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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과 빛의 산책 원문보기 글쓴이: 신의식
더워서 집에서 계속 있다가는 일하다 쓰러지게 생겼습니다.
남편은 밖에서 저는 집에서 조금만 일하기로 하고서는
그게 일을 만나면 잘 안됩니다.
제가 집에서 하는 일은 대체적으로 비닐하우스 안이나
임시부엌으로 만든 천막안인데 여기가 해만 뜨면 완전 50도가 넘습니다.
저는 주로 효소재료들을 다듬거나 걸르는 일을 하고 남편은
밭에 나가 배추와 무우 쪽파등 김장꺼리 심을 밭을 정리하는데
오전에 교회에 갔다 와서 잠시 동안 일을 했는데
정말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거름을 뿌리고 오기는 하였지만 온 몸이 거름재에 범벅이 되고 땀과 어우러져
어찌나 맘이 짠한지요.
뜨거운 땡볕에 땀을 얼마나 흘렸는지......
밭에만 나가면 더운지 추운지도 모르고 일하는 남편 잡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서는 보따리를 아무렇게나 싸 가지고
발길 닿는데로 피서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목적이 있어야해서 먼저 영양으로 고양이를 분양해 주러 가는 중~
우리 검은 고양이도 분양이 되어서 영양으로 살러 왔습니다.
좁은박스 안에서 꼼짝도 안하더니 다 도착하니 빨리 빼 달라고 발을 내 밀어 봅니다.
다행히 고양이를 무척이나 아끼는 주인을 만나서 맘이 편했습니다.
우리집에서는 줄에 매여 있어야 하는데 터도 넓고 식구가 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니 맘 편히 건내주고.....
이제부터는 가고 싶은 곳으로 정처없이 떠나 봅니다.
먼저 울진으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울진은 한번 정도 가 보았는데 20년도 넘어서 어디를 갔었는지
무엇을 하러 갔었는지 기억도 없고 정보도 살아 있는 것이 없지만은
거기 카페회원 물새꼬리님이 살고 있어서 늘 가 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작년인가도 가 보려고 길을 들어 섰다가 일이 생겨 다시 돌아왔었는데
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지......
영양에서 울진을 지도상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가까이 보았는데
막상 네비게이션을 작동 시켰더니 70키로가 넘게 나왔습니다.
거의 200리에 가까운 길이니 날이 저물게 생겼습니다.
그럴지라도 가는 동안 보이는 아름다운 강산의 경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노릇~
구주령을 넘으면서 보니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산의 모습이 장관입니다.
언제 시간이 된다면 다시 한번 찬찬히.....
영양에서 울진으로 가는 도로변에는 꽤 오래 된 배롱나무가 가로수로 서 있었습니다.
꽤 긴 구간 그렇게 되어 있어서 이번 여행에 벌써 마음이 충족상태 입니다.
좋아하는 꽃을 마음껏 감상하면서 여덟시가 다 되어 드디어 물새꼬리님을 만났습니다.
물새꼬리님은 울진에서 레드페이스점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반갑게 맞아 주시구요.
마침 월요일이 쉬는 날인 춘천의 행복한사람님 내외분도 속초에 일을 보러 오셨다가
합류했습니다.
카페에서만 보다가 네사람을 한꺼번에 만난 물새꼬리님은 신기하다 신기해 소리를 좀 보태서
100번은 한 것 같습니다.
역시나 처음 만났지만 전혀 처음 만난 것 같질 않습니다.
물새꼬리님 남편은 직장 생활을 하고 계시고 카페는 잘 모르지만
늘 이야기를 들었다고 즉석에서 닉네임도 정하시고 적극적으로 카페 모임에 참석하시겠다고
선언을 하셨습니다.
앞으로 모임이 있어 불러주면 무조건 싱싱한 회 한상자 사 가지고 참석 하시겠다구요.
닉네임은 우리내외를 대신 해 술상무를 해 주시겟다고 술상무로~
예비 귀농인 이기도 해서 남자들끼리 이야기가 잘 통했습니다.
카페 회원들 중에는 닉을 하나 가지고 가족이 같이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제 일기에 자주 나오는 강선생님, 무심님, 경미씨남편 운학님, 아드리아나님 등은
정식 카페 회원이 아니지만 카페 돌아 가는 일은 누구보다도 잘 아시니 술상무님 받아 드리기로 ......
