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만화의 붕괴위기..이것이 실제상황이기에 더욱 처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글은 김경훈님이 쓰신 글입니다. 너무 좋은 글이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네요.
이 글은 7회까지 있습니다.
김경훈님은 <영점프>에 현재 연재중인 <학교 가지마>란 만화의 스토리 작가로 활동중이십니다.
재주는 만화가가 넘는다.
먼저 여러분이 알고 넘어가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 비디오 대여와 만화 대여는 차원이 다르다.
-' 대여점 덕분에' 만화가들 사정이 좋아진 것은 전혀 없다.
- 여러분이 빌려본다고 해도 작가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없다.
- 세상에서 책 빌려보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대만 만화는 예외)
- 대여점 덕분에 책값이 오른다.
자, 우선 만화가 얼마의 이익이 나는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3500원짜리 만화책 한권을 팔면 출판사에게 300원, 작가에게 300원
이렇게 이익이 납니다. 나머지는 유통비&제작비.
시내의 만화전문서점에 가면 모든 단행본을 20%세일된 가격에 살 수 있는 걸 보면 생산측이 낼 수 있는 이익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자, 그럼 이 책을 2800원에 사서 대여를 하는 대여점 주인은 얼마를 벌게 될까요?
대여료는 400~600원 정도지요? 곱하기 독자 수입니다.
대여점 독자들의 이용스타일과 1박2일로 회전이 빠른 것을 생각해보면 책 한권을 가지고 작가보다 많이 벌 것은 자명합니다.
왜 죽어라고 만화를 그린 작가보다 대여점 아저씨가 더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일까요?
왜 재주는 만화가가 넘고 돈은 대여점이 챙기는 걸까요?
여기서, 비디오 대여와는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비디오는 [ 대여를 해야 이익이 나기 때문에 ] 대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몇만원씩 하는 비디오 테잎을 모든 이가 사서 보는 것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당연히 대여를 하는 쪽이 영화배급업자 쪽에도 이익입니다.
(비디오 제작자들이 비디오대여점을 원망할 이유가 절대 없지요.)
비디오 때문에 영화산업이 피해를 입지도 않습니다.
극장에 가는 건 제대로 된 화면 비율 ( 비디오로 보면 스크린이 짤려서 볼 수 없는 부분이 많죠 ) 과 사운드, 같이 보는 효과, 멋진 분위기, 최신작 감상 등등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디오가 나온다고 해도 극장이 망하는 일은 없습니다.
비디오가 보충수입을 해주는 정도이지 영화산업을 갉아먹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만화책은 똑같죠.
빌려본다고 안보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조건이 똑같지요.
다른 건 세균이 많다는 것 정도? - -; 1권을 대여점에서 사서 10명 100명이 빌려보면
그건 정말 만든 놈들 굶어죽으란 소리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만화가 비싸다구요?
여러분들이 사입는 옷은 유통비, 브랜드비가 90%입니다.
왜 세일기간에 50%~70%세일마저 가능한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만화는 겨우 3000원입니다. 의류와 같은 거품도 없는 가격이지요.
3000원. 햄버거 세트보다도 쌉니다. 극장가면 6000원, 게임방 가면 1시간에 1500원. 한번 즐기고 마는 것보다 한권 [ 영원히 소유 ] 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싸지 않습니까? 만화를 한번 보고 마는 것이라 생각하셨던 분들은 한번 사서 보는 걸 시작해보세요.
몇달, 몇년 후에 읽는 명작은 또 맛이 다릅니다.
그리고 사실 만화책 가격은 비싸지 않습니다.
판타지 소설같은 경우 (작가분들에겐 정말 죄송합니다) 솔직히 일주일에 한권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게 꼭 날림이다 라고 비난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만화가에겐 만화책 한권을 만드는 일은 몇달, 때로는 몇년까지도 걸리는 힘든 일입니다.
싸게 만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대여점을 일종의 수혜자라고 고맙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것은 그들이 작가를 착취해서 여러분과 그 [ 이익 ] 을 나누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신창원이 빈곤한 달동네 주민들의 동전 지갑까지 털어서 길거리에 뿌리고 다녔다면 기뻐하며 받으시겠습니까? 그리고 그 [ 이익 ] 조차 여러분의 주머니를 털어서 나온 것입니다. 현재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판매시스템이 무너지면, 대여료는 2~3배로 뛸 것입니다. (완전 대여체제인 대만이 그렇습니다)
그들에겐 어떠한 선의도 없습니다. 하나만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 대여를 하는 건 만화가들의 목을 조르는 것과 같다 ] 는 사실.
그것만은 사실이니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만화를 빌려서 읽으며 웃고 즐거워 할 때, 작가들은 반지하 셋방에서 라면 끓여먹으며 원고를 그리고 있다는 걸.
마이클 조던에게 시급으로 연봉주기
대여점 하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이 이루어지질 않습니다.
명작이든 허접한 졸작이든 3~4천권정도 균일하게 팔리는 것이
바로 대여점 시장입니다.
한권 가지고 수십명이 빌려보는데 굳이 많이 살 것도 없죠.
결국 부수 차이가 안납니다.
혹시, 4천권이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4천이라는 부수는 단과학원이 하루 아침에 근처 학교에
뿌리는 연습장 숫자보다도 적은 양입니다.
자, 이런 상황에서 돈을 많이 벌려면 만화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러분은 아주 쉽게 "끝내주는 명작을 만들어!"라고 하시겠지요?
그게 현실적으로 쉽고 어렵고는 접어두고라도,
그건 별로 현명한 돈벌이 방법(?)이 아닙니다.
정답은 많이 그리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돈을 벌려면 그저 권수가 많은 만화를 만드는 수밖에 없습니다.
히트작이라고 해도 1만 2천권이 고작입니다.
1/3의 노력으로 3권 찍는 게 훨씬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지요.
덕분에 지금 김X모 같은 3류 만화가가 돈방석에 앉아 있지요.
이건 [ 마이클 조던에게 시급으로 연봉을 주는 셈 ] 입니다.
슛을 넣던 말던 리바운드를 하던 말던 경기장에서 뛴 시간만큼만 선수들에게 돈을 주는 상황을 생각해 보세요. 어떤 선수가 죽어라고 뛰어 다닐까요? 그 상황에서 어떻게 마이클 조던같은 엄청난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요?
