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9회 전국충의백일장] 작품심사평

2009년 [제9회 전국충의백일장] 작품심사평   [전국충의백일장]과 [정토백일장]이 합하여 제9회 전국충의 정토백일장으로 치루어진 이번 행사는 예년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확실 하였다. 진행 측의 인원이 늘어나 그만큼 수월하게 심사에 전념 할 수 있었고 부처님 오신 날이라는 시간적인 접점도 잘 맞추어져 축제와 같은 분위기로 치를 수 있었다. 올해는 특히 일반부의 참여가 예년에 비해 늘어나 고무적이었다.   각 부문별로 2개씩의 시제가 주어졌는데 초등부는 아이들과 친근한 소재인 ‘인형’에 대한 글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글이란 항상 자신의 주변에 있는 가장 친숙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 가장 용이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초등부의 산문은 그 또래 아동의 특질인 일기체의 글이 대부분이었다. 인형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것을 보면 학원에서 학원으로 전전하느라 올바른 친구관계 맺음에 실패하고 있는 현재의 아이들이 인형을 의인화하고 그로부터 위안을 얻으려 하는 것이 엿보였다. 장원를 차지한 조혜리(성안초 6-3) 학생의 작품은 특히 그런 면이 두드러져 보인다. 친구들을 통하여 배워야 하는 사회적 관계학습의 부족분을 인형을 통해 메꾸려는 요즈음 아이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글이라고 하겠다. 성장함에 따라 인형에서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인형을 매개로 같은 추억을 공유한 친구보다는 인형자체의 상실을 고학년이 되어서도 아파하고 있다. 그 외에도 몇 편의 눈에 뜨이는 산문이 있기는 했지만 인형과 마음을 나누었던 지난 일을 담담하게 풀어낸 이 작품을 장원으로 뽑았다.   초등부 운문 역시 인형이라는 시제를 택한 작품이 압도적이었다. 대상을 차지한 안홍신(격동초 5-3) 학생의 ‘인형’이라는 작품은 자신의 마음을 투사할 대상으로 ‘걱정이’라는 인형을 선택하고 자신의 상처 난 마음을 부비는 것을 잘 표현하였다. 자매의 따스한 정을 인형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공감을 자아내었다. 같은 대상의 조유리(성안초 3-5) 학생의 작품은 연령에 비해 표현력이 남달랐다. ‘유미’라는 인형이 자신의 마음을 대변해준다는 뜻으로 ‘통역 시켜주는 사람’ 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요즘 아이들의 외로움을 알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중등부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수준 높은 작품들이 많이 들어와 심사위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 특히 고등학생 참가자들의 작품은 우열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 많아 정해진 규정의 순위를 전하는데 애로가 많았다. 중등부 역시 두 가지의 시제 중에서 ‘연등’을 많이 선택했는데 아마도 장소와 시행날짜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산문으로 장원을 수상한 이다혜(성광여고 2-2) 학생의 ‘연등’은 드물게 보는 수준 높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초파일을 맞아 분주한 하루를 보내는 어머니를 차분한 눈으로 관찰해 글로 옮기고 있다. 초파일 매달리는 형형색색의 등 중에서 하얀색의 영가등은 망자를 위한 등이다. 필자는 영가등을 다는 젊은 여인의 슬픔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엮으며 외조부모의 영가등과 어머니의 슬픔을 잘 대비시키고 있다. 수필은 진실성의 문학이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중등부의 운문 역시 대다수가 ‘연등’을 시제로 선택했다. 대상을 수상한 윤다솜(효정고 3-4) 학생의 작품은 함축과 시적인 배치를 잘하고 있다. 연꽃 한 송이가 연못을 벗어나 지상으로 다시 자신의 내면으로 스며듦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같이 대상을 수상한 중학생부 안혜빈(월평중 2-5) 학생의 작품은 심사위원들 간에 논란이 있기는 했다. 중학교 2학년이라는 나이에 비해 너무 원숙한 문장이라는 것이었지만 토론 끝에 그 사유의 깊이에 대한 개인차를 인정하고 믿기로 했다.   올해는 일반부의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예년에 거의 없었던 남성의 참여가 제법 있었다. 일반부 산문에서 ‘시장’이라는 작품으로 뽑힌 김수정(울산 남구 신정동) 님은 아이를 데리고 나선 시장 길에서 만난 어린 시절의 추억을 글로 잘 옮겼다. 상처로 남겨졌을 수도 있을 에피소드를 아름답게 승화시켜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름다운 인생의 여정이 눈에 선하게 잡힐 듯하다. 앞으로도 좋은 글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운문에서 ‘산사에서’라는 시제의 작품으로 뽑힌 이향옥(울산 북구 화봉동) 님의 시는 혈육에 대한 기억을 애틋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한바탕 달음박질"로 표현한 세월이 뻐꾸기 노래에 실려 추억의 외줄을 타는 느낌이다. 아픈 추억은 좋은 시를 만들어낼 모태임을 명심한다면 이향옥 님은 앞으로도 시심 가득한 삶을 살겠다 싶다.   올해도 아쉬운 점은 우수한 작품임에도 시제를 변형하여 감점을 받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백일장의 특성이 즉흥적인 시제를 제시하여 개인의 글 솜씨를 겨루는 것인데 보편타당한 기준을 제시하고자 시제를 변형하지 말라는 것을 공지하였음에도 임의로 제목을 바꾸어 감점을 받아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던 몇 작품에 아쉬움을 표한다.   심사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독창성과 발전가능성, 진솔함 등이었다. 오늘의 이런 행사를 통하여 수상자에게는 격려가 되고 수상하지 못한 이에게는 독려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