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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살아갈 자격이 있을까, 이 겨울에.
움직이는 것은 죽고 움직이지 않는 것만이 숨쉰다.
나무 곁에 서자 바람에 살결이 패인다. 강물은 얼어 말 할 수 없는 하얀 거울이 되었다.
문득 혼자였다. 길에는 얼굴 딱딱한 벌레 하나 없다.
겨울엔 등이 무겁다.
새가 먹을 얼어버린 열매 하나 없다.
추운 오늘. 어제는 너무나 따뜻했고 따뜻한 어제. 오늘은 추울지 몰랐다.
나도 걷기 시작했다
이기기만 하던 보나파르트의 군대처럼 삶의 시베리아를 돌아오고 있다
살갗을 벗어던진 폐인 같은 나무들은 빼앗긴 삶의 자격을 되찾으러 하늘을 찌른다.
나무의 총검술에 바람은 더 세차게 긁고 하늘은 굵게 눈을 내렸다.
나도 얼고 싶지 않아 나무의 편을 들며 가재처럼 게처럼 기듯이 빙판을 가기 시작했다.
그 때 빙판의 가운데에 얼은 쥐와 내 살을 은근히 탐내는 까마귀가 내려 앉았다.
살아갈 자격은 겨울에는 묻지 않는 것이라고 빙판위의 까마귀가 까악까악 웃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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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성식님의 팬입니다, 그래서 늘 약간의 아쉬운 맘이 있어요, 전 정반합을 믿습니다, 님의 시도 그 과정에 있는 거라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팬이라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두 세 문장이 괜찮으네요 ^^
얼굴 딱딱한 벌레 하나 없다, 이 부분이 묘하게 인상적이네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