정성들여 잘 그리고, 뛰어난 스토리를 가진 만화보다는
그저 빨리빨리 쓱싹 그려서 단행본을 뽑는 만화가 더 돈을 벌고 환영받는 세상,
이런 곳에서 과연 명작이 나올 수 있을까요? 영원한 명작으로 추앙받는 <아키라>.
그 여섯권이 완결되기 까진 10년이 걸렸습니다.
한국이라면 오오토모 카츠히로같은 작가는 진작에 굶어죽었겠지요.
한국만화계엔 스타가 없습니다.
<누들누드>의 작가 양영순씨가 만화로 번 돈이 5천만원입니다.
누들누드를 모르는 분은 안계시지요? 양영순씨는 98년 당시 최고의 신인이며 만화계의 혜성이었습니다. 5천만원이 많다고 생각하십니까? 일본이었다면 그 정도 작가는 이미 벤츠를 몰고 있었어야 합니다. 스타라고 하기엔 너무도 비참한 액수지요.
( 단행본 5권까지 내려면 몇년이 걸립니다. 5천만원은 연봉도 아닌 겁니다. 대강 연봉 3년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런 상황에서 우리 작가들은 일본만화와 경쟁해야 합니다.
그들은 만화왕국 일본에서 잡지/단행본 모두 판매하는 시장 아래에 있으니 안정적인 수입을 가지지요. 도저히 같은 경쟁조건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들은 일본의 평작도 아닌, 최고 히트작들과 한국 만화를 비교합니다. 작가들에겐 참 팍팍한 세상이지요.
하지만 판매해 보세요. 한국만화는 지지 않습니다.
진다면, 그걸로 좋습니다.
국제경쟁시대에 한국만화는 원래 틀린 것이었나 보지요.
도태되는 것도 할 수 없죠. 하지만 경쟁도 못해보고 지는 건 억울합니다.
잘 그린 만큼 평가받는 대결을 해보고 나서 지고 싶습니다.
우리 작가들에겐 그 정도의 자존심은 있습니다.
한국만화를 사서 보자 혹은 한국만화는 사보고 일본만화는 빌려보자?
이런말 할 만큼 자존심 버린 작가는 아직 없습니다.
우리 저작권은 중요하고 남의 저작권은 별 거 아니다라는 생각도 비겁한 거구요.
여러분은 그냥 일제/국산 따지지 마시고 [여러분 보시기에 재미있는 만화]를 사주세요. 그러면 됩니다. 작가들은 일본만화를 두려워 하지 않습니다.
실력으로 밀려서 졌다면 그냥 인정하고 물러설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대만과는 달리 우리 만화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무슨 보호벽이 있어서 아직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뛰어난 작가들이 있다는 것 뿐입니다. 쟁쟁한 작가들이 있어 주었기 때문에 아직 우리만화는 죽지 않고 살아있습니다. 아직은요.
적어도 [ 잘 그린 만큼 댓가가 주어지는 상황 ] 을 만들어 주고 나서
실력탓을 했으면 합니다. 무임승차를 하면서 승차감이 어떻다 불평을 할 수는 없겠지요?
대여점이 그나마 만화가를 먹고 살린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내가 빌려서라도 봐주니 고마운 줄 알아라"라는 사람들도 아주 많더군요.
하지만 생각을 해보세요.
- 1권가지고 10명이 빌려보면 작가한테는 얼마가 돌아가죠?
정답: 300원
- 1권가지고 99명이 빌려보면 작가한테는 얼마가 돌아가죠?
정답: 300원
어디 가서 아무 만화가나 잡고 빌려보는 독자들한테 고맙냐고 물어보세요.
누가 감사를 표할 지 정말 궁금합니다.
자신의 이익만 생각해도 좋다
1.책이 비싼 이유
한국에선 만화책이 비싸다는 불만이 많이 나옵니다.
뭐, 사람 욕심에 싸다고 생각하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만은 한국인이 싸다고 해줄 수 있는 건 맥도날드의 300원짜리 아이스크림 빼곤 아마 없을 것같습니다. 특히 문화상품 중에서는 없을 걸요. 아무튼 어느 정도 비싸다는 건 인정하고 들어가도록 하지요.
2500원하던 만화책이 3500원하는데에 그다지 긴 세월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비싸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혹자는 말합니다.
" 대량생산을 통해 책값을 싸게 하란 말이다! "
그야말로 지당한 의견이지요. 하지만 이유와 결과를 혼동하고 있죠.
[ 팔리지 않기 때문에 대량생산을 못하는 겁니다 ]
많이 찍어서 많이 팔면 되는 걸 출판사가 바보라서 비싸게 조금만 찍어서
그것밖에 못파는 걸까요? 동인지를 만들어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소량생산을 하면 단가는 비약적으로 올라갑니다. 동인지가 불과 수십페이지에 불과하면서도 만화책보다 비싼 건 그런 이유에서지요. 4천부 팔리고 끝나는 대여점 중심의 시장하에서 어떤 출판사가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을 감히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분들은 말합니다.
" 출판사가 악의적으로 담합해서 계속해서 가격을 올려왔다 "
" 책값을 내리려는 노력을 안하고 있다 "
만화책은 농산물이 아닙니다.
김장철이 되면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하는 배추가 아닙니다.
가격을 올린다고 이익이 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업은 바보가 아닙니다.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기업인걸요.
많이 팔 수 있다면 싸게, 조금밖에 안팔린다면 비싸게 만들어서 이익을 낼 수 밖에 없지요. 당연한 기본 경제원리지요? 그리고 팔리지 않는 상품의 가격을 내릴 재간은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만의 하나, 가격을 올리는 악의적인 담합이 가능하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그것을 만드는 건 대여점입니다.
[ 상품의 질과 상관없는 무조건적인 수요 ]
이것이 바로 상품의 가격을 마음놓고 올릴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지요.
2. 만화잡지가 비싼(?) 이유
요 근래 한달도 안되는 사이에 메이져 잡지 2개가 무너졌습니다.
전 사실 우리나라 잡지가 너무 싼 거같아서 걱정인데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우리나라 만화잡지는 1000~4000원입니다.
격주간지는 2500~3500원. 월간지는 3500~4000원.
일본의 잡지는 260~780엔 정도입니다.
격주간지는 260엔정도. 월간지는 650엔정도
일본잡지의 종이질이 훨씬 나쁘고 가격에서 대단한 차이는 안나지만
국민소득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잡지들이 훨씬 비싸죠.
하지만 이건 국민소득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 단연 싸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주간 소년점프가 일주일에 400만부를 팔 때,
우리의 영챔프는 2주일에 2만 4천부를 팝니다.