우리끼리 만장일치.....
싱싱한 바다회와 조개구이 사 주셔서 푸짐히 잘 먹고
이야기가 재미 있어서 모두들 즐거웠습니다.
누구도 처음 만난 사이라고는 말 못하게끔 일침을 놓고.....
밤이 깊도록 농업정책에 대하여 귀농에 대하여 카페에 대하여 ......
끝없는 토론을 벌이다가 다음날을 위하여 헤어 졌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방문에 환대해 준 물새꼬리님과 남편 술상무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야영할 준비를 해 오기는 하였지만 제가 몸이 안 좋았던 관계로
물새꼬리님이 소개 해 준 바닷가 모텔에 숙소를 잡았습니다.
계획을 잡은 것이 없기 때문에 새벽에는 각자 일출을 보기로 했습니다.
방에서 보이는 일출 장면입니다.
조금 늦게 일어나서 바로 떠 오르는 모습을 잡진 못했지만 침대에 앉아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음이 편하고 좋았습니다.
저는 다시 더 잠을 자고 남편은 카메라를 가지고 밖으로 나가 사진을 찍어 와서
제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하 남편이 찍어서 보여 준 사진입니다.
설명이 필요 없겠지요.
요 장면은 설명이 약간 필요 합니다.
저 배에 타고 가는 사람들은 해녀들이었는데 우리가
아침 먹으러 나올 때까지 바다에서 무언가 잡아 올리고 계셨습니다.
남편이 좋아하는 새들~
이 경운기 뒤에 달린 것은 무엇을 하는 기구인지 궁금합니다.
싱그러운 동해 바다의 모습입니다.
8월에 많이 아팠던 때여서 늘 그 때가 되면 몸이 안좋습니다.
그런데다 올해는 비가 많이 오니 늘 찌뿌둥하니 그렇더니 아주 컨디션이 좋아졌네요.
어제 얼마나 힘들었으면 가방 찾는 것도 귀찮아 보따리에다 갈아 입을 옷과 책한권 넣어 왔는데
그 보따리들 때문에 웃습니다.
모텔 앞에 선 제 모습이 천상 도망나온 여자 같습니다.
아침은 행복한사람님 댁에서 검색하여 샀습니다.
네이버 블러그 검색결과 나온 맛집이라고 합니다.
울진 죽변이라는 작은 항구 였는데요.
물회와 삼숙이 매운탕이 아주 맛있었습니다.
아침도 든든히 먹었겠다 항구 구경을 해 봅니다.
작은 오징어 배들이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항구 바로 가까이에 해파리들이 헤엄쳐 다닙니다.
육지에 사는 우리는 이런 것도 신기해서 한참을 구경 했습니다.
오늘은 하루 종일 이래저래 놀 계획을 세웠습니다.
행복한사람님 댁도 우리도 밤까지 집에 들어 가기만 하면 됩니다.
신경 안 쓰려고 아들도 돈 마련해주고 서울로 여행 보냈습니다.
어디가서 자느냐고 하길래 재주 껏 하라고 했지요.
그래서 발길 닿는데로 가 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를 갈지 무엇을 먹을지 아무 계획도 안 세우고
검색도 잘하고 지리도 밝으신 행복한사람님댁이 앞장을 서고
저희는 뒤만 따라 갔습니다.
가다가 보니까 삼척을 막 지나 태백쪽으로 향하는데 이런 곳이 나왔습니다.
이곳은 아들이 서너살이나 되었을적에 지나며 본 특이한 동네인데
그 때에도 그냥 앞차를 따라 지나가기만 해서 어디인지 어떤 곳인지 몰라
늘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었던 곳이라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20년도 더 된 어느날 그 때도 마음 맞는 사람들과 즉석여행을 떠났었습니다.
12월의 마지막날 다섯집 열아홉명의 사람들이 1월 1일 일출을 보겠다고
차 네대를 가지고 무조건 동해로 향했는데 가 보니 일출 보러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먹을데도 없고 잘 때도 없어서 겨우 수소문하여 당시에 독서실을 운영하던
야학선생님네 지하방에서 모두들 새우잠을 자고
아침 일출을 보고 오징어회도 실컷 먹고 앞장 선 차를 따라 무조건 지나갔던 그자리......
