 거쳐온 카르카스의 직감은 틀림이 없는 것이니, 그는 그의 직감을 신뢰할수 밖에 없었다.
".....하아."
긴장하면 오히려 바보일것 같아서 천천히 힘을 흩트린 카르카스는, 열심히 동인지를 읽고있는 카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이름은 카르카스, 이쪽은 다크엔젤. 뭐, 이정도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으니까 빨리 사라줘 졌으면....."
"크..크큭, 하하하! 이거 재미있는데? 아이디어도 좋고...뭐, 만화라면야 자료실에 있는 파일로 잔뜩 봤지만...."
"종이에 찍힌것이 진정한 혼이 담긴거에요! 자, 이건 저번호. 재미있어요?"
"재미있어! 하마다가 말한 신예작가란 널 말하는 거였나 보네, 그럼."
"후훗, 저번달부터 이런 행사에 나오고 있어요."
.......저쪽은 완전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적어도 적이라는 자각을 하고 있던 카르카스는, 별수없이 페이스를 꺾는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저렇게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사람한테 악의를 뿜어낼수도 없고, 저렇게 웃는 얼굴에 발길질을 할수는 없는 일이지 않나. 별수없이, 카르카스는 그의 지금의 역활인 '판매'의 역활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봐, 돈있으면 사라고, 저번호까지 들여오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
"앗, 그래? 그러고보니 아까 유우타한테 받아논 돈이 어디엔가 있었는데..."
1시 30분.
행사장을 돌고돌아 간신히 하마다의 부스를 찾아낸 마이토및 지현과 가이아 워리어즈, 카이, 그리고 비영은, 거의 굳은채로 어딘가를 뚫어지게 보는 하마다와 유우타, 그리고 레지나를 발견한다.
"하마다, 왜그래?"
"저기....."
황당하다는 듯 말하는 하마다가 가리킨 손끝에 있는 광경을 본 마이토들도 역시, 그자리에서 굳고 말았다.
"자요, 스케치 끝."
"고마워! 흐음, 멋진데 이거?"
표지 뒤에 그려진 '엘사리온의 유하린'그림을 받아들고 희희낙락거리는 카온이 카르카스에게 그 회지를 내밀자, 카르카스의 표정은 얼빵의 경지를 넘어 황당하다는 듯 카온에게 향했다.
"....나는 그림 못그리는데."
"당신 그림도 있는데?"
"일러스트 그려준것 밖에 없어!"
"그 일러스트를 그려달라는 말이야. 그려줄수 있잖아? 저 열쇠고리 사면 되지?"
".......큭."
이미 저번호 회지와 이번호 회지및 홍보용의 소책자와 거의 팔린 팬시를 싹 쓸어담은 카온이고 보니 카르카스도 거절할수는 없었다. 싫다싫다 하면서도 마커를 들고 뒷표지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그를 흘끗 보다가, 다크엔젤이 물었다.
"카온씨는 별로 저항이 안느껴지네요."
"그런가?"
"원래 스파클 파워즈라면 우리하고 같이 있는 것만으로 불이 붙어서 덤벼들거에요. 그 스파클 브레이브라는 말, 믿을수 있겠는데요?"
"뭐, 나는 상대가 싸우고 싶을때만 싸워. 그쪽은 악의보다는 호의가 먼저 느껴졌었는데?"
"손님이니까."
"하하, 그런가. 하긴, 손님에겐 친절해줘야 겠지."
카온이 웃으며 말하자 다크엔젤도 빙긋이 웃었다. 그리고는, 약간 눈을 움직여 카온의 뒤를 흘끗 보았다.
"친구들이 온 모양이네요? 상당히 강한 스파클 파워가 느껴지지만, 저항이 심하지는 않아요."
"흘리고 있던지 참고 있겠지."
"흐음.....전대미문아니에요? 스파클과 엘릭서가 태연히 얘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 한공간에 있으면서 싸우지 않은것도 최초인것 같은데요?"
"뭘, 나는 갓 엘릭서를 구해준적도 있으니까."
"아라테아님 일 말이군요."
"알고 있었어?"
"유명하니까. 그리고 의외였으니까."
"난 불쌍하게 보였으니까 도와준것 밖에는 없어."
"그게 더 이상하다는 거에요. 스파클이 엘릭서에게 동정을 느낄 여유가 있나요? 서로 창조될때부터 숙적인데."