우리나라 만화잡지 중 현재 월 5만 부를 넘기는 잡지는 없.습.니.다.
네, 정말로 없습니다. 발행 부수 2만부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찍은 걸 80%이상 팔 수 있는 잡지도 드물지요.
국내 만화잡지 월간 총 판매량을 더해도 일본의 만화잡지 하나가 일주일에 파는 양의 25%도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비싸니까 가격을 내리라구요? 만약 우리나라 만화잡지들이 100만부씩 팔린다면, 출판사는 종이값으로 700원만 받을 용의도 있을 겁니다.
만화잡지는 원래 이익을 내려고 만드는 게 아닙니다.
일종의 광고지입니다. 보고 그냥 버리면 되는 게 잡지입니다.
(아, 광고로 수입을 얻는다는 게 아닙니다! 광고 별로 없잖아요)
단행본을 찍어 팔기 위해, 그리고 단행본을 선전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만화잡지입니다. 독자 서비스 차원에서 싸게 만들죠.
우리나라 만화잡지는 단행본보다 질이 더 좋고 판형도 물론 더 크고
컬러 페이지도 많고 기사도 충실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서 한달에 5천만원씩 적자를 보면서 만들지만
독자들은........잡지조차 빌려 봅니다. 슬프죠.
3. 앞으로 영원히 살 수 없다
단행본 가격은 이미 4000원을 돌파했습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단행본 가격은 더 오를 것입니다. 점점 더 적게 팔려서 평균 2000권 정도인 현재 한국 만화 시장...... 슬슬 만화책을 충무로의 소규모 인쇄소에서 찍어야 할 지도 모르지요. 동인지랑 나란히 찍어서 박스에 담아서 나르는 거죠.
(몇몇 동인작가들보단 오히려 양이 더 적을지도 모르는 --;)
당연히 대여료도 오릅니다. 책값의 30%는 문제도 아닙니다.
판매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지면, 대여점 주인들은 안심하고 대여료를 인상할 것입니다. 뭐, 이미 판매 시스템은 거의 다 무너졌지만요. 몇몇 도에서는 아예 총판이 철수했으니까.
이제 점점 더 책을 가지기 힘들어 집니다.앞으론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도 없죠.
이게 이익일까요? 여러분이 이익으로 생각하던 '싸게 본다'는 의미도 점점 퇴색합니다. 어쩌다 한권 사려고 해도 책은 5000원이 넘고, 1권 빌려보는 것도 800~1000원이 깨지고. 이것이 여러분이 생각하던 만화의 유토피아입니까?
4. 정리
자, 자기 이익만 생각해봅시다. 전 여러분에게 애국심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생각도 좀 해보라고 충고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사서 보면 환경이 바뀐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습니다.
사서 보면 이익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습니다.
1500원짜리 만화책, 700원짜리 만화잡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컬러로 가득한 요즘 신문이 왜 동전 몇개면 살 수 있는지 물론 알고 계시겠죠? 책이 비싸진 건 다름이 아니라 대여점 때문입니다.
대여점이 생기기 전에, 분명히 100만부 돌파가 몇 작품 있었고 만화책은 2000원이하였습니다. 판매중심 체제로 돌아가면, 적어도 2000원짜리 만화책은 다시 사볼 수 있습니다.
3류 만화가 줄어듭니다.
현재, 만화책이 범람하는 것같지 않습니까?
왜 김성모같은 3류 만화가가 돈을 버는 걸까요? 바로 대여를 하기 때문이지요.
그저 많은 만화를 확보하는 길이 돈을 버는 길이니까, 아무 만화나 일본에서 계약해서 들여오고 아무 만화나 출판을 하는 겁니다.
[ 3류 저질만화가 있기때문에 빌려본다 ] 는 분들, [ 빌려보기 때문에 3류 저질만화가 판을 칠 수 있다 ] 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사보면 아무 거나 사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명작은 팍팍 팔리고 졸작은 팔리지 않아 사라집니다. 출판하는 쪽도 수준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합니다. 결국 만화의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집니다.
한국만화가 살아납니다.
여러분이 계속해서 대여점을 이용하시면 한국만화는 확실하게 맥이 끊깁니다.
김성모같은 사람 100명쯤 더 만들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일본과 경쟁할 만한 수준의 작가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이익이 나야 투자가 되고 인재가 몰리고 뛰어난 작품이 나옵니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문화와 분위기, 정서를 제대로 가지고 있는 만화를 만들 수 있는 건 우리나라 작가들 뿐입니다. 제대로 된 한국만화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엄청난 손해 아닙니까?
대만만화시장 붕괴의 교훈
1.자국 만화 점유율
현재 대만만화 시장은 대여점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명칭은 '만화방'이지만 결국 대여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판매시장이 무너진 정도가 우리나라보다 조금 더 심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말하자면 우리의 미래상일지도 모릅니다.(쓴웃음) 현재, 대만 만화 시장은 일본출판사에게 90%이상 점령당했습니다. 대만 만화잡지를 한번 들여다 보면 그야말로 비참하기 그지없지요.
잡지를 보다가 하도 불쌍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다음은 잡지에서 차지하는 자국 만화 : 외국(일본) 만화 의 비중입니다.
한국 85% : 15%
대만 10% : 90%
만화 잡지를 보신 분이라면 대강 이해가 가시겠지요? 보통 한국 잡지에서 일본만화는 3~4개 정도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아예 연재를 하지 않고 스타트한 잡지도 있었고, 7개정도로 높여버린 잡지도(망했지만) 있었습니다.
"단행본은 일본만화가 더 많은데?"라고 의문을 가지는 분도 계실테지만, 만화계에서 잡지연재는 [ 엄청나게 큰 의미 ] 를 가집니다. 국내에 들어온 일본 초 히트작들은 반드시 잡지연재를 했다는 것도 아시겠지요. (슬램덩크, 드래곤볼, 란마1/2, 명탐정 코난 등등)
일본만화의 비중을 그다지 늘리지 않고도 잡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달리 우리나라 잡지에 대만에는 없는 [ 쿼터제 ] 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자존심? 한국잡지니까 체면상? 아뇨, 기업은 이익을 위해서 행동합니다.
