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엄습하는 불안과 공포 - 공황장애
대기업 간부인 40대 중반의 K씨는 모처럼 일찍 퇴근한 어느 날 저녁 거실에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현기증과 함께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아 이러다가 혹시 미치는 게 아닌가 싶어 몹시 불안한 증상을 경험했다. 몇 주간 계속된 과로 때문이려니 하고 잠시 밖으로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자 언제 그랬냐는 듯 증상이 사라져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10여일 후 다시 증세가 나타나 알 수 없는 공포와 함께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함을 느꼈다.
놀란 마음에 심장 이상을 의심한 K씨는 귀국하여 종합병원을 찾아 심전도 검사 등 각종 검사를 받아보았지만 아무런 이상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다. 여러 진료과를 전전해도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마지막으로 들른 신경정신과에서‘공항장애’라는 다소 생소한 진단을 받았다.
공황장애는 갑자기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장이 죄여오고 식은땀이 나는 등 신체 전반에 걸쳐 이상증세가 나타나는 공황발작이 되풀이되면서 증세가 심해져 급기야는 공포, 불안 등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주된 증상으로는 흉부통증을 비롯해 현기증, 심계항진, 다한, 피로, 의욕상실, 무력감, 공포, 피해망상, 불안감, 두통, 소화 장애, 불면증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공황장애는 일반적인 불안, 긴장과는 전혀 그 성격이 다르다. 긴장감이나 불안함을 느낄 특별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체건강상의 위급한 문제와 관련된 듯한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한 임상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정상인 중 30%가 살아가면서 공항발작을 경험하고 이 중 1.5%~3%가 공황장애 환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공황장애 환자가 60만~15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동일한 상황이나 조건하에서도 내성적인 성격이나 소심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 자신감이 결여되고 인내심이 적은 성격, 모든 일에 완벽을 기하려는 성격, 스트레스를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쌓아놓는 성격 등을 가진 사람들에게 그 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특히 가족 중에 공황장애 환자가 있는 사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발생빈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의학에서 보는 공황장애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심장기능의 이상이다. 이는 한의학의 이론에 따른 것으로 한의학 고서인 황제내경 [소문]에 따르면‘심(心)은 군주지관(君主之官)이라고 하는데 신명이 여기서 생긴다. 심이 제 작용을 못하면 오장육부가 위태롭게 되고 돌아가는 길이 막혀서 잘 통하지 못하면 형체가 몹시 상하게 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생각을 많이 하면 심장에 열을 발생케 하고 이 열이 제대로 발산되지 못하고 울체될 경우 화(火)가 발생, 심장의 기능이 허약해지고 항상 불안하고 초조하며 마음이 편치 않게 되면서 각종 신경성 질환으로 고생하게 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임상에서 보면 많은 환자들이 치료시기를 놓치고 한창 병증이 진행된 후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공황장애의 증상이 정신적인 증상 외에 신체적 증상까지 동반, 내과적인 질환으로 인식하기 쉬운데다 또 신경정신과를 찾아 공항장애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더라도 체면과 남의 눈을 의식,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료가 늦으면 늦을수록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칫 가볍게 생각하고 지나쳤다가는 증상의 반복 또는 만성화로 이어지면서 공포증이나 우울증, 건강염려증, 불면증, 정신분열증 등 여타의 신경정신과 질환으로 이환되기 쉽고 약물 및 알코올 중독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또 공항장애의 원인이 되는 심장에 울체된 열로 인해 발생하는 화기를 발산하지 못하고 억눌린 채 속으로만 삭일 경우 자칫 화병으로 이환될 가능성도 아주 높다.
공황장애의 한방치료는 약물요법과 침술요법이 이용된다. 처방 약물은 심장에 울체되어 있는 열을 삭혀주어 진정시키고 보강해주며 정신을 안정시켜주는‘보심단’을 위주로 해서‘청심안신탕’등을 병용시킨다. 이들 처방들은 원기를 북돋워주고 심장기능을 진정시켜주며 열을 풀어주어 증상을 개선시키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으며 침술치료는 자율신경계를 조절하여 정(精), 기(氣), 신(神)의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공황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발병 시 적절한 약물의 투약이 물론 중요하지만 가족 또는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나타나면 극단적인 불안 증세를 보이지만 대부분 안정을 찾으면 언제 그랬냐 싶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 자칫 꾀병으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검사에서 아무런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꾀병이라느니 의지력이 약하다느니 하는 비난을 하기보다는 환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통을 이해해주며 환자 스스로가 질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