"그 숙적으로 정한게 우리는 아니잖아.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것 아닌가? 마음만 통하면 친구가 될수도 있고 애정의 상대도 될수 있어."
"........뭐, 조금 다르지만, 일일이 설명 안해도 카온씨는 알지도 모르겠어요."
"뭐, 그럴지도."
그렇게 말하는 카온의 앞으로, 회지 하나가 불쑥 내밀어 졌다.
"가져가! 내가 그려준거니 이미 일억엔의 가치는 넘은거다!"
카르카스의 그런 호언장담이 있었으나, 카온은 흥미없게 뒷장을 들쳐보고는 말했다.
"다크엔젤보다는 선이 거칠군. 이런 그림체는 싫은데, 쳇. 한권 더 사야 되나?"
"뭐얏!!!!!? 남은 서비스로 그림까지 그려줬는데, 이제와서 싫다고!!!!!?"
"고맙게 받아는 두겠지만....앞으로는 카르카스 데리고 오지마. 매상 늘리려면, 이런 그림체의 사람이 그림을 그려주면 손님들이 싫어하겠지?"
"뭐라고!!!!?"
사실 카르카스의 그림도 잘그린것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조금 상회하는 정도의 퀄리티 였으니, 카온에게 이런 평을 듣는것은 오히려 부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크엔젤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 볼께요."
"다...다크엔젤!!!!?"
"당연히 생각해야지. 많이 팔라고, 두사람. 또 만날때가 있으면 만나지."
다른사람들의 눈이 신경쓰여 그 이상은 못하는 다크엔젤을 무시하고, 카르카스는 카온을 올려보다가 멋적게 손을 내밀었다.
"뭐, 다음에 만나면 대련이나 한판하지. 실력을 가늠해보고 싶으니까."
"그러지."
카르카스와 악수한 카온은,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그들에게 등을 돌려 그의 동료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다크엔젤이 카르카스에게 말했다.
"어땠어?"
"나쁘지는 않았어. 너는?"
"좋은 느낌이야. 무엇보다 저 스파클 브레이브, 자기 마음 가는 대로 하는것 같았으니까. 정직한 사람하고 사귀면 이득은 있을지언정 해는 없잖아?"
"뭐, 의외로 좋은 느낌이야. 다음에 만날때는 적인가?"
"그렇겠지."
카온의 유연하고 즐거운 모습은, 세상을 언제나 자신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엘릭서 스피릿들에게는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나 보다.
아무튼, 콧노래를 부르며 하마다의 부스로 돌아온 카온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마이토의 일행과, 그들의 '뭔가 괴물을 보는듯'한 눈빛을 발견했다.
"왜 그래? 나 처음봐?"
"물론 처음본다. 스파클 파워즈와 엘릭서 스피릿이 서로 웃으며 얘기하고 악수하는 모습은."
카이의 날카로운 말에, 카온은 뺨을 긁적이며 말했다.
"스파클 브레이브야. 그것보다, 모두 무사한것 같군."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너 무슨짓을 했는지 알아!!? 엘릭서 스피릿하고 무척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고!!!!!"
백호는 아주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지만, 카온은 그것을 웃어넘기며 말했다.
"뭘, 다른 쪽에 놓이지만 않았으면 좋은 친구가 될수 있을것 같았는데. 좋은느낌이었어...아, 그래, 이거 사왔는데..."
".....제발 논제에서 벗어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청룡. 난 너같이 진지한 녀석이 아니라 생각하는데는 익숙하지 않아. 그냥 마음가는대로 행동하는 것 밖에는 하지 못하는 단순한 녀석이라, 방금전같은 모습도 나오는거야. 그러니까 이 열쇠고리 어때?"
그렇게 말하며 청룡의 손바닥에 놓여진것은 정교하고 코믹하게 그려진 엘리곤 SD 열쇠고리였다(조그맣게 '나의 왕에게는 아무도 손댈수 없다!'라고 쓰여있다). 뭔가 무시당한 느낌에 부들부들 떠는 청룡을 싹 무시하고, 카온은 마이토에게 물었다.
카이들에게 말한 내용을 거의 똑같이 말한 마이토. 즉, 자신과 유우타는 노림받고 있다. 오늘이 끝날때까지 절대로 노림받을 것이다, 라는 것이었다.
"사람들도 섞여 있겠지?"
"인간이 아닌녀석들이 대부분일거다."
"흐음...."
"문제는.....후우, 어디에 있더라도 습격당할것 같아서 말이야."
"하아?"