실제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작품은 한국만화이기 때문이죠. <아앗! 여신님>은 일본에서 수백만부가 팔리지만 한국에선 <열혈강호>나 <아일랜드>보다 덜 팔리는 만화입니다. 같은 잡지에서 인기순위로도 밀리구요. 여담이지만 아마 영챔프에서 6년동안 팔아치운 만화책 수를 다 합해도 <아앗! 여신님>의 일본 판매량 반도 안될테지만요. (웃음)
2. 작가층
아무튼 이 대만 만화잡지에는 대만만화가 1~2개쯤 양념삼아(!) 들어가 있답니다.
무슨 차이로 우리와 대만은 이렇게 다른 것일까요. 똑같이 강력한 라이벌인 일본만화를 앞에 두고 무너지는 양상이 너무도 확연히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작가입니다.
아, 그렇다고 달리 대만의 만화인들이 재능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구요. 한때 만화탄압으로 작가의 맥이 뚝 끊긴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작가층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는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본만화가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그것도 직배로! 물론 우리에게는 아직 직배하는 일본 출판사가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사실상 [ 일본의 초 거대 히트작 ] 은 모두 들어왔지 않습니다? 우리가 언제 '한국만화시장 보호를 위해서' <드래곤볼>을 보지 못했습니까?
우리 작가들은 농구만화를 그리면 <슬램덩크>와 비교당해야 하고, 건액션을 그리면 <건스미스 캣츠>와 같은 기라성같은 만화들과 비교당해야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살아남았지요. 이건 작가들의 힘입니다.
그리고 대만만화 시장에서 차지하는 한국 만화의 점유율도 상당히 높지요. 누들누드, 열혈강호등은 상당한 인기라고 합니다. 점유율을 20%까지 잡아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그만큼 실력을 평가받고 있답니다.
3. 대여라는 것
대만의 만화계는 어둡습니다. 기껏 그려봤자 대여하는 시장에서 작가에게 줄 이익은 거의 없습니다. 잘 만든 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대여 시스템이니 작가들의 무기력은 더할 수 밖에 없지요. 일본의 유명 잡지들이 그대로 번역되어서 나오는 판에 일본만화에 익숙한 대만 독자들에게 어필 할 수도 없지요.
가끔 독자들 중에 우리나라 만화를 보고 몽땅 일본풍이라고 비난하는 분들이 계신데 대만 만화를 한번만 보시면 무엇이 일본을 어설프게 따라하는 것인지 깨달으실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저는 한국에 그런 한심한 만화가는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일본만화는 이익도 안나는 대만시장에서 왜?"라는 질문도 나올 수 있겠네요.
[ 일본만화는 일본에서 이익 ] 을 내거든요. 대만시장에서 버는 건 아르바이트입니다.
따로 대만을 위해서 만화를 따로 만든 적도 없고 번역해서 찍으면 되니 별로 힘들 것도 없지요. 게다가 독점을 하면 이익을 내기가 쉽습니다. 가격을 올리면 되지요. 간단합니다. 또, 대만에는 인기를 몰아줄 만한 만화가도 없는지라 일본측이 높은 라이센스 가격을 제시해도 대만 출판사는 받아들일 수 밖에 없지요.
4. 직배가 얼마 안남았습니다.
어떤 출판사 관계자 분은 말합니다.
"일본 출판사가 우리 만화시장을 보는 태도는 바로 [ 배부른 사자 ] 다"
굳이 잡아먹으려고 올 것도 없는 시시한 시장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독점을 해볼 수 있다면 이익을 내볼 수 있는 시장이지요.(웃음) 집영사/소학관/강담사 3사가 경쟁을 하지 않고 합의해서 한쪽에게 몰아준다면 혹은, 공동으로 자회사를 만든다면 한국 시장 점령은 일도 아니지요.
사실, 일본 출판사의 직배가 무섭기는 합니다.
한국만화계가 대여점 아래에서 계속 어렵다는 전제 하에서는요. 펜을 꺾는 작가들이 늘면 늘수록 , 무기력해지는 작가들이 늘면 늘수록, 만화가를 포기하는 지망생들이 늘면 늘수록 한국만화는 약해지고 사라져갑니다. 점점 볼 만한 만화는 일본만화들로 축소되게 되지요.
현재 일본의 유수 출판사들은 라이센스 계약을 점점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떤 출판사는 단 2작품밖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어떤 곳은 라이센스 가격을 높게 잡아 거부하고 있습니다. 직배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지요.
1.대여점 하에서 한국만화 약화
2.일본만화 라이센스 가격 상승 & 판권계약 거부
3.직배
4.한국 만화출판사 완전 붕괴
5.일본출판사의 독점체계
이것이 제가 예상하는 만화시장 시나리오입니다.
대만으로 가는 길이지요. 대만처럼 된 다음에는 어떠한 저항도 쓸모 없습니다. 자, 가봅시다. 키워서 남줘봅시다. - -
한국 만화에는 영화처럼 쿼터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은 적도 없고 툭하면 마녀사냥만 당했지요. 좀 나아졌다지만 얼마전에도 작가가 구속되었을 정도이니 별로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비겁한 언론은 돈되는 사업이라고 추켜세우다가도 무슨 사회문제가 생기면 만화의 탓으로 돌립니다. 만화한다는 자식처럼 불효자식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이만큼 버티고 있습니다.
우리가 프랑스의 샹송이나 영화처럼 국민들의 자존심&국가 보호로 버티고 있는 것도 아니지요. 순전히 독자들의 냉정한 평가에 의해서 굴러가는 시장입니다.
자, 이제 아시겠습니까? 우리 만화가들의 레벨은 상당한 겁니다.
대만처럼 힘이 없다면 무너져도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10만 대군을 양성해놓고 굶.겨.죽.여.서.
싸움도 못해보고 성문을 열어줄 생각입니까?
핑계는 대지말자
오늘 동네 서점 하나가 문을 닫았습니다. 이사를 자주 다니는 탓에 반경 500m 내의 서점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보는 것이 벌써 3번째군요. 대여점 덕분에 만화계뿐만이 아니라 서점들도 고사되고 있는 것이 눈에 확실히 보이기 시작하네요. 참고서 판매가 주류인 서점이 아닌 이상 버티기 힘든 것이 한국의 현실인 거같습니다. 한국 문화 소비 수준의 현주소를 보는 듯해서 씁쓸하군요.
대여점의 폐해 5회에서는 대여점 지지측의 핑계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빌려 보고나서 산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이것이지요.
하지만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여러분은 비디오를 빌려 본 후에 극장에 가십니까?
(전 <트루먼쇼>, <식스센스>등은 반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극장 갈 마음이 싹 사라지던데)
물론 갈 수도 있겠지요. 극장에서 보면 제대로 된 박력있는 스크린과 제대로 된 화면 비중, 5.1채널 사운드, 분위기등의 많은 장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몇명이나 본 영화를 또 보러 갈까요.