20년이 지난 지금 와 보다니 감개가 무량한데
앞차는 벌써 어디까지 가셧는지 보이지도 않으니 간단히 사진만 찍었습니다.
옛날에는 저기에 초등학교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산을 넘고 경치좋은 물길도 가고 하면서 가다 보니
태백이 나왔습니다.
태백하면 가 볼 곳이 많지만 작년 추석에 두 집이 야영하고 찾아 가다가
엉뚱한곳으로 가 못 본 곳 검룡소를 들리기로 했습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를 가려면 네비에서 검룡소를 치면 안됩니다.
그러면 그 건너 산으로 안내 하거든요.
물론 네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저희는 그랬습니다.
그러니까 그 주소인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산 1-1 이렇게 쳐야 합니다.
몇년 동안이나 꼭 가 보고 싶어 벼르었던 한강의 젖줄 검룡소~
드디어 오늘 왔습니다.
먼저 관리사무소에서 한사람이 신고를 하고
약 1.3키로미터를 걸어 갑니다.
걸어 가는 것은 산책길 정도의 좋은 길로 모두들 슬리퍼를 신고 갈 정도 입니다.
한여름 땡볕이기는 하나 양쪽으로 늘어선 나무들이 있어 그늘이 더 많으며
시원합니다.
길 옆으로는 검룡소로부터 흘러 내려 한강으로 가는 물줄기가 내를 이루어
물소리도 좋구요.
또 가는 길 내동 나무들에다 이름을 붙여 놓아서 그 나무들을 확인 해 보며 걷는 것도
재미나는 일입니다.
여러가지 들꽃들도 양옆으로 있어서 향기롭기도 합니다.
이 보라색 꽃은 병조희풀이라고 합니다.
병모양을 하고 있지요.
작은 다리도 건너고 내도 건넙니다.
햇살을 인 나뭇잎들도 노래를 불러 주는 것만 같구요.
위에 나뭇잎은 까치박달 잎입니다.
이 친구는 산동백이라고 불리는 생강나무 잎들이지요.
고추나무는 이제 열매도 맺었습니다.
바람이 잔뜩 든 고추열매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회잎까지만 햇볕받기 놀이를 할까요.
나무에서 나오는 향도 은은하니 산책기분을 돋아 줍니다.
이 나무는 물박달나무 입니다.
표피가 특이하지요.
오늘 덕분에 나무공부도 합니다.
중간중간 쉴 수 있는 의자도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여전히 물 졸졸졸 흐릅니다.
그렇게 반시간가량 놀며 놀며 올라갔더니 드디어 검룡소가 나왔습니다.
이 검룡소는 1억5천만년전쯤인 백악기에
석회암암반을 뚫고 생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에 2천에서 3천톤의 물이 샘을 통해 솟아 오르며 사계절 거의 9도 c를 유지하는 냉천이랍니다.
이곳에서 발원하여 정선, 영월, 충주, 여주, 양평, 등을 거쳐 김포를 지나
서해바다로 가는 520km의 대장정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참 감개가 무량하네요.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 지나 갔습니다.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는 배터리가 다 되어서 못 가져오고 폰카로 찍었는데 이렇게
흔들려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이 되었지만 카메라맨이 워낙 어렵게
위험을 감수 하면서 찍은 사진이라 그냥 버릴수가 없습니다.
이제 이 물길이 시작됩니다.
한강을 향하여 바다를 향하여~
지나는 길마다 작은 흔적을 남깁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물은 어느새 바위도 파서
둥그런 모양도 만들어 놓고 사다리꼴 모양도 만들며
세모모양도 만듭니다.
그러면서 점점 더 넓어지고 다른 골짜기에서 온 친구들과도 만나면서 시내가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되겠지요.
참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이제 점심 때 정도 밖에 안 되었습니다.
한여름 이지만 시원한 물과 나무들과 바람 덕분에 우리 모두 땀 한방울 흘리지 않았네요.
다음은 어떤 여정이 우릴 기다릴까 숲 밖으로 나가 봅니다.
첫댓글 매번 친절한 금자씨 옆으로 이사가고 싶따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