"그러니까....그녀석들, 사람이 많이있다면 꺼리겠지만 이게 언제까지 꺼릴지는 모른다는 말이지."
"적이 다급하면 사정 안가리고 쳐들어온다?"
"아. 그런거야. 좋은생각 있나?"
"......비 인도 적이라고 처형하지마."
"카이와 백호는 언제나 대기중이니까."
"....젠장. 좋은 방법이란, 역시 미끼를 쓰는거야."
카온의 말에 마이토의 눈썹이 움직였다.
"함정을 판다? 어디에?"
"시 외곽의 별장이나 그정도쯤? 큰 저택이라면 더 좋고 말이야. 그런곳이라면 물론 고립당할 여지가 크지만, 대신 우리편의 용자로봇들도 운용이 가능하고. 인간급의 양이나 질로도 엄청나잖아."
"그래. 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문제는 자리 선정이 문제야. 어디로 해야할지.....일단 일부러 고립된 지대를 선택해도, 도시와의 연결은 용이해야 하잖아?"
유우타가 마이토와 카온의 말에 끼어들었다. 카온도, 그것은 문제라는 듯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아. 물론이야. 평지나 산지도 적절히 있어야 되고. 그래야 위장도 편하고 적의 로봇은 우리의 용자로봇이 평지에서 묶어 버릴수 있거든."
"그래, 그렇지만....마이토, 좋은 자리...찾을수 있겠어?"
"하아, 나는 만능은 아니지만, 하는데까지 해야겠지. 사실 메갈로 스테이션이 남아있으면 그곳에서 싸울텐데 말이야....GGG 베이타워 기지는 너무 첨단화 되어서 오히려 역습당할수도 있어. 고전적인 대저택이 가장 좋은데.....아!"
잠시의 침묵동안 골똘이 생각하던 유우타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짧은 탄성을 질렀다.
"그래, 거기가 있었지!"
"어딘데?"
"으음. 일단 가면서 얘기하자. 유우타, 브레이브 폴리스에 연결해서, 비스트로노비치 박사의 회선을 찾아주겠어?"
"비스트로노비치 박사?"
그순간, 비영이 흠칫하는 것을 카온은 놓치지 않았지만, 그는 캐묻지 않았다.
"그래, 서둘러 줬으면 좋겠는데. 나머진 다 같이 가자. 그러고보니 가장 중요한걸 잊고 있었어."
"? 뭔데?"
백호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마이토는 빙긋 웃으며 지현을 가리켰다.
"점심. 뭔가를 많이 겪어서 잊고 있었어."
그리고, 한동안을 굉장히 배고픈듯한 표정을 짓던 지현은, 마이토의 이 행동에 깜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리고, 판매장을 빠져나가는 그들을 어둠에서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는것은, 거의 모두가 알아차렸으나 말하지도 말할수도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1시 49분.
"목표들은 현재 이케부쿠로의 식당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그 어둠속의 눈동자의 주인들은, 그들의 상관에게 그것을 보고하고 있었다. 그 주인들의 모습은 상당히 특이했는데, 거의 모두가 '닌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닌자들의 뒤쪽에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었다. 닌자는 물론 사무라이도 있고, 군인모습도 있고, 뭔가 보디가드같은 모습도 있었다. 그런 가지각색의 모습이 160여명.
공통점은, 그들은 살수집단이었고, 한 집단에 속해있는 데다가, 하나의 목표를 노리고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었다.
"좋아. 녀석들이 함정을 파는순간 움직인다. 함정을 역이용해 주겠다. 우리 '어둠의 눈'암살단에 실패란 없다는 것을 세상에 알릴때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의뢰주의 약속은 목표 둘의 말살이지만, 물론 거슬리는 것들은 없애도 된다. 알겠나?"
"예!"
그들은 암살자였고, 지금은 바이오 네트의 의뢰를 받고 있으며, 그들의 존재이유는 그것 뿐이었다.
4시 40분.
상당한 시간을 달려 도쿄시 외곽의 한 저택에 도착한 그들은, 먼저 저택의 웅장함 보다는 좁은 차안에 끼어있었던 고통에 기지개를 먼저 폈다.
"으아~~!! 죽는줄 알았다!!!"
"근데 여기가 그 저택? 엄청 크네?"
그 저택은 중국풍의 대저택이었다. 능산을 앞에, 계곡을 뒤에 끼고있는 평지 중간에 성이 무색할 이름의 대저택과, 그것을 둘러치듯 감싸는 거대한 성벽같은것에, 그 안에는 거대한 정원이 있었다. 주위의 울창한 숲과 그것은 잘 매치되는 풍경이었지만, 일본에 중국풍의 집이라니, 엉망진창이다.