복사CD로 게임을 해서 엔딩까지 다 보고나서 정품을 사는 사람도 있겠죠. 있기는 하겠죠. 매뉴얼도 있고 패키지도 멋지고 한정판 부록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몇명이나 끝까지 다해본 게임을 굳이 사러 나갈까요.
게다가 만화는 영화나 게임과는 달리 빌려 보나 사서 보나 보는 것에는 차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말, 정말로 빌려보고 나서도 책을 사는 겁니까?
"뭐, 재미는 있지만.. 이건 사 볼 정도는 아니네."
라고 생각하며 결국 사보는 건 극히 소수의 작품에 지나지 않지 않나요?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감동은 그냥 잊고 말이지요.
'주로 빌려보고 어쩌다 한번 산다'라는 말을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대여점을 이용하면서 만화를 사랑한다고 거짓말을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차라리 만화는 쓰레기이며 껌값으로 즐겨야 한다고 말해주시길.
명작은 산다
얼핏 듣기에 참 멋진 변명인 거같습니다만 "사볼만한 건 사본다"고 주장하는 것은 탈세를 하면서 "정당한 세금은 낸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세금은 정당한 것이지 뭘 탈세하고 뭘 낸다고 그 사람이 잘한 것은 아무것도 없지요. 단지 탈세범일 뿐.
(아무리 물건을 잘 만들어도 엉뚱한 사람이 이익을 챙긴다면 그건 범죄겠죠? 만화를 잘 만들어도 대여점 주인만 돈을 더 벌 뿐인이 시스템은 가히 범죄적입니다. 사실, 불법이구요.)
이런 변명은 마치 극장에 몰래 들어가서 영화를 보고 재미있고 감동적이면 돈 내고 나가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 만화는 살 만한 게 없다
위의 변명에 이어지는 콤보공격으로 이런 말이 나오곤 하더군요.
수준이 낮기 때문에 못사겠다라는 말은 (사실이라면) 정당한 주장이며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만약 살 만한 게 없다고 생각되신다면 안.사.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저질이라면 그냥 고사당해야겠지요. '가치가 없어도 사달라'하고 애걸할 만큼 비굴한 만화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빌려서 봐주는 온정'은 배풀어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아무 도움도 안되고 해악만 끼치니까요. 그렇게 저질인 만화를 책값의 15%씩이나 내면서 빌려보실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 대신 일본만화가 쓸만하면 사주시길 바랍니다. 한국만화가들은 무한경쟁을 해서 일본만화에게 졌다면 그 패배를 감수할 자세가 되어있습니다.
배고픈 만화인을 구제했다
정말로 그럴 생각으로 재미없는 만화를 참고 빌려보셨다면 고맙습니다만은, 불행하게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100명이 빌려보나 10000명이 빌려보나 책은 1권밖에 소비되질 않는 것이고 작가에겐 300원밖에 돌아가질 않습니다. (300원씩 내고 10000명이 빌려보면 나오는 이익은 무려 299만7천원이지만)
대여점 덕분에 수준이하의 만화가가 데뷔할 수 있었고 3류 일본만화도 수입이 가능했고 해적판도 판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그런 것이 "내 덕분이다!"라고 가슴 펴고 말 할 종류의 기여는 아니겠지요.
대중화시켰다
껌값도 안되는 값으로 빌려보며 우습게 여기는 것이 대중화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본다고 해서 무조건 대중화이고 긍정적인 것일까요?
지하철 요금이 비싸다고 무임승차하면서 '대중화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요. (그러고보니 실제로 무임승차율이 30%라던가)
불법카피 시장이 활발하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천국일까요.
예를 들어 아래한글을 거의 전국민이 (복사해서) 쓰고 있다고 해도 그 나라가 소프트웨어 소비의 잠재력이 있다던가 시장발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영 글러먹은 곳이죠.
그런 '불량유저'들은 시장을 긁어 먹을 뿐입니다. 그런 나라에선 명품을 만들어도 망하죠.
여러분, <한글과 컴퓨터>를 815특별판으로 살려놓고 자랑스럽습니까?
겨우 살긴 했죠. 생존은 했죠. 하지만 지구상에서 MS워드를 능가하는 유일한 워드프로그램이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할까요? 저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는데 한몫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데도 815, 97강화판, 워디안까지 다 샀습니다.)
난 돈이 없고 책을 보고 싶다
자본주의에 대해서 반감을 가진 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혁명을 일으키시던지 그럴 생각이 없으면 그냥 책을 읽지 말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요. 돈이 없고 음식이 비싸다고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음식점을 습격해서 강탈하면서 '난 돈이 없고 먹고싶은데 어떡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구매 가이드가 없다
영화를 보는 이들은 <씨네21>같은 잡지를 사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뷰도 있고 평론가들이 볼만한 영화인가를 점수도 매겨주기 때문에 영화를 많이 보는 이들은 참고할 만한 기준으로 유용하지요. 신문도 있고 영화 가이드 방송프로도 있으니까 볼 만한 영화를 찾아볼 자료는 충분할 겁니다. 그에 비해 만화는 어떤 작품이 볼만하고 어떤 작품이 사보기엔 아깝고 하는 판단 기준이 달리 제시되어 있는 것이 없지요.
현명한 소비를 하려는 독자들의 욕구는 극히 당연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만화 구매에 도움이 될 만한 매체는 어떤 것이 있으며 만약 없다면 해결책이 있는 것인지?
이것에 대해서는 6회. 만화 리뷰 & 랩핑 문제 에서 다루겠습니다.
리뷰 & 래핑 문제
6회를 쓰려는 참에 들어온 비보가 순정 월간지 WHITE의 폐간 소식이군요.
굿바이 미스 화이트. (묵념)
이로서 폐간잡지 행렬은 펀치, 엔진, 히트, 빅점프, 나인, 화이트로 이어지는 무려 6개에 달하는 장대한 줄을 만들게 되었네요.
이 6개가 가지는 의미는 보통이 아닙니다.
이제 남은 만화잡지는 겨우 12개. 이 의미는 상당한 무게를 갖습니다.
전체 잡지의 1/3이 폐간(휴간도 있으나 사실상의 폐간)되었다니, 여러분은 한국의 대기업의 1/3이 문을 닫는 상황이 상상이 되십니까? 만화계는 지금 98년의 IMF보다 더한 상황입니다. 더구나 화이트의 폐간으로 이제 한국에는 남/녀 불문하고 성인 만화잡지가 단 1개도 없습니다.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는 전반적인 인식을 극명하게 증명한 것일까요?
결국 몇개나 살아남을지 참으로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안심해도 될 만하다고 여겨지는 잡지가 손에 꼽히는 정도이니 현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실 지 모르겠습니다. 연재가 진행되는 것에 발맞추어(?) 무너져가는 만화시장을 보며,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볼 까 합니다.
많은 독자분들이 만화를 고르기 힘들다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어떤 만화가 볼만 한 지 알 수 없다
-표지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것은 불합리하다
-비닐로 싸여져 있으니 (랩핑) 도대체 속을 알 수가 없다.
'어떤 것이 살 만한 것인지 고르기 힘들다'는 이 의견들은 확실히 일리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만화책에는 랩핑이 되어있어서 내용을 볼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기껏 표지 그림과 작가의 이름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내서 작가를 믿고 그 작품을 사던지 친구들의 평가를 들어볼 수 밖에 없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기껏 산 만화책이 형편없는 그림에 재미없는 내용이라면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독자들의 욕구는 당연한 것이며 또한 정당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것을 보조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리뷰]
영화를 보는 이들은 영화잡지를 사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뷰도 있고 평론가들이 볼만한 영화인가를 점수도 매겨주기 때문에 참고할 만한 기준으로 유용하지요. 꼭 잡지가 아니라 해도
신문도 있고 TV에도 영화관련프로가 있으니까 볼 만한 영화를 찾아볼 자료는 충분할 겁니다. 그에 비해 만화는 어떤 작품이 볼 만한지 평가해 줄 만한 존재가 없습니다.
신문과 방송은 사회문제가 터지면 만만하기 짝이 없는 만화를 마녀사냥의 재물로 삼기 십상이고 무엇보다 만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드라마를 비난할 때 가장 모욕적인 표현이 '만화같다'라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신문기자들이지요. (여담이지만 예전에 제가 월간 NINE에 언론의 만화 경시풍조를 비판하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에서 기대할 수 없다면 잡지는 어떨까요?
<씨네21>같은 잡지가 만화계에도 있다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영화잡지는 주간에다가 3000원이어도 수요가 충분히 있습니다. 극장을 한번 가는데 7000원. 그 정도 문화소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잡지가 그다지 아깝지 않을 겁니다. 괜히 재미없는 영화를 봐서 7000원을(보통은 2명이상 같이 갈 테니 손해는 더 크겠지요?) 날리느니 영화잡지를 사서 미리 체크를 해두는 편이 현명한 것이 되는 셈이지요. 무엇보다 20대 이상이 영화 주관람객인 만큼 독자에게 구매력이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만화는 일단 10대의 비중이 큽니다. 만화는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중고생 대상의 만화시장이 가장 치열하고 큰 시장인 것은 어딜 가나 당연한 법칙입니다. 그들에게 만화를 보조하는 비용으로 일주일에 3천원을 쓰라고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혹, 그 비용이 월간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만화는 싸.거.든.요. 차라리 만화 잡지를 1개 구독하는 것이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부정하고 있지만 만화는 쌉니다. 이렇게 싼 문화상품도 드물다는 것이지요. 구매 가이드가 전혀 안팔리는 것이 당연할 만큼.
만화왕국 일본에서도 만화 리뷰잡지는 여간해서 찾기 힘듭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 만화 리뷰잡지는 단 하나. 게다가 계간지입니다. (계간지:1년에 4번 나오는 잡지) 한 출판사에서 만화잡지를 20개씩 내는 일본에서도 여간해서 내질 않는 리뷰잡지가 대한민국에선 절대 팔릴 리가 없지요.
그러면 네트워크를 통한 배포는 어떨까요?
한국이 인터넷 이용률이 높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게임방에서 게임 혹은 채팅을 이용해서 높을 뿐입니다. 사실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트워크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일단, 네트워크를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소외되게 되니 의미가 줄어듭니다. 아무리 만화 리뷰 사이트를 만들어봐도 TV방송 한번에 비할 바가 아닐 것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아실 테지요.
그럼 무가지는 어떨까요?
무료로 배포하는 리뷰지도 좋은 방안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 무가지는 필경 대여점을 통해서 배포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광고수입으로 유지해야 하는 무가지에서 짜임새있는 기사나 필진, 무엇보다 공정한 리뷰는 기대하기 힘들지요. 더구나 이런 성격의 배포형 무가지는 전부 폐간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리뷰에 대한 결론은 어디까지나 '대책없음' 입니다. 제대로 된 만화평론가가 극히 드물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웃의 만화왕국은 리뷰잡지 없이도 만화시장이 잘 굴러갑니다. 왜 일까요? 독자들이 만화 표지만 봐도 뭐가 재미있는지 알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부자라서 닥치는 대로 만화책을 사도 괜찮은 걸까요?
[랩핑]
결론은 랩핑입니다. 일본의 만화책은 랩핑되지 않았습니다. 독자들은 만화를 훑어보고 살 수 있습니다. 꼭 읽지 않아도 잠깐 넘겨보는 것으로 그림의 분위기라도 파악해서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사고 나서 속았다고 발을 구를 일은 없을 겁니다. 물론 스토리는 마음에 안 들 수도 있지만 어떠한 소비에도 그렇게 완벽하게 상품을 알고 나서 살 수는 없습니다. 신발 고를 때 빗속에서 어떻게 될 지 테스트를 해보고 사는 사람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랩핑이 없어서 충분히 고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래도 잘못 고르면 어떡할 거냐!' 며 역시 대여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분이 계시지는 않겠지요?
철저히 조사하고 비교하고 시승까지 해보고 나서 산 자동차가 마음에 안들 수도 있는 것이고 그건 어디까지나 소비자 책임입니다. 다음부턴 그 작가의 만화를 안사면 될 것이고 그것은 앞으로 현명한 소비를 하는데 더욱 도움이 될 것입니다. 더구나 자동차처럼 비싸고 한번 사면 또 사기 힘든 물건도 아니구요.
그러면, 이렇게 사서보는 사람들에게도 불리하고, 당연히 책도 덜 팔릴테니 좋을 것이 없는 것을 왜 하고 있는 것일까요? 내용을 궁금하게 해서 사보게 하려는 출판사의 잔꾀일까요?