"비스트로노비치박사는 러시아계사람이었잖아? 러시아계사람이 일본에 중국풍의 집을 짓다니...풋, 웃기네."
레지나의 말에, 마이토가 지나가는듯한 말로 대답했다.
"결혼을 세번했는데, 아내가 모두 죽었다더군. 두번째 아내를 생각해 일본에 온뒤 세번째 부인을 생각해 중국풍의 집을 지었데."
"....농담이죠?"
"아니, 진짜에요. 사실은 러시아에서 사나봐요. 여기는 그의 별장겸 연구소. 원래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여기서 살다가 나왔는데, 얼마전에 폭발사고로 죽었죠. 그들의 딸은 납치당하고....굴곡이 많은 집안이에요."
비영의 모습은 이제 창백해 졌지만, 카온을 제외한 아무도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다.
"자, 들어가자. 이미 이 주위로 마이트 아머, 마이트 어드벤져, 슈페리어 제이데커, 듀크 블레이즈, 하이퍼 빌드 타이거를 배치시키고, 연락책으로 자이언트 섀도우를 지명했으니까, 일단 로봇의 위협은 없을거야."
"뭐, 여차하면 우리도 있으니까."
"그런거지."
카이의 말에는 그렇게 대답하며, 마이토는 앞장서서 그 저택으로 걸어가고, 다른 사람들은 주위를 경계하며 그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까이 오니, 대저택의 위용과 함께 그것의 낡은 모습이 잘 들어났다. 벽주위엔 엄청나게 이끼가 많았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잡초가 무성한게 손질한 티도 나지 않았다.
"벽은 일단 높군. 침입자들이 넘어오면 저격해도 되겠어."
"아아.....그래. 백호와 청룡이 이 주위를 좀 살펴주면 어떨까? 경계로 말이야."
"저도 남을께요, 그럼. 저격위치를 파악해야 할수도 있으니까."
주작과 함께 현무도 남아 주위의 조사를 하는 새, 마이토와 유우타, 레지나, 카온, 카이, 지현, 그리고 비영은 저택의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건 또 현대식 건물이다. 물론 여기저기 청소를 안한티가 엄청났지만. 가구같은것들도 마구 부서지거나 아니면 내간 흔적이 역력했다.
"........비스트로노비치 박사는 다국적을 초월해 시대의 모든것을 즐기려 했던 사람같군."
"단지 복잡할 뿐이야."
카이의 감상을, 카온은 그렇게 일축했다.
"뭐, 저 안쪽을 대충 치우고 우리가 있으면 되겠군.....저 안쪽의 방. 딱 중심에 있으니까. 창문도 없고."
그 안쪽의 방을 보니, 일본식 다다미가 깔려있다. 이제는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다다미라....흐음. 장기라도 두며 기다리면 되겠군. 뭐, 나와 유우타와 레지나는 그냥 여기서 죽치고 있으면 되고 말이야. 문에서 여기까지는 거의 일직선이고, 방으로 통하는 문도 하나니까."
"응. 여기가 좋겠어, 마이토."
"좋아, 그럼 치울까? 카이, 좀 도와줘. 카온하고 비영도...응?"
죽 둘러보던 마이토는, 문득 카온과 비영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비영은 그렇다치고, 카온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자꾸 없어지는거지?"
"주역인가 보지 뭐. 신경쓰지 말고 치우자."
둘이 없어지는 바람에 꽤나 손이 버거워졌다. 툴툴거리며, 마이토, 유우타, 레지나, 지현과 카이는 넓은 다다미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4시 43분.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현재까지 사람이 드나든 티가 역력했다. 먼지없는 계단을 밟으며 내려간 비영은, 마침내 굳게닫힌 문을 마주할수 있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곧 힘을 내 문을 열은 비영. 안쪽은 분명 비스트로노비치 박사의 연구실이 있을터.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연구소란 이름은 없고, 그저 쓰레기장으로 변한 하나의 방뿐이었다. 부서진 연구기재와 자재, 그리고 여기저기 불태워진 흔적.
"................"
누군가 고의로 한 일이다. 그렇게 생각할수밖에 없었다.
"전에 머물던 곳인가?"
"예....."
어느샌가, 카온이 뒤에 와 있었지만, 비영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