굳이 출판사측이 랩핑을 하는 이유는 독자들이 서점에서 책을 서서 다 읽기 때문입니다. 소설등의 일반서적과는 달리 읽는 시간이 짧다 보니 서점에서 선 채로 다 읽는 사람들이 꽤 있기 때문이지요. 출판사측 통계에 의하면 랩핑을 하면 8%의 판매량 증가가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라면 랩핑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많은 분들이 랩핑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토론을 해 본 결과, 대부분의 구매독자들은 랩핑을 찬성합니다. (대여독자에겐 랩핑 유무는 관심밖인 것이 당연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 이유로
-남의 손 때 묻은 책을 사고싶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낮아진 단행본 질을 그나마 유지
-비닐 뜯는 기분이 좋다
등을 들고 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타당한 의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단행본 질 저하도 맞는 말씀입니다. 종이질이 좋다고 말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랩핑 찬성파들이 앞서 말한 '고르기 힘든 어려움'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지요. 왜냐구요?
어차피 대여점에서 읽었기 때문입니다.
즉, 만화책을 사는 것은 [이미 읽은 책이지만 너무너무 훌륭한 명작이기 때문에 모셔두는 행위] 라는 것입니다. 혹은 작가의 열성 팬이던지요. 얼마나 만화책 구매가 매니악한 행위로 취급되는 시장인지 알 수 있는 결론이지요. 상당히 암울했습니다.
그럼, 결국 랩핑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일까요? 8%의 판매 증가와 열악한 종이질을 참고 사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랩핑을 유지하는 것이 나은 선택일까요?
아니, 그렇지 않습니다. 랩핑은 사라져야 합니다.
구매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판매는 정착되지 않을 겁니다. 책을 고르기 힘든 상황, 기껏 사려고 해도 뭐가 좋은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런 것이 독자를 대여점으로 몰고 갑니다. 만화를 사서 보려던 독자들이 서점을 외면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서보는 시장으로 바꾸지 않으면 만화계는 확실히 침몰합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의 만화시장은 대기업의 1/3이 문을 닫은 대한민국의 상황을 상상해 보시면 됩니다.
랩핑으로 얻어지는 8%의 판매 증가효과는 이미 무의미합니다.
이미 판매시스템은 거의 남아있지 않고 어차피 대여점에서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는 이 상황에, 랩핑은 구매자에게 방해가 될 뿐입니다. 책이 조금 상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모든 사람이 서점으로 몰려가서 책을 구기면서 서서 읽는 것이 아닌 한, 그 피해는 미미할 것입니다. 혹, 랩핑을 없으면 구매를 하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매를 자연스러운 행위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그것은 격하가 아니라 격상입니다!)
그럼 랩핑은 어떻게 해야 사라질까요?
그건 출판사가 결정할 일인 듯 하니 우리는 그냥 앉아서 랩핑이 없어지길 기다리며 그때까지는 할 수 없이(?) 대여점에서 만화를 골라야 하는 걸까요? 정답은 요구하는 겁니다. 출판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돈을 내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대안들
7회를 안쓰고 꾸물거리는 동안 [제트]가 폐간되었네요.
이로서 폐간 행렬은 7개. 남은 잡지는
학산: 팡팡, 파티, 주띠, 부킹, 찬스
대원: 소년챔프, 영챔프, 주니어챔프, 해피, 이슈
서울: IQ점프, 영점프, 밍크, 윙크
시공사: 케이크, 기가스
이렇게 16개. 저번에 집계를 잘못한 것인지 숫자가 약간 차이가 있군요.
이 중에서 기가스, 해피, 주띠 는 창간한지 얼마 되지 않는 탓에 그 오차인 듯 합니다.
아무튼 약 1/3이 폐간되었다는 건 예전하군요.
요즘에는 단행본 뒤에 잡지 광고를 하고 있지요.
여러분은 보셨습니까. 커버 뒤쪽에 나온 잡지 광고를.
아마 다른 나라에서 보면 뭔가 특수한 문화가 있는 걸로 착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래 작가의 코멘트 내지는 그 작가의 단행본 리스트가 들어가는 곳이거늘.
단행본에 잡지 광고를 해야 하는 우울한 시장.
단행본이야 대여점에 나가니 적은 부수지만 일단 팔리기는 팔리고, 5천만원씩 적자인 잡지를 살리려니 단행본에라도 광고를 넣는 것이겠지요.
물론 광고비도 없으니까요. (일본에선 TV광고를 하는데)
잡지가 단행본 광고를 하는 것이 상식이고 그것이 잡지의 역할인데 그것이 역전되었으니, 얼마나 괴이한 시장인지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여점의 폐해] 이번 7회에서는 지금까지 나온 대안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대여점에 대한 문제 제기 이후로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일단 대여점을 놔두고 상황을 개선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의견도 꽤 많습니다. 정말 너무도 거대한 이 대여점이라는 존재. 어찌 보면 이걸 없애려는 힘든 투쟁을 하는 것보다는 놔두고 고쳐보는 편이 현명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뭐, 일단 검토해보자구요.(웃음)
일단 자주 나오는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대여용 단행본을 따로 만들자
2. 대여점에서 작가에게 이익을 지불
3. 일정기간 대여 금지
4. 한국만화만 대여 금지
포용 못 한 의견도 있겠지만 일단 이 정도로 압축됩니다.
그럼, 하나하나 분석해보겠습니다.
1. 대여용 단행본을 따로 만들자
-대여용 단행본을 따로 비싸게 찍고
-판매용 단행본은 그대로 낸다는 방법입니다.
-대여로 인한 손해를 비싼 가격으로 보충한다는 의도지요.
듣기에 따라선 꽤 귀가 솔깃합니다. 대여점이 작가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 될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대여용 단행본을 비싸게 찍는다고 칩시다.
어떤 대여점 주인이 단지 [대여점용]이라고 쓰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더 비싼 물건을 살까요? 판매용을 사서 대여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설사, 정부가 도와줘서 못하게 한다고 칩시다.
하지만 경찰이 아무리 열심히 단속을 한다고 쳐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전국의 대여점을 돌아다니며 책을 뒤져서 판매용과 대여용을 구별?
더구나 지금 만화는 홍수처럼 나옵니다. 시장이 무조건 많이 찍는 쪽에 유리하니까요. (이건 앞에서 충분히 설명이 되었지요?) 도저히 그 수를 감당할 수가 없지요. 그 비용과 인력 낭비, 노고가 과연 얼마나 클까요. 그 정도의 경찰 인력이 있으면 범죄율을 반 이하로 낮추는데 쓰는 것이 세상을 위한 길이겠지요. 현실성이 너무 없습니다.
게다가 한 만화를 두 종류로 찍는다면 제작비가 더 듭니다.
많이 생산하는 만화는 제작비의 극단적인 다운이 가능하지요.
(동인지 찍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대여와 판매를 나눌 경우 생산측의 비용부담은 더 커지기만 합니다.
차라리 대여용만 찍는 것이 현명할 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요즘 나쁜 종이질에 5천원짜리로 찍어버리는 곳도 있습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는 문제의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약간 상황이 개선된다 뿐이지, 더 뛰어난 작품에게 더 이익을 줄 수 있는
시장은 아닙니다. 여전히 3류 만화를 왕창 찍는 출판사에게 유리한 시장이지요.
2. 대여점에서 작가에게 이익을 지불
-대여점에서 책을 대여할 때마다 작가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대여를 작가에게 이익으로 환원하자는 취지지요.
취지는 좋을 지도 모릅니다. 싸게 빌려보고 작가도 괴롭지 않고.
왠지 유토피아같지요. 하지만 이것도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이건 마치
[세금 많이 내고 싶으면 많이 낸다고 말해라?]
라는 세금정책과 비슷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변호사 등등) 이 신고제 세금에 코웃음을 치고 있지요. 어느 누가 솔직하게 돈 벌었다고
신고를 할까요. 게다가 사실여부를 조사할 만한 방법도전혀 없는 걸요. 대여점은 즉시 이중장부를 만들어 대여 수를 대폭 줄여서 보고하겠지요. 현실성이 없습니다.
단속도 현실적으로 어렵지요. 이런 정책이 가능하다면 진작에 한국의 의사/변호사들에게 세금 제대로 걷었을 겁니다.
3. 일정기간 대여 금지
-단행본이 발매된 후 일정기간 동안 (3개월 6개월 이런 식으로 정해서)
-대여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잘 팔리지 않는 오래된 책은
-대여를 허락하고 신간은 사게 만든다는 취지입니다.
-극장상영이 끝난 후 비디오로 대여되는 영화시장과 비슷한 느낌일까요.
이것도 제법 그럴 듯합니다. 실제로 제가 생각해 본 적도 있었답니다.
사실 만화가 완결된지 몇 년 지나면 잘 팔리지도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대여를 허락해도 큰 피해는 없을 겁니다.
일본에서는 CD 대여를 이런 식으로 허락하고 있지요. 2년 정도의 기간을 두고 그 기간이 지나면 CD 대여가 가능합니다. 유행가를 사는데 2년을 두고 사는 사람은 적겠지요? 음반업계의 피해는 대단치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만화에 적용될 수가 없습니다.
S사의 모 기자님의 말씀이 아주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해줍니다.
"현 시점에서 이것은
[책 찍어놓고 그 기간 동안 자금 회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정말 핵심을 찌른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이가 대여하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책이 나온 줄도 모르고 3개월 후에 빌려보게 됩니다. 대여가 당연한 세상에서 책을 사보는 것은 일종의 사치로 여겨지는 것이죠. 실제로 책을 사보는 분들은 주위의 시선이 그렇지 않습니까? 설사 정부의 지원을 받아
(단속이라는 강제력이 필요하니까요) 이런 정책을 실시해도 책은 출판한지 몇 개월 동안 먼지만 쌓이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나중에 대여점에서 보지 뭐"라고 판매를 외면하게 됩니다. 이건 영화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이익이 확실히 있지만 만화는 화면 크기가 달라지지도 않지요.
결국 문제해결은 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기간동안 출판사들이 도산해버릴 위험성이 큽니다. 아마도 이런 의견이 나오면 모든 출판사가 반대할 것입니다. 출판사는 요즘
자금 사정이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모험을 하기도 힘듭니다.
아, 강제하기 힘든 문제도 있지요. (단속의 비현실성은 아까와 동일)
4. 한국만화만 대여 금지
-그렇게 한국만화가 힘들면 한국만화만 대여를
-금지하자는 의견입니다. 일본만화는 달리 한국시장에
-밥줄을 거는 것도 아니니 괜찮다는 의견이지요.
한국만화를 생각해서 의견을 내주시는 건 고맙습니다만 불행하게도 이 의견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됩니다. 이건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드리자면
[극장의 개구멍으로 몰래 들어가 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깡패들이 있습니다. 한 1000원쯤 받지요. 쌉니다. 그런데 덕분에 영화산업이 망하게 생겼습니다. 그래서 한국영화는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럼 누가 한국 영화 봅니까? 누가 +6000원의 가격 부담을 안고 한국영화를 볼까요. 영화는 1000원이라는 당연한 인식 속에 쿼터제로 보호받아도 시원찮을 열악한 상황의 한국영화는 완전히 전멸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야말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됩니다. ]
우리 작품 저작권은 중요하고 남의 작품 저작권은 알 거 아니다라는 식의 생각도 당당하지 못하구요. 물론 쌍방이 처한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만은 작가들에겐 자존심 상하는 의견임이 틀림없습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자존심 운운할 상황이 아니지만요)
무엇보다 위의 예시처럼, 이 방법으로도 한국 만화가 전멸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결국 대여해서 싸게 볼 수 있고 만화는 살아남는 상황,
그런 어설픈 이상향은 애당초 존재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사실, 간단하답니다.
책을 산다-> 돈이 들어간다 -> 활성화된다
책을 빌린다 -> 돈이 안 들어간다 -> 굶어죽는다
이런 간단한 공식이 왜 이리 받아들여지기 힘들까요. 정말 간단하답니다. 들어가야 나오는 것도 있는 법이지요. 아무도 돈을 쓰려고 하지 않는데 돈이 생산측에 들어갈 일이 없겠지요.
대여점이 없어지지 않으면 한국만화는 100% 전멸이라는 것을 거듭 말씀드립니다.
대여점이 없어지지 않으면 대여점에 대한 판매도 결코 끝나지 않습니다.
대여점과 만화의 유토피아는 공존불가능입니다.
"어떻게든 싸게 빌려보면서 살길을 찾을 수 없나?"
없습니다. 불가능합니다.
마치 "대충대충 공부해서 성적 잘 나올 수 없나?" 같은 것과 똑같은 생각이지요. 빌려 보는 시장을 아무리 개선하려고 해봤자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타협을 거부하고 자기 주장만 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하나의 길이 될 줄로 알았지만 결국 불가능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